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아시아방문기

중국 북경

carmina 2013. 12. 5. 17:22

 

2009. 12. 30

 

올해 아니 이전부터 겨울 홋카이도를 꼭 가고 싶었다

눈이 쌓인 그곳. 그리고 눈으로 만든 조각들..

그러나 나같은 직장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뻔하지 않은가.

연말 연시 며칠 휴가. 올해 남은 휴가가 거의 없어 포기하고

주말이라도 택해서 다녀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연말 팩키지 요금이 평시보다 무려 2배를 넘긴다.

 

12월 초부터 가격 동향을 보고는 홋카이도는 포기. 그래도 매서운 추위를 맛보고 싶어 택한 곳이 중국. 

 

이제까지 수없이 해외 곳곳을 다녀보았어도 이상하게 중국갈 기회는 전혀 없었다. 지난 구정 때 가족들과 홍콩가는 길에 마카오를 하루 들르긴 했어도 그걸 가지고 중국방문했다고는 차마 명함도 못내밀고, 날로 변해가는 중국을 직접 보기 위해선 아무래도 수도를 택하는것이 나을 것 같아 북경을 택해 보았다.

 

다행이 북경 년말 요금이 거의 덤핑수준이다. 혹시나 몰라 여행사에 다니는 친구를 통해 알아보니 덤핑은 아니란다. 가끔 이렇게 싼 가격의 팩키지 투어가 나온다며 '형님 이런 기회 없습니다'하며 적극 권한다.  그래.. 가보자.

 

회사에서도 년말 년시 장기 휴가를 독려하고 있어 기회도 좋다.

이전처럼  12월 31일 종무식 후 슬금 슬금 눈치보며 일찍 퇴근하지 않도록 종무식행사도 없애 버렸다.  휴가가 많은 남은 직원들은 무려 25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11일이나 쉴 수 있는 용기도 부렸다.

 

내게 허락된 휴가는 겨우 2일. 3박 4일의 스케쥴을 잡았다.  중국단체비자를 신청하고, 아이들은 당연히 안간다고 하니 우리 부부만 신청. 아들 부탁은 여행가면 며칠동안 우리가 먹을 수 있도록 돼지고기 김치찌게나 끓여달라고..그것도 엄마가 하지말고 아빠가 끓여달라고..  우리 집은 늘 이게 문제다. 아내가 돼지고기를 무척 싫어하니 아내는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게를 아이들에게 먹이는 것도 무척 꺼린다.

 

아..그런데 떠나기 이틀 전 눈이 한바탕 오더니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다니다 순식간에 서울의 교통이 마비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엄포놓기를 30일 밤에 눈이 많이 온단다.

 

새벽부터 나가야 하는데 눈이 많이 온다고? 그러면 어떻게 공항까지 가야 하나.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해 두었다. 인천공항가는 버스가 여의치 않으면  전철타고 김포공항가서 버스를 타던가 아니면 공항열차를 타던가.

 

여행은 늘 이런 준비가 좋다..

아무 준비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도 좋고, 온갖 준비를 철저히 해서 가는 여행도 좋다. 왜?  여행이니까..

 

공항에서 일행들을 만났다. 워낙 저렴한 요금이라 더 이상 신청을 받지 못할 정도로 성원이 되었단다.  여행사에서 나온 직원의 출국절차안내를 받고, 우리 조의 조장얼굴을 기억해 둔다. 그 사람이 그룹 비자원본을  가지고 있으니..

 

베이징공항에서 이전 직장의 동료를 우연히 만났는데 출장간단다. 오늘 일보고 저녁에 서울로 돌아간다고.  중국출장이 부산 출장같은 일일 생활권이 되어버렸다. 하긴 비행시간이 1시간 반밖에 되지 않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베이징. 이렇게 가까운 곳에 오는데 왜 이리 많은 세월이 걸렸나. 처음 비행기를 탄 1984년 이후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50만 마일을 기록할 정도로 수없이 많은 해외출장을 다녔건만 도무지 이 곳은 지나칠 기회조차 없었다.

 

24인승 버스와 함께 가이드가 나와 있다. 호텔에 저녁에 들어가기 전까지 관광이 있으니 미리 옷부터 챙겨입으라며 겁을 준다. 겁주는건가? 아니면 진짜 그래야 하나.  누구나 다 복잡한 공항에서 가방을 뒤져 추위에 다행키 위한 무장을 한다.  아직은 젊은 듯한 남자. 스스로 하얼빈 출신이란다. 하얼빈은 이런 겨울에 무려 영하 30도가 보통이라 하니 북경추위는 추위도 아니란다.  할아버지가 처음 하얼빈에 왔으니 하얼빈에서 태어났을터인데 한국말이 어설프지 않다.

베이징에 많은 한국인가이드의 많은 수가 하얼빈 출신이란다. 

 

도착하자마자 점심. 중국 특유의 요리들. 이 중국음식때문에 아내와 떠나기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유난히 입이 까다로운 아내에게 기름으로 시작해 기름으로 끝나는 중국음식은 상극이다. 이래서 미리 다짐받아왔다. 먹는 것 걱정말라고. 알아서 챙겨 먹겠다고..

