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제주도올레길

제주 올레길 7코스 여행기

carmina 2011. 5. 10. 23:02

 

 

요즘은 제주도에 다녀왔다고 하면 누구나 다 묻는다.

올레길을 걸었느냐고..

어느 해부터인가 한 사람의 작은 노력이 제주도의 관광문화를 바꾸어 놓았다.

이전에는 여미지 식물원이나 민속촌 혹은 한라산을 다녀왔느냐며 물어보곤 했는데 이제는 필히 올레길을 물어본다.

이번에도 월요일 출근하여 동료들과 대화나누던 중 몇 사람이 같은 시기에 제주도를 방문했다고 했더니

하나같이 올레길 다녀왔느냐며 묻는다.

 

그리고 올레길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이구동성으로

7코스의 환상적인 코스를 주저하지 않고 얘기한다.

 

그만큼 7코스는 공들여 만든 코스다.

 

외돌개에서 선녀탕, 폭풍의 언덕, 돔베낭길, 수봉로, 범환포구, 일강정과 강정포구를 거쳐

월평포구까지 약 16.4키로.

 

올레 안내에서 점심 먹을 곳을 걱정하여 물어보았더니 외돌개근처에 오뎅같은 곳을 파는 곳이 있다 한다.

 우선은 그것부터 찾자.

배고파서 여행이 피곤해 질 수 있다.

 

 


 

외돌개는 바닷가 절벽 옆에 커다란 돌이 하나 솟아 있어 외돌개라 불리는가 보다.

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도로가 가깝고 인근에 숙박시설이 많아 굳이 7코스를 다 걷지 않아도

충분히 올레길 걸었다고 떠벌려도 될 만큼 인상적인 나무발판으로 잘 만들어 진 길.

그러나 7코스의 묘미는 그런 인공 발판보다 더 멋진 다양한 코스가 어우러진 길이다.

 

 

천지연 기정길을 따라 내려가니 우선 쭉쭉 뻗은 나무가 보기 좋고, 탁 트인 시야가 좋다.

그리고 멀리 자욱한 안개에 덮혀 신비감을 만드는 운섬이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 많이 몰린 곳 허름한 가판대에 반가운 먹거리. 오뎅.

먹을 것은 오뎅과 부침개 밖에 없다 하여 꼬치오뎅 3개로 우선 허기를 채운다.  

 

앞으로 길을 가는 중 때가 되어 먹을 것이 있으면 시간과 메뉴에 관계없이 먹어야 할 것 같다.

 

이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 아름다운 여인의 커다란 초상이 눈길을 끈다. 이영애가 인기를 끈 대장금 촬영장소.

외국에서도 너무 잘 알려진 한류드라마이기에 이 곳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이 곳을 알리는 것도 좋은 관광포인트가 된다.

 

 

깍아 지른 절벽 아래 건너편에 우뚝 솟은 바위봉 하나. 이것이 외돌개일것이다.

 모두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찍고 나도 사람많은 김에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몇 장 찍었다.

 

 

이런 깍아지른 폭풍의 언덕주위는 모두 나무발판으로 길을 편하게 해 놓아

관광버스로 몰려 다니는 아줌마부대의 방문이 제일 많다.

그리고는 그들을 그렇게 말 할 것이다. ]

7코스 다녀왔다고...

제일 멋있다고..

그렇긴 하겠지..

하나만 보았으니 그게 제일인 줄 알겠지.

 

그렇게 긴 긴 나무발판산책로로 이러지는 곳에 한라봉을 판매하는 장삿꾼이 1000원에 한라봉 3개라 외치고 있다.
우와..다른 곳에서는 한개에 1000원 판매하는데 무려 3개에 천원. 사고 싶지만 가방이 무거워 질 것 같아 포기.

 

돔베낭길을 따라 걸으니 나무 발판이 급하게 떨어지며 그 끝나는 지점에서 두 갈래 길이 나선다.

 하나는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길 또 하나는 등산화가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약한 사람들이 가는 평탄한 길.

나는 당연히 절벽아래로 가야 하는데 그만 간판 하나에 못이 박혔다. 

용궁식당. 메뉴...시간을 보니 이미 2시가 훨씬 넘었고 안내소에서 얘기하는 점심식당을 찾기 위해선 1시간을 더 가야한다.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식당을 찾아 갔다.

조용한 펜션타운에 자리 잡은 허름한 식당.

혼자 밥을 먹으면 늘 메뉴가 부실하다.

10000원짜리 전복뚝배기를 시켰더니 뚝배기 이외의 밑반찬이 도무지 3000원짜리 가정식 백반도 이보다는 잘 나오리라.

바닷가임에도 전혀 해물 밑반찬은 하나도 없고, 콩나물, 콩자반, 김치, 나물하나등 모두 농촌 반찬밖에 안보인다.

그 흔한 오징어 젓갈도 없으니..

 

 

뚝배기안에도 전복사촌 몇 개, 조개 몇알, 새끼 가재 2마리.

