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지리산둘레길

지리산둘레길 3코스 (2014. 11)

carmina 2014. 11. 10. 11:54

 

지리산 둘레길 3코스 (2014. 11. 8)

 

실로 5년만에 다시 찾은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처음 트레킹이라는 것을 시작한 코스다.

이전에는 등산만 주로 하다가 어쩌다 찾은 지리산 둘레길의 걷는 맛에 빠져

5년동안 전국의 많은 길들을 걸었다.

 

캐나다로 오래 전에 이민간 친구가 이제 나이 들어

가끔 한국에 들어와 이민 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한국 산야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때론 서너달씩 머물기도 한다.

 

이번에도 한국에 들어와 나에게 지리산 둘레길을 같이 가자고 했건만

내가 계속되는 해외출장으로 미루다 보니 어느 날 친구가 일방적으로

토요일에 관광회사에서 판매하는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상품 예약했으니 같이 가자기에

나도 급히 같이 스케쥴로 예약하여  떠났다.

 

낯모르는 사람들의 버스 동승.

부천의 상동에서 새벽에 출발한 버스에는 시청, 양재, 죽전 그리고 신갈을 거치는 동안

낯선 이들이 삼삼오오 몰려 타고 때로는 한 명이 버스에 오르기도 한다.

우린 3쌍의 부부가 맨 앞에 앉아 깔깔거리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출발점인 매동마을에 도착했다.

 

마을로 향하는 길에 버스에서 내린 배낭을 맨 사람들의 재잘되며 지나가는 모습과

전형적인 시골 할머니의 모습은 참으로 묘한 대조를 이룬다.

고급 등산용 스틱과 막대기로 만든 지팡이

비싸보이는 블랜드 배낭과 상표도 모르는 할머니 배낭

튼튼해 보이는 등산화와 편한 할머니 신발

쭉쭉 뻗은 다리들과 어릴 때 심한 영양부족과 고된 노동의 산물인 안짱다리

할머니가 저런 모습과 복장으로 일하여 키워 낸 자식들이

할머니의 발걸음에 인사도없이 빠르게 지나치고 있다.  

 

이전에 하루를 묵었던 매동마을의 조용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갔는데

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서니 못 보던 주택들이 먼저 보인다.

마을 입구에 정자가 있었는데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고

없었던 공중화장실도 생겼다.

사단법인 숲길에서 운영하는 지리산 둘레길 홈피를 가도 매동마을 주민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둘레길 민박 안내를 하고 있다.

몇 년 전 TV의 1박2일 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이 곳을 걸었던 내용이 방영된 이래

둘레길의 22개 코스 중 유독 이 코스만 사람들이 붐빈다.

 

우리 차에 탔던 사람들은 어린아이도 있고 나이든 부인들 그리고

둘레길의 험한 언덕을 올라가기 쉽지 않을 것같은 뚱뚱한 체격의 여자도 보인다.

못 보던 민박집 안내표식들이 많이 보이고 가이드의 간단한 길 안내와 함께 출발.

길가 돌담집에 시들어가는 넝쿨과 분홍빛 꽃들로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안다.

기와집 담 안에는 추녀 밑에는 곶감을 만들기 위한 감들이 주렁 주렁 매달려 있다.

옛날에는 이렇게 낮은 담을 쌓아 이웃집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서로 보여주는

넉넉함이 있었는데 현대의 집들은 문 하나만 닫으면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아

얼마나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거부하고 마음의 담을 쌓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초입부터 경사진 오르막 길인데 사람들은 평지걷듯이 급하게 걸어 올라가고 있다.

이렇게 걸으면 금방 지칠텐데...하는 우려와 함께 나는 오랜만에 보는 이 곳 풍경을

사진찍기 바쁘다.

 

멀리 산등성은 아스라한 안개로 채워져 있고 가까운 산 언덕에는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풍성한 자연의 모습. 가방을 둘러맨 우리 모두의 인생도 풍요로워 보인다.

 

그런데 눈에 거슬리는 길 옆 풍경.

풍성하게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어야 할 고사리 밭의 고사리들이 모두 누렇게 변해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아마 틀림없이 수확할 일손이 없었을 것이다.

청년이나 아가씨하나 보이지 않는 시골에는 사람들은 농사를 키워서 수익을 올리기 보다는

민박을 원하는 도시인들을 통해서수입을 올리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동물원의 야생동물들이 야생성을 잃은 듯,

이 곳의 자연의 산물들도 언젠가는 자생력을 잃어갈 것 같다.

 

도시사람들의 취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시골할머니 한 분이

등산로 입구에서 작은 좌판을 벌려 놓고 농산물을 팔고 있는 것을 보며

고개 위로 올라가니 지난 번 왔던 길이 보여 혼자 미소짓는다.

그래 바로 이길이었어.

