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아시아방문기

홍콩가족여행

carmina 2013. 12. 5. 17:16

 

 

2009. 1. 27

 

몇 개월전부터 지난 2년간 병역근무하느라 힘들었던 아들과 대입시 공부하느라 힘들었던 딸과 그 뒷바라지에 힘들었던 아내를 위해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갈 곳은 아무래도 우리 가족들의 관심사로 볼 때 유적지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쇼핑이 주 목적인게 좋을 것 같아 홍콩으로 정하고 구정이 끝나는 다음날 부터 5일동안 일정을 잡고 비행기 예약 숙소 예약을 해 놓았다.

 

혹시나 딸이 대학입시에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어찌하나 했는데 그래도 항공티켓을 구매할 땐 대학입시 나군이라도 합격하였기에 그것만이라도 위안삼고 갈만하다 했는데 구정 전날에 최종 대학발표가 났는데 원하는 대학에 무사히 합격하여 정말 최고의 기분으로 여행을 떠났다.

 

며칠 전부터 거실의 벽에 각자 이름이 적힌 종이 한장씩 걸어 놓고 필요한 준비물을 적기로 했지만 제대로 적는건 아빠와 딸 뿐. 아들과 엄마는 무덤덤.

 

며칠동안 집을 비워야 하므로 아파트 앞집에 신문좀 보관해 달라고 부탁하고 상할만한 남은 음식들 모두 처치하고...

 

일인당 가방하나씩과 그 전날 받은 세뱃돈도 두둑하게 챙기고 모두 함께 거실에서 손을 잡고 기도하고 출발.

 

홍콩은 가을 날씨. 부천은 아직 추운데도 옷을 적당히 입고 택시타고 인천공항 행 버스정류장으로 가니 다행히 버스가 바로 도착한다.

 

간다.간다. 공항에 도착. 핸드폰 로밍하고 홍콩달러 환전하고.

 

그간 출장다니면서 다른 가족들 여행가는 것 보면 무척 부러웠는데 오늘은 나도 그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본다.

 

여전히 딸은 모든 것에 신기해 하고 아들은 무덤덤. 정해진 보딩시간에 맞추어 게이트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모두 각개 약진. 처음부터 이러니 여행 내내 이런 모습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모녀는 면세점 돌고 아들은 알아서 시간보내겠다 하고 나는 공항 VIP 라운지 이용. 쿠기와 라면 몇 개 배낭속에 챙기고 시간 맞추어 모두 늦지 않게 온다.

 

4시간의 짧은 비행에 제일 관심은 여전히 기내 면세점 품목. 그리고 기내식. 딸아이가 이 여행을 위해 영어회화를 준비했는지 영어로 식사를 주문한다. 기특한 것. 너는 지금이라도 유럽배낭여행을 떠나도 좋다. 모두 식사를 말끔히 비워낸다. 홍콩 입국카드도 모두 알아서 쓰라하고,

 

공항에 내려 나도 처음 해보는 홍콩공항 출국수속. 이제껏 홍콩 공항은 몇 번 거쳐갔지만 한 번도 출국수속은 못해 보았다. 아니다..아주 오래 전 해 본 것 같기도 하다.

 

공항에 내려 만능교통지불수단인 옥토푸스카드를 구매한다. 250불을 내면 50불은 Deposit  나머지 요금으로 버스, 기차, 페리호를 이용한다. 모자르면 충전도 가능하고..

 

예약해 놓은 침사추이 지역의 아이비라는 한국식 민박집을 가기 위해선 A21번 버스를 타야 한다.

이층버스네. 영국의 지배를 오랜동안 받았던 탓에 금방 영국의 문화가 보인다.

 

버스에 제일 먼저 올라 무조건 이층으로 올라간다. 제일 맨 앞에 자리 잡으니 시야가 훤하다.  버스가 공항 터미날을 빠져 나가 깨끗한 도로를 아주 천천히 달린다. 왜 이리 천천히 달릴까?

 

홍콩을 보여주기 위함인지..아니면 철저한 안전운행인지..

 

조금 지나니 구룡반도로 들어가는  긴 다리를 지난다. 서둘러 카메라를 동영상 모드로 바꾸어 놓고 찍어 댄다. 이렇게 긴 다리가 있을까? 가도 가도 끝이없다.

 

우리 나라 서해대교 몇 개를 이어놓은 것 같다. 그리고 구룡반도로 들어가니 홍콩의 진면목이 보인다.

 

솟구친 빌딩. 무질서한 간판. 우리 나라의 무질서한 간판은 이 곳에 비하면..피래미 수준이다. 간판이 빌딩을 덮어버리는건 보통일이고 이층버스가 다니는데 방해만 안 될 정도로 도로의 공간을 잠식하여 광고판을 만들었다.

 

아니, 이러면 고가사다리가 있는 특수목적용 차들은 어떻게 다니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소방차들도 이렇게 높지는 않을려나?

 

길거리에 삐죽이 솟은 현대적인 건물사이로 오래된 아파트 건물들이 공존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아파트에 온갖 빨래들이 널려 있고 나무들이 다 죽어가는 화분들이 보기 흉하게 난간에 걸려있다. 관광부국을 자랑하면서 왜 이런건 정비를 하지 않을까?

 

버스에 안내 방송이 없다. 그냥 알아서 내려야 한다. 지도를 들고 우리가 내릴 곳을 찾는데 아무래도 거의 다 온 것 같아 아래층 내려가 우리가 내릴 곳을 물으니 여기라 한다. 이런 낭패.

 

모두 부랴 사랴 아래로 내려오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우리가 찾는 백화점이 안 보인다. 그러나 민박안내서에 버스에서 내려 조금 앞으로 걸어가라 했으니 걸어가보자.

 

길가에 인도인 파키스탄인들로 보이는 얼굴들이 접근해 온다.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가만히 들으니 '가짜 시계'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 들은 어느 나라를 가나 이런 모습을 보이니 참으로 딱하다

 

길 옆에 대형 이슬람 모스크가 있어 이 곳이 이들의 주 무대임을 금방 파악한다. 아무래도 민박으로 가는 길이 아닌것 같아 모두 뒤로 돌아.

 

겨우 민박집을 찾아 들어가니, 방이 거의 비행기 화장실 수준이다. 자그마한 곳에 없는게 없다. 겨우 4명이 비비고 잘 정도. 침대 사이 통로도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  그러나 어떠랴. 이 정도 가격에 4명이 시내 가까운 곳에 잘 수 있다니.

 

이 곳은 워낙 찾는 사람들이 많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방을 구할 수 없다. 그리고 이곳을 검색하기 전에 여기 저기 다른 곳을 찾아보았지만 그래도 이 아이비 민박의 제일 평이 좋았다.

