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제주도올레길

제주 올레길 2코스

carmina 2012. 11. 8. 12:48

 

 

제주도 올레길 2코스 (2012. 11.)

 

가을 단풍이 온 산하에 가득할 것 같은 11월에 결혼기념일을 핑계로 여행 계획을 잡았다. 이전에는 어디 멀리 차를 타거나 해외여행을 계획했는데 이젠 그 어떤 관광 여행보다 걷기 여행을 최고 생각하기에 단연코 어디를 걸을까 생각하다가, 신혼여행 시 돈이 없어 가지 못했던 제주도로 목적지를 정했다. 물론 제주도를 최근 들어 자주 가지만 그래도 렌터카를 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박물관이나 전시관들을 돌아 다니는 것보다 올레길 걷는게 매니아로서 당연한 일일 것 같아 아내에게 제주도 올레길 걷지 했더니 주저하지 않고 승락한다.

 

아내도 나도 휴가를 많이 못 내는 형편이라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목요일 저녁 밤 비행기로 제주도에 도착하여 교회를 절대 빠지지 않는 아내의 신앙관으로 일요일 첫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와야만 했다.

 

올레길을 전 코스를 다 돌아 볼 계획이라 1코스부터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1코스는 최근에 있었던 올레길을 걷는 여자의 살해 사고로 폐쇄되었다기에 2코스부터 시작하고 아내를 생각해서 3코스까지만 걷기로 했다. 혼자 간다면 2일에 3개의 코스를 걸을 수 있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자.

 

한 밤중에 도착한 제주공항. 지금이 수학여행 철이라 수없이 많은 학생들이 줄을 지어 비행기를 타고 내린다. 거기에 한국 사람들보다 더 많은 중국인 여행객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 쏟아져 내렸는데 정작 일반 버스나 택시 정류장은 한산하다. 모두 기다리던 관광버스로 금방 사라져 버렸다.

 

제주 시외버스터미날에서 오뎅 몇 개롤 허기진 배를 달래고 동일주선 시외버스로 제주의 밤길을 달린다. 많은 학생들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기를 한 시간 반. 버스 안내로 2코스 시작점인 광치기 해변에 내리니 멀리 어린왕자의 소설 속에 나오는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뱀 모양의 성산일출봉이 회색 빛깔로 누워 있고, 바다 위에는 보름달이 만든 은빛 주단이 깔려 있다. 고맙다. 나를 이렇게 주단을 깔고 환영해 주네.

 

미리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니 젊은이들이 모여 통맥주와 스낵을 앞에 놓고 맥주를 즐기고 있다. 제 시외버스터미날에서 식당이 없어 그냥 내려왔기에 배가 고파 라면 하나를 끓여 먹는데 우리가 나이들어서인지 젊은이들이 눈길도 주지 않는다.

 

라면에 찬밥 말아먹고 게스트하우스 앞 마당의 해변에 나가 실컷 노래를 불렀다.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른 저녁.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따뜻한 방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녘에 한기에 눈을 뜨고 보니 보일러가 꺼져 있다. 문득 첫날부터 감기가 들어 여행이 포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인을 불러 얼른 조치했다.

 

아침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하는 토스트와 주스로 해결하고 아내와 밖으로 나오니 찬바람이 얼굴에 거세게 몰아친다. 겨울 등산복을 입고 나오길 잘했다. 아무리 제주도가 따뜻해도 서울에 요즘 갑작스러운 초겨울 날씨였기에 혹시나 하고 준비를 해 두었었다.

 

해변가에 있는 2코스 시작점을 알리는 조랑말 모양의 나무로 만든 간세를 찾아 올레길 여권에 스탬프 쾅 찍고, 출발.

 

첫번 목적지인 식신봉을 찾아 인적하나 없는 곳을 걷는다. 제일 먼저 만나는 생명체. 갈색 말 한 마리가 작은 언덕에 묶여 있다. 그런데 말을 보는 우리가 신기해하고 있는데 오히려 말을 우리를 빤히 바라보며 신기해 하고 있다. 말에게 올레길 시작한다고 얘기하고 가는 길 옆에는 한철 지나간 양어장이 뎅그마니 남아있고 검은 털복숭이 개 한 마리가 구석에서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걸어도 걸어도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성산일출봉. 나무데크를 걸어 작은 숲으로 들어가도 일출봉은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여행 내내 다음 날의 3코스가 거의 끝나갈 때 쯤에야 시야에서 일출봉의 거대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제주도에 오면 늘 신기한 것 하나. 왜 제주도의 산소는 모두 돌로 주위를 막아 놓았을까? 산소와 돌담의 거리도 짧아 그 안에서 엎드려 절할 공간은 적어 보이고 더욱이 이상한 것은 그 돌담을 통로도 없이 사방을 모두 막아 놓았으니 어디로 들어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어떠한 토속적인 풍습이 있는 것일까?