 

원래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은 3코스의 중간부터 시작되는 길이라

우린 코스의 중간에서 끼어 든 셈이다.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부리고 올라가는데 사람들이 이미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가파른 언덕위에서 땀을 흘려 옷을 갈아입고  이어지는 낮은 고개를 올라가다가 보니

다시 나무계단을 내려가는데 여기서는 내려가는 길은 오히려 더 높은 언덕을 암시하는 줄을

이들은 알까? 내려가는 것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울울창창한 숲길을 걷는 기분이 참 좋다.

지리산 둘레길의 이런 멋에 정말 힘든 코스들이어짔만 지리산을 한 바퀴 모두 돌았다.

다른 이들은 거의 사진도 찍지않고 걷느라 빨리 갔는데

우리 일행들은 서로 사진찍어 주고 지체하느라 맨 뒤에 따라 오기로 했던 가이드가

우리 곁에 머물렀다.

 

일행 중 도저히 걷기 힘든 사람들이 있어 불과 1시간 걸었는데 15분이상 지연되었단다.

지리산 천황봉 꼭대기에 많다는 고사목이 이곳에서 가끔 보였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고사목.

고사목은 어느 예술가의 모습같다.

죽어서 영원히 이름을 남기는 예술가처럼...

 

숲속에 천막으로 얼기 설기 만들어진 움막이 하나 보인다.

저 곳에는 누가 살까? 아마 나 혼자 걸었다면 기웃거려 보았을 것이다.

곧은 나무들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사라진 곳에는 다시 적막감이 흐른다.

 

산길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얼마나 걸었나?

중황마을 이정표가 반갑다. 마을의 이름들이 생각나지 않았다가

이정표를 보면 아..그래 이 이름이었어.. 라고 추억해 본다.

 

멀리 겹겹이 둘러쌓인 산들을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이 다른 일반 트레킹코스랑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나는 이런 산들을 보았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산들을 보았을 것이다.

어느 주막(?)안에 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즐기고 있다.

내가 이제껏 다녔던 지리산 둘레길은 이런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었다.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들. 그리고 마을에 썰렁한 식당들..

그게 내가 아는 지리산 둘레길인데 여기는 마치 도심지 식당에서

직원들 회식하는 모습이다.

 

봉우리들로 에워쌓인 펀치볼 같은 공간에 집들이 듬성 듬성 펼쳐져 있다.

그리고 멀리 다랭이 논이 보인다.

길은 산골짜기 골짜기로 작은 실뱀처럼 이어지고

단풍이 좋은 국내 유명산처럼 색깔 좋은 단풍은 없지만

그래도 가까이 볼 때 별로 못 느끼던 단풍이 멀리서 보면

산의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길을 걸으면서 친구들이 이전에 아가씨들 머리카락 일부를

염색하는 유행이 있던 것처럼 산이 그렇게 물들고 있다며 신기해 한다.

 

남원 쪽 둘레길은 감나무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산청 쪽에서는 수없이 많은 감나무밭이 길 양 옆에 있어

따 먹고 싶은 유혹을 견디기 힘들었었다.

 

커다랗게 길이 산능선을 끼고 활처럼 호를 그리며 가는 곳

그리고 언덕을 올라가는 먼 곳에 사람들이 한 두명 걸어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등구재로 올라가는 길에 웬 간이 식당이 그리 많은지..

버스를 내리기전 가이드에게 무인판매대가 아직 있음을 확인했는데

이젠 길 중간 중간에 유인 판매대는 물론 식당들이 많다.

 

산 꼭대기에 담을 길게 쌓아 놓은 곳을 걸으며 이제 이 곳을 지나면

다랭이 논을 볼 수 있는 높은 공간이 나올 것이고 작은 벤치하나 있을 것이라고

추억하면서 돌담 코너를 돌아가니 웬걸..

 

그 곳엔 먼저 도착한 다른 사람들이 가득 모여 간이 식당에서 점심을 즐기고 있고

이전의 작은 벤치는 커다란 전망대 데크로 바뀌어져 버렸다.

왁자지껄한 동네. 사람들은 이미 한 잔을 걸친 듯 나이 든 아줌마들의 소리가 크고

조용한 산중이 다양한 등산복 색깔같이 요란하다.

 

간이 식당마다 곶감용 감을 깍아 말리고 있는 풍경이 아름답다.

어느 식당에서는 다슬기를 잡아 탕을 끓여 내는 듯

어릴 때 고동이라 부르던 다슬기를 뒤 꼭지를 자르고

쪽 쪽 빨아 먹던 다슬기가 가득 담겨 있다.

 

가이드가 식당들 있는 곳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곳으로 가지말고

가급적 끝에쯤 있는 곳이 맛있다는 귀뜸이 있어 찾아가니

그 식당이 바로 이전에 무인판매대가 있던 곳이었다.

