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오세아니아

carmina 2013. 12. 5. 17:03


2003. 10


1997년 하늘에서 대한항공이 괌에 추락하여 많은 사상자를 내었기에 괌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았는데 2003년 여름 휴가를 시내 호텔에서 약식으로 치룬 것을 하늘에서 어엿비 보았는지 괌여행 티켓이 2장 툭 떨어졌다. 이럴 수가 있나.. 말로만 듣던 해외여행 경품기회가 나에게도 올 줄이야.

처음에 호텔에서 경품에 당첨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마침 그 시기에 이런 식으로 경품사기를 치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기에 그냥 전화를 끊어 버릴려 하다가 호텔이라는 바람에 다시 내용을 듣고 보니, 내가 당첨되었다고.. 이렇게 좋을 수가..

올해 말까지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에 서둘러 날짜를 잡았다. 휴가를 낼 수 있는 날이 기껏해야 10월 초 연휴 뿐. 그러나 제일 좋은 날인 10월 2일은 비행기가 예약이 안된단다. 그럼 10월 3일로 선택가능. 오케이 진행한다. 금요심야예배는 빼먹고 토요일 가게는 아르바이트학생에게 맡기고 주일 예배는 괌에서 보고 월요일 새벽에 도착하여 회사로 곧장오면 그렇게 큰 날자나 시간의 공백은 없으리라.

괌에 가서 무엇을 할까나. 괌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단순 휴양지의 개념에서 이번 여행의 테마는 가꾸지 않는 자연을 보는 것으로 선택. 섬이니 내가 좋아하는 해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리라. 그게 될지 안될지는 모르지만 기대만은 가져보자.

2년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여권도 벌써 기한이 다 되었고 아내의 여권도 이미 기간이 지나버렸다. 이렇게 무심하게 해외여행을 멀리해 버렸으니 안타까워라.

아이들이 시험 때라 마음이 안 내키는 아내도 이런 기회가 흔치 않으리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만다. 3일간 집을 지키고 있을 애들을 위해서 반찬을 준비해 놓고 인스턴트 식품도 준비, 애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출발.

돌아오는 날 새벽에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차편이 도무지 여의치 않아 승용차를 김포공항에 두고 인천공항까지는 공항 리무진을 이용하기로 했다. 미국에 오갈 때 늘 새벽에 김포공항에서 밤새 손님을 기다린 택시들에게 부천을 가자고 하면 얼마나 불친절하게 하는지 도무지 서로가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아 이젠 절대 아침시간에는 김포공항에서 택시는 타지 않기로 했었다. 김포공항 국내선 2층 출국하는 곳 바로 앞에 오렌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장기주차 손님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하루 주차에 5000원, 주차보조원 5000원, 아침시간 택시기사들의 불친절에 비하면 저렴한 비용이다.
국내선 앞에는 인천공항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어 편하고, 긴 영종대교를 지나 마치 영화 속의 나라처럼 생긴 인천공항에 도착하면서 벌써 외국에 나와 있는 기분이다. 티켓을 전달받고 첵크인을 하는데 금속탐지기에 내 물건이 걸렸다.

911 테러사태 이후로 칼이란 칼은 하다못해 손톱깍이 칼이라도 기내 반입이 안된단다. 어쩔 수 없이 내 여행의 동반자인 맥가이버 칼은 어쩔 수 없이 짐으로 취급받아야 했다. 짐으로 붙이기 위해 기다리는 곳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조그만 애들 공작용 손가위까지 짐으로 붙여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괌이라는 곳이 전형적인 신혼여행지라 휴일인 오늘은 유난히 신혼여행 커플들이 많아 우리 주위엔 많은 신호부부들이 커플복장으로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붙어 다니고 있다. 간혹 나이 든 신혼부부도 보이지지만 대부분이 젊은 부부들을 보면서, 나도 저 나이에 결혼했나 할 정도로 그 들이 어려보인다. 고급 가방들, 고급 옷들…. 하긴 그들에게 지금 이 순간처럼 행복한 순간은 없으리라. 모든 형식적인 절차를 모두 끝내고 공항까지 따라온 친구들의 극성도 이젠 사라지고 없으니 편안하게 면세점에서 명품 쇼핑을 즐기면 되는 안락함.

보딩시간이 되어 줄을 서 들어가는데 갑자기 내 좌석이 바뀌었다고 알려준다. 당초 좌석 번호가 50번열이었기에 내 티켓이 여행사 단체 티켓이라 안 좋은 자리구나 하고 속으로 불평했지만 어차피 공짜표라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기에 받았는데 새로 받은 자리는 10번 열, 어? 이거 비즈니스석 아닌가? 기내를 들어서는데 승무원이 오른 쪽으로 가라 한다. 그럼 그렇지 비즈니스석을 주지 않았겠지. 오른 쪽 통로로 들어서는 승무원이 황급히 우릴 부른다. 손님 죄송합니다. 왼쪽입니다. 우와…비즈니스석이네.

여행도 공짜로 하는데 비행기 좌석까지 비즈니스석이 돌아오는 행운에 갑자기 머리 속에 복권을 살까 하는 고민이 생겨버렸다. 비록 미국여행 2번, 일본여행 한번의 가족여행에 다 사용해 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대한 항공 마일리지가 몇 십만 마일을 기록하기에 가끔 해외 여행시 모닝캄 회원에게 주는 특전으로 이런 행운이 오기도 한다.

좌석 공간이 1.5배로 늘어 버렸다. 편안한 발 받침대와 팔걸이 그리고 개인 휴대용 TV 수상기까지의 서비스가 포함된 비즈니스석은 내 어깨와 아내의 사랑을 조금 넓혀 버렸다.

괌은 스페인에도 침략받고 미국에 점령당했으나 그 후 일본에도 침략당하고 2차대전후 결국은 다시 미국령으로 포함되고 말아 버린 비운의 섬, 그러나 어디에서 스페인의 냄새는 나지 않음이 신기하다. 대개 스페인에 점령되었던 나라는 지명이나 언어들이 스페인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이 곳은 좀 덜한 것 같다. 그러나 열대 지방의 정글과 섬이란 천혜의 아름다움으로 괌 그리고 바로 옆 사이판과 함께 내륙지방의 사람들인 한국, 중국등은 물론이고 일본사람에게까지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다.

대개의 유명관광지의 안내가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로 써 있는 반면, 이 곳은 영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로만 써 있음이 주 방문객을 가름케 해 준다.

4시간 정도를 비행한 후 도착한 괌. 한 밤중에 도착하니 적도지방이라 그런지 벌써 후끈한 냄새가 코에 가득 풍겨온다. 미국 인디언의 모습 같은 차모르 원주민이 PIC 라는 팻말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내 이름을 확인한 후 어둠 속의 승용차로 안내해 준다.

