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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트레킹 세번째 날

carmina 2017. 10. 27. 22:36

세번째 날 (10.26)

토끼세끼에서 아침을 먹고 이른 아침부터 트레킹을 하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스나로 들어갔다. 아무도 찾지 않는 숲길이 있다. 숲길이라기보다 밀림이라 해야 어울릴 것 같다. 



 

두 그룹으로 나뉘어 선두그룹과 조금 거리를 두고 내가 속한 두 번째 그룹이 길을 떠났다. 내 옆에 항상 준비된 기타맨이 있다. 내가 부추겼다. 우리 노래하며 걷자고…



우리 둘이 시작한 노래는 금세 합창이 되어버렸다. 모든 이들이 신나게 팔을 위로 올리고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걷고 있다. 아마 내 트레킹 역사상 이런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들떠 있고 리듬을 따르다 보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느새 앞 팀이 바로 코앞에 보였다.



 

이 열광의 도가니는 곧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말처럼 숲의 소리를 듣는 것으로 진정되어 다시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양 옆에 끝없이 펼쳐진 죽림같은 숲길을 걸었다. 그 숲사이에서 기념될만한 사진도 찍고 트레킹 전문가에게서 제대로 걷는 법을 강연을 통해 배웠다.



길이 급경사로 이어졌다. 모두 조심스럽게 긴 띠를 이루어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을 올라갔다. 그 반대편은 더 급한 경사였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은 더 어렵다. 다행하게도 모두 아무일 없이 약 3시간의 산행을 마쳤다.



 

점심을 먹기 전에 찾아간 한국전망대. 대마도의 최북단에서 한국의 남쪽 부산을 바라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이 곳에 서울의 종로3가 파고다 공원에 있는 정자의 모습을 본을 따서 세운 2층 전망대가 있고 조선 통신사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씨가 맑아 멀리 부산의 높은 건물들이 파란 바다 위에 흰 점으로 보였다. 이렇게 볼 수 있는 날도 흔치 않다 한다.  저쪽과 이쪽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매 한마리가 내 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점심을 회정식으로 즐긴 인근 식당에는 한국사람들이 줄을 지어 먹고 나왔다. 회를 좋아하는 내가 정작 회로 유명한 나라에서는 양이 적어 회가 못마땅하다. 한국들어가면 실컷 회를 먹어야겠다.



 

여정을 끝내기 위해 다시 항구로 돌아와 매표를 하고 잠시 짬을 내어 인근의 특별한 모양의 물결바위가 있다는 해안을 찾았다. 바닷가 진흙이 굳어 층층의 물결을 이루었다. 그 사이로 성게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있고 파도에 휩쓸려 온 주먹만한 소라가 있어 얼른 내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넌 내꺼야.

대마도 여행이 끝났다.

당분간 심하게 대마도 앓이를 할 것 같다. 원시림의 극히 일부분만 본 것 같아 또 다른 멋진 곳이 있을 것만 같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1시간 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