 

첫날의 우리 일정은...우선 식사를 하고 불꽃놀이를 보는 것.

 

배가 고프다. 기내에서 먹은 식사 후 오래되었으니.. 가방을 풀고 간편하게 차려입고 거리로 나왔다.

 

큰 길가에는 대형 쇼핑센타.. 음식점은 주로 뒷골목에 있기에 한 블록 건너 골목을 찾아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길 모퉁이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홍콩식 꼬치와 기름기가 범벅인 만두들이 맛있어 보인다. 기름에 튀긴 딤섬한 봉지를 사고, 우리의 국화빵같은 간식도 사 들고 걸어가며 먹으니 모두 맛있다고 감탄한다. 그러나 금방 이 냄새에 질릴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제대로 된 식당을 찾기 위해 여기 저기 기웃거렸지만 도무지 이 넓고 사람많은 도시에 왜 이리 식당이 없는지 한바퀴를 돌아서 다시 제 자리로 왔다.

 

겨우 허름하지만 사람들이 붑적거리는 식당에 도착하여 구석에 자리 잡으니 우리가 볼 땐 두명 앉으면 겨우 알맞을 것 같은데 무려 5인용 자리라 한다. 과연 중국이다.

 

옆 사람들이 먹는 걸 보고 손가락으로 세 개를 택해 주문했다. 완탕과 볶음밥 같은 것.  맛은 없다고 하는데 워낙 배가 고프니 그릇바닥까지 다 비워버렸다.

 

불꽃놀이를 즐기기 위해 바닷가로 나가다가 아내와 딸은 길모퉁이에 있는 백화점을 보자 그만 남편의안내가 귀찮아 졌는지 시간을 정해 어느 장소에서 만나자 하고 둘이 사라져 버린다.

 

그 사이 아들과 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홍콩 빅토리아 항구 앞바다를 찾아갔다. 바다 건너편에 대형 빌딩들이 찬란한 네온사인으로 명절을 축하하고 있다. 저런 모습이 왜 한국의 한강에서는 보이지 않을까? 하긴 한강변에 있는 수많은 아파트들에게 저런 모습을 연출하라고 하긴 힘들겠지.

 

한국의 브랜드는 삼성과 LG의 네온사인이 돋보이지만 그래도 일본의 제품 레이블들어 더 많이 보인다.

 

바리깡모양의 고층 건물과 삼각형모양의 건물이 유난히 돋보이기에 사진을 찍어보지만 내 작은 디카로는 그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없다.

 

오늘은 사람이 워낙 많이 몰릴 것을 대비했는지 바다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이층 난간은 올라가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부둣가에 각종 중국전통모양의 장식을 크게 만들어 불을 밝혀 놓았다. 사람들은 이래 저래 기분좋은 명절을 보내고 있다.

 

천천히 부둣가를 산책하는데 정말 많은 외국인들이 보인다. 전세계의 인종 집합장. 국제도시의 면모를 보인다.

 

아들과 돌아다녀도 시간이 남는다. 다리도 아프니 커피샵에 들어갔다. 자리가 없다. 커피 한잔을 시키고 시간을 보낸다. 한국에서는 대개 손님들이 자기가 마신 잔을 거두어 쓰레기 통에 버리거나 혹은 종업원에게 전해 주는데 이상하게 이 곳의 커피샵에서는 모두 마신 잔과 쓰레기들을 전혀 치우지 않고 나가 버리니 손님이 밀려들어 일손이 모자라는 오늘같은 날은 거의 테이블이 쓰레기 천지다.

 

어느 덧 밖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조금 전 우리가 찾아갔던 부둣가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이고, 조금 제대로 된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인파를 헤치고 들어가려다가 너무 사람이 많아 포기하고 일부러 멀찌감치 서서 볼 수 있는 자리를 잡았다.

 

오후 8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자리 잡은 곳이 위치가 안좋아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불꽃만이 보이지만 그것조차 멋있다. 불꽃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듯 글자형상도 보이고 대개 5개의 불꽃이 동시에 터진다.

 

약 20분간의 불꽃놀이 후 호텔로 돌아가는 대로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모든 차량의 진입을 막아서 도로한가운데로 사람들이 다니게 하고 백화점들은 늦은 시간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여전히 쇼핑객을 받고 있다.

 

캔톤거리와 네이든거리의 모든 도로에 사람이 넘쳐난다. 홍콩은 온통 축제다.

 

그렇게 하루 밤이 갔다. 좁은 방에 4명이 침대 2개로 남남.여여로 첫날밤을 지냈다.

 

홍콩 둘쨋날.

 

아침에 민박집에서 마련한 미역국과 따뜻한 쌀밥이 있는 아침 식사를 즐겼다. 평소 아침을 안 먹던 우리집 가족들도 한 그릇 가득 담긴 밥을 남김없이 다 먹어제꼈다.

 

편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나오니 어디선가 풍악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일까?  거리의 커다란 쇼핑센타 앞에서 사자놀음을 하고 있다.

 

보도에 높은 두개씩 마련된 말뚝을 연이어 세 개를 세우고 사자모양의 탈과 몸체안에 두명의 남자가 들어가서 아슬아슬하게 묘기를 부리고 있다. 그리고 옆에서 두드리는 북소리와 나팔소리에 맞추어 덩실 덩실 춤을 추고 때론 위험해 보이지만 옆에 있는 말뚝으로 껑충 뛰어 다시 자리 잡고 또 춤을 춘다. 그렇게 묘기를 부리고는 내려오는데 밑에서는 중국전통의상과 높은 지위를 나타내는 관을 쓰고 턱에는 긴 수염을 붙인 이가  행인들과 사진을 찍기도 하고 초코렛을 나누어 주고 있다.

 

오늘 아침에 갈 곳은 20개의 에스컬레이터가 있다는 홍콩섬에 있는 명소. 전철을 탔다. 이미 딸이 모든 것을 사전에 파악해 놓았는지 맨 앞에 서서 길 인도를 한다.   

 

전철 MTR를 타기 위해 침사추이 역에 들어가니 보기만해도 깨끗한 전철역에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위해 발걸음이 바쁘다. 이미 노선은 알고 있고 어디서 내려야 할지도 알고 있다.  전철은 몇 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차량의 연결부분이 투명하게 처리되어 있어 실내가 무척 넓게 보인다.

 

홍콩섬으로 가는 중이나 전철은 틀림없이 바다 밑을 지나고 있으리라.

 

홍콩섬의 중심. 센트랄 역. 기차와 배와 모든 전철의 중심지다. 역을 나오니 방향을 잡지 못하겠다. 길가의 경찰에게 물어보았다. 에스컬레이터가 어디 있느냐고.. 무언가 한참 설명하는데..잘 모르겠다. 어쨋든 지금 운행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분명하다. 하긴 그것도 알고 있다. 출근시간에 하행으로 운행한다고 들었으니..