셔틀승용차의 기사가 아무래도 한국 사람같지만 혹시나 몰라 영어로 물으니 서툰 한국어로 인사한다. 어릴 때 이곳에 왔다고…

우리가 묵을 PIC 호텔은 괌을 찾은 적이 있는 한국인들에게 무척 낯이 익은 곳이다. 아마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이 호텔을 이용하는 것 같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당초 이 곳까지 오는데 한국의 여행사는 일인당 20불을 내라 했다. 왜 셔틀 버스가 없느냐고 했더니 관행이란다. 어쩔 수 없이 그러마 라고 했지만 떠나기 하루 전에 서비스라며 셔틀버스를 보내주겠단다. 그럼 그렇지… 공항에서 호텔까지 셔틀버스가 없는 곳도 있나? 호텔 앞에서 내리며 기사에게 팁을 주려 했더니 받지 않는단다.

호텔 후론트데스크에도 모두 한국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이렇게 밤 시간엔 한국직원을 배치하는 것 같다. 호텔 로비에서 바라보는 밤바다와 호텔에서 운영하는 워터파크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졸립다. 자야한다. 그래야 내일 돌아다니지.

아침 7시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바로 앞에 시원한 바다가 보인다. 멀리 파도가 치지만 호텔 앞의 바다까지 파도가 쳐서 물이 들어 오지는 않는다. 일부러 그렇게 방파제를 만든 것인지… 비가 내린다. 폭우는 아니라도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다니는 걸 보니 비가 내리는가 보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부페식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전은 호텔의 워터파크를 이용하기로 했다. 간단히 시설 몇 개만 있는 줄 알았다가 그 규모에 놀라 버렸다. 한국의 캐리비안 베이보다 더 넓고 종류가 많아 종일 어디 다른 곳 갈 필요도 없을 정도로 시설이 많았다.

아침 먹고 산책 삼아 나가본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반바지를 입고 바닷 밑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물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는데 가만히 선 채로 물 속을 보니 고기들이 떼지어 지나가는 것이 보이네. 우와, 이런… 내 발 옆을 고기들이 유유히 지나쳐 가고 다른 큰 고기도 지나쳐 가는데 물고기들이 물색같이 투명하여 등뼈가 보일 지경이다. 그리고 색깔이 있는 작은 물고기가 바다 밑의 구멍을 찾아 헤매이는 모습을 보다가 우린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서둘러 호텔방으로 돌아와 수영복을 챙겼다. 대형 수건도 하나 빌려주는 서비스에 만족하고 깨끗한 주변 환경에 만족한다. 해변에 간다고 슬리퍼를 준비하라 했는데 아무래도 신기에 불편할 것 같아 호텔 내에서 편한 신발을 하나 샀는데 어찌나 편한지 그것도 감탄사. 물에 마구 들어가도 좋고 밖에 신고 나가도 좋고..

제일 먼저 바다로 다시 나갔다. 물속을 거닐며 고기들을 오랫동안 쳐다 보았다. 맑은 물, 투명한 고기들 마치 컴퓨터의 3D 화면같이 물속세상이 펼쳐진다. 조금 더 멀리 걸어 나가니 조금 더 큰 고기들이 우리와 같이 남태평양의 바다를 즐기고 있다. 헤엄치는 모습이 너무 태평스러워 감히 손으로 잡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조금 먼 곳에선 호텔에서 무료로 대여해 주는 구명조끼와 스노우쿨링을 끼고 바닷속을 즐기는 무리도 있다.

우리도 조금 먼 곳으로 나가 볼까. 2인승의 카약을 빌려 천천히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보려 했으니 카약을 탄 상태에서는 물고기를 볼 수가 없다. 아마 물결이 있는 곳에서 고기들이 오지 않는가 보다.

수영을 하기 위해 다시 워터파크로 왔다. 수영장에는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들도 물에서 놀 수 있도록 물에 뜨는 넓은 매트리스를 빌려 준다. 그 매트리스에 엎드려도 되고 누워도 될 정도로 넓어서 다용도로 쓸 수가 있다. 그렇게 매트리스로 놀다가 또 다른 곳에 있는 일인용 보트를 타고 서툴지만 노를 젓는다. 한국의 배 같은 노가 아니고 그냥 양손으로 양 옆의 물을 저으면 되는 노라 별로 힘들지도 않지만 보트를 혼자 탄다는 기분은 좋았다. 물이 쏟아지는 폭포 밑으로 일부러 배를 몰고 가서 물을 맞기도 하지만 급작스러운 팔 운동으로 나중에 힘들까봐 다른 시설로 갔다. 스노우 쿨링을 하는 곳, 즉 수경을 쓰고 수영하며 물고기가 풀어져 있는 물 밑을 보는 시설이다.

수경과 부유조끼를 빌리려 했더니 물헝겊을 주며 몸에 칠한 선탠 크림을 지우고 샤워하고 오란다. 그래도 물속에 들어가면 고기들이 죽는다고.. 이런 것 까지도 세세하게 신경쓰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좋다. 10명 정도가 한꺼번에 들어가도록 준비한 뒤 간단한 교육을 시킨다. 조끼를 입었으니 절대 가라앉지 않으니 걱정마라, 물위를 떠 다닐 때 발로 헤엄치면 옆의 바위에 다칠 우려가 있으니 손으로만 헤엄치고 스노우쿨링에 물이 들어가면 숨을 뱉어라. 다른 이들이 모두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수영을 잘 못하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고 가르치는 조교랑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더니 조교가 나를 제일 먼저 들어가라 한다. 수경을 쓰고 천천히 물을 헤엄쳐 갔다. 고기들이 내 몸 밑으로 나처럼 천천히 헤엄치고 있다. 마치 어항 속을 떠 다니는 기분이다. 고기들은 이미 물 위를 떠다니는 큰 물체들에 익숙해져 있는지 놀라지도 않고 그냥 제 갈 길을 천천히 가고 있을 뿐이다. 좁은 공간을 꾸불 꾸불하게 만들어 깊이도 여러가지로 만들어 놓아서인지 지루하지 않고 화살표를 바닥에 표시해 놓아 그다지 어려움없이 물길을 따라 나서 밖으로 나오니 아내가 나보다 먼저 나와 있다. 어? 내 앞을 먼저 간 사람이 없는데 웬일이지? 아내는 물 속에 들어가 조금 가다가 자꾸 코로 물이 들어와 포기했단다.

농구대가 있는 수영장도 있고 물위에 떠 있는 커다란 막대를 굴려 서로를 떨어트리게 하는 시설도 있고 슬라이드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야외 온탕을 즐길 수도 있고 주위에는 테니스장과, 스쿼시 게임 그리고 탁구장도 있어 모든 방문객이 하루를 충분히 즐겨도 될 정도로 시설이 잘 되어 있다.