 

 

 식당에 들어가니 이미 점심이 준비되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 기름으로 가득한 메뉴들. 우리가 먹는 밥보다 끈기가 조금 부족한 중국 밥과, 여러가지 고기요리들, 고기는 물론 채소도 기름으로 볶았으니 아내가 영 불편하다. 그러나 어찌하랴..  그래도 그 중 야채를 장으로 담근 것 하나는 먹을만 하단다.

기내에서 얻은 고추장튜브로 끼니를 때운다. 

 

점심에 곁들여 나온 고량주. 잔을 주는데 잔이 거의 엄지손가락만 하다. 같이 모인 분과 서로 몇 잔을 마시다가 도무지 성이 안차 잔을 바꿨다. 가족과 온 애가 찬 물을 달라하니 추가로 돈을 내란다. 차는 무료로 주지만 찬물은 식당에서조차 돈을 주고 사야 하네.

 

중국식당에 한국말로 '커피 1000원'이라고 써 붙여 있다. 중국에서 1000원짜리가 얼마나 요긴하게 쓰이는지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리네 봉지커피 하나에 뜨거운 물 부어주고 1000원 받는다.

 

처음 찾아간 곳은 베이징수도 박물관. 

우선은 중국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며 기원전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해 준다. 진시황제로부터 명나라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고등학생 시절 많이 듣던 나라이름들이 줄줄 나온다.

연.초.제.조.위.한.진  내가 기억하는 이 순서가 맞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얼마나 무의미한 글자를 외우기만 했을까? 차라리 역사시간에 삼국지를 읽으라고 하였으면 더욱 중국의 역사를 쉽고 바르게 알았으리라.

 

 

 

어쨋거나, 이젠 새로운 역사를 외우는건 힘들다. 그냥 아는대로 모르는대로 고개를 끄덕이는것 뿐.

 

수도박물관은 거의 우리 나라 국립박물관 수준이다.

4층부터 중국고대의 문화인 도자기와 서예작품, 그리고 불교의 모습들이 비슷한 문화권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무척이나 친근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불상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인도식 불상이 이곳에서 자주 보인다. 아직 우리 나라 불상은 팔이 여러개 달린 인도의 시바신같은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이 곳에선 그런 불상이 흔히 보인다.

 

어둠속에서 잘 보관되어 있는 고대의 유물들, 그러나 여러모로 서울의 국립박물관보다는 유물이나 전시품들의 규모가 작은 것 같다.분명 이게 제일 큰 박물관은 아닐 것이다.

 

로비의 넓직한 홀에서 바라보는 박물관의 내부의 웅장함이 더 볼거리다. 한 쪽 홀에는 편하게 유물들을 컴퓨터로 볼 수 있는 시설도 준비되어 있다.

 

 

식당을 나와 북경시내를 버스로 다니는데 도로폭도 넓은데  얼마나 차가 밀리는지 변하는 중국의 모습이 수없이 많은 차와 길거리의 큼지막한 빌딩들의 열병들로 말해주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북경올림픽으로 인해 순식간에 인구 약 1800만인 도시가 비대해 졌으며 사람들의 생활과 소득수준은 물론 승용차도 무려 30%가 늘었다. 중국의 자존심을 북경올림픽에서 단단히 추켜 세웠다. 비록 개막식 장면 몇 개가 연출된 장면이라 해서 역시 가짜 천국의 중국이라 비난받기는 했지만 성공적으로 치루어진 올림픽으로 인해 중국은 전 세계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커다란 견인차 역할을 다하고 있다. 

 

강남의 테헤란로에 있는 빌딩은 높고 많기는 하지만 모두 다닥 다닥 붙어 있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곳 북경은 넓은 땅에 대규모 빌딩들이 여유있게 늘어서 있어 하나같이 시원해 보인다. 그리고 수없는 현대 자동차 택시들. 엘란트라라는 모델명이지만 한국의 엘란트라가 아니고 아반테 모델을 그렇게 부른 것 같다.

 

식당을 나와 다음 코스는 왕부정거리.  

이전에 왕의 우물이 있던자리. 지금은 대형 백화점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전통 먹자골목이 있는데 가이드가 미리 주의를 준다.

그 골목에 들어가면 기름냄새가 워낙 독해 중국음식에 대해 혐오감을 줄 수 있으니 비위가 약한 분은 들어가지 말라고...

 

 

이전에 우물이 있던 곳은 이미 두터운 철판으로 막아 놓고 기념표식만 해 놓았다.

 

대형 백화점보다는 중국서민들이 찾는 곳을 가고파서 그런 곳을 찾아들어갔다. 재미있는 모습으로 손님을 끌고 있는 가게에 들어가니 수없이 많은 중국과자들을 산더미같이 쌓아 놓고 파는 곳이다.

 

생각같아선 이것 저것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싶지만, 매번 식사가 제공되니 그럴 필요가 없어 구경만 하고 만다.