 

대충 손가락방향만 믿고 따라간다.  센트랄 마켓에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그런데 첫번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니 다리 위 공간에 여자들만이 자리를 펴고 밤새 노숙한 모습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데 여자들이 몰려 있다. 왜 그럴까? 도무지 감을 못 잡았다.

 

노숙자들 앞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우리가 목적했던 긴 에스컬레이터 행렬이 보인다. 그러나 역시 하행으로만 되어 있고 옆에 안내판을 읽어보니 10시 반 부터 상행으로 변경된다고. 

 

아내와 딸은 금방 눈이 반짝인다. 우리 쇼핑가자.

이미 기 곳을 찾기 위해 오는 도중 대형 쇼핑센타가 문이 열려져 있는 것을 눈여겨 보았겠지.

 

10시 반에 이 곳에서 다시 만나자 하고 우린 또 이별.  아들과 나는 어쨋든 이제 막 문을 연 듯한 쇼핑센타로 향하고 아내와 딸은 어디론가 더 큰 쇼핑센타로 가버렸다. 

 

아들이 백화점의 지하에 내려가고 싶다 한다. 혹시 우리 나라 백화점처럼 지하에 먹거리가 있을 줄 알았나보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이었으니. 그런데 지하에선 온갖 식품과 주방용품들만 가득하다. 아들은 그 곳에서 한국라면을 보고 반가와 한다.

 

그런데  아침에 듣던 침사추이 백화점앞에서 듣던 사자놀이의 농악소리가 다시 들린다. 아니. 그게 여기까지 왔나?

 

백화점내에 아침에 보던 똑 같은 사자탈춤과 대감분장을 한 사람이 초코렛을 들고 다니며 만나는 이들에게 새해 축하 인사와 함께 초코렛을 나누어 준다.

 

그리고 조금 후 실내에 커다란 소리의 농악소리가 가까와 오고 두 사람이 안에서 춤을 추는 사자 한마리가 개인 점포앞에서 춤을 추고 높게 일어서서 점포위에 매달려 있는 상추를 잡아 채고는 엎드려서 상추를 먹는 시늉을 하고는 상푸를 갈갈이 찢어 점포의 주인에게 던져준다.  그리고 주인은 사자들에게 빨간 봉투에 담긴 먹이(?)를 주고..

 

가만히 보니 거의 모든 점포들이 점포 위에 상추를 걸어 놓고 있다. 이런 절차가 매번 반복된다.

 

실내에서 그렇게 농악소리가 들리니 머리가 혼란스러워 나와 버렸다. 나와서 왔던 길을 우회해 돌아가니 어느 빌딩 앞에 커다란 금빛 황소모형을 전시해 놓았다.  얼른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간 뒤 사람들이 만든 우상이 연상되었지만, 이건 그런 우상이 아니고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등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전통이니 이해하자.

 

아내와 약속한 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20분 정도. 우리 같이 시간을 모르고 올라왔던 사람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다.

 

바삐 오가는 홍콩 주민들. 일하는 아침이 시작되었다. 시간을 정확히 맞추어 아내와 딸이 오고 에스컬레이터 올랐다. 처음 몇 개는 평평한 에스컬레이터이더니 경사가 조금 급해지자 계단형 에스컬레이터로 변한다. 도대체 몇개를 올라갔는지 하나 둘 세는 것도 잊어 버렸다.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는 곳 옆에는 바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다. 어떤 이들은 오르고 어떤 이들은 내리고..

 

길옆의 작은 카페들, 과일 가게들, 옷가게들.. 우리네 골목길의 모습이랄까.. 비록 인위적이지만 이런 모습도 보기 좋다. 올라가는 길은 늘 또 다른 길과 마주친다. 택시가 가로 질러 다니고 각종 도로의 이름들은 이미 안내책에서 눈에 익은 이름이다.

 

중간에 손문기념관 가는 이정표도 보이지만 가족들은 전혀 관심없다. 맨 꼭대기가 올라왔나. 더 이상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없다. 

 

그렇다고 위에 특별히 눈을 끄는 볼거리도 없다. 어디로 가야 하나. 다시 내려가자.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중간에 골목길들을 걷는 기분이 좋다. 재래시장도 지나고..나는 좋은데 딸은 금방 싫증낸다. 재래시장이 있는 지저분한 골목이 싫단다. 헐리우드 스트리트라고 이름 붙여진 곳도 그렇게 눈길을 끄는 곳이 없다.  배도 고프니 식사나 하자.

 

제대로 된 점심을 먹자는 식구들의 요구.

 

길가에 메뉴을 보고 어느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가니 갑자기 아주 커다란 식당내부에 들어서 버렸다.

 

둥그런 원탁테이블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실내. 거의 빈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겨우 믄 앞에 있는 자리 하나 잡고 차를 주문하란다. 자스민차와 보이차를 주문하고 메뉴판에 보이는 딤섬을 주문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메뉴를 잘못 선택한 것 같아 옆에 메뉴꽃이에 보니 정말 많은 딤섬의 메뉴가 있고 손님이 그것들을 연필로 하나씩 체크하여 주문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얼른 이미 주문한 것 취소한다고 했더니 종업원이 난감해 한다. 그치만 새로 신청하겠다고 했더니 알겠다며 새로 받았다.

 

메뉴판을 여러번 읽어보고 몇 개의 딤섬 주문하니 제일 먼저 나온 딤섬이 새우로 만든 딤섬 4개. 아내가 너무 맛있다며 감탄해 한다. 그리고 몇 개 이어져 나오는 딤섬. 어? 그런데 우린 겨우 4 종류의 딤섬을 주문했을 뿐인데 무려 5개나 나온다. 우리가 시킨게 이게 아니라 했는데 맞단다. 에라 그럼 먹자..

 

그리고는 무언가 양이 부족하다는 알고 옆에 테이블에 보니 치킨처럼 생긴 고기를 먹고 있다. 종업원을 불러 저게 뭐냐고 물어보니 거위란다. 가족들에게 저거 먹겠느냐고 다짐받고 우리도 하나 시켰다.

 

막상 잘 익혀진 거위가 나왔는데 여자들은 시큰둥. 남자둘은 거위에 폭 빠져 버린다. 특히 아들은 껍질이 너무 맛있다며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렸다.

 

배도 부르고..  지상 전철을 타고 코스웨이베이를 찾았다. 지도를 들고 지나치는 옆에 빌딩들을 보며 우리가 내릴 곳을 찾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전철에 사람이 많고 옆에 사람에게 코즈웨이 베이를 물어보니 바로 이곳이란다. 아이고..우리 모든 식구야 다 내려라.  