또한 구석 구석이 선탠을 즐길 수 있는 곳, 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어 낮잠을 즐길 수 있고, 야외 바비큐를 즐길 수 있고 저녁에는 밴드가 나와 음악도 즐기며 맥주와 칵테일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돈이 문제인가?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되는가?

그런 여유를 즐기며, 그 곳에 놀고 있는 많은 한국의 가족들을 본다. 나는 우리 애들이 저렇게 조그마할 때 이런 곳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이었던가? 아니, 나보다 더 오래 살아 손주들과 같이 온 부모님들은 우리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시겠지.. 우린 저 나이에 저렇게 외국에 다닐 수 있었을까 하고..

오전 내내 물에서 놀고 천천히 숲길을 따라 호텔방으로 오는데 개구리가 앞을 가로막는다. 청개구리는 아니건만 황소개구리보다는 조금 작다. 개구리도 외국에 오면 이렇게 틀리구나. 하긴 바퀴벌레도 외국 바퀴 벌레는 무척 크다.

오후 스케쥴을 위해 호텔 내 한국인이 경영하는 여행사에 들러 상담을 했다. 오후 내내 하는 투어는 벌써 출발해 버렸기에 저녁 디너쇼 코스만 가능하단다. 오후엔 렌터카를 해서 다니고자 했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아 호텔마다 돌아다니는 셔틀 버스를 타고 시내를 다니기로 했다.

점심은 인근의 이태리 식당에서 스파게티를 시켜 먹는데 마음씨 좋게 생긴 현지인이 웃는 얼굴로 스파게티 하나를 시키면 두 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왜 이런 것들이 이렇게 우리 나라랑 틀릴까. 우린 2명이 앉으면 무엇이던지 2가지 요리를 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아는데. 콜라도 리필 된다 하니 해물 스파게티하나 콜라 하나를 시키고는 옆의 테이블을 보니 검은 색의 우동 같은 것이 있어 저게 뭐냐고 물었더니 오징어 먹물로 만든 누들이란다. 앞에 앉아 있는 아내는 그 말에 진저리를 치는데 왜 난 갑자기 왜 구미가 당기지? 언젠가 일본의 고급요리를 보여주는데 오징어 먹물을 이용해 하는 요리를 보아서일까?

이미 음식을 시켰기에 좋은 기회를 포기하고 만다. 우리가 시킨 해물 스파케티는 볼 품 없는 큰 그릇에 스파게티가 가득 들어 있다. 난 맛만 있는데 아내는 그릇이 볼품이 없고 가격이 비싸다고 투덜댄다. 한국 돈으로 치면 2만원이니 너무 비싸다고 투덜대는 아내는 한국의 피자집에서 먹는 6000원짜리 스파게티가 더 어울리나 보다.

호텔 앞에서 빨간 버스를 탔다. 램램버스라고 부르는 이 버스는 시내의 주요 호텔과 주요 쇼핑센타를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탈 때마다 2불씩. 하긴 이런 것도 비싸도. 한국에서 700원이면 되는데 무려 2불씩이나 주고 타니… 그런 것 싫으면 외국에 안가면 되지..

램램버스는 생김새부터 이국적으로 생겼다. 우선 색깔부터 빨간 색이고 버스의 천정과 바닥이 여러 개의 기둥으로 되어 있어 비가 오면 위로 접어 놓은 두터운 비닐을 내린다. 그리고 앉은 손님이 밖을 볼 수 있도록 긴 의자를 돌려 놓았다. 운전기사가 직접 돈을 받고 손님이 타면 쇠줄로 문을 막는다. 그리고 기사가 바쁠 때는 손님보고 쇠줄의 고리 좀 걸어 달라고 부탁하고 버스가 도착할 때 되면 기사의 머리 위에 있는 종을 땡땡 손으로 친다. 그리고는 힘차게 내릴 장소의 호텔이나 쇼핑센터 이름을 외쳐댄다.

아웃렛에 들어가자 마자 아내는 딸의 선물부터 챙길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는지 어슬렁거리다가 어느 넓은 곳을 들어가더니 싼 것들 많다고 무척 기뻐하기에 돈 100불 주고 알아서 물건 사라 하고 나는 나와서 다른 곳을 돌아 다녔다. 넓은 쇼핑센타에는 젊은이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음악방송에 맞추어 건들거리며 춤을 추듯이 걷는 젊은이들… 쇼핑센타의 복도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모두 한국사람 같았다. 조그만 액세서리를 파는 사람들…사진 작업해서 수공예품 파는 사람들의 모습이 분명히 한국사람이다. 이런 곳에 이렇게 잡초같이 뿌리 박고 사는 억척스런 민족들..

외국을 다니면 내가 뚱뚱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다. 나보다 뚱뚱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그 들에 비하면 왜소하기 그지없다. 저 거구들은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식구들에게 혼났을까.. 그들의 손에는 언제든 먹을 것이 있다. 또 어디 가서 보아도 그들이 무엇을 먹던지 먹는 모습이 참 맛있게 먹는다. 나 같이…

스포츠 의류코너가 유난히 많은 것을 보아 이 곳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아니면 방문객들이 찾아 오던지… 우리는 이런 곳에 잠시 며칠 머물다 가지만 어떤 이들은 몇 달씩 체류하며 세월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아내와 만나 물건 값을 계산하고, 다시 램램차를 타고 나왔다. 길가의 집들이 그리 화려하지도 않고 그리 초라하지도 않다. 높은 빌딩도 별로 없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미국의 어느 곳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군데 군데 한글 간판의 교회들이 보이고 김치라고 영어로 써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이 곳에 한인교회가 15개라 한다.

버스는 시내의 유명한 호텔들을 모두 지난다. 덕분에 호텔에 묵고 있는 여행객들이 주로 이 버스를 이용하기에 버스에는 온갖 언어가 난무한다. 영어는 물론이고 일본어, 중국어, 한글 등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드락 카페와 플래닛 할리우드가 있고 유명한 호텔 체인들이 라스베가스식의 쇼를 매일 밤 공연한다. 어차피 이 곳은 소비를 주로 하는 도시이기에 소비를 원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다 있으리라. 번화가엔 스트립쇼를 한다는 간판도 보인다.

오후 5시 반에 해양 수족관과 민속 쇼 그리고 디너쇼를 한 팩키지로 묶은 휘시아이 쇼를 보기 위해 여행사 직원과 같이 차를 타고 나갔다. 일인당 89불,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도 소비하기 위해 온 사람들. 당연히 그러려니 한다.

해양 수족관을 보는 곳은 바다 저 멀리까지 육교를 만들어 그 곳에서 특수 장비를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물속을 걷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도착하니 오늘 손님이 없어 일찍 끝냈다고 보기 힘들다 한다. 나오는 사람은 있는데 들어갈 수는 없다하니 이해가 안된다. 안내하는 한국인이 괌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우리를 이해시킨다. 그럼 89불에 포함된 이 비용은 어떻게 하라고?