 

무인 판매대는 그대로 있었지만 확장하여 텐트를 치고 요리를 하고 

나무 침상을 만들고 손님을 받는다.

같이 버스를 타고 왔던 사람이 먼저 식사를 하며 여기가 맛있다고 권한다.

마침 우리 친구도 이 곳이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를 받은 식당이라기에

자리를 잡았다.

 

강원도 사투리가 진한 주인집 부부가 음식을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제일 먼저 시래기국과

먹음직스러운 벌건 김치와 작은 무우가 입맛을 돋군다.

김치와 무우를 한 입 베어무니 얼마나 맛있던지..

자고로 고랭지 야채가 맛있다는 것을 들은 바 있다.

마침 우리에게 다가온 가이드를 불러 합석시키고

막걸리와 표고 버섯 전을 시키고 산채비빔밥 그리고 청국장을 시켜 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먹다보니 우리가 또 제일 늦은 일행이 되어 버렸다.

 

가이드가 우리가 너무 늦어 원래 길보다 30분 일찍 갈 수 있는 길이 있으니

우리보고 그 길로 내려 오라며 알려준다.

 

이 높은 곳까지 차가 올라온다. 하긴 마을을 잇는 길이니 차가 나녀야 한다.

굳이 트레킹을 하지 않아도 자가용으로 이 곳의 풍경과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주변에도 새로 짓는 토속풍의 건물들이 보인다.

앞으로 5년뒤에는 얼마나 많이 변해 있을까?

 

대접이 유난히 큰 막걸리 두 세잔을 먹었더니 걷는 느낌이 다르다.

몸집이 큰 여자 하나도 기어코 이 높은 곳까지 따라 올라왔다.

거의 병원 환자처럼 천천히 걸어 올라가지만 포기하고픈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힘들지 않느냐며 말을 건넸더니 둘레길이 그냥 평지인 줄 알았다 한다.

본인이 어디 가는 줄도 모르고 따라 나서는 여행객들도 있구나.

 

산 언덕에 올라가 다시 평탄한 농로길을 한참을 걸어 갔다.

룰루 랄라 노래하며 길을 걷는다.

내가 선창을 하면 뒤에서 추임새를 넣는다.

 

전라북도에서 경상남도로 넘어가는 등구재의 소개표식도

이전 모습이 아니다.  다만 그 곳의 통나무 의자만 이전 것으로

옆에서 부터 썩어가고 있다.

 

여기서부터 내려가는 길은 조금 가파르다.

이전에는 없던 것 같은데 그 가파른 언덕에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내에게는 우비를 주고 나는 비 맞는 것이 좋아

배낭만 자체 우비로 덮고 비를 맞으며 걸었다.

 

한참 길을 걸어가는데 허름한 정자에 누군가 가져다 놓은

무인 농산물 판매대가 있다. 그 곳에서 방향은 위로 올라가라 하지만

우린 30분을 단축하기 위해 밑으로 내려왔다.

 

한적한 시골 모습이 정겹다.

멀리 밭에서 잔가지를 태우는 듯 연기가 피어 오르고

농꾼 부부가 밭에 쪼그려 앉아 일을 하다가 머리에

무언가 잔뜩 지고 길로 올라 오신다.

그리고 더 가다가 보니 어떤 할아버지께서 지게에 볏짚을 가득 이고

올라오시니 친구가 얼른 지게 뒤로 가서 포즈를 취하기에 사진 찰칵.

 

이 시골 구석에 누군가 스텐레스로 자체 제작한 그리 크지 않는 캐러번을 가져다 놓았다.

이 것도 좋은 방법이네. 아무 곳이나 세워 놓고 산중의 하루를 즐길 수 있다.

 

언덕을 한참 내려오니 창원산촌생태촌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 많이 오니 이런 것도 생길만 하다.

 

작은 농로길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진다.

왼쪽에는 산 사이 계곡에 자리잡은 창원마을.

지난 번 이 곳을 지나 길을 잃고 한참 헤매었다가

창원마을의 아무 곳이나 전화를 해 길을 찾았었다.

그런데 이 곳 어느 집에서 지나가는 길벗들에게 비오니 우산을 쓰고 가라며

우산을 나누어 준다. 도시 사는 아들이 산길을 걷다가 우산 없는 사람들

주라고 했다며 아마 행사용으로 남은 우산을 고향 어머니집에 가져다 놓은 듯 하다.

참 고마운 사람들..

비오는 농로길을 시골할아버지 한 분이 비료부대를 넓게 펴서 우산대신으로

덮고 걸어 오신다.

 

길가에 감나무들이 그대로 있는 것이 다행이다.

누군가 손을 댈 법도 했을텐데 손이 닿을 만한 거리와 높이에 있는 노란 감들이

그대로 달려 있다.