 

조용한 마을 길을 간다. 인적 없는 도로. 길에 쓰레기조차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름 모를 노란 꽃들이 지천에 피어 있고, 나그네를 위한 작은 쉼터도 준비되어 있다.

 

바람이 분다. 제주도의 바람은 유난히 거세다. 출발하기 전에 새로 산 모자가 바람에 날라 갈 것 같아 머리 끈을 조여 꼭 눌러 썼다.

 

이정표에는 식산봉으로 가는 길과 오조리 마을로 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는데 2코스는 식산봉을 보지 않는다면 몇 Km를 건너 띌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않는가. 식산봉은 노적봉의 전설과 같이 봉우리가 식량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 미리 겁을 먹은 왜구가 침입하지 못했다는 전설이 있다.

 

식산봉 오름으로 올라가는 길 앞에 작고 노란 자전거가 묶여 있다. 누군가 여기 세워 놓고 올라갔네. 그다지 높지 않은 식산봉을 올라가는데 보라빛 꽃인 맥문동이 지천으로 피어 있고 무척이나 오래 된 듯한 나무 계단이 커다란 나무들과 잘 어울린다.

 

식산봉에 오르니 시원하게 시야가 펼쳐지고 건너편에 일출봉과 멀리 소가 누운 듯 하다 하여 이름을 붙인 우도가 보인다. 그 위에 오르니 폐부를 찌를 것 같은 깊은 숨이 코로 들어 온다.

 

좋다. 참 좋다. 이 시원한 바람과 공기. 숲속 길에 가득한 보랏빛 맥문동이 지천으로 덮여 있고, 말들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ㄷ 자형의 장애물이 가끔 보인다.

 

정상에 있는 작은 전망대에 오르니 키가 큰 남자 한 명이 나처럼 바람과 공기를 즐기고 있다. 자전거를 앞에 세워 두고 올라 왔단다. 자전거로 오름만을 찾아 다닌단다. 수염도 제법 긴 것으로 보아 오랜 동안 이런 즐거움을 찾아 다닌 것 같다. 우리가 내려 올 때 쯤에 어젯 밤 숙소에서 본 대학생 2명이 올라온다.

 

식산봉을 내려 오다가 길 옆에서 본 이상한 열매. 이게 뭘까? 이런 이상한 열매나 꽃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이름을 아는 어플은 없을까? 그러면 더 정겹게 다가올텐데

 

오름을 내려와 오조리 마을 길로 가는 길. 긴 나무데크를 지나는 끝에 예쁘게 지어 놓은 화장실. 막 들어갈려는데 허름한 옷 차림의 아주머니가 배낭을 메고 화장실에서 나오기에 인사하니까 자기는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라며 다음 공중화장실을 향해 떠난다. 그 뒷 모습이 아름답다.

 

화장실 뒷켠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데 그 곳에서 빨래도 하는지 할머니 한 분이 간단한 빨래를 마치고 올라오시면서 제주도 참 좋다고 칭찬을 하신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 족지물 이라는 작은 물 웅덩이가 있는데 한 쪽에선 남자가 다른 쪽에서는 여자가 목욕을 했다 한다. 족지물에 고여 있는 물은 지금도 무척이나 맑다.

 

오조리 마을에 무슨 무슨 할망이라 하는 민박집들이 몇 개 보인다. 그 이름들도 이뻐 마을을 둘레 둘레 보며 걷고 있는데 어느 창고 앞에 1톤 트럭을 세워 놓고 귤을 싣는 곳에서 귤을 조금만 살까 하고 기웃거리는데 작업하는 곳 옆에 있는 할머니 한 분이 우리 부부를 창고로 불러 들이더니 작은 귤을 가득 손과 팔에 얹어 준다. 이렇게 행복할 수 가. 몇 천원 정도 드리겠다고 하니 그냥 주는 것이란다. 자기는 올레길 걷는 사람들만 보면 귤을 나누어 준다고..

 

이 때부터 걷는 것이 신이 났다. 맛있는 귤을 까먹으며 걷는 재미에 폭 빠져 버렸다. 물론 길을 가다보면 양 옆에 수없이 많은 귤들이 지천으로 나무에 매달려 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손 대지 않기로 하였기에 침만 삼켰는데 이런 감사가 있을 줄이야.