이제 와서 나머지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은 더 어려울 것 같아, 포기하고 쇼와 디너가 있다는 식당으로 들어가니 예쁜 전통 옷차림의 아가씨가 여자 손님들에게 괌의 상징꽃을 머리에 꽂아 주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마누라는 안 꽂아 주는거야?

괌의 상징꽃은 하얀 이파리가 5개 정도 달린 꽃으로 여러가지 색깔이 있는 듯 남자들은 이 꽃으로 월계관처럼 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있다. 식당 앞에 쇼를 위한 야외무대가 마련되어 있고 우선은 해물 부페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해물부페의 메뉴가 그다지 마음에 드는 메뉴가 별로 없다. 디너보다 해상전망대나 쇼가 위주인 것 같다.

식사를 할 동안 나이 지긋한 원주민이 기타하나를 들고 원주민 노래와 귀에 익을 팝송 그리고 맨 나중엔 우리의 ‘사랑해’노래를 익살스럽게 부르고 있다. 단체로 오는 외국 관광객들을 위해 몇 개의 주요 레퍼터리를 보유하는 것으로 서비스를 한다. 가끔 멘트를 해도 일본어 한국어 영어 등 여러 나라 말을 섞어서 인사를 한다.

부페에 음료수도 준비되어 있지 않는 형편없는 식사를 대충 마무리하고 쇼가 시작될 때를 기다리고 있으니 종업원이 무대 바로 앞에 좋은 자리가 있다고 나를 위해 특별히 마련해 준다.

무대 앞에는 드럼, 기타, 신디 그리고 전통악기 같은 두들기는 통나무가 있다. 쇼가 시작되며, 아가씨들 몇 명이 라스베가스쇼 같이 머리에 깃털 장식과 부라자는 진한 갈색 야자 열매로 만들어 차고 손에도 긴 나뭇가지 같은 것으로 치장을 했다. 네 명의 아가씨들이 무대에서 느릿 느릿 춤을 시작한다. 춤은 조금씩 열정적으로 바뀌더니 상체는 그대로 둔 채 엉덩이를 빠르게 흔드는 밸리댄스 같은 춤을 거의 환상적으로 춘다. 그리고는 빛을 이용하여 남자들의 힘찬 원주민 춤이 이어지고 매번 리듬은 서양 드럼과 통나무로 만든 드럼을 이용하는데 통나무로 만든 드럼의 소리가 가히 환상적이다.

힘찬 검무를 추는 병사가 나와서 나무토막을 칼로 싹둑 싹둑 자르며 공포를 주고는 무대 한가운데로 나와서 칼을 이리 저리 돌리며 춤을 춘다. 맨 앞에 나와 있던 우리를 미리 뒤로 가라는 안전조치도 하고..
나중에 그 나무토막을 아내에게 주기에 자세히 보니 나무가 아니고 아마 얌이나 카사바라는 열대뿌리인 것 같다. 그러니 그렇게 잘 잘라지지..

주로 타악기인 음악과 전통 춤은 괌에서는 꼭 볼만한 것이었다. 마치 외국인에게 우리의 농악같이.. 프로그램 중 원주민 아가씨의 독무대가 바로 우리 앞에서 펼쳐 졌는데 춤을 추는 아가씨가 요염한 모습으로 남자 손님 앞에 가서 유혹의 춤을 추다가 갑자기 그 남자의 무릎에 푹 앉아 버린다. 그리고 내 앞에 와서도 엉덩이를 바로 내 앞에 드러내고 손을 뒤로 해서 자신의 풀잎을 엮어서 만든 팬티는 내리는 시늉을 하다가 풀썩 내 무릎에 주저 앉으며 나를 유혹한다. 날 어찌 하라고.. 다른 손님들이 까르르 웃는다.

식당과 무대 사이에 물을 흐르고 있는지 배를 타고 무녀가 나오며 춤을 추기도 하고 허리에 두른 망토를 이용하여 춤을 추기도 한다. 나중에 우리를 호텔로 데려다 주는 기사에게서 그러한 동작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줄 대충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를 했다.

쇼의 피날레는 손님들을 무대 앞으로 불러 내 전통 춤을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손님 중에 일본여자 한 명과 흑인 여자를 한 명 불러 내어 마주 서서 춤을 가르쳐 주지만 쉽지 않은지 계속 발과 엉덩이만 엉성하게 돌아간다. 그러나 유난히 가슴이 큰 흑인여자는 전통춤을 배워 보려 애를 쓰는 것이 보인다. 흑인이라 그런지 금방 춤추는 맵시가 보이고 양팔을 벌리고 춤추는 모습이 세련되어 보였다. 또 망토를 털어버리는 춤은 남자들을 불러 내어 시범을 보이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은지 사람들이 웃기에 바쁘다.

나중에는 여러 명을 불러 내어 춤을 가르치는데 미국에서 왔다는 흑인은 댄서가 강제로 웃통을 벗겨서 춤을 추게 하고 일본인에게는 바지를 벗겨서 춤을 추게 하니 사람들은 더 재미있다는 듯이 박장대소를 하고 있다. 그래도 그렇게 나와서 춤 출 수 있는 용기가 있어 좋았다.

이곳에서 춤추는 댄서들은 거의 전문 댄서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고 댄서 중 백인 한 명은 이 분야의 대학교수라 한다. 워낙 춤이 어렵고 허리를 심하게 흔들기에 오래 이 직업을 한 사람들은 골반이나 허리에 이상이 온다고 나중에 우리를 호텔에 데려다 주는 기사가 알려준다.

그렇게 전통춤을 즐기고 호텔에 돌아오니 로비에서 바라다 본 워터파크는 한밤에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유쾌한 소리가 들리고 야외무대에서 신나는 음악이 들린다. 우린 외출복 차림 그대로 야외무대쪽으로 가니 여자가수 한 명이 노래를 하고 밴드 몇 명이 끊이지 않고 노래를 불러준다. 어제 밤에 같이 도착한 신혼부부들이 하루의 관광을 끝내고 모두 호텔에돌아와 저녁을 즐기고 있다. 밴드 앞에서 춤을 주는 젊은이들, 혼자 바에 앉아 저녁을 즐기는 외국인, 많은 사람들이 수영장에서 온갖 시설들을 즐기고 있다. 젊고 발랄한 새색시가 음악에 맞추어 수영복 차림으로 예쁘게 춤을 추고 신랑인 듯한 남자가 신부의 커다란 타월을 몸에 두르고 엉성하게 따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신혼부부의 미래를 혼자서 생각하며 웃음짓는다.

