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국제시장

carmina 2014. 12. 31. 10:31

 

 

2014. 12. 30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그만큼 영화는 우리의 아픈 근대사와 눈물만큼이나 많은 흘린 땀이 보인다.

내용은 오래 전에 본 할리우드 영화인 포레스트 검프를 보는 듯 했다.

미국의 근대역사를 포레스트 검프라는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역사의 바람에 이리 저리 흩날리는 작은 깃털하나로 시작되고

엔딩도 깃털로 끝낸 포레스트 검프처럼

한국전쟁시 부산의 피난민들로 이루어진 국제시장을 타이틀로 제작된 이 영화에선

하얀 나비 한 마리로 사라진 진정한 이 시대의 영웅들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아버님과 나의 인생을 보는 듯했다.

시골에서 먹고 살기 위해 도시로 나온 우리 아버님.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으니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배 목수일.

그러다가 한국의 산업화 정책에 따라 세워진 인천제철에서

누구나 다 꺼려하는 용광로 옆에서 일을 하셨다.

매일 매일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때로는 용광로에서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

아버님의 다리는 늘 불똥이 튀긴 자국이 있었고

등은 늘 벌겋게 충열되어 있었다.

 

일동제약에서 아로나민 비타민을 만들고 광고 모델로

산업화의 쌀이라 일컫는 제철 산업의 첨병으로 일하시는 아버님을

모델로 하여 '의지의 한국인'이란 주제로 씨리즈 광고를 이어나갔다.

 

나 또한 대학 졸업 후 중동건설붐에 결혼 전과 후에 사우디를 나가

뜨거운 모래 열풍을 견뎌내며 일을 했고, 영화의 주인공처럼

큰 사고를 당하여 죽을 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그런 사고를 당하고도 가족이 걱정할까봐

알리지도 않았었다. 그게 가족 사랑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 시절 중동에서 번 돈이 나의 삶의 기반이 되었다.

 

가끔 돌아가신 큰 형님으로부터 625때 피난 가다가 소래포구 앞 바다에

빠졌다는 무용담을 들으며 웃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어렸던 형님은

아마 이 영화에서 함흥탈출 때 동생을 잃어버린 주인공처럼 간이 철렁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만약 내 일이었다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면..

하루 하루 먹고 사는 일에 내 온 몸을 던져야 했다면...

그건..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금 영화는 보통 얘기로 들으면 젊은 세대들이 웃고 넘어갈 이야기를 가지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고 눈물을 쏟게 하고 있다.

 

한국전쟁의 역사에 길이 남을 흥남 탈출.

사진으로는 수없이 많이 봤지만 대형 화면에 펼쳐지는

군함에 올라탄 피난민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저 장면을 만들기위해 노력하였을 감독의 열정이 보인다.

 

그로 인한 가족과의 생이별

괴나리 봇짐 하나 지고 피난 간 낯선 곳에서의 설움처럼

먹고 살기 위해 무엇이던지 했고 위험한 일도 감수했고,

휴일을 반납하는 것은 예사의 일이고

어울리기 싫었던 사람들과도 다녀야만 했고

오랜 세월의 외로움도 견뎌야 했다.

 

자식의 공부를 위해 무조건 희생했던 우리 부모들.

그러한 열정은 부모들 뿐만이 아니고 대를 이어 나도 역시

자녀들의 공부를 위해 참 많은 것을 희생했다.

 

16개국의 625전쟁 참전국의 장병들이 몰려 오니

각 나라 물자들이 군부대를 통해 흘러나오고 그 물건을 파는

사람들로 형성된 부산의 국제시장.

화면에 가득 채운 외국의 물건들이 눈에 익었다.

 

내 어릴 적에도 양키시장이라는 곳이 있어

그 곳에 가면 수많은 외국물건이 쌓여 있었고

당시엔 청바지도 모두 외국산을 사서 줄여 입었었다.