아까 6코스에서 지나친 많은 메뉴들이 아쉽기만 하다.

어쩔 수 없지 내 선택이다. 누구를 탓하랴.

 

배낭을 둘러 메고 도로로 나와 큰 길로 가는가 싶더니 서귀포 여고를 지나

 다시 ㄷ 자로 꺽어져 이정표가 해안가로 인도한다.

 

멀리 섬하나가 아래 위로 안개에 쌓여 있어 환상적이다.

이 곳에 오니 바닷가 절벽밑의 루트를 통해 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가족도 많고.. 멀리 보이는 정자에는 한 가족이 소풍을 즐기고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징검다리를 건너 언덕위로 올라가니 어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온 부부가 계속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이미 아빠를 제외하곤 얼굴이 모두 발그스름하여 걷기에 지친 모습이다. 모든 둘레길의 가장 큰 고민이 이럴 때 발생된다.

 

앞으로 가기도 멀고, 되돌아가기도 멀 때 쯤, 특히 걷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오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무리를 하느냐 아니면 포기하느냐..

 

그래서 가능한 걷기는 평소 잘 걷는 사람이랑 동행하는게 좋다.

적어도 한 두 사람 때문에 일정을 포기하는 불상사가 없도록..

 

그 집 아빠에게 내가 온 길을 가르쳐 주었다. 조금 위로 올라가면 큰 대로가 나오니 거기서 택시를 탈 수 있다고..

 

그렇게 지나치는 사람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정보도 나누고 먼저 길을 가 본 사람으로서 안내도 하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길에서 이루어진다.

 

이 길에서 짜증을 내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아무리 힘든 얼굴을 지어도 입에서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길을 따라가니 무수한 팜트리들이 주변에 가득하다. 나는 팜트리로 알고 있는데 안내서에는 소철나무로 표시되어 있다.

그게 다른건가?

 

 

열대를 상징하는 것은 이 나무 뿐만이 아니다.

멕시코에서 수없이 많이 보았던 아주 큰 선인장 즉 알로에가 여기 저기 자라고 있다.

제주도를 해외로 일컬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제주도는 불과 비행기로 서울에서 50분거리밖에 안되는데

완전히 다른 기후를 가진 나라의 모습이다. 그러니 미국이나 중국같이 큰 나라들은 어떠할까?

 

 

커다란 바위에 뿌리를 박은 큰 나무가 자라고 있다. 저 나무는 습기를 어디서 얻을까?

비오면 바위위로 모두 흘러내릴텐데 뿌리는 낙타만큼이나 적은 물로도 세상을 살 수 있나 보다.

 

 

그 나무들 사이로 저 아래에 바닷가에는 거칠게 파도가 밀려온다.

 

여기 저기 온실속에서 팜트리의 모종이 이루어지고

마치 개구리알처럼 어린 팜트리들이 무수히 자라고 있는 저 하늘 위에 커다란 기구가 떠 있다.

기구 밑에 사람들 모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흙길로 가는데 이 길은 수봉로라 한다. 농부가 염소를 몰고 다니는 길을 올레꾼에게 제공했다 한다.

 

이곳까지 오니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특히 젊은이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아마 느지막히 일어나 7코스 출발점에서 출발한 것 같다.

 

그렇게 깔깔 대며 지나가는 여자아이들에게 웃음을 보내고,

어느 아가씨는 길가 그늘아래 신발을 벗어 놓고 배낭에 있는 물건도 잔뜩 꺼내놓은 채 편하게 쉬는데 낡디 낡은 지도를 보고 있다.

아마 이길을 오랜동안 걸은 것 같다. 대충 현재 위치를 가르쳐 주고...

 

 

 

한 참을 더 걸어가니 드디어 어촌마을이 보인다. 법환 포구 마을.

나도 그 곳의 그늘 아래 배낭을 풀고 앉아 있는데 중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내 주위로 몰려든다.

알고 보니 내가 주저 앉은 곳의 담벼락에 수없이 많은 낙서가 써 있다.

 

일부러 올레꾼들을 위해 벽을 낙서장으로 제공했다.

아이들과 웃으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애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고 나는 장승처럼 웃고 서 있다.

 

 

법환포구에는 커다란 해녀동상을 세워 사진찍기 좋은 장소를 제공한다.

점심을 굶고 왔더라면 이 곳에 보이는 몇개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즐겼을텐데...아쉽다.

 

 

 

 

사람들이 많이 찾다 보니, 여기 저기 집들도 예쁘게 가꾸어 놓았다.

 

이 곳을 지나고 부터는 다른 둘레길에서 경험할 수 없는 환상의 코스를 지나게 된다. 화산바위를 헤치고 지나가는 길.

 

한라산에서 용암이 바다까지 흘러내려와 이 곳에서 바닷물과 심각한 혈전을 벌였다.

 바닷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놈들은 이 곳에서 온갖 처절한 모습으로 멈추어 버렸다.