아사히 맥주를 시켜놓고 이국의 밤을 즐긴다. 음악이 있고, 젊음이 있고, 사랑이 있고, 열정이 있고, 자연이 있고, 바다, 하늘, 깨끗한 물, 물고기, 편한 잠자리, 낯선 모습들, 새로운 것들…

2일째..

아침에 모닝콜이나 자명종이 안 울려도 일찍 일어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어제 그냥 잤는데
눈을 떠보니 8시 40분. 이런! 너무 늦었다. 서둘러라. 촌음이 아깝다. 우린 마치 공항에 나가는 사람처럼 재빨리 아침 준비를 하고 부페식사를 마친다.

호텔 앞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렌터카회사를 찾아 갔으나,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호텔 로비에 있는 렌터카 회사를 찾아 차를 빌렸다. 6시간동안 차를 빌리고 싶다 했더니 토요타 코로나를 권한다. 한참 생각하다가 혹시 컨버터블 무스탕 있느냐고 했더니, 오! 머스탱? 4가지 색깔이 있단다. 화이트, 옐로우, 블랙, 레드.
레드를 선택했다. 가격은 토요타보다 약 2배. 25 프로 할인해 준다 해도 보험료를 포함시키니 다시 제값으로 돌아온다. 그래..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차 타 보냐..
이제껏 미국여행하면서 빨간 무스탕 아니 머스탱을 보면서 늘 그 옆에서 사진만 찍어 보았지 내가 언제 이런 차를 운전해 보겠냐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젠 꿈을 실현시켜 보자.

동양적인 분위기의 렌터카 회사 아가씨가 사용법을 가르쳐 준다. 뚜껑 여는 법만 배우면 되지 뭐.. 의자에 앉으니 액셀레이타에 발이 안 닿는다. 서양사람들의 체구에 맞추어 있어 그런가? 의자를 한 참 앞으로 끌어 당겨서야 겨우 편안한 위치가 되었다.

차 키와 함께 건네받은 지도는 너무 개략적이다. 괌은 이정표가 별로 없다는 사전 정보가 있었기에 조금 더 자세한 지도를 원했지만 구하지 못했다. 비록 이정표가 없지만 차가 별로 없고 시내 운전도 그리 힘들지 않다기에 안심하고 차를 빌렸지.

시간을 보니 벌써 10시 반, 오늘 주일이라 부지런히 교회부터 찾아야 한다. 로비의 여행사 직원이 소개해 준 가까운 한국인 장로교회를 찾아 갔으나 교회는 제법 큰데 예배시간이 오후 1시란다. 다시 부지런히 교회를 찾았다. 마침 눈에 교회가 보이고 차도 제법 많이 주차해 있기에 주차하고 들어갔더니 괌 침례교회라고 한글로 써 있긴 한대 도무지 입구가 없다.
지나가는 이에게 물어서 가건물같이 생긴 건물의 입구를 찾아 들어가니 어? 이렇게 적을 수가.. 의자는 6인용정도의 의자가 한 10개 정도 있고 예배시간이 시작되었을텐데 사람은 겨우 3명. 목사님의 사모님이 몸이 편찮아서 목사님이 간호차 한국으로 들어가셨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신도가 겨우 3명. 아마 한 가족 같다. 그러나 대신 예배를 인도하는 분의 진지함에 예배가 경건해진다. 설교는 어느 목사님이 쓴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말씀이 아주 좋았다. 예배 도중에 청년 2명이 같이 들어와 예배를 보았으니 모두 우리까지 7명이 모여 주일예배를 보았다.

지난 주보를 보니 이 교회는 가족교회임을 안다. 기도, 안내위원, 봉사위원이 모두 같고, 헌금 내는 분의 이름도 거의 같다. 얼마나 목사님이 힘들까? 이국에 나와서 목회하는데 이렇게 신도가 없으니 사모님이 병들었나? 괌에 한국인이 얼마나 살지 모르겠지만 교회가 15개라니 그 중 큰 교회 몇 몇 제하면 거의 이 정도 수준이리라. 그러나 소명을 가지고 목회하는 분들에게 한 영혼을 구하기 위해 초라한 곳이라도 무릎꿇고 기도하는 모습은 경건하기 그지없다.

외국을 다니며 한국 교회를 늘 다녀 보지만 거의 모든 교회가 한국인만을 위주로 예배를 보는 편이라 신도가 많지 않다. 외국에서의 교회는 하나님의 집이라는 의미 외에 한국인들과의 만남의 장소의 의미가 크다. 교회를 통해서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모든 어려운 일들이 교회를 통해서 해결해 나간다.

차 한 잔 가라는 예배 인도자의 권유를 사양하고 버튼 하나를 눌러 빨간 무스탕의 뚜껑을 하늘을 향해 열어 젖힌다. 이 간단한 동작이 얼마나 나를 기분좋게 하는지 무스탕을 운전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괌은 유난히 이정표가 없고, 내가 가고 싶은 곳들에 대한 안내 표시도 전혀 없다. 우선 두 연인이 빠져 죽었다는 사랑의 절벽(Two lovers point)이란 곳을 찾아가고 싶었으니 대충 그 근처로 가 보아도 이정표가 없다. 가지고 있는 지도도 빈약하고 도로표시판은 그저 동서남북만을 가르치고 있을 뿐이다. 해변도로로 가고싶은데 도무지 방향 감각이 없다. 옆에서 지도를 잘 보면 대충 이정표를 보고 찾아 갈 수 있으련만, 이런 일에 익숙치 않은 우리 조수는 꼭 그렇게 찾아 갈 필요가 있느냐는 말로 본인의 길맹을 무마해 버린다. 그래 아무려면 어떠랴. 열대 나무가 열병되어 있는 평화스러워 보이는 휴일 낮의 이국도로는 꾸며진 어느 관광지보다 더 좋다.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보자. 그러다가 다시 남으로 가늘 길이 오겠지. 보면 다시 남으로 내려 오겠지. 시원한 바람을 손으로 건드려본다. 홈런을 친 야구 선수가 홈을 밟고 들어오면서 동료 선수들의 환영을 받는 것처럼 괌의 바람이 내 손바닥을 스쳐 지나간다. 북으로 조금 올라가다 보니 오른 쪽에 파란 잔디밭이 내 앞길에 주욱 펼쳐져 있다. 거대한 수조가 있어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몽상적인 분위기에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내려서 사진 한 장 찰칵.

북으로 올라가다 보니 길이 막혀 있다. 어디로 가야 하나. 한바퀴 빙돌아 나오니 다시 내가 왔던 길로 돌아나오게 되어 버렸다. 어딘가에 해변순환도로가 있을텐데 매번 지도를 보고 갈 수 가 없어 그냥 달리다 보니 이런 실수를 생긴다. 길을 찾아 가다 보니 좌우편에 넓디 넓은 땅에 조그마하게 자리잡은 주민들의 집이 우리나라의 어느 외딴 시골집처럼 나즈막하게 누워 있다. 길가의 빨간 우체통. 목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앞마당의 초록 잔디는 여느 미국처럼 잘 정돈되어 있다.