 

백화점 거리도 얼마나 넓은지 그렇게 사람이 많아도 여유가 있다.  그리고 가지말라 하는 먹자골목,  들어가보자. 이런 곳을 마다하면 여행이 아니지. 냄새가 진동한다.  역한 기름냄새. 나에겐 왜 이 냄새가 고소하게 느껴질까?

 

양꼬치 구이들, 그리고 이슬람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케밥종류들. 특이한 것은 작은 전갈을 닭꼬치구이처럼 꿰어 판다. 부추기는 사람 있으면 충분히 먹을 수도 있을텐데 옆지기가 엄포를 놓는다.

 

그리고 중국토속 의상들을 팔고, 애들 장난감도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 곳을 돌아다니는 현지인들은 왜 그리 옷을 얇게 입었는지, 얼굴에 추위가 가득하여 창백해 보이는데도 모자도 장갑도 없이 돌아다니고 관괭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얼마나 추운지 장갑을 끼었는데 손바닥이 따가울정도로 시립다. 자꾸 손뼉을 치며 얼어가는 손을 마찰시켜 본다. 두터운 모자를 썼는데도 입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냉기가 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가이드가 정해준 시간보다 조금 일찍 만나기로 한 장소인 사거리에 롯데백화점을 들어갔는데 이런 연말에 백화점을 무척 썰렁하다. 바겐세일도 할만한데 내부에 크리스마스 치장도 별로 없으니 웬일일까?

 

그렇게 왕부정거리를 보고 팩키지 여행에 늘 그렇듯이 쇼핑센터에 가야한다. 라텍스제품을 파는 곳. 라텍스라기에 무슨 제품인가 했더니 침대 및 베개를 라텍스 제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관광객들이 편하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압축해서 판매하니 부피가 상당히 작아졌다. 간단한 라텍스제품 강의를 듣고 나오니 홀에 우리 같이 억지로 끌려(?) 온 관광객이 웅성거리고 있다. 이런 쇼핑코스가 없다면 아마 우리 팩키지 비용도 만만치 않으리라.

 

왕복 항공료정도 밖에 안되는 비용으로 호텔비, 관광비, 지금 가는 곳 서커스구경까지.. 이 곳에서 한국사람들이 주 고객이다.

 

대부분의 공산국가들이 그렇듯 서커스는 최고를 자랑한다.  서커스 서커스 가볍게 들어 올리고 뱅뱅돌리고 몸이 뒤틀리고 하늘을 날라다닌다. 아슬 아슬.  도무지 사람의 몸으로 표현할 수 없는 몸짓들이 내 앞에서 펼쳐진다.

 

외줄위에서 자전거타는 것은 기본이고 다리 밑으로 얼굴을 넣고 빙빙돌기도 하고, 팔 하나로 높은 곳에서 균형을 잡고 움직이는 놀라운 실력, 여자들의 자전거묘기는 그야말로 신기에 가깝다. 자전거를 어찌 저렇게 탈수 있나. 자전거 한대에 무려 10명이 올라타기도 한다.  묘기를 부리는 사람이 나와서 원맨쇼하는동안 주위에서 멋진 춤으로 배경을 만들어 주는 섬세함도 있다.

 

 

서커스는 아주 작았을 때 시작하지만 조금 커지면 할 수 없다. 남자들은 각종 덤블링이나 힘을 자랑하는 서커스도 할 수 있지만 여자들은 조금 키가 커지면 그걸로 서커스 인생은 끝이다. 어디로 갈까 그 서커스걸들은...  우린 단지 보이는 것만 아름다와 할 뿐이다.

 

우리 일행은 두 대의 차로 다녔는데 한대의 차가 갑자기 고장났었는지 다른 일행 차가 바뀌었다. 그래도 서커스 보는 동안 차를 교체하는 순발력에 제대로 된 여행사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저녁에도 역시 중국음식.

어디가나 한국사람들로 가득하다. 한국에서 오는 모든 사람들이 똑 같은 것을 보고 똑 같은 곳에서 똑 같은 음식을 먹는다.

 

 

식사 후 찾아간 호텔. 한 층에 객실이 무려 100개 정도 갖추어진 대형 호텔인데 거의 한국사람들이 투숙객인것 같다. TV를 틀어도 영어방송 나오는 곳이 없다. 주로 한국사람들만 투숙하다보니 CNN같은 것은 필요없는 것이겠지.

 

중국도 말로만 세계화 하고 있다하지만 보이는 도시 인프라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아직 언어나 문화가 세계화하고는 거리가 멀다

어디가나 영어통하는 곳이 없고, 도시의 간판도 거의 모두 중국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다행히 도시의 이정표는 영어로 작게 표시해 놓았다.

 

2일째 아침.

식당은 좁고 공짜 아침 메뉴는 부실하다. 그래..비용이 저렴하니 이런 거라도 줄여야지. 비좁은 공간에 접시를 놓은 장소도 도무지 손님이 불편하게 해 놓았다. 이런 것 개선할 필요가 없겠지. 그냥 내가 맡은 일만 하며 되니까..

