빵칼과 아버님
아침에 빵칼로 빵을 썰다가 문득 아버님이 그리워졌다. 생전 직장생활만 하신 아버님은, 다른 사회생활이 거의 없으셨고, 그 어디에도 아버님의 사진 속에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 없는 것을 보면 여행이라는 것도 해 보신 적이 없는 분이다. 전체 식구 9명을 먹여 살리려면 그렇게 개인의 사생활을 즐길 시간이 없으셨을 것이다. 또한 국가의 기간산업인 제철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인 용광로옆에서 평생을 사셨으니 용광로 불이 꺼지지 않는 한 아버님께 휴일이라는 것은 없었다. 약주를 좋아하셨지만, 아무리 취하셔도 다음 날 아침에 자전거를 끌고 출근하는 일은 절대 건너뛰는 적이 없으셨다. 어머님도 여행사진은 오래 전 동네 어른들과 창경궁에 개나리 배경으로 사진 찍은 것이 유일한 사진이다. 그런 아버님께서 어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