우리 나라도 이렇게 누구나 자기 앞 마당의 풀 깍는 것을 의무화하면 미국처럼 늘 보기 좋은 자연을 만들 수 있을까?

남쪽으로 내려가자. 남도 삼백리. 삼백리? 120키로? 120 키로도 안되겠구나. 어느 순간부터 오른 편에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젯 밤 전통쇼를 본 곳에서 차를 세우고 해양 수족관을 보고자 했으나 그 곳에서 긴 다리를 건너 오는 관광객들의 옷이 모두 젖어 있다. 오호라.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것이구나. 그럼 준비를 못했으니 포기다. 그러나 뭔지 아쉬워 차를 세우고 사진이나 찍어본다. 이 곳은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해변가 주차장에는 요트를 달고 온 차량들이나 잠수복을 갈아 입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물이 흥건한 채 작살을 들고 바다에서 나와 자기 차 옆에서 옷을 갈아 입는 사람들이 부럽다.

천천히 해안을 따라 남으로 내려가는 길은 차도 그다지 많지 않고 다른 차들도 길이 훤히 뚤려 있는데도 그다지 빨리 운행하려 하지 않는다. 아무리 빨리 가봤자 돌아오면 제자리라는 섬나라 민족의 여유일까? 아니면 모두 나 같은 외국관광객들인가?

해변가의 중간 중간 정자 같은 곳들이 있어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지만 운전을 하다 보니 멈추어야 할 지 그냥 지나 갈지 매번 결정이 늦어져 지나치고 만다. 지명을 알면 미리 차를 멈출 곳을 정해 장소를 찾아 잠간씩 쉴 수 있으련만 도무지 도로에는 그런 것이 표시 안되어 있어 불편했다. 괌에는 그렇게 사람들을 감동시킬만한 유적지도 그다지 많지 않기에 이런 시설에 신경을 쓰지 않는가 보다. 즐길려면 바다를 즐겨라.

스쿨버스를 앞지르면 벌금이 무지막지 하다는 사전정보가 있었지만 다행이 일요일이라 스쿨버스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주일이라 드라이브는 더 편하다. 어느 시점에 가서 갑자기 앞 길이 막혔다. 분명히 남으로 계속 가야 하는데 차선은 왼쪽으로 비스듬히 꺽어져 있고 직진선은 길이 좁다. 그제서야 방향안내를 보니 모든 차는 왼쪽으로 가야한다. 앞으로 가면 미해군부대. 아이고..죽었다. 그러나 부대 앞에서 돌릴 수도 없도록 막아 놓았다. 이러다가 혹시 이 차를 폭탄 실은 차로 오인하고 집중사격받을라. 차를 돌릴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초소병의 딱딱거리는 소리를 듣고 부대안에서 유턴해야만 했다. 돌아나오면서 투덜투덜.. 아니 무슨 길안내가 이래? 적어도 몇 미터 앞에서 모든 일반차량은 반드시 왼쪽차선을 타야 한다고 보여줘야지 미리 알아서 돌아가지.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바닥에 표시된 것도 아니고, 직진선은 일반인 출입금지라고 써있는 것은 바로 부대 초소앞에 있으니 알게 뭐야.

차가 다시 내륙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바다가 보인다. 콜라를 하나 사서 마시고 싶었지만 길에 그런 매점도 별로 없다. 매점이 있는 걸 발견하면 벌써 차를 돌리기엔 늦었다.

굳이 관광객을 위하여 특별한 시설을 해 놓지 않은 나라.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 모습이 여기 저기 보인다. 바닷가에 물이 닿는곳에 일부러 콘크리트 포장을 해 놓지 않는다거나, 흙이 조금씩 무너져도 그대로 두는 것은 어찌 보면 정책이 잘 못되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더 강한 것이리라. 바닷가를 콘크리트로 모두 막아 놓으면 사람들은 편할 지 모르지만 물고기들은 콘크리트의 해로운 성분에 숨 쉴 수 없기에..

괌에 있는 거개의 호텔들이 모두 바다에 인접해 있지만 실제로 바다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새삼 그 들의 생각이 옳음을 안다. 모든 자연 오염의 첫째 원인이 사람이니 사람만 가까이 가게 하지 못하면 자연은 그 모습 그대로 지킬 수 있을 터이니..

내 빨간 무스탕이 조그만 마을을 지난다. 교회가 있고, 푸른 잔디가 있고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곳이 있고, 지붕이 넓은 집이 있고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 마을 공동묘지가 있고, 길가의 열대 야자 나무에 코코넛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고 피부가 검게 그을린 사람들이 일하고 있고, 아이들이 스쳐 지나간다.

언덕을 올라가다가 세티베이전망대가 있어 차를 세우고 올라 가려 하니 아내는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올라가기를 꺼리다가 내가 올라가니 따라 올라 오긴 했으나 얼른 내려가 버린다. 전망대에 올라가 멀리 수평선을 본다. 전망대에는 사람들이 전혀 없고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오지 않는 듯 무너진지 오래된 구석엔 잡초가 자라고 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차 있는 곳으로 내려오니 비가 후두둑…

하늘엔 부분적으로 먹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으나 다른 곳에는 파란 하늘이라 남은 길을 걱정하지 않는다. 차의 뚜껑을 덮고 다시 언덕길을 달린다. 비는 잠시 내리다가 멈추었기에 차를 세우고 다시 뚜껑을 열었다. 참고로 차가 달리는 중에는 안전을 위하여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반드시 핸드브레이크를 잠가야 가능하다. 영화에서 보던 멋진 모습은 다른 차종인가?

햇빛이 따갑다. 갈증이 난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콜라 살 곳을 찾았으나 내가 가는 차선 방향에는 매점이 그리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겨우 겨우 펩시콜라 간판 하나 발견, 우리네 시골길의 허름한 슈퍼마켓이랑 비슷한 곳에서 원주민 색깔이 진하게 묻어 나오는 아가씨에게서 펩시 하나와 닥터페퍼 하나를 사서 챙겨 넣는다. 물건을 진열해 놓은 것이 어쩌면 우리 동네 가게들이랑 비슷한지 혼자 미소지었다.

관광 지도상으로 인근에 폭포가 있다고 하는데 폭포로 들어가는 길이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지도와 지나치는 지역의 이름을 유심히 보면 찾아 들어 갈 수도 있겠지만 매번 차를 세우고 지도를 볼 수 없어서 그냥 지나치고 만다.