 

오늘은 아침부터 만리장성을 찾아간다.

도심에서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팔달령이란 곳.

가는 동안 만리장성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 풀어 놓는 가이드.

중국속담에 '장성에 오르지 않고는 호인이 될수 없다'며 이 곳은 절대적으로 가서 장성을 올라봐야 하는 곳이라 한다.

만리니까 간단히 4000키로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약 5700키로 정도 된다고 한다. 그것도 모두 이어진게 아니고 중간 중간 끊어진 곳이 있다고.

 

만리장성을 위해 모든 남자들이 부역을 하는데 열악한 환경이다 보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시체를 버릴 곳이 없어 그대로 돌위에 쌓았기에 지금도 만리장성 허물어 진곳에 가면 유골이 많이 나온단다.

 

 

만리장성은 지역 형편대로 돌로 쌓은 곳이 있고 혹은 흙을 이겨서 혹은 현지에서 가능한 각종 재료로 쌓았다. 만리장성은 진시황시대에도 물론 쌓았지만 진시황 시대에는 주로 보수공사를 많이 했고 실제로 쌓은 기간은 몇 백년이다.

 

 

북방의 흉노적을 대비하기 위해 쌓았는데 만리장성만 넘으면 바로 대 평원이 이어지기에 당시 수도인 서안까지 며칠안에 달려 올 수 있어 중국인이 그토록 만리장성 쌓기에 공을 들였다.

 

만리장성은 그리 높지는 않은데 아마 설명은 없었지만 적군을 막는다기보다는 적군이 탄 말을 통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된다.

 

 

한시간 반을 시원하게 뚫린 길을 가는데 중간 중간에 만리장성의 일부가 보인다. 우리가 가는 곳은 케이블카가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팔달령이고 대부분의 관광객이 그 쪽을 향하고 있다.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가이드는 또 한 번 심한 엄포를 놓는다. 밖의 날씨가 장난이 아닐 정도로 추우니 단단히 무장하라고..

 

나도 안 입던 내 복을 입었다. 두터운 털모자를 썼다. 혹시나 해서 스키용 마스크까지 준비했다. 차에서 내리니 쌉쌀한 추위가 한꺼번에 밀려 온다.

 

너도 나도 단단히 추위 준비를 했다. 꽁꽁 싸매고 눈만 내 놓을 정도로 완전무장.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줄이 무척 길다. 주위에서 들리는 말은 거의 한국말이지만 가끔 중국어와 서양인들이 보인다.  대개 한국인이나 서양인들은 그래도 제대로 방한복을 갖추어 입었지만 중국인들은 왜 그리 불쌍하고 초라하게 입었는지 옆에 서 있기 미안할 정도이다.

 

 

케이블카는 쉴새없이 올라간다. 원래 바람이 많이 불면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되는에 우린 운이 좋았다. 케이블카 타는 곳의 시설물은 그야말로 외양간이다. 아마 우리나라 같았으면 언론에서 한참 두들겨맞고 영업정지 처분당했을 것 같다.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케이블카를 10분정도 타고 올라가고 만리장성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한 번 더 표를 사야 한다.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니 눈 앞에 펼쳐지는 만리장성. 내 눈앞에 보이는 성벽은 아주 극히 일부분이지만 시야를 멀리 보니 장성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산을 넘고 넘어 구비 구비 하얀 띠가 이어져 있다.

 

가파른 비탈 성벽길을 오른다. 계단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다녔던지 돌계단에 둥그렇게 파여져 있다.

 

 

커다란 바위에 천년마다 선녀가 내려와서 그 옷깃으로 닳아 바위가 없어지는 세월이 1 겁이라 했던가?  지금 이 돌은 아마 몇 겁의 세월을 지낸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돌을 밟고 올라갔으면 이렇게 돌이 닳아 없어졌을까?  성벽에 수 많은 중국어들이 낙서같이 쓰여져 있지만 다행히  한국말은 보이지 않는다.

 

만리장성. 나는 지금 중국의 고대역사 한가운데 와 있다. 만리장성을 보지 않고는 중국에 가 보았다고 하지 마라. 나는 비록 내 눈앞에 보이는 성벽만 보지만 내 마음과 상상속엔 6000키로의 성벽을 보고 있다.

 

 

가이드에게 들은 얘기 하나

모든 남자들은 만리장성을 쌓는 부역을 해야 하지만 단 한 명 소금장수만은 그 부역에 제외되었다. 워낙 소금이 귀한 시기라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소금을 파는데 어느 마을을 지날 때 구슬픈 여자의 울음소리가 있더란다. 가보니 이제 막 결혼한 신부가 부역장에 나간 신랑을 그리워 하며 슬피 울기에 그 신부를 위로한다고 머물다가 밤이 늦어 하룻밤을 같이 지냈다.