 

어느 집 돌담 안의 작은 귤나무의 밑에는 저절로 떨어진 건지 아니면 귤을 따서 나무 밑에 내려 놓은 것인지 바닥이 노란 색으로 덮힐 정도로 귤을 바닥에 흩어져 있다.

 

조용하고 깨끗한 오조리 마을. .할머니들이 천천히 산책하는 마을길이 올레길이다.

마을 끝에 쯤에 말을 키우는 목장이 있어 멀리 말 몇 마리가 보이는 목장 옆 숲 속에는 말똥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 마을 끝에 주택 밀집지역이 있고 지도상으로 보니 이 곳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 제주도 오기 전에 미리 어느 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2코스에서는 이 곳에서만 점심을 사 먹을 수 있고 안내 책자들에는 홍마트에서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느 블로그를 보니 7거리식당이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고 사진을 올렸는데 너무 먹음직스러워 일부러 그 집을 둘레 둘레 찾아 보았더니 모퉁이를 돌아 허름한 건물에 7거리식당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식을 시켰는데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반찬들을 보더니 아내가 탄성을 지른다. 그래 이거야..이런 것이 먹고 싶었어. 그리고 제육볶음과 생선구이. 이 반찬을 다 주고도 가격은 6000. 참 싸고 맛있다. 아내가 생선을 맛있게 먹으니 아줌마가 슬며시 생선 한 마리를 더 얹어 준다.

 

식사 중에 어떤 할머니가 들어오시더니 중얼 중얼 거리면서 술을 달라고 하니 인자한 모습의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술을 말고 따뜻한 밥을 줄 테니 먹고 가라며 권유하지만 할머니는 기어코 술을 달라 한다. 아무리 봐도 동네에서 술 동냥 하시는 알코올 중독의 할머니같다.  결국 할머니는 밥을 준대도 마다하고 그냥 나가 버린다. 식사가 끝날 때쯤 잘 익은 감 두 개를 슬며시 테이블에 올려 놓는다. 감 맛있다고..먹어 보라고..이 아줌마 볼수록 진국이네. 적극 추천이다. 홍마트가 있는 일곱 갈래 거리에 있는 7거리 식당 (전화 782-7887) 이 글을 보는 독자가 혹시 2코스 가게 되거들랑 7거리식당에서 점심드세요. 여기서 못 먹으면 2코스 끝날 때까지 먹을 곳이 없습니다.

 

홍마트 근처에서 2코스 중간스탬프를 찍고 길을 따라 걷는데 어느 집 앞에 할머니 한 분이 바닥에 앉아 검정콩을 까고 있기에 인사드리니 우리보고 어디를 가느냐 물으며 다정함을 보여 주신다.

마을 사이로 난 도로를 지나 가는데 왼편에 무인점포가 있어 커피도 팔고 귤도 판다. 이게 오전에 있었다면 들어갔을텐데 이제 점심 맛있게 먹고는 포만하여 그냥 지나친다.

 

그런데 앞서 가는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올레꾼을 색깔이 다른 작은 강아지 두 마리가 올레꾼을 따라 가고 있다. 두 마리 모두 목에는 작은 쇠사슬이 있는 것으로 보아 끈이 풀려 도망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강아지들이 아무리 사람들이 돌아가라 해도 돌아가지 않는다. 이러다가 주인이 이 강아지들을 찾기 힘들까봐 어쩔 수 없이 큰 거리에 나서기 전에 사고의 위험도 있고 해서 길 가 작은 나무 가지에 쇠사슬 고리를 묶어 놓았더니 낑낑 대며 우리를 따라 올려 한다.

주인이 길을 따라 가며 강아지들을 찾아 나서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양 옆으로 많은 귤나무들에 탐스런 귤들이 포도송이처럼 열려 있는 조용한 숲길. 숲 사이 길은 화산으로 검게 변한 흙들을 밟는 발길이 부드러움을 느낀다. 공동묘지로 보이는 곳에 각 묘지마다 돌 담을 쳐 놓았다. 대개 미관을 생각해서 모두 반듯하게 한 방향으로 산소를 마련하는데 상식인데 이 곳은 방향이 모두 제 각각이다. 묘지도 이상하게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세워 놓은 곳도 많이 보인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 옆으로 세웠을까?

 

공동묘지를 지나니 왕릉 같은 아주 큰 묘비 하나가 저 멀리 보인다. 그 뒤에 빼곡한 나무와 철구조물로 된 관측탑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 묘비는 군위 오씨의 시조 묘라고 적혀 있다.

