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강화도나들길

강화도 나들길 5코스 고비고갯길

carmina 2011. 6. 23. 17:06

 

 

 

2011. 6. 18 토요일

 

점점 더워지는 여름날씨

오늘도 서울의 낮최고 기온이 32도로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니 아내가 더위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마실 것을 더 챙겼다.

 

코스를 미리 검토해 보니 중간에 먹을 곳도 마실곳도 구하기 힘들 것이라는 엄포. 그래서... 점심도 좀 챙겼다.

 

 

 

 

나들길 5코스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강화도를 직선으로 가로질러 외포리터미널까지 가는 20키로를 6시간에 걸어야 한다.

5코스의 이름은 고비고개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 이전에 등짐장수들이 고비 고비 걸었던 고갯길이라 한다.

다녀온 사람들 얘기로는 그다지 힘든 고갯길이나 높은 언덕은 없지만 그래도 거리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옷차림도 반팔 셔츠에 토시를 이용했다.

 

강화시외버스터미널에서 5코스 시작 스탬프를 찍고 지난 번 1코스와 같은 길로 가다가 반대편 길을 향해 걷는다. 

1코스는 동문과 북문을 통해서 시작하는데 5코슨 남문과 서문을 통해 시작한다.

 

시작하는 그 곳에 나들길의 상징으로 걷는 사람을 표현해 놓았는데

 그 모습이 나이들어 허리 아픈 아줌마들이 걷는 모습같아서 조금 처량해 보인다.

 

 

 

 

오늘 길은 유난히 한옥이 많이 보인다. 호프집도 한옥. 지붕도 모두 특색이 있고

곳곳마다 나름대로 색깔을 구분해 유럽같은 분위기가 난다.

 

편하게 걷는 한적한 도로길. 모든게 회색빛이다. 집도 거리도..나들길 이정표가 달린 전봇대도..

 

4거리가 나올 때마다 이정표를 찾는데 때론 애를 먹기도 한다. 

늠내길처럼 길 바닥에 화살표를 그려 놓았으면 좀 쉬울텐데..하는 아쉬움.

 

 

 

 

남문을 지나  서문을 향해 가는데 오른 쪽에 거대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인공 암벽등반, 강화체육시설공단 앞에 설치되어 있고 스케이트보드와 롤러 스케이틀의 멋진 묘기를 보여줄 미끄럼틀도 준비되어 있다.  

 

잘 다듬어진 길을 따라 가다보니 끝에쯤에 작은 냇가 하나.

냇가 위로 가나 뚝위로 가나 당연히 갈 길이 그 곳 밖에 없어 냇가옆으로 해서 가는데 길 끝에 이정표가 없다.

 

 

 

 

그러나 그 것보다도 어느 집 담에 뻗쳐 나온 앵두가 너무 잘 익어 몇개 따 먹으며 길을 찾는데

도무지 이정표를 찾을 수 없어 지나가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에게 길을 물었다. 

 

외포리로 가는 길이 어디예요?

외포리? 여기서 한참 먼데.. 버스타고 가야 해요.

아니 걸어서 갈려 하니까 방향만 가르쳐 주시면 되요.

거기가 거기가 어디라고 걸어서 가. 이상한 사람이네..

 

가르쳐 주는 방향으로 길을 가니 서문사거리에 이정표가 곱게 달려있다. 그러면 그렇지.

 

학교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라 오늘은 놀토인지 모두 조용하다. 주택가를 지나는데도

마치 죽어있는 도시처럼 조용한 그 주택안에 머리에 흰 눈이 곱게 내린 할머니가 정원을 다듬고 있다.

 

 

 

 

이정표가 두 갈래로 나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하나.

그래도 산길로 가는 것보다 나무로 된 다리를 건너는게 낫지 않을까?

 

나무다리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인다.

국화저수지. 넓은 저수지에 나무 난간을 세워놓은 깨끗하게 다듬어진 뚝방길. 

먼 산이 데깔꼬마니처럼 저수지속에 길게 드리운 곳에 천천히 해오라기 한 마리가 수면위를 나르고 있다.

 

 

 

 

 

왼편에는 저수지의 물로 생명수로 커가는 논들이 가지런하게 평화를 말해준다.

 

길지 않은 뚝방길 끝에 대형 트럭들이 먼지를 휘날리며 달려가지만 이정표는 나그네가 걷고 싶은 길로 안내한다.

 

저수지를 길게 돌아가는 길.  나무 다리로 만든 길에 주민들도 산책을 하고 학생들도 그룹을 지어 산책하고 있다. 

 

저수지 주변에 붓꽃같이 생겼는데 노란 색의 꽃들이 가득 피었다.

멀리 저수지 주변에 낚시터가 있어 간간히 낚시꾼들이 보이는데

저수지 한 복판에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저수지에 살짝 머리만 보이고 그 곳에 까만 새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다.