한참을 다니다 보니 점심 때도 지났고 이제 배가 고프네. 무얼 먹을까? 식당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 단지 렌터카 회사에서 준 큰 지도에 맥도날드의 노란 M자 표시만 뚜렷이 보인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있는 곳 쯤에 그마저 없으니 어찌한다. 2시가 넘었다. 낯선 지역이라 도시 이름에 익숙하지 못하니 진행방향은 그저 북쪽 아니면 남쪽이다.

어느 지역에선가 길을 꺽었을 때 보이는 반가운 표시판. KFC 오케이 점심은 KFC다. 그러나 길 반대편에 있기에 어디선가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곳에서는 좌회전하는 방법이 특이하다. 도로의 한 가운데에 노란 차선이 별도로 있어 좌회전이나 우회전하려는 차량은 그 곳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적당히 돌면 된다. 그러나 노란 차선에서의 주행은 금물이다.

외국의 교외는 어디나 다 그렇지만 넓은 주차장 그리고 눈에 금방 뜨이는 패스트푸드점들. 수백미터 밖에서도 볼 수 있는 높은 대형 입간판. 그리고 전형적인 건물형태가 사람들에게 간판을 볼 때부터 군침을 돌게 만든다. 정말 대단한 영업 전략이다.

드라이브 인을 통한 주문을 할까하다가 운전에 방해 될까봐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매번 차를 세울 때마다 뚜껑을 여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 뒷좌석에 물건이 없다면 그냥 오픈된 상태로 두어도 되련만..

KFC에 들어가니 외국사람인 내가 자기들과 영어로 대화하는게 신기한지 자꾸 말을 시킨다. 아니면 손님들을 친숙하게 대하려는 고객만족 시스템의 일환인지.. 아내가 비스켓을 무척 맛있어 한다. KFC의 비스켓은 버터나 잼을 발라먹는 빵이다. 감자튀김은 왜 그리 투박한지..

열대지방의 뜨거운 태양이 있는 한 낮에 주차되어 있지만 내 무스탕의 천정이 천으로 되어 있어서 실내가 뜨겁지 않다. 차를 다시 북으로 달리다 보니 낯익은 지명이 나온다. 어? 벌써 괌을 한 바퀴 돌았나? 너무 짧은 거리. 우리의 제주도보다 작은 섬. 차를 일찍 반납하기엔 너무 아쉬워 대형 백화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내에게 또 쇼핑할 기회를 준다. 폴리네시아 백화점은 유아용품을 판매하기 위한 행사가 한참이다. 2층에 올라가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아래층을 한참 쳐다 보았다. 온갖 모습들의 사람들. 여자같이 액세서리를 치렁 치렁 맨 남자들. 저것이 아마 원시인의 모습일거야. 지금의 아프리카 흑인들 같이 누구나 부족이나 용감성을 나타내는 장식을 하고 남에게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이 곳 원주민들에게 그대로 남아 있나 보다. 씨디가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동안 쇼핑하라고 말하고는 씨디를 뒤적이는데 특이한 점이 하나 보였다. USED CD. 누군가가 사용하던 씨디를 말하는건가? 외관은 깨끗하고 새것 같다. 케이스만 바꾸었나? 가격도 5000원 정도. 객장에서 이런 USED CD파는 코너가 제법 크다. 흠..이 장사도 해 볼만 하네.. 어느 덧 나는 순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장삿군의 모습으로 돌아 와 있다.

아무래도 건질 것이 없다며 빈 몸으로 돌아오는 아내와 밖으로 나오니 그 사이 열대지방의 스콜(잠간 내리는 소나기)이 내렸다 보다. 비로 더욱 깨끗해 보이는 무스탕을 몰고 천천히 길을 더듬어 호텔로 돌아와 차를 무사히 반납.

4시 반에 호텔내의 한국여행사를 통해서 태평양의 노을을 바라보며 디너를 즐길 수 있는 관광을 일인당 75불에 하기로 예약해 두었다. 종일 돌아 다니고 나가고 싶지 않은 생각도 있었으나 이미 예약을 해 두었기에 취소할 수 없다는 설명에 얼른 옷만 갈아 입고 버스에 탑승. 버스는 이 호텔 저 호텔을 돌아다니며 예약된 손님들을 태우고 좁은 길을 달려 어느 선착장으로 향한다.

마치 페리호 같은 배에 오르니 배에는 양 편으로 마치 룸살롱 같은 테이블이 있고 식사가 미리 준비되어 있다. 배에 오르면서 괌에 여행왔다는 플래카드를 하나 걸고 주로 커플에게 목에 꽃 목걸이를 걸게 하고는 전통 원주민 의상을 한 아가씨와 함께 손으로 주먹을 쥔 채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피고 환영합니다 라는 뜻의 “하파 아다이”라는 인사와 함께 사진을 찍고 목걸이를 다시 회수한다. 우리는 먼저 사진 찍고 안내하는 자리에 앉아 다른 이들이 사진 찍는 것을 내 카메라로 찍었다.

우리 부부 앞에 앉아 있는 젊은 신혼부부가 아무래도 한국인같았지만 영어로 어디서 왔느냐 했더니 코리아. 얼른 한국말로 인사하니 인천에서 결혼했단다. 남자도 미남이고 여자도 작지만 미인이다. 어색하게 인사하고 아직 노을이 지지는 않았지만 배가 출발한다.

배는 바다를 향하여 천천히 항해하고, 배의 중간에는 1평 정도의 무대 공간이 있다. 이 위에서 어제 같은 쇼를 하나? 전형적인 늘씬한 미국 남자가 기타 하나를 메고 배가 떠날 때 노래를 들려 준다. 노래가 흐르면서 이미 시간에 맞게 딱 준비된 요리의 뚜껑을 하나씩 벗기고 손님들에게 한 접시씩 나누어 주는데 음식 맛이 참 별로다. 괌에 와서는 정말 맛있는 음식을 즐길 기회가 없었다. 우리가 음식을 찾아서 다녔으면 전통 괌 요리를 충분히 즐길 수 있으련만 그렇게 되면 이런 관광을 하지 못 할 것이다. 모든 관광에 디너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디너는 정말 싸구려 음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차라리 호텔에서 해주는 야외 바비큐나 비행기 기내식이 제일 맛있겠네 하는 생각밖에..

