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161

나 어린 시절의 기억

마당과 뒷뜰이 넓은 집이 있었다. 장독대에는 어릴때 내 키만큼이나 큰 장독에 누런 메주와 빨간 고추 새까만 숯가락이 둥둥 떠다니던 새까만 간장독 뜨거운 햇살에 잘 익은 고추장 항아리에 어느 날 날아드는 새까만 눈먼 풍뎅이가 있는 날은 온종일 그 녀석을 장애아로 만들어 놓고 놀던 우리 집 안마당. 그리고 장독 뒤의 벽돌 담벼락은 가끔 형님이 연 날린다고 올라가서 늘 흔들 흔들. 집을 새로 짓는다고 형님과 내가 그 담을 손으로 밀어서 쓰러뜨려 버렸을 정도로 허술한 담이 있었다. 뒷 뜰에는 채송화, 맨드라미, 봉숭아, 분 꽃, 피마자 등의 꽃들이 자랐고, 때로는 돼지감자라는 씨알이 무척 굵은 감자를 심기도 했다. 특히 누님이 그 화단을 잘 가꾸어 해마다 가을이면 씨앗을 모으느라 신경을 쓰기도 했다. 마루에서 ..

내고향 인천 달동네 화수동

2013년 6월 22일 토요일 인천에 있는 교회에서 합창단 친구의 아들이 결혼식한다기에 결혼식 참석하여 축가부르는 것 보다 오랜만에 내 고향을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기분좋게 했다. 미리 다음 지도의 도로검색기능으로 내가 살던 집은 그대로인 것을 확인해 보았지만 그래도 직접 가봐야지. 결혼식 후 동생부부와 같이 찾아가는 내고향 화수동. 인천의 대부분 동네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알아 볼 수 없도록 변했지만 내 고향 화수동 달동네는 거의 변함이 없다. 길을 찾아 가는 것도 새로 생긴 도로와 변해 버린 주위 환경으로 도무지 방향을 못 잡을 정도라 네비게이터의 안내로 따라 찾아 간 내 고향. 이 곳에서 태어나고 학창시절을 다 보내고 결혼하고나서야 떠나왔다. 이전에는 어느 집이나 모두 대문을 열어 놓고 ..

깜짝 선물 - 여행비

직장 다니던 시절. 전 세계로 출장을 다니니 집에는 늘 여러 나라들의 지폐와 동전들이 가득했다. ​ 유로화로 통일되기전 80년대 유럽으로 출장가서 돌아다닐 때 각나라마다 화폐가 달랐지만 다른 나라로 가면 그 돈을 환전하지 못하고 그냥 나가버렸고, 이 후 유로로 통일된 뒤 한참 뒤에 잊었던 스위스, 프랑스, 독일, 체코 등의 지폐 한 웅큼을 발견했다. 그 돈을 국내 외환은행에 가지고 갔지만 오래 되어 환전할 수 없었다. 혹시나 그 후 유럽으로 출장가는 직원에게 환전이 가능한지 요청했는데 그 친구도 바빠서 못하기에 유니세프 박스에 다 넣은 것 같다. ​ 이후 다른 나라들 화폐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나라는 공항에서 출국하는 외국인이 체류 후 사용하고 남은 현지 돈을 바꾸어 주지 않는 나라도 있어 나중에 필요없..

빵칼과 아버님

아침에 빵칼로 빵을 썰다가 문득 아버님이 그리워졌다. ​ 생전 직장생활만 하신 아버님은, 다른 사회생활이 거의 없으셨고, 그 어디에도 아버님의 사진 속에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 없는 것을 보면 여행이라는 것도 해 보신 적이 없는 분이다. ​ 전체 식구 9명을 먹여 살리려면 그렇게 개인의 사생활을 즐길 시간이 없으셨을 것이다. 또한 국가의 기간산업인 제철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인 용광로옆에서 평생을 사셨으니 용광로 불이 꺼지지 않는 한 아버님께 휴일이라는 것은 없었다. 약주를 좋아하셨지만, 아무리 취하셔도 다음 날 아침에 자전거를 끌고 출근하는 일은 절대 건너뛰는 적이 없으셨다. ​ 어머님도 여행사진은 오래 전 동네 어른들과 창경궁에 개나리 배경으로 사진 찍은 것이 유일한 사진이다. 그런 아버님께서 어느..

선생님 저도 암환자였어요

몇 년 전 가끔 용인에 있는 호스피스병원에 시간을 내서 혼자 다녔었다. 그 곳에서는 내가 30년 동안 노래하던 부부 합창단의 여자 단원 한 분이 의사로 계셨기 때문에 무언가 내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집에서 좀 멀기는 하지만, 가끔 할일 없는 휴일이나, 혹은 휴가 때 이틀 정도를 시간내어 그 분의 주선으로 환자들을 돌 보는 일을 했다. ​ 그런데 처음에는 환자들이 있는 방은 요양전문가만 들어갈 수 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청소를 하고, 주방일을 돕는 정도였지만, 몇 번을 찾아 가서 눈에 익으니까, 큰 지식이니 훈련없이도 환자를 돌보는 일도 맡았고, 환자들을 목욕하는 일과 환자복을 갈아 입히도 일도 거들고 혹은 막 임종한 환자의 처리도 거들었다. ​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호스피스 병원에 있다는 사실..