 

지리산 둘레길 안내 게시판에 마을사람들이 둘레길 걸으러 온 사람들에게

제발 애써 재배한 농산물을 건드리지 말아 달라하고,  

특히 관광버스타고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글을 보았었는데

이젠 사람들의 인식이 성숙되었을까?

 

이 곳 3코스에는 수없이 많은 민박집들이 마구 지어지고 있다.

숙소도 이전에는 민박 방 하나에 3만원이었을텐데 지금은 얼마나 할까?

개인적으로 그간 지리산 둘레길을 9번 찾았는데 가능한 민박은 펜션형 민박보다

일반 개인이 사는 집을 더 선호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흙집, 어느 부부가 정성껏 지은 너와집

할아버지부터 물려 받은 집, 어느 목기쟁이의 집,

박쥐가 들어와 날라다니던 집, 마을회관 등등...

 

비를 맞아도 즐겁다.

굽이쳐 흐르는 듯한 밭들의 물결이 좋다.

구비 구비 마을을 벗어나는 하얀 세멘트 길이 좋다.

즐겁게 도란 도란 얘기하면 걷는 커플들이 좋다.

양 옆으로 낮은 산이 있고 언덕 끝에 보이는 환한 공간이 좋다.

저 길로 가면 하늘로 갈 수 있을까?

나름대로 그 길을 Road to Heaven이라고 붙여 보았다.

사람들이 많이 오니 군데 군데 튼튼한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창원마을을 지나 다시 숲길로 이어진다.

지난 번에 이 숲길을 가다가 작은 실뱀 한 마리를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이젠 그 정도의 뱀 가지고는 놀라지도 않는다.

산에 다니면 제일 무서운 것이 이전엔 사람이었는데 이젠

멧돼지이고, 유기견이다.

 

다시 울창한 숲길을 걷다가 잠시 잠시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너편 산과

평화로운 마을이 좋다.

 

길이 끝나가는 것 같다.

숲 길 끝이라고 생각되는 지점 쯤에 길이 두 갈래로 갈라졌는데

이정표가 없다. 앞서 가던 엄마와 아들이 오른 쪽 길로 가다가

멈추어 서서 망설이고 있다.

 

우리도 잠시 멈추었다가 내가 감각적으로 길을 찾는다.

모자가 간 길은 나뭇잎이 가득하지만 발자국이 없다.

그런데 왼쪽 길은 나뭇잎이 적고 빗길을 지나간 흔적이 있다.

내가 길을 찾아 보겠노라고 먼저 내려가니 확실치는 않지만 이 길이 맞는 것 같다.

전화로 기다리던 친구를 부르니 이 길이 맞다며 내려 오고 있단다.

 

멀리 염천강 계곡 넘어 4코스로 이어지는 언덕이 보였다.

원래 지금 내려가는 이 곳에는 마을이 없었다.

나마스테라는 인도사람이 경영하는 작은 찻집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지나가며 보니 나마스테 찻집은 새로 생긴 찻집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집 마당에 작은 부스를 만들어 이동식 찻집을 만들었다.

그 안에서 낯익은 이방인이 보였다.

'나마스테' 라고 인사하니 두손을 모아 합장하며 '나마스테' 라고 내게 인사한다.

5년전에 나를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 준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더니

그랬냐며 기억을 하지 못한다.

 

3코스 도착지인 금계마을 0.1Km 지점.

멀리 보이는 어느 집의 지붕에 흰 개가 꼿꼿하게 서 있다

얼핏 보기에는 동상인 줄 알았는데 살아 있었고 옆에 보니 또 한마리가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아슬 아슬 하게 지붕끝에 서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본인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데 남들이 신기하게 볼 수 도 있는 세상.

농부들에게는 이런 길들이, 풍경들이, 길가의 감나무들이 아무 것도 아닐텐데

도시민들에겐 이런 것들이 보고파서 찾아 온다.

 

이제 길이 끝났다.

그러나 무언가 허전함이 가슴에 가득 차 있다.

무엇일까?

 

아무래도 5년전에 걸었던 1코스부터 5코스까지는 다시 걸어야 할까보다.

지리산 둘레길 후기만을 모아 책을 하나 쓸려하니

5년전의 후기는 너무 뒤 떨어진 내용일 것 같다.

3일만 시간내면 될 수 있을 것 같아 달력을 보니 겨울이 오기전에

도무지 시간을 낼 수 가 없다. 

해를 넘겨야 하는가?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

 

 

 

 

 

 

 

 

 

 

 

 

 

 

 

 

 

이 곳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선입니다.

 

 

 

 

 

맛있는 표고버섯. 정말 맛있습니다.

 

5년전에 저 안에 솔방울로 만든 부분만 있었습니다.

 

 

 

 

곶감용 틀을 만들어 이렇게 편하게 말립니다.

 

 

 

 

 

 

샛노랗게 죽어가는 고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