 

그리고는 아침에 나오는데 쪽지를 하나 주며 자기 신랑이 부역하는 곳에 가서 상관에게 전해 달라 부탁하는데 절대 쪽지는 미리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소금장수는 그 쪽지를 상관에게 전해 주었는데 상관이 그 소금장수를 붙잡아 두고 신랑을 풀어주었단다. 쪽지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이 소금 장수는 무척 힘이 좋으니 일을 잘 할테니 대신 내 남편을 보내달라'고...   그래서 하룻밤에 만리장성 쌓는다는 속담이 생겼다는 이야그.

 

할 수만 있다면 만리장성을 끝없이 걸어 보고 싶다. 이 곳도 아마 우리네 올레길이나 둘레길처럼 만리장성 걷는 이벤트가 있을 것이다. 혹은 만리장성 달리기나..

 

 

아쉬운 만리장성을 내려와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정된 코스 하나. 발 맛사지.  

 

내가 별로 안 보는 TV프로그램중에 개콘 봉숭아학당코너에서 연변총각으로 나오는 개그맨 강성범이 연변의 모든 것을 엄청나게 부풀려 자랑하는 것을 볼 때마다 우스웠는데 그 개그가 개그만이 아님을 이런 발 맛사지하는 곳에서도 보여준다.

 

발마사지하는 곳은 그야말로 거대한 공장같았으며, 주차장이 넓은 것은 물론 그 안에 들어가니 한 방에 무려 50~60명 들어가서 동시에 맛사지 받을 수 있는 방이 몇 개나 있었다.

 

어느 나라 출장을 갈 때마다 맛사지의 유혹을 받지만 늘 거부했는데 오늘은 부부가 같이 있고 애들도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인원 수 만큼 맛사지 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무통에 물하나 담아 가지고 일렬로 들어 온다. 여자는 남자가 맡고, 남자는 여자가 맡는다.

 

애들은 맛사지보다는 장난하는 것 같아 싱글벙글. 어떤 이들은 기분이 좋은지 그 잠깐의 시간이 푸욱 잠이 든다.  이런 맛사지만이 전부는 아닌 듯 조금 후 각질제거하는 약을 팔고 크림을 판다. 그러나 일행 중 아무도 사는 이가 없다.

 

 

점심을 역시 중국음식으로 먹는데 얼마나 대규모 식당인지 무수히 많은 한국인들이 동시에 식사를 즐기고 있다.

 

식사 후 찾아 간 곳, 중국의 또 다른 슬픈 역사가 깃든 곳. 이화원.

서태후의 여름별장이란 곳. 그런데 얼마나 무모한 별장이었는지 볼수록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본다.

 

 

총 면적 200만 평방미터, 땅을 파 호수를 만들고 파낸 흙으로 산을 만들었다. 서태후의 말한마디에 수없이 많은 국민들이 불가사이한 노동으로 땀을 흘렸다. 물을 끌어다 호수를 만들었는데 가을이면 물이 모두 호수 밑으로 사라진단다.

 

 

 

어린 아들을 왕으로 내세워 섭정정치를 하며 온갖 권력을 휘둘렀다. 그 어린 왕이 일찍 죽자 사촌을 내세워 다시 섭정.  그런 섭정 정치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반란을 꾀하고 자신을 암살할까 두려워 온갖 조치는 다 해놓았다. 매번 식사 때마다 똑 같은 메뉴의 상을 3개 차려 놓고 혹시나 모를 독살을 방지했으며 한 음식을 여러번 먹는 것도 금지해 놓았다. 서태후가 좋아하는 음식이란것을 알면 독살의 위험이 있으니까..  그래서 서태후는 무려 70살이 넘도록 장수했다.

 

 

식사후 그녀가 걸었다는 긴 회랑도 이젠 관광객들이 서태후 같이 뒷짐을 지고 걷는다. 짧은 관광시간때문에 관광객들은 끝까지 걸어보지 못하고 맛만 보고 간다.  여름이면 이 호수에서 뱃놀이도 한다하는데 지금은 호수는 모두 얼어 버려 사람들은 얼음위에서 미끄럼질을 즐기고, 그 넓은 얼음 호수위에 길게 느려진 석양을 본다.

 

 

 

이화원을 들어가고 나오는데 잡상인들이 끝없이 따라온다. 군밤과, 고구마와 찐 옥수수와, 각종 중국책자들을 천원 천원하며 구매를 재촉한다.  천원짜리 하나가 이곳에선 요긴하게 쓰인다.

 

그리고 또 의무적으로 따라간 쇼핑센타.

중국이니까 차는 사야한다고, 커다란 찻집에 데려간다. 일행 모두를 한 방에 넣어 놓고 차에 대해 강의하고 차를 사지 않으면 마치 이 문을 못나갈 것 같은 분위기를 조장한다.  절대 할인이 안된다 하면서도 구경하다 흥정하니 흥정이 이루어진다.    

 

뜨거운 차를 넣으면 잔의 외부에 그려져 있는 봉황무늬가 색이 변하는 찻잔 셋트를 사고 싶었는데 아내가 적극 만류해서 사지 못했지만 아직도 그 찻잔이 아쉽다.