 

또 어느 새 번화가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 많은 쇼핑센타들. 또 우리 여자들의 눈이 휘둥그래 해지고 우린 또 이별하기를 원한다. 우린 어쩔 수 없는 사이인가 보다. 

 

몇 시에 다시 만나자 했더니 아우성이다. 시간을 짧게 준다고.  그래 그래 알았어 맘껏 놀아. 시간 연장.

 

아들과 나는 사람들의 흐름을 따라 걸었다.  바닷가 쪽으로 가기 위해.  저기 사람들의 무리가 보인다. 아주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있으니 무언가 있겠지.  

 

또 다른 전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넓은 공터 그리고 공터옆에는 무슨 스포츠센타 공간인 듯 축구장보다 더 큰 넓이의 공간이 뎅그나니 커다란 울타리 안에 갇혀있다.

 

그 옆 공간에서 젊은애들이 허슬춤을 추고 하릴 없이 삼삼오오 모여 잠담을 하고 있다.  허슬춤을 추는 모습은 지극히 단조롭고 한국 젊은애들의 랩하고는 전혀 모습이 다르다.  그리고 빈터에 앉아 있는 수많은 여자 아이들. 뭐하러 앉아 있을까?  무슨 공연을 기다리는건가? 우리네 젊은애들처럼 좋아하는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미리 기다리고 있는 애들처럼.  

 

애들은 특별히 하는 일없이 싸가지고 온 음식들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난 그제서야 알았다. 이 곳에 무슬림젊은애들이 많은 것을.

 

남자들끼리 어울리지 못하고 특별한 놀이 공간도 찾을 수 없으니 이렇게 남들 모이는 장소에서 모여 소풍나온 것임을..그것도 도심지 한 복판에서...이런 모습은 여러번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도심지 한복판 육교 밑이나 빌딩모퉁이 그늘에서나 어디서든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특별한 놀이기구 없이 얘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절대 그 어느 무리에도 남자들은 없었다.  

 

남자들하고 같이 있는 모임은 거의 다 맥도날드나 카페 등에서 뿐이었다.

 

그늘하나 없는 콘크리트 위에서 담소를 즐기고 그 들의 점심은 길거리에서 싸구려로 팔고있는 치킨이나 빵조각들. 어느 전자제품가게에서 많은 아이들이 TV를 보고 있는데 어떤 가수 모습같았다.

 

바닷가를 향해 걸었지만 이 곳에서는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바닷가에는 무척이나 오래된 건물들이 있고 그 표면의 거의 빈민가스타일의 빨래들이 걸려있지만 일층에는 아주 최고급 옷가게가 있는 것이 무척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한 낡은 빌딩 숲 사이에 멋진 레스토랑이 있지만 하늘을 쳐다보면 역시 암울한 아파트 빈민가들..

 

아들이 더 이상 걷기 힘들다기에 맥도날드를 찾았다. 여행자의 영원한 보금자리 맥도날드. 도무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이다. 겨우 빈 자리 하나 찾아 커피 한잔과 감자튀김을 사들고 시간을 때운다. 옆에는 젊은 애들이 무언가 열심히 노트를 펼쳐 놓고 토론을 나눈다. 이들의 말투는 무척이나 톤이 높아서 가만히 이야기하는데도 다른 이들이 들으면 거의 다투기 일보 직전의 억양이다.

 

나도 힘들어 앉아서 꼬박 꼬박 졸고..

 

시간이 되어 아내와 딸이 오고 오늘의 우리 가족 공식방문지인 피크트램을 따라 길을 나섰다. 아침에 민박집 식당에서 만난 여행자가 피크 트램을 탈려면 일찍 가야 한다고 해서 서두른 편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 찾아가는데 자꾸 다른 곳으로 가는 것 같다. 가는 길도 여러가지. 길을 잘 못 든 덕에 오래된 성당을 찾았다. 요한 성당이던가..  영국인들이 지어 놓았겠지.

 

피크트램을 타는 곳엔 이미 사람들의 긴 행렬이 시작되고 있다. 인종잔치. 하나님이 만들어 놓은 온갖 색깔의 피부색들이 여기 다 모여 있다.

 

거의 한 시간 반이나 기다렸나? 겨우 트램앞에까지 왔는데도 타는곳에도 거의 콩나물시루안의 콩나물처럼 사람이 많다.

 

트램을 타고 올라가는데 거의 45도 이상의 각도로 올라가는지 옆에 있는 고층 빌딩들이 거의 기울어져 보인다. 멀리 홍콩만의 빌딩들이 보이지만 옆에 빌딩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트램내부도 서서 가는 사람들을 위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판도 약간의 굴국형 바닥으로 되어 있다. 거의 몇 십년동안 사고한 번 없었다는 안전성을 자랑하고 있다.

 

불과 10분 정도나 올라갔나.  정상에서 내리는 계속되는 에스컬레이터. 이거 도대체 몇 층까지 올라가는거야?  매 층마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가득하다. 몇 층까지 올라갔던가. 어느 지점부터 별로 입장료를 받는다. 스카이 라운지인가? 

이미 이만큼 올라왔기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 중간에서 홍콩의 야경을 즐긴다. 저 아래 보이는 끝없이 높은 빌딩들.  어제 밤에 우리가 서 있던 자리의 건물들도 보인다. 망원경을 챙겨 넣고 가지고 오지 않았네. 

 

배가 고파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이 곳에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사람들이 거의 만원이라 들어갈 수가 없다.

 

점심도 부실하게 먹었으니 제대로 된 저녁 먹고 싶다는 딸의 요구. 건너편 빌딩에 들어가니 제법 그럴싸한 레스토랑이 몇 개 있다. 이태리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갔다.  내심 비쌀텐데..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빠가 초라해 보이기 싫어서..

 

피자를 하나 시키고 라이스 레조토 하나, 스파게티를 하나 주문했다. 실내의 인테리어가 무척 고급이다. 피자에 얹는 치즈가루도 덩어리 피자를 빨래판 같은 것으로 갈아서 얹어 준다.

 

그렇게 비싼 저녁을 먹고 더 이상 볼게없다는 식구들의 공통된 요청으로 하강 트램을 타러 갔는데...여기서도 사람들의 긴 행렬이 보통이 아니다. 

 

한참을 추위속에 떨다가 다시 겨우 낑겨서 트램을 타고 내리니 가족이 모두 지쳐 있다. 기차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잔다. 솔직히 택시 탈 거리는 아닌데..

 

이미 늦은 시간. 오늘은 모두 일찍 들어가 침대에 퍼져 버렸다 

 

셋째날.