저게 무슨 새일까? 까마귀인가? 그것도 아닐텐데..까만 해오라기? 

 

 

 

 

아무래도 새 조감도를 들여다 봐야 할 것 같다.

 

저수지를 길게 끼고 돌아 다시 큰 거리로 나오니 이쁘게 지은 교회가 보인다.

강화도는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곳이라 여기 저기 교회가 많다.

땅이 넓다 보니 교회도 모두 나름대로 멋지게 지어 놓았고 교회 다운 교회의 모습이 여기 저기 많이 보인다.

 

 

 

 

 

이렇게 섬 곳곳에 교회가 많은 걸 보니 강화도민은 거의 90프로 이상이 기독교도인가?

 

잠시 세멘트 길을 걷는데 어느 집 앞에 허리가 ㄱ 자로 꺽어진 할머니가 호미를 가지고 집 앞에 무언가를 심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손에 작은 콩을 한 줌 쥐고 겨우 반평도 안 되는 곳에 여기 저기 구멍을 파고 콩을 몇 알씩 넣고 있다. 

 

역시 우리네 조상들은 땅에서 무언가를 바란다. 이렇게 작은 땅에라도 콩을 심어 가을을 기다린다.

 

두엄냄새, 축사 냄새가 가득한 고향의 냄새를 따라 가다가 다시 산길.

1시간을 넘게 걸었기에 물 한모금 마시고 등산스틱을 꺼내어 산길을 준비한다.

 

그런데 산길로 들어서는가 싶더니 금방 이상한 모양의 물체들이 보인다. 텐트촌. 아..여기가 학생야영장이구나.

 

 

 

 

 

텐트들이 일정한 모습으로 준비되어 있고 여기 저기 각종 레포츠 구조물들이 가득하다.

외줄타기, 통나무 건너기, 가파른 구조물 올라가기. 등등...

 

줄을 잡고 올라가 위의 종을 울리게 만든 곳에 올라가 종도 울려 보았다.  외줄을 타볼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안전상 포기.

 

 

그 구조물 아래에 작은 새 한마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너도 줄타기 할거야?

아냐..난 아냐.. 난 그냥 나그네일뿐야.

나 계속 갈테니까 넌 여기서 놀아.

 

야영장을 지나 숲길로 들어가는데 길을 잘 만들어 놓았다.

일부러 나들길을 위해 만든 듯 사람 다니는 길 같지 않은데 골을 깊게 파서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사이에 지난 겨울의 낙엽이 수북히 쌓여 산길이 더 푹신해졌다.

 

그 순간 얼핏 눈 앞의 낙엽위에 보이는 물체. 색이 너무 낙엽색과 비슷해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

큰 두꺼비 한 마리가 낙엽의 무늬와 똑 같은 모습으로 낙엽위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조금씩 움직이기에 내가 카메라를 가져다대니 이 녀석도 긴장했던지 길게 오줌을 깔겨댄다.

 

그렇게 길을 가는데 다시 또 한마리의 두꺼비. 자칫 내 발에 밟힐뻔 했다. 두꺼비는 좀 습한 곳에 사는 편인데 이 숲속에서 습한 기분을 느낀다.

 

그 곳을 지나오니 밝은 산길이 열리며 길가에 보이는 산딸기.

탐스럽게 익은 산딸기. 누가 기르는 것도 아니기에 맘껏 따 먹는다.

산딸기들이 너무 잘 익어 손가락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탁 터지며 손등에 빨간 물이 든다.

 

내 뒤에 따라 오던 두명의 남자도 딸기 맛에 반해 가다가 걷기를 멈추고 딸기 따먹는데 여념이 없다.

 

 

 

숲속을 지나오니 멀리 고려산의 정상에 관측대가 보인다.

길을 지나오면 느끼는 것이 어느 정도 걷기에 힘이 들 지점에서 앉아서 쉴 곳이 필요한데 이 코스에는 거의 쉴만한 곳이 없다.

 

길을 지나다가 고촌리 고인돌안내표시가 있는데 길이 1.2키로. 

다른 사람의 안내글을 보니 이 곳은 그냥 패스했다.

그래도 혹 가 볼까 하고 길을 가는데 이정표도 없고,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건지 어느 지점에 있는지도 가늠이 없기에 다시 돌아가는데 고급 외제승용차 하나가 그 길을 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곳의 집들도 좋은 집도 없는데..웬 이런 고급차?  그러고 보니 가까운 곳에 굿당이 있다.

아마 그 곳에 용건이 있는 차인가?

 

 

 

 

다시 차도로 나와 걷는데 어느 곳에선가 아스팔트에 검은 자욱이 가득 묻어 있다.

이게 뭘까?  바로 위의 나무를 보니 오디가 가득하다. 아직 덜 여문 빨간 오디와 익어서 까맣게 변한 까만 오디.