 

화산돌들은 아직도 표면이 거칠다. 다른 바닷가의 바위들은 모두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지만

제주도 화산은 아직도 파도와 싸우는 듯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 화산바위사이로 어린애 주먹만큼 큰 갈색의 게들이 바위사이를 파고 든다.

어떤 녀석들은 물기도 없는 수풀속으로 기어들어 가고 있다. 게들이 갯벌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 게는 화산을 더 좋아하나 보다.

 

 

화산바위로 만들어진 올레길을 지나니 개인 농지의 둘레를 표시하는 쇠말뚝에

삼다수 페트병을 거꾸러 엎어 꽂아 위험도 줄이고 특색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풍림콘도로 가는 출렁다리를 지나 잠시 카메라와 핸드폰의 밧데리를 교체하고,

콘도를 들어가니 잘 다듬어진 넓은 잔디에 깨끗한 시설물들이 갑자기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점심도 올레꾼들을 위한 특별 뷔페로 7000원. 이정도 금액이면 횡재다. 횡재. 아까 만원주고 부실하게 먹은 점심이 못내 아깝다.

 

화장실도 이용하고 콘도의 레스토랑에 들어가 수통에 물도 채우고,

콘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는데 나같은 나그네를 위해서 밖에 음수대를 설치해 놓았다. 고마운 배려.

 

 이 곳을 지나가 평탄한 길을 가는데 내 걸음이 조금 빨라 대부분의 올레꾼보다 조금 앞서 가는데

어떤 4명의 아줌마가 나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잘 걷는다고 칭찬해 주었더니 원래 이런 운동을 많이 한단다. 자기들도 일행이 있는데 올레길 걷기 위해 따로 나왔단다.

 

이때부터 줄곧 이 아줌마들과 같이 걸었다.

곧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 밑으로 안개가 밀려온다. 때로는 깍아지른 절벽위로 걸어가고,

때론 해군항을 설치를 반대하는 온갖 플랭카드 숲을 지나기도 한다.

 

 

동행이 있으면 걸음이 빨라지던가. 보폭이 잦아지고 쉬임없이 걷다보니 강정포구라 한다.

 

안개속에 묻혀가는 바닷가 바위위에선 낚싯군들이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고 있고,

그런 풍경을 묵묵히 바라보는 커다란 나무들 뒤로 개인 소유인 듯한 커다란 집이 유럽의 어느 대 저택을 연상하게 한다.

 

 

 

 

마지막에 이상한 이정표가 보인다. 이런 것 도중에 못봤는데...

 

 

 

 

드디어 종착지 도착. 버스가 다니는 길에 도착했다.

스탬프를 찍어야 하는데 아무 표시가 없다. 물어보니 버스가 다니는 길이 두 군데 있어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눈에 보이는 깨끗한 가게에서 한라봉을 팔고 있기에

그곳에서 스탬프찍나 물어보니 점원이 내가 보여주는 올레길 여권이 뭔지도 모른다. 

그 점원이 주인에 물어보니 주인이 앞에 송이슈퍼라 가르쳐 준다.

 

송이수퍼에서 7코스 도착 스탬프를 찍고 버스편을 물어보는데

나 같은 올레꾼들이 그 가게에 우르르 몰려 들어 이것 저것 물어보느라 물건도 팔아야 하는 여주인을 무척 귀찮게 하는데

여주인은 그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대답하고 버스타는 것을 안내 해 준다.

 

내가 그 분에게 송이수퍼 이야기를 내 여행기에 쓰겠다고 했다.

 

서귀포시외버스터미날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나를 따라왔던 4명의 아줌마들이

옆에 서 있는 모범택시와 흥정하더니 나를 부른다. 택시기사와 합의봤으니 이 택시를 타라한다.

 

정원초과라 탈 수 없다고 사양하는데 굳이 나보고 타라고 강권하기에 어쩔 수 없이 승락하여

나는 앞에 타고 4명의 아줌마들은 모두 뒷좌석에 비좁게 앉아 있다.

 

택시비 얼마냐고 물어보니 6000원. 아이고..

난 몇 만원하는 줄 알고 미안해 했는데...

내가 택시비 지불했더니 제주시로 가는 버스비는 아줌마들이 제공했다. 2500원.

 

안개가 자욱한 먼길을 달려 제주공항에 도착. 뻐근한 다리를 풀어 주며 일행을 기다린다.

 

물어보니 오늘 올레길 7키로를 걸었단다. 나는 그냥 시늉만 내는 올레길 아니고 32키로를 걸었다 하니 모두 놀란다.

 

이런 과정들은 모두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로 가는 연습과정일 뿐이다. 뿌듯한 하루..나에겐 큰 보람이다. 

 

비록 오늘은 6코스 7코스 두 군데의 스탬프밖에 못 받았지만 기회되는 대로 내려와 다른 코스도 둘러 보고 싶다.

한라산 둘레길도 생겼다는데...  가자...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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