 

. 이제 두 번째 오름인 대수산성으로 올라가자. 대개 오름들은 올라가기 편하게 모두 나무계단을 놓았다. 조금 가파르긴 하지만 한 번만 쉬고 올라가니 멀리 마을과 바다와 위도 그리고 일출봉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커다란 풍력 발전기가 몇 개 돌아가고, 몇 개의 오름들이 군데 군데 솟아 있다. 바람이 불어 시야가 더 멀리 보이는 것 같다.

 

어떤 부부가 올라오는데 벌써 며칠 째 올레길을 걷고 있단다. 처음 며칠은 힘들더니 이젠 그리 힘들지 않다며 빠른 걸음으로 내려간다. 이 오름의 정수리에 박혀있는 이정표는 돌아가라 한다. 내려갈려 보니 저 쪽에 다른 봉우리가 있다.

 

대수산봉을 내려오는데 오른 쪽에 천주교의 공동묘지인 듯 대규모의 공동묘지가 있는데 이 곳에서는 다른 묘지와는 다르게 돌담이 없다. 그리고 묘지도 일정하게 정렬되어 있고..

 

말들이 한산하게 풀을 뜯고 있고 모든 길의 옆에는 감귤밭 혹은 무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고구마나 고추 등 다른 종류의 채소나 과일들도 있을 법 한데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느 밭은 길가의 언덕 밑에 커다란 공간에 마련해 놓고 돌담을 막아 놓았는데 신기할 따름이다. 왜 모든 밭들을 이렇게 돌담으로 막아 놓았을까?

 

그러다가 어떤 곳에 커다란 비닐 하우스가 있어 들여다 보니 우리가 보통 키위로 알고 있고 제주에서는 다래라 부르는 대형 농장이 사람들이 넘보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구멍 뚫린 곳으로 보니 얼마나 많은 다래들이 열려 있는지 입이 딱 벌어졌다.

 

그렇게 길을 따라 흥얼거리며 걷다 보니 혼인지라는 유적지가 보인다. 제주에 유명한 3개의 성씨가 고씨, 양씨, 부씨가 있는데 어느 날 먼 나라에서 온 공주 세명과 결혼한 곳이라 해서 유명하다. 이 곳에서는 주말에 커다란 행사가 있어 사람들이 행사 준비에 부산하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여전히 결혼식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밤 묵기로 되어 있는 둥지 게스트 하우스가 이 곳 근처에 있다 해서 어차피 2코스를 마치고 다시 이 곳으로 와야 하고 아내도 힘들어 하기에 게스트하우스에 전화해 짐을 먼저 보내고는 물 한 병 스틱하나 들고 길을 계속 진했다.

 

혼인지에서 나와 온평포구로 가는 길을 걷는다. 30분만 더 걸으면 2코스의 목적지라 한다. 마을 사이의 길. 올레길을 걷는다. 이름 모를 꽃들이 돌담 사이에 피어 있고, 무엇인지 모를 열매들이 매달려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다. 제주도는 모든 골목들이 무척 깨끗하다. 마을 사람들이 청소를 잘 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버릴 것들이 없는지..  바람이 많이 불기에 비닐들이 많이 여기 저기 몰려 있을 법도 한데 그런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것도 아마 시에서 특별히 조치를 취하는 것 같다. 가끔 외지인들이 살고 있는 듯한 예쁜 집들도 보이고 돌담도 자연스럽게 넝쿨들로 덮여 차가운 느낌이 사라지고 부드럽게 만져진다. 

 

바다다. 바다가 보인다.

돌담으로 막아 놓은 해변에 누군가 작은 돌탑들을 연이어 쌓아 놓았고, 여기 저기 어구들이 보인다. 바람이 다시 분다. 그리고 그 끝에 2코스의 종점을 알리는 목마 한 마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2코스 완주 도장 꽝.

 

바닷가 벤치에 앉아 편하게 다리를 올려 놓고 길게 호흡한다. 이대로 앉아 잠이나 잘까? 해변에 돌들을 쌓아 아치형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쓰러져 있다. 돌 사이에 파이프를 세멘트에 박고 기울여 놓았는데 그게 무게를 견디지 못했나 보다.

 

온평포구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돌로 첨성대 모양의 탑도 만들고, 돌로 새 모양이나 정원 같은 것들을 만들어 놓았다. 아직 시간이 남아 3코스를 향해 계속 걷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