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mina 2012. 8. 25. 23:01

 

 

 

2012년 8월 25일

 

플레시 몹이라는 말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몹(Mob).

장소 불문하고 군중 속에서 어느 순간 예고 없이 춤이던 노래이던 즉시 한 판 난장이 벌어진다.

어느 해인가 유튜브를 보았는데 큰 버스터미날 같은 곳에서

한 사람이 이층 로비에 있는 피아노로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의 전주를 반주하니

군중 속에서 여자 한 명이 일어나 소프라노의 두 마디를 노래하니 여기 저기서

두명이 4명이 되고 4명이 8명이 되고 8명이 16명 곧이어 합창이 된다.

악기도 한 두 개씩 더 등장하고..

 

복잡한 터미날의 대합실이 돌연 커다란 공연 무대가 되었다.

그러나 공연은 계속되지 않고 한 곡만 하고 즉시 모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뿔뿔이 흩어진다.

요즘 동남아 여행을 하게되면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한국의 걸그룹들의 히트송들이 현지의 젊은이들이 한 두명씩 모여 춤을 추다가

어느 덧 군무로 변한다. 일종의 몹이다.

 

합창단을 오래 하면서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공연 후 찾아 온 하객들과 즐겁게 만나는 로비에서

즉석 앵콜 공연을 펼치자고 의견을 몇 번 내 보았지만 매번 묵살당했다.

유난히 우리 합창단은 악보를 외우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 거부감을 갖는다.

이런 것을 잘 하는 것이 내가 다니는 회사 그룹의 합창단이 꼭 공연 후

로비에서 합창단가를 즉석에서 합창한다. 일종의 앵콜이자 자축파티다.

 

합창단원들과 유럽여행을 다닐 때 몽마르트 언덕에서 하이든의 생가에서

슈베르트의 생가에서 프라하 광장에서 뮌헨광장에서 즉석에서 공연을 가졌다.

그 추억은 두고 두고 내게 가장 아름다움으로 기억되어 있다.

 

오늘 본 영화의 주제는 바로 그 몹이다. The Mob.

 

미드 CSI 를 통해서 늘 살인의 현장에 익숙한 마이애미에서 춤판이 벌어졌다.

어느 날 길을 가다 교차로에서 차가 막혀 옴짝 달짝 못하는데

갑자기 차 안에서 춤꾼들이 나와 한판 브레이크 댄스가 펼쳐진다.

그리고는 모두 도망친다. 그 장면을 유튜브에 올려 조회수가 많이 올라가면

소정의 상금이 주어진다. 그걸 희망으로 삼는 젊은이들.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부동산 재벌의 딸과 댄스를 통한 교감.

흔한 소재이지만 그 재벌은 마이애미에 커다란 호텔을 짓고

영세상인들을 모두 내 보내려 한다. 그걸 지키려는 젊은이들.

 

이렇게 벌어지는 내용 속에서 벌이지는 미술관에서의 몹,

파티장에서의 몹, 유명 레스토랑에서의 몹 그리고 마지막에

콘테이너 야적장에서 벌어지는 몹 등

그야말로 신명나는 춤판들을 보며 영화를 보는 내내 종일 입이 벌어진다.

그리고 마치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배우들이 실현해 주는 것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랄까?

 

영화는 이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