 

 

 

까만 오디도 어느 것들은 맛있는데 어떤 것들은 전혀 맛이 배어 있지 않다.

 

길을 따라 가는 쪽에 이쁜 집들이 많다. 이 곳에 별장을 짓고 사는 사람들 같다.

어느 집의 문패도 이쁘장하게 만들고 집 주위도 잘 다듬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늘 주변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듯 하고 정원나무도 모두 잘 다듬어져 있다.

 

길을 가다보면 현주민이 사는 집이랑 외부인이 사는 집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어느 농가 주변에 빈 펫트병을 이용하여 만든 바람개비가 재미있다.

일회용 옷걸이를 축으로 펫트병의 몸통을 4개로 오려서 펼쳐 놓아 그럴 듯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 길은 차의 통행량이 많다. 가까운 곳에 펜션이 많아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이상한 것은 하나같이 지나 가는 차들이 모두 4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다. 왜 그럴까. 

이 곳에 여행객들외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무리지어 다닐 수 있을까?

 

지금 무리지어 있는 것은 길거리 축사의 젓소들과 자주 지나가는 승용차들속의 젊은 무리들. 

 

어느 곳을 지나는데 커다란 교회 십자가가 보이고 건물도 하나 보이는데 그 길 도로에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다. 이게 뭘까?

 

성광수도원. 수도원이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건물안에는 인기척이 하나도 없고 들어가는 문도 철문으로 닫혀져 있다.

그러고 보니 수도원 내에는 차가 하나도 안 보인다.

 

아마 아까 지나친 승객가득찬 차 들이 모두 이 곳에서 나온 차들인가 보다.  

 

배도 고프고 해서 앉을 자리를 찾는데 도무지 그늘도 없고, 앉아 쉴만한 장소나 넓은 바위도 없다.

 

너무 더워 어디서든 앉아 쉬어야지 하면서 고개를 넘으니 오상리 고인돌유적지.

다행히 그 곳 그늘아래 벤치가 두개 보인다.

 

 

 

 

자리를 잡고 앉아 고인돌을 보니 고인돌 몇 기가 크기가 다르다 아마 가족묘인데 세대별로 차이를 두었던것 같다.

 

준비해간 뜨거운 물로 컵라면과 작은 케이크 한 조각으로 점심을 때운다. 

 

그런데 고인돌 유적지의 작은 주차 공간에도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다.

유적지에 온 사람들 같지는 않고 주위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온 한 가족밖에 없는 것으로 보아 모두 수도원에 온 사람들로 보인다.

 

고인돌 유적지에서 숲속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 일부러 나들길을 위해 만든 길 같아 보인다.

빽빽한 나무 사이로 작은 길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어 보인다.

 

사람들이 떼로 몰려 다녔으면 수풀들이 이렇게 많이 자라지 않았을텐데 이 코스를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런 한적함은 다른 길에서도 볼 수 있었다.

 

한참 길을 걸어다가 바닷물이 보이는가 싶어

아직도 걸어야 할 거리가 많이 남았는데 벌써 바다? 하고 지도를 보니 바다가 아니고 저 곳이 내가저수지이다.  

 

숲길을 빠져 나오니 바로 차가 다니는 도로. 여기 저기 공사가 진행중이라 길 걷기가 불편하다.

먼지가 날리고 내가 저수지 위나 저수지의 뚝 중간 정도로 걸어가게 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직선으로 내려 꽂히는 태양을 머리로 느끼며, 일부러 일사병을 피하기 위해 휴식을 자주 자주 갖기로 했다.

 가게로 보이는 곳의 문을 찾았으나 모두 자물쇠로 닫혀있고 자물쇠가 없는 가게도 문을 열어 인기척을 찾았으나 모두 아무 응답이 없다.

 

버스정류장에서  잠깐 쉬고 있으니 내 모습이 무슨 영화의 한 장면같다.

 

마을을 지난다. 목이 마르다. 물은 이미 떨어졌다.

학교가 있어 근처에 분명 애들 간식거리를 파는 가게가 있을테니 물을 살 수 있을거야 라는 희망속에

여기 저기 기웃거렸지만 오늘이 놀토라 그런지 아무도 문 연곳이 없다.

 

걸어가는게 더 힘들어 지는데 멀리 언덕위로 마리아상이 보인다. 지도를 보니 내가성당. 정 물이 없으면 그곳까지 걸어갈려 했다.

 

그러다가 보이는 동사무소.

비록 문을 연 동사무소 내부에 불이 꺼져 있어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마침 직원 한 분이 당직을 서고 있다.

 

양해를 구하고, 물을 얻는다. 얼마나 행복했던지..

 

힘찬 발걸음으로 다시 걷는다.

그래도 모두 콘크리트 도로.