 

베이징의 한 복판에 라스베가스의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도록 만들어 놓은 화려한 거리가 있다. 빌딩사이의 하늘에 커다란 스크린을 만들어 놓고 그 곳에 화려한 영상쇼가 펼쳐진다. 아주 높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고 어느 곳에서는 퍼포먼스도 이루어지는지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다. 

 

 

그곳에서 뜨거운 커피 한잔 사서 마시는 기분도 좋다. 커피에 설탕을 넣는 비용을 별도란다. 그럼 설탕빼세요.

 

 

이렇게 두번 째 날의 하루가 지나고 푸짐하게 나온 저녁식사와 함께 마신 56도의 독한 고량주와 섞어 마신 맥주에 취해 아내와 약속한 둘만의 송구영신 예배를 비몽사몽간에 잠이 들어 드리지 못했다.

뭐..그럴 수도 있는거지. 송구영신 한 번 안 드렸다고 그 다음해의 모든 일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는건 미신적이고 주술적인 신앙이니까.. 연연해 할 필요는 없다.

 

 

 

셋쨋날.

2010년의 첫날, 모두에게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인사하고..오늘은 아침부터 중국을 대표하는 관광코스, 천안문광장과 자금성을 본다. 가이드는 오늘도 또 한 번 우리를 겁준다. 무척 추우니까 단단히 동여매라고..

 

어제 그제 이미 중국날씨의 정도를 몸으로 느꼈기에 오늘은 속에 입었던 옷 하나 정도 벗어 던졌다. 뭐. 이정도 쯤이야.

 

휴일이라 한가한 도로. 중국은 어디가나 거리가 30분 소요된다. 우리 호텔이 그 정도 위치에 있는건지 가이드가 그렇게 플랜을 세운건지 이동거리는 늘 30분이다.

 

거대한 광장에 차를 세웠다. 지금부터는 무조건 2시간을 걸어서 앞으로 가야 한단다. 버스는 반대편에 가 있어야 한다고. 

 

우리가 웅성거리고 있는데 뒤에서 무슨 구령소리가 나기에 돌아보니 군복을 입은 일개 소대가 자신들의 앞길을 막지 말라며 무표정하게 열을 지어 걸어가고 있다.

 

 

천안문광장.  참으로 거대한 역사의 물결이 이 곳에서 시작되고 이 곳에서 막을 내렸다. 천안문 사태라는 귀에 익은 단어.

 

모택동시대에 일어났던 대학살과 얼마되지 않은 과거에 일어났던 민주화의 물결. 그 역사의 광장을 바라보는  모택동의 거대한 사진이 천안문광장보다 더 크게 보인다.

 

 

천안문 광장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광장은 아니지만 전세계 도시중에 있는 가장 넓은 광장이라 한다.

 

이 같이 추운날 우리가 도착할 때 쯤엔 이미 천안문 광장을 뒤덮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빼곡히 광장을 덮고 있다.   여군들인지 여경들인지 아침 점호를 취하고 있고 씩씩한 남자 군인들이 광장을 가로 질러 행렬하고 있다.

 

 

모택동의 사진을 보다 뒤를 보니 인민영웅기념비가 우뚝 솟아 있다. 인민대회당과 모주석 기념관으로 둘러 쌓인 천안문 광장.  어디선가 거대한 바람이 불어 오는 것 같다. 누구도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위엄이 이 거대한 광장에서 품어져 나온다.

 

 

추워서 발을 구르지만 그래도 사진은 찍는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다 똑같다.

 

광장에서 지하로 들어가니 모택동 사진이 바로 앞에 놓여 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천안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떠꺼러미 총각과, 잘 차려입은 신사와, 두터운 옷의 관광객들이 좁은 문으로 밀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 문은 모든 이들을 몇 백년의 과거로  돌아가게 한다.

 

자금성. 500년 전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명과 청나라의 궁궐.

왕과 황제는 다르다. 왕은 일개국가만을 표현하고 황제는 그 왕들의 우두머리이다.  거대한 땅 수많은 왕의 황제. 명나라와 청나라의 대표 황제들이 이 곳에서 천하를 다스렸다.

 

자금성의 많은 건물들이 눈에 무척 익다. 아마 많은 중국 영화를 통해서 수없이 많이 본 장면이라서 그럴 것이다.

 

자금성은 9999개의 방으로 이루어 졌다 하니 그 규모가 숫자만으로도 엄청나다. 이 방은 궁녀들의 숫자를 가늠할 수 있다. 평생 황제를 한 번도 보지 못하는 궁녀도 있다는 설명에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네 민속촌에 가서 99개의 방이 있는 부잣집이라고 자랑하면 중국인들은 심드렁하게 생각하겠지.

 

 

'자금성에서 길을 잃다'

열심히 가이드를 따라 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그만 가이드를 잃어 버렸다. 먼저 일행들과 함께 갔으리라고 생각하고는 급히 따라 갔는데 보이지 않는다. 전화번호도 메모안해 놓고.. 그냥 마냥 기다렸다. 다행히 다른 차의 가이드를 만나 연락이 되었다.