 

오늘의 공동 이벤트는 오전에 홍콩스타들의 핸드 프린팅이 있는 아베뉴 오브 스타를 방문하고 이후엔 남녀가 각자 찢어진다. 그리고 저녁에 모여 홍콩하버에서 볼 수 있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관람하기로 한다.

 

날씨는 맑았다. 편하게 입고 바닷가에 있는 스타의 거리를 찾아 나선다.  하늘은 맑고 걷기에 부담도 없다. 길도 깨끗하고 어제밤 그리 많이 보이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길을 걷는이도 별로 없다.

 

바닷가에 멋진 호텔이 몇 개 보인다. 그 앞에 늘어선 관광버스들.  우리가 갈 곳이 저곳일거야.

 

호텔쪽으로 가는 고가도로에 올라가니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 하긴 홍콩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을 꼽으라면, 사람, 백화점, 간판, 그리고 바다.

 

바다에서 낚싯줄을 드리운 강태공도 보이고 멀리 바다 건너편에 삼성 로고도 보인다.

 

바닷가 산책길의 포장이 아주 깨끗하고 도심의 여느 도로와 상당히 다르다. 자..이제부터 바닥을 보는거야. 단체로 온 중국관광객들이 떠들며 지나간다. 그 들이 우~~ 몰려 있는 멋있는 폼의 동상. 영원한 쿵푸의 우상. 이 소룡. 동작 하나 하나가 모두 이소룡의 무예를 대표한다. 영화 4편으로 전 세계의 영화팬들을 열광시키고 조용히 사라진 그 사람.

이미 이 세상을 떠난지 35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이 소룡이 쿵푸의 최고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닥에 찍혀진 눈에 익은 배우들의 손도장들. 어디 읊어볼까? 양가위, 양조위, 장만옥, 이연걸, 성룡, 일찍 자살하여 손도장이 없는 장국영, 유덕화, 주윤발도 손도장이 없다. 겸손인가? 최근 히트영화인 적벽대전의 감독 오우삼.  이런 것 만들기 전에 서거한 이소룡, 그리고 왕우. 아..왕우의 이름을 여기서 다시 보다니....초등학교 시절 외팔이 검객 시리즈로 이름을 날리던 배우 왕우.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었고, 몇편의 시리즈영화로 당대 최고의 중국배우였다.

 

날씨가 더워지니 웃도리를 벗고, 선그래스를 끼고 계단에 앉아 쉰다. 딸도 더위에 머리가 귀찮은 듯 엄마보고 머리를 묶어달라고 부탁하니 모녀가 한가하게 바닷가에서 머리를 땋고 있다.

 

그리고는 모녀는 쇼핑하러 간다며 어제 갔던 홍콩섬으로 다시 간단다. 페리호를 타고..  이제 교통편 이용하는 법은 도통했는지 알아서 가겠다 한다.  배타는데까지 바래다 주고 아들과 나는 바닷가 앞에 있는 대형 콘서트홀이 있는 예술문화회관을 찾았다.

 

넓은 실내. 공연프로그램을 미리 확인해 보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가 떠나는 토요일 밤에야 청소년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고 그 전에는 중국 전통음악 공연이 있어 별로 흥미를 못 느꼈다.

 

혹시 콘서트홀에 들어가 볼 수 있는지 안내원에게 부탁해 보았지만 안된단다. 어쩔 수 없이 여기 저기 장식된 포스터, 그리고 선물가게만 휘 둘러 보았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예술원건물을 찾았지만 그 역시 오늘은 통행 금지. 배가 출출해 점심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침사추이 역 근처에 사람이 많이 몰려 있는 중국전통음식점. 사람들이 너무 많아 6인용 의자에 3팀이 앉아서 식사할 정도이다.

 

아들은 커리를 시키고 난 돼지고기 볶음누들을 시켰다. 내가 시킨 돼지고기의 맛은 그야말로 내 생전 먹어본 돼지고기 중 가장 맛있는 돼지고기 요리였다. 아들도 조금 먹어보더니 감탄을 한다.

 

아수라장 같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자 이제 다음 목적지로 떠나볼까.

 

아들과 함께 찾아간 곳은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 침사추이 큰 거리의 이슬람 사원.

 

우리는 특히 크리스찬이기에 이런 곳 방문을 터부시한다. 그러나 다른 종교도 알아 두어야 하지 않는가.

 

아들에게 이것 저것 설명하며 모스크를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문 앞에 서니 턱수염을 기른 아랍인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살라말레이쿰...  나보고 무슬림이냐고 묻는다. 아니라 하고 이전에 사우디에 오래 생활에서 모스크가 반갑다고 했다.

 

모스크 안을 들어갔다. 가지런하게 깔린 일인용 카페트들이 다음 살라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아들에게 이들의 기도생활을 알려주고 성경에서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의 파생에 대해서 알려 주었다.

 

그 다음은 내가 세계 어디를 가도 늘 가고픈 곳. 현지 재래시장. 홍콩 안내책자에서 꽃시장, 금붕어 시장, 새시장을 알아보고 왔다. 

 

MTR을 타고 에드워드(太子) 역으로 찾아갔다.

 

전철에서 내렸으나 가는 길이 안내책에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 홈을 나와 왼편으로 가는지 오른편으로 가는지 오리무중. 어쨋든 한 방향으로 가다가 아무래도 이게 아닌 것 같아 길가는 아가씨에게 물었더니 자리를 따라오라며 길 반대편으로 건너가 한참을 왔던 길 거슬러 올라가더니 어느 큰 시장을 가르쳐 주며 저 곳이라 한다. 그리고는 아가씨는 왔던 길 되돌아가기에 무척 고마왔다. 일부러 여기까지 우리를 안내해 주느라 자신의 길을 돌아왔으니..

 

재래시장. 역시 이 곳에 오면 살아 있음이 보인다. 인간이 사는 곳. 소리를 질러내고 손님을 부르는 그 애절한 눈빛과 유치하지만 화려한 옷들, 물건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금붕어시장. 상상했던 것은 금붕어를 어항에 담은 채로 파는 것만 상상했는데 이곳의 금붕어 시장에는 투명한 비닐에 금붕어를 담아서 촘촘히 걸어놓았다. 바늘이라도 가져다 대면 금방 터질 듯한 빵빵한 비닐속에 온갖 모양의 금붕어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저를 선택해 주세요. 나 당신 집에 가고싶어요. 눈에도 보이지 않은 만큼 작은 것들도 있고, 제법 커다랗게 자란 금붕어도 많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금붕어 가게들. 우와...세상에 이렇게 많은 금붕어들이 있을까?  저 붕어들은 밀봉된 비닐봉투안에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저 많은 붕어들이 모두 팔려 나가긴 하는걸까?

