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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법도 트레킹 (강화도 부속섬)

carmina 2017. 5. 16. 20:43

 

2017. 5. 16

 

강화도는 이제 육지와 연육교 2개로 연결되어 있기에 섬이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강화는 섬이다.

지구의 6대주의 각 대륙 형성이 모두 그렇지만

태초에 커다란 대륙덩어리였다가 지각 변동으로

여기 저기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

호주가 되었고 아프리카가 되었고 미주대륙이 된 것처럼

대지는 갈갈이 찢어져 수없이 많은 대륙의 모습을 갖추었다.

 

강화도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나리 지형을 자세히 보면 강화도의 서편 지형이 원래

경기도 김포쪽과 황해도의 연안과  비슷하다.

마치 퍼즐처럼 맞출 수 있을 정도다.

추론하자면 강화도는 원래 육지에 붙어 있다가 지각 변동으로

떨어져 나왔고 그 떨어져 나온 곳에서 다시 크게 떨어져 나온 것이

석모도이고 교동도이고 조금 부스러기식으로 떨어져 나온 것이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 말도 동검도 서검도 그리고 미법도라고 생각한다.

 

수년동안 강화도 나들길을 방문하면서 큰 섬들은 거의 다녀봤지만

육지로 이어진 동검도와 작은 서검도 그리도 볼음도 윗 부분의 작은 말도

그리고 오늘 찾아간 미법도는 미지의 섬이었다.

서검도는 오래 전 중국과 무역을 할 때 선박검색을 하던 곳이고

동검도는 육지의 상인들과 장사를 할 때 검색을 하던 섬이다.

미법도는 서검도는 지나 마지막 검색을 하는 곳이라 해서 그렇게 명명했다.

 

나들길 화요도보에 미법도 트레킹 공지가 떴다.

평소 눈여겨 보지 않던 섬이기에 얼른 지도를 펴서 위치부터 확인했다.

석모도에서 멀지 않은 곳.

그 곳을 가기 위해서는 강화도의 외포리 선착장에서

페리로 석모도로 이동한 후 차를 타고 다시 석모도의 서쪽에 있는

하리포구로 가서 페리호를 타고 미법도를 가야 한다.

페리호는 미법도에 잠시 기착 후 다시 서검도로 이동한다.

 

평소 가지 않던 곳을 가니 오늘 길벗들의 숫자가 많았다. 26명.

하긴 나도 화요도보는 거의 가지 않는 편인데 가고 싶었으니..

석모도 선착장과 거리가 있기에 일행이 이동할 승용차를 몇 대

페리호에 실어야 했다.

 

하리포구에 도착하고 보니 이 곳은 민통선지역으로 구분되어

표를 구입하는데도 절차가 까다로웠다.

매표원뿐만 아니라 해안초병의 확인도 별도로 받는다.

오늘 우리 일행뿐만이 아니라 서검도의 교회를 찾아가는

원로목사님들의 일행도 많아 배는 완전히 만석이었다.

 

하리에서 미법도는 거의 지척이고 직선거리가 2km 정도 된다.

크기는 거의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 정도의 크기라고 할까?

약 1 평방킬로미터로 나와 있다.

작은 섬이라 안내자의 설명에 의하면 20명 조금 넘는 주민이 산다.

 

소형 페리호에 군용트럭과 승용차 몇 대 그리고 일반 공사용트럭을

선적하니 거의 승객들이 설 자리도 없고 객실도 부족해 갑판에서 서서

가야했다. 이제껏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승객을 수송한 적이 없다 한다.

배는 하루에 두번을 운행한다.

계절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오전 8시 반 그리고 오후 4시 40분

그리고 서검도에서 하리로 귀환하는 시간은 오전 9시 오후 5시 10분이다.

특별히 화.목.토요일엔 하리에서 오후 1시 서검도에서 1시반에 떠나는

배 한편을 추가한다.

시간을 계산하면 서검도까지 20분도 안걸린다는 결론이다.

 

미법도는 다른 섬과 달리 바다의 수확물을 생업으로 하지 않고

모두 농사를 짓는다. 아마 주민의 숫자가 적으니 그런 것 같다.

 

미법도에 들어갔다.

미법도는 원래 트레킹을 위한 이정표같은 것은 전혀 없다.

우리같이 여행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으니 그 곳에는

식당도 숙소도 없다. 오로지 주민만 산다.

오늘 같이 우리 일행의 점심을 위해서는 별도로

마을 부녀회장에게 부탁해서 마을회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그간 속살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미법도.

부끄러워서였을까? 아니면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서일까?

그 곳에 천천히 걸어 들어가보자.

 

하늘이 유난히 맑은 날.

지난 며칠 간 한국의 하늘을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토요일 거센 비바람이 불더니 모두 먼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우리 일행이 내리니 한결 몸집이 가벼워진 배가 서검도로 떠났고

선착장에는 마치 남자의 입가에 커다란 사마귀가 자라

검은 털이 삐죽 삐죽 돋아난 모습같이 생긴 바위하나가 인상깊다.

 

선착장 앞에 보기 좋은 소나무 주위에 작은 의자를 만들어

그나마 외지인을 환영하며 작은 폐선으로 '어서오시겨'라는

글씨로 나름대로 손님을 환대하는 제스추어를 보냈다.

 

우리를 마중나온 주민이 있기에 우린 걷는다 하고 들어가시게 하고

우린 섬을 둑위로 해서시계바늘 반대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밀물때라 그런지 물이 많이 차 있다.