 

 

자금성의 기와의 대부분은 황금색이다. 워낙 황금색을 좋아하는 민족인지라...몇년 전 본 중국 영화 '황후화'가 생각난다. 황금색의 화려함과, 노란 국화로 멋지게 중국의 미를 만들어 낸 영화.

 

 

노란 기와를 보니 영화가 단지 영화만이 아니구나 하는걸 느꼈다.

 

아마 영화 '마지막 황제'의 무대가 이 자금성인것으로 기억된다.

가이드말로는 가로질러가는 것만도 2시간이 걸리는데 자금성 곳곳을 구경하면 하루 가지고도 모자를 것 같다.

 

자금성 내 곳곳에 대단히 큰 놋쇠로 만든 도자기가 있는데 용도는 화재시를 위해 물을 담아 놓는 곳이고 겨울엔 그 물이 얼까봐 모두 그 밑에 나무를 땔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다.  역사에 자금성이 불 난적이 있었던가?  전쟁을 많이 하던 시절이라 충분히 그런 것을 대비해 둘만도 하다.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5개의 다리도 지나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 다르다. 맨 가운데 것은 황제이고 그 옆은 왕이고..

무엇이든지 특별한 것은 황제용이다.

 

용도에 따라 머무는 곳도 다르다. 그래서 자금성은 몇 개의 내부 성이 있다. 태화전, 중화전, 보화전 등등..

 

각 궁의 내부는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아직도 그 안에는 황제가 앉던 의자가 남아 있고, 병사가 지키고 있다.

 

거의 두시간을 쉼없이 설명들으며 자금성 맨 뒤로 가니 작은 정원이 있다. 자금성내에는 큰 기둥이나 나무를 두지 않는다 한다. 혹시 자객이 그 뒤에 숨어서 암살을 시도할까봐.

 

바위하나, 나무하나, 기둥하나, 벽돌하나, 그릇하나 아니 보이지 않는 것조차 모두 당시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이런 것들을 음미하면서 지내는 여행이 가장 값진 여행이 아닐까 한다.

 

 

자금성을 빠져 나오니 자금성 둘레에 적의 접근을 막기위한 커다란 인공수로가 있음이 보인다.  도대체 과거라는 세월에는 얼마나 많은 노동이 들어갔을까?  그 옆을 늙으수레한 할머니가 허리를 굽히고 걷고 있다.

 

 

자금성 관광을 마치고 20불 옵션관광인 인력거 타기.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인력거를 타고 중국서민들이 사는 곳을 방문한단다. 솔깃. 내 취향이니..

 

버스를 내려 잠시 기다리니 골목안에서 빨간 인력거들이 우르르 줄지어 나온다. 자전거를 개조해 2명이 탈 수 있는 인력거에 손님이 오르면 무릎 추울까봐 담요를 덮어준다.

 

 

자. 출발. 신이 났다.

고등학교 시절 배운 '아리샹'이라는 중국의 전통민요를 소리높여 부른다.

"까우상 안칭 첸 세일라... 아리샹테 꾸냥 메이숴이야 아리샹데 샹데 창루샹'  발음이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지만 내 뒤를 따라오는 인력거 꾼이 이 노래를 알고 같이 부른다.

 

 

허름한 골목을 달리는 인력거 행렬. 우리 어린 시절 골목들의 모습과 다름이 없다. 버리자니 아깝고 가지고 있자니 귀찮은 물건들이 집 앞마당에 걸쳐 있고, 모두 대문은 거의 열려 있다.

 

 

좁은 골목안에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의 바퀴의 절반을 나무판으로 가리워 놓았기에 무언가 했더니 지나가던 개들이 바퀴에 오줌을 누면 바퀴가 상한다고 대부분의 승용차들이 그렇게 방패를 해 놓았다.  우리나라는 이제 좀체로 승용차 덮개를 씌우는 일이 없는데 이 곳에선 이제 이런 서민들도 승용차 구입을 시작했는지 승용차 덮개를 씌어 놓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긴 나도 처음 빨간 승용차를 샀을 때도 가끔 멀리 출타할 것 같으면 덮개를 씌어 놓았었다.

 

인력거 투어를 안내하는 가이드는 별도로 있는데 여자가 얼마나 말을 톡톡 튀게 잘하는지 연예인으로 나가도 충분할 정도였다.

 

 

오래 된 집앞에서 중국의 풍습을 설명하고 대문이 상징하는 여러가지 의미들을 알려 주는데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다시 인력거를 타고 어느 마당이 크고 사합원이라 불리우는집에 들어가 집의 유래를 설명한다. 중국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변해가는 서민의 생활들과 갑자기 만들어진 땅부자 졸부들의 모습, 일부러 고택을 유지하려는 정부의 지원과, 풍수지리에 얽힌 이야기들  등등..