 

내가 한국에 있다면 정말 몇 종류의 붕어를 사고 싶었건만...난 여행자 아닌가...이 곳에 하루나 이틀을 살더라도 사가고 싶어라.

 

금붕어 시장에서 조금 더 가니 꽃시장이다. 대형 꽃시장 건물. 모두 꽃 꽃 꽃..

 

처음 들어간 건물은 모두 조화만을 판매한다. 그런데 도무지 조화라고 보여지지 않는다. 만져 보고서야 알 뿐..

 

조화뿐만이 아니라 꽃병에 넣는 각종 소품들까지도 자꾸 또 보고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다른 건물로 이어지는 꽃 집들.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꽃들이 포장도 이쁘고 언제라도 팔려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잘 되어 있다.  홍콩 침사추이 거리를 거닐다 보면 거리의 꽃들을 마치 매일 바꾸는 것 처럼 싱싱하고 예쁜 꽃들로 잘 다듬어져 있다.

 

내 눈으로 그리고 내 감성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너무 많은 금붕어와 꽃들은 동영상을 찍어 놓았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지나는 길에 먹거리장터가 보인다. 여러가지 과일들이 있는데 과일을 담는 아가씨가 이상한 과일들을 마치 보물캐내듯이 어떤 줄기에서 빼내고 있다. 이게 뭐냐 물어보니 영어를 모른다. 지나가던 이가 이게 두리안이라고 가르쳐 준다. 이게 두리안이라고? 내가 말레이지아에서 그토록 먹고 싶어하던 두리안이라고..

 

얼마냐고 물어보니 20달러라고 하기에 10달러치만 달라했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두리안이지만 이 맛은 아닐거야. 더 지독한 맛이라 하는데 이건 단지 밋밋한 맛이야. 분명 잘 못 알았을거야. 어쨋든 생전 처음 보는 맛이다. 아무 맛 없는 것같은데..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모양은 비슷한데 껍질이 다르다.

 

어쨋든 생전 처음 보는 과일을 먹어 본 걸로 만족했다.

 

이렇게 시장 두개를 답사하고 나니 아들이 또 다리가 아프단다. 맥도날드여 맥도날드여..

 

처음 가족과 흩어졌던 자리의 맥도날드로 찾아와 쉰다. 여전히 사람은 많고.. 그런데 세상에 옆에 있는 어느 아줌마가 얼마나 크게 소리를 내면서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정신없다. 그런데 대개  모든 중국인들이 이렇게 소리가 크다.

 

이젠 새 시장을 찾아 가자. 새 시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오래된 궁중풍의 건물에 새들 소리가 시끄럽고 한가한 노인들이 쉬고 있다.

 

새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새들 모이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메뚜리들, 벌레들, 굼벵이같이 생긴 것들, 기타 곤충들..

 

재미있는 장면, 어느 아줌마가 새를 다듬고 있는데 어깨에 노란 새 두 마리를 얹어 놓고 일을 하다가 손으로 잡으려고 하니 잠깐 어깨에서 내려와 도망칠려다 다시 아줌마에게 잡혀 어깨 위로 올라가지만 웬지 도망가기가 힘든지 가만히 앉아 있다.

 

새까지 다 보고서야 가족들을 재회했지만 여자들은 아직도 쇼핑에 분이 덜 풀린 듯 우리보고 먼저 숙소로 들어가라 한다. 자기들은 더 볼 것이 있단다.

 

그렇게 헤어져 우린 침사추이로 돌아오고  아들은 지 나름대로 지리를 완전히 파악했는지 자기도 혼자 다니겠단다. 그래라..그래라..나도 그게 편하다.

 

혼자 거리로 나와 바닷가로 향했다. 홍콩섬과 이곳 구룡반도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레이저쇼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어제 올라가지 못했던 바닷가 이층 난간으로 올라갔다. 바람이 불어 모자를 덮어 쓰고 카메라를 연신 눌러댔다. 그렇지만 작은 카메라의 성능은 눈으로 보는 것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

 

한 줄 두 줄 레이저가 비치더니 음악에 맞추어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빌딩의 선을 따라 그려진 조명도 빛을 번쩍이고, 바리깡건물에서도 음악에 맞추어 몇 갈래의 빛을 쏟아낸다.

 

움직이지 않으면 춤을 출 수 없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움직일 수 없어도 춤을 추는 저 빌딩들을 보라. 옷을 입었다 벗었다, 실밥을 뜯었다 매었다.. 빛의 침을 뱉고, 조명을 번쩍이며 마구 소리를 질러댄다.

 

약 15분후에 음악소리가 커지고 레이저빛들도 동시에 번쩍이며 지휘자의 손짓을 따른다. 레이저 쇼에 맞추어 앞 바다로 나갔던 뱃고동 소리도 커지고 하늘에 번쩍이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조용해 진다.

 

그렇게 혼자 레이저 쇼를 보고 천천히 시내를 떠 돌다가 집에 돌아오니 아직도 우리 식구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들이 먼저 들어오고, 어디 갔었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어디든 갔겠지. 조금 후 모녀가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들어온다. 둘이는 신이 났다.

 

애고 이게 가족여행이냐.. 니들이 정말 아빠 마음을 아프게 하는구나.  오로지 관심이 쇼핑밖에 없으니. 어쩌면 이리 다르냐.

 

같이 모여 숙소 인근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즐기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들과 다시 침사추이로 돌아와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같이 하지만 이번엔 맛도 별로 없는 중국음식을 먹어야만 했다. 여행이 재미없어진건가?

 

비록 이렇게 헤어져 다녀도 핸폰으로 문자를 교환하니 전혀 다른 곳에 있어도 안심된다. 

 

 

 

넷째날.

오늘은 내 생일이다.

이국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생일.

어젯 밤 숙소의 주인장에게 슬쩍 귀띰해 놓았더니 아침에 미역국을 준비해 주었다. 어찌나 고마운지..

 

마카오를 가기로 한 날.

남들은 홍콩여행을 대개 3일에 끝낸다 하는데 우린 시간이 남아 하루 더 있으니 비록 조금 먼거리지만 마카오를 가기로 했다.

 

침사추이 항구에서 배를 타고 한시간을 간다 한다. 자 가자. 어디든 가자. 배낭하나 둘러메고..

 

항구로 가기 위해선 까오룽 공원을 지나가야 한다. 이슬람사원옆을 지나 공원안으로 들어가니 조용한 아침에 태극권을 하는 어른들이 보인다.

 

바닷가에 나가니 조용한 쉼터가 있다 커다란 3마리의 스텐레스 돌고래 형상이은빛을 자랑하고 바다는 끝이 없다. 

 

저 멀리 제방끝이 보여 배를 타러 저기까지 가야하는구나 하고 달려가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이 하나도 안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그 곳은 선착장이 아니고 그냥 전망대일 뿐이다. 

