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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는 주거 공간 (회사사보 게재글)

carmina 2014. 6. 28. 10:35

 

내가 꿈꾸는 주거공간

                 

                                                                                                                            차장/해외영업팀

 

누구나 어머니의 성스러운 배에서 나온 다시 속으로 들어가길 바라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동물적인 귀소본능인가?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공간이 마치 어머니의 자궁처럼 아늑하기를 바라고 있고 그렇게 꾸며진 집에서 잠을 자고 아침마다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기를 바란다.

 

음악을 좋아하던 시절에 언제나 나만의 음악 공간을 가지길 원했다.  통기타를 좋아하던 장발의 총각때 마음대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를 있는 공간은 속이거나 혹은 집에서는 이불 속이었다.  유난히 목소리가 까닭에 조금만 크게 노래를 해도 아래층의 어머니는 시끄럽다고 야단치셨고 전축의 볼륨을 조금만 크게 높여도 당장 달려와 끄곤 하셨다.

 

결혼하여 13평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살면서 제일 불만은 깐깐한 아래층 아주머니 때문에 마음대로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크게 못듣는 스트레스였다.  물론 헤드폰을 끼고 들으면 되겠지만 아무래도 귀만을 통해서 듣는 음악은 전체로 듣는 음악에 비해 느낌이 덜하여 년간을 쥐죽은 듯이 살았다.

 

신도시 바람이 불고 서울의 조그만 아파트를 팔아 서울을 벗어난 위성도시에 4개짜리 넓은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우리 집을 어떻게 꾸밀까 하는 아내와의 의견 충돌은 아파트 중도금을 붓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심해져가다가 최종 대금을 납부할 때쯤에 겨우 타협을 보았다.

아내는 집안의 인테리어를 무척 심플하게 꾸미기를 원하였고 나는 가능한 어린이와 같은 동화같은 집을 꾸미길 원했다.  결국은 아내의견에 따랐지만 내가 양보받은 것은 하나.  옆집과 바로 벽을 인접해 있지 않은 방을 택하여 우리의 음악실로 명명하고 적어도 방만은 마음대로 치장하기로 합의하고 방을 어떻게 꾸미는지는 간섭안하기로 하였다.

 

정돈된 방보다는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가 좋을 같아  어릴적 자주 보아오던 장터분위기를 만들기로 하고는 천정에 각종 음악가 사진과 연주 포스터를 걸어 놓고, 가지고 있는 현악기들을 벽에 주렁 주렁 매달기도 하고, 사우나에서 수면을 취할때 사용하는 의자를 들여 놓아 편하게 음악들을때 용이하게 하고,  오디오전면에 소파를 놓아 앉아서 들으면 소리가 몸을 휘감게 만들었다.  바이올린이나 노래를 부를때 사용할수 있도록 좋은 보면대를 구입하고, 피아노를 방에 들여 놓았다가 아무래도 방이 비좁아 거실로 놓기도 했다. 해외출장시나 혹은 낙원상가같은 곳에서 조그만 악기들을 놓고 비록 연주하지는 못해도  가끔 불어보거나 두들겨 보아 소리의 존재 그리고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도 한다.  책장에는 각종 악보와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 관한 책들로 가득 채우고 공연 팜프렛등이 얼기설기 놓여있다.  벽에 늘어져있는 영화 샤인이나 쇼생크 탈출의 포스터에서 주인공이 두팔을 벌리고 환희에 표정을 볼때마다 나도 그렇게 자유롭고 싶었다.

 

틈틈이  클래식 씨디을 구입한 이래 수량이 5백장을 넘으면서 세는 것을 포기했지만 머리속에는 부분의 곡들이 데이타베이스처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어 저절로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밤늦게 음악을 크게 들어도 이사온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옆집이나 아랫집에서 아무말도 없는 보면 방음이 어느 정도 되는 것같아 특별히 소리차단을 위한 시설은 필요가 없었다.

 

퇴근후 9 뉴스가 끝나면 슬그머니 음악실로 들어가 전기스위치를 딸깍할 때마다 나는 항상 어머니의 음성을 듣는다.  적당히 어수선하여 매일 정리할 필요가 없고 조명이 밝지 않은 곳은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금새 잠자리에 들수 있는 포근한 분위기이다.

 

어릴적 부터 꿈꾸어 오던 공간중의 하나를 이제 이루었고 이제 하나 가지고 싶은 것은 성인이 되어서 꿈꾸어 오는 멀티미디어의 환상적인 주거 공간을 생전 이룰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빌게이츠가 시카고에 자신의 새로 지은 집을 첨단 전자산업의 집합체로 만든 것처럼 말하지 않고 묵묵히 주인의 마음을 헤아려  집안에서의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문명이라는 이름의 전자 하인을 거느리는 주거공간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