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15일이면 나는 어머니가 생각난다.
남자들 모두 군대얘기하기를 즐겨하고 나도 마찬가지.
4월 15일은 내가 1977년 군에 입대했던 날
비가 부슬 부슬 오던 안양 만안초등학교
수많은 젊은이들이 머리를 깍고 운동장에 모여 들었고
어머니도 내 옆에 계셨다.
말끝마다 '~요'로 끝나는 친절한 군인들의 입대 설명을 듣고
시간이 되니 군용열차에 올라 창가로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다.
기차가 수많은 손들의 흔들림속에 천천히 움직이고 눈물은 빗물처럼 흘러내리며
서서히 그 정든 가족들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질 때
그 친절했던 군인들이 정말 야수로 180도 돌변해 버렸다.
날라드는 욕설과,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명령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부딪혀 보는 공포.
좁은 기차안에서 우린 이리 저리 명령대로 내 몸을 굴려야 했다.
이제부턴 내 몸이 아니다. 국가의 몸이니 난 그저 움직이면 된다.
군용열차가 공포의 시간속에 한 밤중에 강경역에 도착.
모든 장정들은 이제 기계같이 움직인다.
감히 누구 하나 말 한마디하는 사람 없고
감히 어기적거리는 사람도 없다.
비가 내려 질퍽거리는 땅을 묵묵히 걷는다.
그러다가 걷는 것도 사치.
조금 있으니 가방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쪼그리고 앉아 오리걸음으로 가게 한다.
아...한 많던 논산훈련소..
논산훈련소에서 신체검사를 다시 받고
내 몸의 작은 이상때문에 군의관이 나에게 의향을 묻는다
원한다면 집에 갈 수도 있다...고..
나는 군대생활 하겠다고 했다.
형들이 모두 군대 생활했고
남들도 모두 하는건데..
나라고 못할 이 없다는...자존심.
나는 그 이후 몇년동안 내가 결코 살아보지 않았던
그리고 이제 더 살아 보지도 못할 삶을 살았다
그러나 내 스스로 원해서 그 힘든 기간을 지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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