 

다시 가던 길을 돌아와 바닷가 고급호텔에 지하로 내려가는 선착장을 찾으니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왔는지 표를 팔고 배를 타는 곳에 사람들들의 무리가 장난이 아니다. 과연 중국사람들은 이 곳에서도 대국임을 자랑한다.

 

표를 사고, 승선시간까지 시간이 남기에 또 이산가족. 이젠 3개 팀으로 나뉘는건 당연한 걸로 안다. 여자팀. 아들 그리고 초라한 아빠.

 

사람들의 무리가 싫어 나 혼자 지상으로 나와 바다를 보며 시간을 지냈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승선하니 배에 빼곡한 의자. 딸은 벌써 배 안에서 컵라면을 파는 걸 봤다. 평소에 잘 안 먹던 컵라면을 한 개 사들고 와서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1시간 20분을 그렇게 달린다. 약간의 울렁거림이 있었지만 그래도 배멀미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이 약간 속이 이상한지 거의 엎드려 힘들어 하고 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수평선. 멀리 빌딩들이 아스라히 보이고 그리고도 몇 십분을 더 가니 갑자기 아방궁같은 건물이 보인다. 마카오 항의 상징인가?

 

다시 입국수속.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은지 도무지 사람들에 치어 죽는다.

 

마카오는 홍콩보다 날씨가 조금 따뜻해 보인다. 택시를 타고 시내 중심가로 데려다달라 했다. 잘 다듬어진 거리, 높은 빌딩들, 한적한 도로를 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차가 막힌다. 이곳인가 보다. 도로 중간에 내려 버렸다. 여기서부터 걷자.

 

깔끔하게 정리된 길을 가다가 어느 순간 빌딩 숲에 갇혀 버렸다. 순간 바닥에 보이는 이상한 무늬들. 보도에 작은 돌들로 해마, 게 등 바다을 주제로 한 것들의 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지는 광장 입구에 있는 중국 구정의 전통 대형 장식물들. 빨갛고, 화려하고...사람들이 광장에 잔뜩 몰려있다. 앉기도 하고 우~~ ㅁ몰려 다니기도 하고..

 

우린 배가 고파..눈에 보이는건 아무거나 먹자는 우리 식구들. 첫 눈에 계란빵 같이 있어 홍콩돈으로 계산하고 입에 넣으니 빵이 입에 녹는다. 모두가 탄성. 하긴 배가 고팠을테니.. 그리고는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데 변변한 식당이 없다. 미리 조사를 하지 않아서인지. 여행책에도 마카오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고급 식당을 들어갈려다가 아무래도 경제가 먼저 생각되어 발길 돌리니..어디로 갈까...음식점은 골목에 있을거야. 아내가 어디서 들었는지 100년 된 빵집이 이 곳에 있다한다. 골목길을 접어 드니 어느 허름한 가게에서 빵을 판다. 정말 볼품없는 작은 빵집. 그러나 그 안에도 사람은 가득하다. 여기 들어갈까? 워낙 배가 고픈지 아무곳이나 가잔다. 

 

아내는 앉자마자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빵 하나를 다 가져다 달란다. 영어도 안 통하는 할아버지에게 손가락으로 빵을 주문하고 나는 완탕같은 것을 하나 더 주문했다. 워낙 이런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아내는 식욕이 돋았는지 여기 빵을 더 사가지고 가잔다. 그래..그러자..돈 몇 푼 안드는데...

 

빵을 먹고 나오니 이제 여자들은 옷이 아닌 금붙이가 눈에 들어오는지 귀금속가게에 들어간다. 마카오가 금이 싸다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그러나 외국이라고 마구 금반지류를 살려는 것 같아 내가 안 좋은 표정을 지었더니 금새 토라져 버렸다. 왜 그런 것도 안 사주느냐고..

 

외국이라고 가격무시하고 사는 모습이 싫어 한국에 가서 사라고 했더니 아내가 언성을 높인다. 그 순간부터 냉랭한 분위기. 우린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딸이 먼저 어디론가 나가버리고 아들은 사라져 버린 딸을 찾아 나서고..

 

'찢어지자'고 딸이 제안한다. 그래 찢어지자. 어차피 관심이 다르니.. 도심에서 만날 필요도 없이 시간맞추어 택시타고 마카오항구로 오라하고 아들과 나는 길 옆의 공원을 찾았다.

 

아무 소리 않고 있으니 아들도 혼자 다니겠단다. 그래..그래..여행이란 쉽지 않은거란다. 우리 가족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나 혼자. 촌로들만 모여 있는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공원에 아주 밝게 핀 매화꽃이 이상해 손으로 만져보니 이런...모든 꽃이 플라스틱 조화네. 이럴 수가.. 과연 중국이다.

 

할일없는 아저씨가 벤치에 앉아 엎드려 자고 있고, 아저씨들 장기판에 둥그렇게 둘러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디론가 가자.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문화가 있는 곳이라 골목 골목이 유럽색깔이 가득하다. 아니나 다를까 골목으로 들어가니 젊은 여행객들이 가득하다. 이제야 내가 올 곳을 왔네.

 

성당이 보이고 작은 공간에 큰 십자가, 분수도 보인다. 정겨운 골목, 길게 뻗은 서민층의 아파트가 보기 좋고, 돌의자에 앉아 키스를 하는 젊은이들이 보기 좋다. 

 

무척이나 오래된 건물들. 하다못해 중국도 이런 오래 된 것을 간직하는데 우린 무조건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바꾸려 하는 문화라 참으로 답답하다.

 

성당에 들어가 오래된 나무 의자에 앉아 기도드렸다. 모든 지난 일에 대한 감사. 현재의 일에 대한 감사. 미래에 대한 소망.

 

작은 성당이라 더 푸근함이 들고 목에 명패를 달고 안내하는 아저씨가 무척 인자해 보인다. 성당이라 그런가?

 

일본인 연인으로 보이는 이가 나에게 길을 묻는다. 센트랄로 가고픈데 도무지 길을 못찾겠다고..나도 대충 가르쳐 주었다.

 

마치 오스트리아의 미라벨 공원같이 작은 나무숲으로 도형을 만든 공원을 지난다. 작은 분수대. 바로 옆에는 하늘을 찌를듯한 역삼각형의 멋진 건물이 있다. 우와 어쩌면 저리도 빌딩이 멋있을까? 완전히 마카오의 랜드마트 빌딩이네.