나도 역시 그런 통이 넓고 기장이 긴 청바지를 사서 줄여 입은 기억이 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또한 휴전으로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남북한의 관계들.

그러한 슬픔을 가지고 새로 시작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억척스러운 한국인들.

그 전쟁통에서도 천막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치고

돈벌이 될만한 일이 있으면 무엇이던지 찾아 나섰다.

 

1955년에 제작된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드리햅번의 얼굴이 극장 간판에 보이니 반가왔다.

영화를 통해서 근대 역사의 굵직굵직한 인물들이 살짝 비쳐진다.

정주영씨의 꿈과, 앙드레김의 젊은 시절 모습,

남진의 월남전 근무와 씨름왕 이만기의 어린시절 모습.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커다란 공헌중의 하나가

전쟁 후 박대통령이 국가 경제회복을 위해 독일에서 차관을 얻는 댓가로

독일로 보낸 광부와 간호사들.

그들의 피땀어린 노력을 잊을 수 있을까?

 

주인공은 단지 가족을 먹여 살릴 돈을 벌기 위해 독일로 떠난다.

그리고 갱도가 무너져 버린 곳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와

현지에서 한국인 간호사와의 로맨스.

간호사들의 비참한 생활도 보여진다.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 간호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간호사들이 시체의 몸을 씻는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했다.

 

최근에도 그 곳에서 광부과 간호사로 근무했던 사람들이

매스컴의 시선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거대한 역사. 베트남 파병.

미국이 참전한 베트남 파병에 미국은 한국에게 도움을 청한다.

625때 도왔으니 너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는 부탁이었을까?

베트남전에는 군인들만 간 것이 아니었다.

물자가 가고 현지에서 막사를 짓고 도로를 닦았다.

 

한진그룹이 처음으로 이 사업에 참여하여 대규모 운송사업을 시작했으며

현대건설이 처음 해외에 토목공사를 한 것도 이 때 였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태국에 토목공사를 수주하고 그 발판으로

중동지역에 진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독일과 베트남에서 벌어드린 달러는 국가 경제를 부흥시키는 초석이 되었고

그 이면에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철저한 국가관을 가진 우리의 부모들이 있었다.

매일 오후 5시면 전국적으로 국기 하강식을 하는 애국가가 울리면

모두다 하던 일을 멈추고 가슴을 손을 얹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과 같이 애국가를 부정하는 세력같은 국론 분열은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경제가 나아지니 사람들은 이제 옛날을 되새기기 시작했다.

전쟁통에 이별한 가족들, 열심히 살다보니 흩어진 가족들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1983년에 KBS에서 시작한 이산가족찾기가 전국에 들풀처럼 번져

방송사상 4개월동안 생방송을 하여 수없이 많은 이산가족들이 만났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함흥탈출때 헤어진 주인공의 동생을 만난다.

배에 올라타다가 바다에 떨어져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여동생이

미국으로 입양되어 화면으로 서로를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30년전 TV를 보며 흘리던 눈물을 또 다시 줄줄 흘려야만 했다.

 

이전에 영화에서 감히 표현 못하던 대규모 군중의 장면이나

거대한 함흥탈출 장면, 그리고 피난민들의 행렬,

부산 국제시장의 당시 모습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애쓴 모습들이 보여 보기 좋다.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장면들에 대해 공감을 느꼈는지...

이유없이 시비를 거는 옆 동네 아이들까지도...

서로 가게터 영역문제로  머리를 잡아 뜯고 싸움하는 아줌마들...

살만하니까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기성세대의 모습

 

지금 나도 살만한 집에 살면서 부모님을 늘 그리워하고 있다.

부모님 아직 살아계셔서 우리 집에 같이 살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생각을 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이 영화를 놓고 경제발전에 소외된 인권과 사람들이 표현되지 않았다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도 지금 주인공과 같이 열심히 일한 세대이고

일한 만큼 개인적으로 보답받았고 국가 경제에도 헌신했다고 생각하기에

이 영화를 보며 뿌듯한 마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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