비록 짜증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정표가 내가 성당쪽으로 향하다가 산림욕장으로 발길을 이끈다.

 

길 가에 정원이 좋은 집들이 있고 그 옆에 작은 쉴 공간이 있어 발길을 멈추니 마당에 매어 놓은 개가 나를 보고 심하게 짖어 댄다.

 

제대로 된 쉼터에서 물 한 모금으로 잠시 쉬는데 도무지 개 짖는 소리가 거북해 다시 길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사람들의 외침이 들린다.

 

덕산산림욕장.  산림욕장에 엠티를 나온 젊은이들이 족구를 하며 외치는 소리다.

 

산림욕장 끝나는 지점부터 다시 흙길이 시작된다.

 

 

 

 

마주쳐 지나가는 등산복 차림의 무리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이래서 걷는게 좋다. 서로를 격려하는 나그네들.

 

제대로 된 쉼터가 있어 한참을 쉬었다. 물도 마시고 콜라도 마시고 자몽도 까먹고.. 사람들의 인기척이 있어 좋다.

 

혼자 떠나길 좋아하는 나그네지만 길을 가면 늘 누군가 그립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지나 산림욕장이 끝나는 지점에 다시 이정표가 전혀 길이 없을 것 같은 숲길로 가라 한다.

 

일부러 나들길을 위해 만든 길이 확실하지만 길을 가며 감탄사와 나들길 만들어 준 이들에게 감사의 표현이 쏟아진다.

 

 

 

나무들이 햇빛이 들어 오지 못할 정도로 빽빽한 숲 속에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을 만들었다.

 

길 중간 중간에 작은 동물들이 파 놓았음직한 구멍들이 보이고 가끔 거미줄이 앞을 가려 스틱을 앞으로 세워 거미줄을 미리 제거한다.

 

노래를 부른다. 이런 멋진 길을 혼자 걸어가는 재미를 남들은 알까?

 

잘하지 못하는 요들송을 신나게 부르고, 찬송가를 목청높여 부른다.

 

그렇게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으로 한 참 길을 가다가 어느 순간 작은 밭이 나오고 다시 콘크리트 도로.

이젠 확실히 바다가 보인다. 

 

도로에 나오니 이정표의 방향이 헷갈린다.

언덕 위로 올라가라는 거야 아니면 내려가라는거야.

 

우선 조금 내려가보았으나 이정표가 없다

그럼 다시 올라가 위로 난 길을 올라가보자.

기와집 같은 건물이 하나 보이고 이정표가 보인다.

이름하여 곳창굿당. 굿당치고는 참 잘 만들어 진 집이다.

 

 

 

교회도 많고 굿당도 많고..

강화도는 신들이 좋아하는 섬이구나.

 

굿당으로 가는 길 오른 쪽에 잔디를 넓게 깍은 길로 향하니 작은 정자. 저 아래로 바다가 보이고 큰 마을이 보인다. 저 곳이 외포리구나.

 

언덕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쉬지 않아도 될 만한 거리인데 일부러 편하게 자리잡았으니 쉬자.

 

이제까지 제대로 된 쉼터에서 쉬어보질 못했다는 보상감으로..

 

바람이 솔솔 부니 눈을 감으면 그대로 잠이 들 것 같다.

 

마을이 저 아래 있다는 안도감으로 물도 다 마셔 버렸다.

 

자...이제 마지막을 향해 내려가자.

 

반가운 간판들이 보인다. 횟집. 벤댕이회, 인삼막걸리..

멀리 석모도로 향하는 페리호안에 승용차들이 가득하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 마을로 들어서니 행복하다. 도대체 나는 뭐가 좋은거야. 숲이야..도시야..?

어느 곳이 내가 원래 있을 곳인가?  사람들의 무리가 가득하다.

 

종착지이긴 한데 코스상 망향돈대를 방문해야 제대로 된 코스 완주이기에

우선 외포리 관광 안내소를 찾아 스탬프를 찍고 망양 돈대를 찾았다.

 

 

 

 

 

 

돈대 주위 여기 저기에 돗자리를 깔고 낮잠을 즐기는 연인들이 있다.

그 사이의 벤치에 길게 누워 보았다가 아무래도 연인들의 눈치가 마구 내 머리에 꽂히는 것 같아 슬며시 일어나 내려 왔다.

 

바닷가에 갈매기들이 떼지어 머리 위로 나른다.

오늘 행복한 걷는 길은 여기까지 하자.

 

 

외포리에서 버스를 타고 강화터미날로 나오니 버스로 15분밖에 안걸린다. 그 길은 나는 6시간을 걸었다.

느림의 우둔함인가? 미학인가? 어느 것이던 내가 바라는 건 걷는 행복이다.

 

다음은 어느 코스를 걸을까 다시 지도를 보며 오늘은 걷기 여정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