어선이라기 보다는 낚싯배 정도의 작은 배 2척이 물결따라 

설렁 설렁 움직이는 도로 옆을 지나 둑 위에 올라서니

제일 먼저 멀리 보이는 인근 섬들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떠나온 곳 외포리 근처의 황청리와 새로 건설되고 있는 연육교

그리고 멀리 교동도의 현수교까지...

 

그리고 길에는 지천으로 깔린 보랏빛의 타래 붓꽃이 내 발을 가로막는다.

지난 해 겨우내 은빛솔기를 자랑했던 억새들은 겨우 뼈대만 남아

억센 몸집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이제 봄농사를 시작하는

밭에는 무언가를 심어 놓아 파릇한 싹들이 보인다.

 

오늘의 트레킹은 우선 둘레 7 km 정도의 섬을 한 바퀴 도는 계획이다.

긴 둑길 밑에 보이는 갯벌에 게구멍들이 강화 본토의 그 것보다

유난히 크다. 아마 사람들의 발길이 적으니 게들이 크게 자라는 것 같다.

 

둑길 끝에 바위 모퉁이를 돌아가는 곳이 있어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

먼저 앞서가는 건장한 몸집의 길벗이 체크해 보더니 갈 수 있다며 소리쳤다.

주민들은 굳이 이런 곳을 다니지 않았는지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는 날카로운 갯바위들을 밟고 지나기를 서너차례.

산기슭의 나무들은 제멋대로 자라 옆으로 삐죽 나와 있고

고사된지 오래 된 나무가 살아 있는 나무와 엉켜서

어디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멀리 바다 한 가운데 처음 보는 바다새 두마리가 눈길을 끌었다.

마치 커다란 제비같이 검은 몸체에 양쪽 날개 죽지가 흰색인 이 새는

무엇일까?

갈매기는 당연히 아니고 가마우지도 부리를 보니 저어새도 아니다.

 

갯바위 위를 걷는 길이 험해 어떤 이들은 도움 없이는 쉽게 건너지 못했다.

그래도 바위들이 사람들의 발길로 마모된 것이 없어

날카로운 면이 오히려 걸음을 안전하게 해 주었다.

 

바닷가를 걷는 것도 좋지만 산으로 올라가보자는 의견으로

길도 없는 곳을 올라갔다.

어차피 방향만 잡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낙엽속의 땅바닥의 상태는 모르지만 사람다니지 않는길이니

무조건 모두 헤쳐 나갔다. 나무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자주 들리고

그 어디에도 사람들이 산책하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정글속을 헤쳐가는 서바이벌 게임같이 사람들이 모습이

숲 속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해변가를 계속 걷던 다른 일행들과는 커다란 목소리로 소통했다.

결국 모이는 곳은 마을의 중심지일 것이다.

켜켜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니

마을이 보였다. 

 

마을회관 옆에 새로 만든 듯한 정자가 있다.

그 옆에 보건소에서 출장 나온 듯한 직원들 3명이 하얀 까운을 입고

가가호호 방문하며 아픈 사람들이 없는지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

 

근처에 미법사라는 절이 있어 찾아 갔다.

가는 길에 낡아 허물어져 가는 집의 대문에

유난히 금빛으로 반짝이는 것이 있어

가까이 가서 보니 국가유공자의 집이라는 명패다.

모든 것은 사라져도 명성은 남는다.

호랑이가 가죽은 남긴 셈이다.

 

가는 길에 예쁜 병꽃들과 하얀 수국 그리고

빨간 잎을 가진 나무들이 눈을 끈다.

미법사에는 스님이 없다는 이야기를 다른 이의 블로그에서 보았다.

대웅전의 옆문은 열려 있는데 스님은 출타중인지 없고

대신 일행 중의 한 분이 목탁을 능숙하게 두들겼다.

미법도의 미는 끝 미(尾)를 써야 맞을 것 같은데 

미륵을 표현할 때 쓰는 두루 미(彌)를 사용했다.  

그리고 대웅전의 전자도 약자로 쓴 것이 조금 특이했다.

 

대웅전의 문에 격자는 밋밋했지만 창호지는 오랜 역사의 흔적이

보이는 듯 알수 없는 무늬들이 저절로 보여져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식사를 위해 마을회관으로 들어갔다.

넓은 상에 온갖 채식으로 된 반찬이 즐비했다.

그것을 보고 어업이 생업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 중 해물은 조개젓과 멸치볶음이 전부였다.

그러나 갖가지 나물들이 유난히 맛있었다.

처음들어보는 나물들을 하나 하나 물어 보았지만

쉽게 기억하지 못함은 익숙하지 않아서 일 것이다.

 

식사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젠 반대편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썰물 때라 갯벌이 고스란히 모습을 들어냈다.

혹시나 해서 누군가 갯벌을 밟아 보니 빠지지 않는 단단한 갯벌이다.

모두 갯벌위에서 춤을 추었다.

그 뒷편에는 마을 주민들이 굴을 채취하는 곳인 듯

수없이 많은 굴들이 바위에서 자라고 있었다.

5월부터는 8월까지는 굴을 먹지 못하는 계절이라

그냥 지나침이 아쉽지만

외지에서 온 우리들이 그들의 생활양식을 가져가는 것도

안될 일이다.

 

그러다 문득 갯벌 저편에서 물안개가 피는 것을 보고는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아침도 아닌데...

겨울도 아닌데...

강가도 아닌데...

지금 물도 없는 갯벌위에서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어떤 이는 맨발로 갯벌을 걸었다.

파도가 출렁거렸다.

나는 갯벌 위를 날았다.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며 하늘을 보며 바닥에 누웠다.

구름이 천천히 흘러간다.

혼자 실컷 구름에 대한 노래를 누워서 흥얼거렸다.

나는 바람같은 영혼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닌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