노을이 진다. 그러나 내일 날씨가 흐릴려나. 그다지 빨간 모습이 아니다. 한국의 서해대교에서 바라다 보는 노을이 더 장관이다 하는 생각밖에는.. 그러나 이렇게 선상에서 식사를 하며 노을을 바라는 보는 것도 얼마나 좋은지.. 내 사진을 거의 찍지 못하다가 앞의 커플이 내 카메라로 찍어주는 몇 장의 사진이 이번 여행의 소득인가?
식사를 시작하는데 와인을 플라스틱 컵에 주기에 혹시 그라스에 줄 수 없냐 했더니 한 잔을 더 가져다 준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이해할 만 하다. 난 이런 기분 좋은 자리에서 아내와 함께 잔을 쨍하고 부딪히는 기분을 내기 위해 유리 잔을 원했는데 듣는 사람은 A cup of glass 로 들렸을 수도 있을 테니.. 포기하고 만다. 무제한 제공되는 맛없는 와인을 곁들인 식사와 함께 배는 점점 어두워지는 바다를 향해 나아 가지만 노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형 화물선이 정적 속에 정박되어 있고 우린 식사를 마치고 배의 난간으로 잔을 들고 가 시원한 바다 바람을 즐긴다. 노을은 진하진 않지만 바다를 전체를 덮고 있다. 여행은 바쁘게 돌아다니는 스케쥴보다 이렇게 한적한 것이 좋다. 어느 덧 배가 나올만큼 나왔는지 주위의 풍경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니 정지되어 있는 것 같다.

승선할 때 마치 필리핀 사람들 같이 떡수염과 콧수염을 조금 기른 모습과 화관으로 사람들을 웃기던 남자가 자꾸 나에게 여러가지를 물어 본다. Beautiful 을 한국어로 어떻게 하느냐기에 진짜 beautiful은 ‘죽인다’ 라고 가르쳐 주었더니 깔깔 웃는다. 그에게서 머리의 화관을 빌려서 내 머리에 써보기도 하고 우리와 같이 난간에 기댄 일본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 주고 서로 바라보며 웃는다. 영화에서 보던 그런 노을은 없지만 영화와 같이 이렇게 외국인들과 함께 담소함이 좋다.

아까 승선 직후 잠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던 가수가 다시 무대로 올라 오더니 노래를 불러 준다. 이윽고 서빙을 하던 두 아가씨도 전통 춤을 출 준비를 한다.

그리고 어제 밤에 보았던 비슷한 허리를 돌리며 히프를 튀기는 춤을 추는데 어제 밤의 댄서와 사뭇 다르다. 어제 밤 쇼의 댄서는 거의 교수 수준이고 이 곳 댄서는 졸업반 수준이랄까?

백뮤직은 기타 하나임에도 신디사이저를 이용해서 반주를 넣기에 거의 밴드 수준이다. 조금 뒤에 댄서들은 어제 밤처럼 손님들을 앞으로 끌어내서 춤추는 시범을 보이며 따라 하게 한다. 그리고 급기야는 신혼 부부들에게 공공연히 키스하게 하고 이런 자리에서 용감한 한국인 부부들이 스스럼없이 대중 앞에서 사랑을 표현한다. 일본인들이 춤을 따라 하지만 아무래도 춤은 한국인이 훨씬 낫다. 한국인 부부 중 춤을 거의 환상적으로 추는 남자가 한 명 있어 좌중은 더 즐겁다. 좀처럼 춤추기를 꺼리는 나의 아내도 일부러 끌어 내어 춤을 추게 했다. 이런 곳에서 키스하자면 할까?

그렇게 괌에서의 밤은 지나간다. 배는 천천히 회항하여 거의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 작은 배는 완전히 디스코텍 수준이었다. 내리면서 좀 무언가 빠진 것 같아서….고개가 갸우뚱..
이게 아닌데..

저녁에 호텔에 도착하여 우린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남은 밤을 물에서 즐겨야지. 그대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호텔 내 워터파크로 나오니 수영장이 조용.. 모두 어디갔지? 가만히 보니 저 쪽 공연장에서 한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나 들어 갈 수 없도록 줄을 쳐 놓았다. 그러나 이 좋은 공연을 놓칠 수 없지. 서둘러 언덕 위에 있는 수영장으로 올라가 물 속에 들어가 물에 뜨는 하얀 매트를 방석삼아 턱을 기대고 쇼를 본다. 흠..이 맛도 일품이야.

그러나 쇼는 거의 끝나는 시간인지 출연진들이 하나 씩 인사하고 있다. 우린 매트에 탄 채로 긴 터널로 되어 있는 슬라이드를 타고 밑으로 내려간다. 매트는 성인 한 명의 무게를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물위에서 매트에 누워 밤하늘을 볼 수 있다. 아…왜 별이 안 보일까? 옛날에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에서 본 수 많은 별들이 이곳에도 있을텐데 주위의 호텔들 불 빛 때문에 별을 볼 수 없는 것인가?

밤바람이 차기에 배위에 매트를 덮었더니 완전히 뱃살이 통통한 햄버거 샌드위치가 되어 버렸다. 이대로 물 냄새와 음악소리와 밤하늘을 벗삼아 물위에서 자고 싶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수영장에서 놀기도 하고 온탕에도 몸을 담고 물에서 놀다가 천천히 산책. 넓은 수영장에서 홀로 수영하고 있는 이도 있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바닷가 야외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와 왕새우를 바비큐하고 있다. 손님이 하나도 없는데 열심히 연기를 그슬리며 굽기에 이거 누가 먹을거냐 했더니 호텔 레스토랑으로 보낸단다. 고기를 굽는 냄새가 너무 좋아 맛을 유혹하기에..
“우리가 저녁은 먹었지만 지금 이 고기와 새우를 조금 사서 먹을 수 있느냐” 했더니
난감해 하면서 그럼 몇 점 집어 먹으라 한다. 염치 불구하고 집게로 집어 주는 LA갈비를 손으로 집어 먹는다. 흠..황홀한 맛. 아이고. 조금 팔면 좋으련만 팔지 않네.. 아쉬워라.

객실로 돌아가는 오솔길에 횃불들이 양 옆으로 밝혀 있고 큰 개구리 한 마리가 어제처럼 폴짝거리며 뛰어가고 있다. 이젠 잠시 도원경에서 속세를 잊고 놀았으니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자. 벗어 던진 옷들 다시 입고, 헝클어져 있던 짐들 다시 챙기고 공항에 나가기 전 시간이 있어 잠깐 잠을 청한다. 호텔에서 스케쥴상으로는 3박이지만 실제로 2.5박도 안되는 짧은 시간, 난 모든 것을 잊고 살았다. 한국에 있으면 뻔질나게 전화가 오고 애들에게 전화도 걸어 주어야 하고, 조그만 사업장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입장에다가 주말 행사 때문에 바쁘게 다녔을텐데 그 모든 것 다 잊고, 신선처럼 살았다.

얼굴을 쓰다듬으니 면도를 하지 않았는데도 턱에 수염이 별로 없다. 시간이 멈춰져 버린 것일까? 죽으면 무덤 속에서도 털은 자란다는데 이곳에선 털도 안 자란다.

한국 도착 아침 6시 50분. 난 세수도 못하고 머리도 감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한 후질근한 모습으로 집도 들르지 못하고 차는 아내에게 맡기고 난 전철타고 가게로 바로 출근. 손님이 나보다 먼저 와서 내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 평상시의 월요일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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