나도 모르는 나의 습관

오늘 낮에 아내가 하는 말이... "당신은 일요일만 낮잠자더라" "그래? 나 그거 못 느꼈는데..." 그리고는 내 방에 들어와 앉아 있다가 졸려서 잠시 낮잠 잤다. ​ 직장다니던 시절 아내가 내게 불만이... "당신은 도대체 힘들다는 소리를 안해, 그래서 내가 자꾸 눈치를 보게 돼" ​ 내가 그랬나? 아마 그건 내 삶의 철학인것 같다. 살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나 힘들다'는 표현은 하지 않겠다는... 누구에게 위로받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겨우 그거 하고도 힘드냐?'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일까? ​ 내가 과묵한 것은 아닌데 적어도 저녁 퇴근하여 집에 와서는 "나 힘들어 그러나 아무것도 시키지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남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 혼자 트레킹을 많이 하면서..

고려장

자전거 한대가 며칠째 육교위에 묶여서 꼼짝못하더니 오늘은 기어코 비를 주룩 주룩 맞고 있다. ​ 자전거 모습을 보아서는 애들 자전거가 아니다. ​ 분명 젊은 사람이 탔을것이다. ​ 자전거종류를 검색해보니 이런 자전거를 로드바이크라 하는것 같다. ​ 결코 초보자용이 아니고 속도를 즐기는 종류이고, 색깔도 유난히 튀는걸 보니 유행을 즐기는 젊은이가 타는것 같다. ​ 근처에 젊은이들이 잘가는 클럽같은 유흥가가 있으니 이 근처에는 외제 스포츠카도 자주 보이고 내가 가는 헬스장도 온 몸에 문신한 사람들이 많다. ​ 무슨 이유로 일주일 넘게 이 곳에 자전거를 두고 찾아가지 않을까? ​ 육교위인 이곳까지 올라온것은 여러가지로 추측할수 있다. ​ 거리에 묶어 두기엔 보는 사람이 많아 육교위에 두었거나, 우리 아파트 2..

달콤한 유혹

하루에도 몇개씩 오는 스팸 메일.. ​ 내 블로그를 이용하고 싶단다. 자기들이 글을 써서 보내고 내가 마음에 드는 것만 올리면 된다며 글 하나에 얼마 혹은 한달에 얼마씩 지불하겠다고... ​ ""저희는3 맛집,뷰티,여행,육아등 다양한 리뷰광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블로거분들에게 전혀 피애가 가지 않도록 저품질 예방에 힘쓰고 있으며, 금액의 경우에는 매달 30-50만 정도 드리고 있습니다 블로거님에게 맞춰 주제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전체적인 관리요령도 함께 공유해드리고 있습니다."" ​ ​ 이런 달콤한 일이 있나.. 손안대고 코풀기다.. ​ 그러나 내 인생의 경험을 보건대 이런 유혹은 거의 내 치아를 썩게 만들고 결국은 이빨을 뽑아야 하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 ​ 돈 몇 푼에 혹했다가, 내가 40년간 써..

딱 하나 부족한 것

가족들 모두 잠에서 깨지 않은 아침 7시면 늘 창가에 앉아 빵이나 떡으로 아침을 먹으며, 아래로 보이는 도로에 출근하는 사람들과 차들을 본다. ​ 시야를 조금 위로 올리면 우리 집 주위에 삶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포진되어 있다. ​ 가족당 자가용 2대까지 여유있는 지하 6층까지 있는 주차장 노인들과 애견들이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아파트 바로 뒤에 있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 소형마트 들이 아파내나 길 건너편에 있고 아파트 단지내에 편의점 2개와 은행, 빵집과 맛집 들 길건너편에 농협마트와 반경 1.5 km 내에 대형 마트 2개 집에서 200m 내에 경찰서와 600 m 에 소방서 300 m에 전철역 350 m에 대형 백화점 500 m에 대형 극장 600m에 시청과 대형 공원 700m에 도서관 1.2..

사람들과의 관계

평소에 많은 이들이 내게 하는 말. '늘 웃고 다니시네요.' '웃는 모습이 좋아요.' '다른 이들에게 나쁜 소리 안할것 같이 보여요.' '화 안내실 것 같아요.' 등 등 내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 그러나 나도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그냥 허허 웃고 다니거나, 그냥 멍청한 듯 슬며시 웃고, 어디가면 입 크게 벌리고 웃지만, 때로는 내 심경이 불편할 때면, 웃.지.않.는.다. ​ 물론 누구다 다 그렇겠지만, 나는 내 마음을 잘 감추지 못한다. 귀찮은 것, 불편한 것, 힘든 것, 짜증나는 것 들은 잘 참는 편이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직설적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 싫은 것을 견디지 못할 때는 슬며시 피하기를 많이 하지만, 도저히 피하기 힘들 때는 싫은 표정과 말투가 툭 툭 튀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