 

그렇게 젊음이 있는 거리를 지나다가 어느 순간 빌딩 숲으로 들어가는데 옆에서 늘씬한 아가씨가 카지노 갈거냐고 묻는다. 손사래를 치고 빌딩 사이로 가는데 길 옆에은 거의 카지노 빌딩이다 그리고 이 사이를 지나가는 이들은 하나같이 양눈에 달러를 새긴 아저씨들 아줌마들.. 술에 취하기도 하고 팔장을 끼고, 씩씩하게 금은방으로 여자의 어깨를 휘어잡고 들어가기도 한다.

 

소돔과 고무라 같은 이 곳이 싫어 얼른 택시를 타고 항구로 조금 일찍 나와 버렸다.

 

이미 홍콩으로 돌아가는 표를 예매해 놓았기에 시간여유는 있다. 기왕 중국에 온 김에 중국에 사업차 나간 친구에게 공중전화를 돌렸다. 목소리를 듣고 얼마나 반가운지. 부부가 같이 나와있다. 내 평생의 가장 오랜 친구.

 

아들이 먼저 와 있을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며 조바심이 난다. 혹시 문제가 생긴건 아닌지.. 아들은 전화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도무지 확인할 길이 막막하다. 특별히 어디서 만나자고 하지 않아서 혹 다른 곳에서 기다리는건 아닌지.. 무척이나 안절부절했는데 정확하게 시간 맞추어 큰 문을 들어온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여자들은 두명이 갔으니 안심되지만 영어한마디못하는 아들이 내심 걱정되었다.택시기사가 항구에 안간다 해서 몇 번 힘들었단다.

 

이제들 여자들 걱정. 출국수속해야 하기에 시간이 걸리는데 왜 안오는거야. 조금 후 두 여자..의기양양하게 들어온다. 알았다 알았어..이제 세상 어디가도 다 찾아 올 수 있겠구나.

 

홍콩으로 돌아가는 편은 그래도 사람의 숫자가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배는 가득차고, 우리 가족 모두 조용히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자고 있다.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니 우리 집 여자들. 이산가족을 주장한다. 이따가 심포니 오브 라이트 시간에 맞추어 오겠다고.

 

밥같이 먹자는 얘기도 안하고.. 아들과 나만 별도로 나와 밥 먹으러 갔다. 그제 먹은 식당의 돼지고기 요리가 너무 맛있어 다시 가고 싶었지만...그래도 다른 곳을 찾아보자 하고 침사추이역 주변을 모두 뒤졌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 적당한 중국음식 먹고 적당히 산책하다가 가족과 함께 만나 어제 나혼자 본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다시 즐겼다.

 

저녁에 다시 해변으로 나왔다. 이 해변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게 되네.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우리집 여자들과 다시 숙소에 모여 조금 따뜻하게 옷을 갈아입고 외출.

 

첫날 저녁만큼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해안에 가득하다. 시간에 맞추어 마치 권투경기 장내 아나운서같은 멘트가 해변을 가득 울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빌딩들의 레이저쇼.  음악에 맞추어 레이저가 각 빌딩에서 발사되고 때로는 조명들이 음악에 맞추어 변한다.

 

그렇게 한 20분간 빛으로 온 하늘을 수놓더니 마지막에 커다란 포르테 음악과 빛으로 장식하고 대미를 끝낸다.

 

어제처럼 차를 통제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람은 많다.

 

숙소로 돌아오니 모두 힘들어 한다.

 

이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지.

아내와 같이 홍콩 야시장을 찾았다. 우리 숙소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

 

마치 우리네 남대문시장 먹거리골목처럼 많은 이들이 골목도로에 테이블을 펼쳐놓고 무언가 먹는다. 그룹으로 있는 이도 있고 두 세명이 있기도 하고..

 

여기 저기 다니다가 게를 먹고싶었는데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포기. 다시 골목입구로 나와 길 첫집에서 조개, 오징어, 옥수수, 맛살등을 선택하고 길 옆 마트에서 맥주한 캔 사니.. 좋다..좋다..이런 기분이 좋다.

 

옆에서 혼자 먹고 있는 여자가 캐나다에서 왔단다. 직업도 없이 혼자 여행하고 있다고..한국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이 삼계탕이라 한다.

 

그렇게 한 집 먹고...또 다른 집에 들렀다. 이젠 무얼 먹을까?

 

그렇게 밤늦도록 놀다 돌아오는 길거리에서 아내는 또 풀빵을 사서 먹는다.

 

마지막 날 아침.

 

우리 집 여자들은 아침부터 백화점에 가야 한단다. 이번에는 내가 필히 가야 하고..

물건을 샀는데 무언가 잘 못되었으니 가서 통역해 달란다.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큰 백화점. 둘은 어디서 샀는지 방향도 잊은 채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데 얼마나 백화점이 큰지.. 아마 이어지는 빌딩의 낮은 층들을 모두 통하도록 만든 것 같다.

 

물건 바꾸는데 통역해 주고...이젠 할 일 다 했으니 자기들 일보러 또 가야 한단다. 아들도 혼자 돌아다니길 원하고..

 

그래..아빠도 이게 편하다.

 

혼자 바다를 보고 사진찍고 나와 나는 나대로 갈 곳이 있다.어제 아침에 보았던 구룡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조용한 공원. 사람들이 분수대 근처에서 책을 읽고 여자들은 담소를 하고 있다. 여전히 여자들은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 먹고 있고..

 

청년하나가 열심히 성경같은 것을 읽고 있기에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겉표지를 보여준다. 성약(聖約) 성경이다. 나도 크리스찬이라 했더니 반갑다고 한다. 그러나 영어를 전혀 모른다.

 

커다란 나무가 서있는 조용한 공간에 나이 지긋한 남자 하나가 우아하게 태극권을 즐기고 있다. 마치 중국영화보듯이 무술에 선이 있다. 기품이 있고, 절도가 있다.

 

어찌 말로 표현하랴. 동영상을 찍었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싸고, 가족 모두 모여 가방 결산을 한다. 

 

자. 이제 돌아가는 길.

아쉽지만 어차파 돌아가야 하는 길.

떠나는 것도 즐겁고 돌아가는 것도 즐겁다.

 

언제 또다시 올지 기약이 없지만, 그간 숙소를 제공해 준 주인마님께 인사하고..

 

버스를 타고 다시 공항. 도착하자 마자 옥토푸스카드 남은 것 정산하고 나는 내 주머니에 있는 홍콩달러를 톡톡 털어서 아내에게 준다. 남은 것 다 처리하라고..

 

신이 났다..

 

아마 우리 집 여자들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지냈을 것이다.

 

나? 난 뭐 별로..

아들? 무슨 생각으로 따라 다녔을까?

 

돌아오는 비행기의 기내식이 올 때와 다르게 별로 맛없다고 투덜대는 가족들..

금방 모든 것이 사치해져 버렸다.

 

그렇게 우리집 홍콩여행 4박 5일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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