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Still Alice

carmina 2015. 5. 19. 15:17

 

스틸 앨리스-알츠하이머 환자 이야기

 

2명의 꼬마가 하교후 집에 가기 위해 언덕을 오르며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에 대해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고 있다.

한 아이는 페스트라 했고 한 아이는 원자폭탄이라 했다.

언덕 위 나이드신 동네 어른이 쉬고 계시기에 물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요?"

꼬마들을 한참 바라 본 어른이 하시는 말씀

"망각이란다. 잊어 버리는 것"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언덕을 내려갔다.

 

어릴 때 아무렇지도 않게 이 이야기를 들었었다.

 

영화 Still Alice.

치매 즉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의 이야기.

 

미국 콜럼비아 대학에서 촉망받는 언어학자 앨리스 (줄리안 무어)교수가

유전적인 요인으로 조발성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어느 날 문득 강의 중에 생각나지 않는 지극히 간단한 단어.

그러나 그럴 수도 있지하고 치부하다가

어느 날 조깅 후 자신이 생각지도 않은 곳에

와 있는 것을 보고는 이상하게 생각되어

병원진단 후 알츠하이머에 걸린 것을 알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해 보지만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변해 버릴 자신의 모습에 공포를 가지게 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알츠하이머환자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할까?

 

영화는 앨리스의 생일파티부터 시작된다.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상징일 것이다.

가족과의 만남의 장소에 걸린 커다란 그림 하나

윤곽만 그린 검은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마 이젠 알츠하이머 환자는 껍데기밖에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일까?

언니와 즐기는 스마트폰 언어퍼즐 게임.

자칭 언어를 전공했다는 전문가도 어느 날

그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하루 하루 변하는 자신의 모습.

비록 정신이 옳바른 날은 꼼꼼하게 준비하여

알츠하이머 협회 모임에 나가 발표도 하며,

기억이 있는 순간을 즐기겠다고 얘기하지만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은 어쩔 수 없다.

 

혹시라도 자신이 길을 잃을 것을 대비하기 위해

가족을 잃어 버릴 것을 대비해 기억이 남아 있을 때

부지런히 스마트폰에 주요사항들을 적어 놓지만

어느 날 그 스마트폰까지 어디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얼마나 황당해 질까?

 

영화는 가족이 변해 버리는 모습도 보인다.

무언가 자꾸 잊어버리는 엄마를 이해할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누군가 항상 아내 혹은 엄마를 돌봐 주어야 하는 상황.

직장 때문에 멀리 타 지역으로 가야 하는 남편의 입장.

유전적인 병이라 이제 막 아이를 가진 큰 딸의 걱정.

 

이런 상황이 비단 영화내용 뿐만은 아니리라.

비록 이렇게 영화로 표현되지는 못했지만

이런 가족의 고통은 모든 사람이 겪고 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운명처럼 다가오는 병을 막는 것이 가능하기나 하는걸까?

 

겉으로는 멀쩡한 모습.

그러나 어느 순간 돌아서면 내 모습이 아니다.

내 속에 또 다른 내가 있다.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이 사라지고

이제까지 도도하게 살던 내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허물어지며

남의 도움없이는 살아가지 못할 정도로 변해 버린 내 모습.

차라리 암이었으면 좋겠어 라고 울부짖는 앨리스의 모습에서 뭉클해진다.

 

비록 자신이 이제까지 현명하게 살았으니

이 다음에 병이 더 깊어져 죽을 때도 고상하게 죽고 싶어

나름대로 죽을 방법까지 다 준비해 보지만

그것도 사라지는 기억 때문에 여의치 않다.

 

올해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받은 배우답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눈빛의 표정이 압권이다.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고

단지 이 전의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을려고 그리고

예전의 나 자신으로 남아 있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사라지는 정체성,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실감,

수치도 모르게 변한 자신의 초라한 모습.

자신때문에 고생하는 가족의 모습.

 

영화를 통해서 가족들의 헌신적인 모습이 보여 흐뭇하다.

자신의 꿈을 잠시 접고 엄마를 돌보는 막내 딸.

아내를 위해 마음껏 쉴 수 있는 좋은 곳으로 이사하는 남편.

알츠하이머는 환자만의 병이라기보다는 가족의 병같다.

 

영화를 보면서 누구나 병에 걸리지만

운명같은 병을 대하는 방법도 인텔리답게 해야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고인이 된 이 영화의 영화감독이 루게릭병으로 투병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았다는 자막이 슬쩍 지나간다.

 

앞으로 더욱 Well-Being이 아닌 Well-Dieing 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영화관을 나오니 이미 캄캄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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