 

그리고 우리나라 TV프로그램인 '세상에 이런 일이' 에 출연한 적 있다는 귀뚜라미를 키우는 할아버지를 소개한다. 할머니는 차를 나누어 주고 할아버지는 귀뚜라미를 키우며 유명해 지는 자신을 설명하느라 입에 침을 튀기지만 그보다 더 침을 튀기는 것은 통역하는 여자 가이드. 얼마나 맛깔스럽게 통역하는지 빌리그레함 목사님이 1973년 한국에 왔을 때 통역을 담당했던 김장환목사님의 젊은 시절이 생각났다. 빌리 목사님의 설교가 김목사님의 통역때문에 더 감동받았다는 후일담.

 

 

꽤죄죄한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의 귀뚜라미 할아버지는 자신의 품 속에서 기르는 귀뚜라미를 꺼내 보이며 관광객들을 즐겁게 한다.

 

귀뚜라미할아버지 방문 후 찾아 간 곳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터.  갑자기 설레인다.   구수한 냄새들이 밀려 들어온다.

 

과일들, 당근만큼이나 큰 고추, 둥근 가지, 어제 식당에서 1키로에 16위안이나 주고 산 귤이 이곳에선 6위안에 불과하다. 호떡도 팔고, 커다란 생선머리를 잘라 팔고, 소고기 양고기등이 냉동이나 냉장되지 않은 채 팔리고 있다. 수없이 많은 중국음식들에 침이 꼴깍 넘어가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스쳐 지나가는 것 뿐.

 

 

아쉽다. 많이 아쉽다.

 

오늘 점심은 한식. 아주 큰 한식당. 메뉴는 삼겹살, 불고기..

이제야 아내가 젓가락을 조금 든다.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음식은 비싸다. 왜 비싸지?  삼겹살이 모자른 것 같아 한접시 더 시켰더니 12,000원을 더 달라 한다. 한화로 지불했더니 나중에 가이드가 돌려 준다. 여직원이 잘 몰랐다고..

 

점심을 먹고 찾아가야 하는 두군데 쇼핑코스.

하나는 실크판매 하는 곳과 또 하나는 동인당이라는 중국한방병원.

모두에게 맥을 짚어 보며 지극히 상식적인 진단을 내린다. 피가 차다. 갱년기다.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 말할려 하는 것 같다. 관심없다는 듯 표정을 지었더니 맛사지나 받고 가란다.

 

이제 마지막 코스하나 남았다. 옵션관광인 '금면왕조' 쇼.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옆에 이 공연을 위한 극장이 별도로 지어져 있다.  가이드는 이 공연에 모두 만족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거의 5000석이 넘는 듯한 대규모 공연장에 한국사람들이 밀려 들어온다. 금면왕조는 8개의 테마로 이루어진 러브스토리이다.

 

황금색과 청색으로 이루어진 무대.

화려함의 극치. 서커스와 뮤지칼을 합성하고, 현대무용을 가미했다.

그 중 볼만한 것은 홍수가 나는 장면인데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무대에서 물이 쏟아진다. 그것도 아주 많이 쏟아져 내려 멀리 앉아 있는 우리까지 시원한 물방울이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다.

 

 

양 옆의 자막에는 중국어 영어 한국어로 설명이 올라간다. 일본어가 없는 것이 신기하고, 이 공연에 한국사람들만 오는 것이 신기하다.

 

가이드 말로는 이 공연도 다음주 중에 끝내고 잠시 공연을 쉰단다. 정부에서 하는 공연이라 공연자들도 휴가를 가져야 한다고..그러면서 우리가 운이 좋단다.

 

그리고 나서 모든 예정된 행사 종료. 시간이 넘쳐 난다.

나이트라이프를 즐길 것이 없냐 했더니 계획된 것이 없단다.

아내는 힘들다 하기에 쉬라 하고 호텔 옆의 테스코를 혼자 찾아갔다. 무엇을 살려 하는 것보다 그냥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보고 싶다. 아니 물건이라기보다는 그들이 평상시 먹는 음식들을 보고 싶다.

 

한국의 홈플러스에 비해 별로 크지않은 규모 (홈플러스도 테스코에서 투자한 기업이다)에 수입식품코너에는 라면, 캔 햇반 등 온통 한국음식들이다.

 

이 곳에선 우리 어렸을 때처럼 쌀을 조금씩 계량해서 팔기도 한다. 위생처리가 부족한 듯한 음식물들,  보관상태도 깨끗하지 못하다. 어차피 중국요리는 그렇게 엉성해야 맛있는 것인지..

 

테스코를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중국여행의 마지막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북경에 눈이 왔다. 좀처럼 눈이 안온다 하더니 하얀 눈이 떠나는 우리를 기분좋게 한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쓸 때 쯤엔 북경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모든 교통이 마비되었단다. 얼마나 운이 좋은지..

 

 

한국에도 눈이 많이 내려 비행기가 북경에 늦게 도착하여 우리 출발도 늦었다. 공항에서 일행들과 작별 인사하고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추억으로 남긴다.

 

잠시나마 즐거웠던 생활이 오랜동안 반추하며 내 생에 삶의 비타민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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