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49) 땅 (한돌)

carmina 2015. 6. 29. 11:10

 

 

땅 (한돌)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 어머니 살아생전에 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
콩도 심고 팥도 심고 고구마도 심으련만
소중하고 귀중한 우리 땅은 어디에

 

서울 가신 울 아버지는 왜 아직 안 오실까
나의 꿈이 하나 있다면 자갈밭이라도 좋겠네.
오늘도 저 멀리 기차소리 들리건만
깔담살이 내 꿈은 구름타고 떠가네.

 

살아 생전 땅을 갖고 싶었다.

지금도 주말마다 시골길을 걸으면서 늘 중얼거리는 것이

내 땅을 갖고 싶다.

이 소망은 작곡가 겸 가수인 한돌님의 땅 이라는 노래를 배운 뒤에 생겼다.

 

물론 나도 부모님 살아 계실 때는 땅도 있었고 집도 있었고

작은 뒷마당도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 돌아가시고 난 뒤 모든 것이 사라졌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난 뒤 유산은 오직 집하나 땅하나.

얼마되지 않은 그거 모두 팔아, 내 동생들 결혼자금에 보탰다.

 

결혼 전 사우디 1년 나가서 번 몫돈이 있어

어느 날 시골에 부모님 산소자리라도 사 놓을려고

시골사는 고모님께 가서 땅을 알아 보고

무덤자리로 쓸만한 땅이 있다고 했으나 주저하다가

어머님의 그 돈으로 일수놓아 용돈하신다고 하셔서 드리고

마침 부모님 산소는 부모님 고향에 마을 공동묘지를 미리 준비했다고 해서

내 돈은 나 결혼하는데 다 써 버렸다.

 

내가 땅을 가지고 싶은 것은 부동산투자를 해서

자자손손 물려 주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노래가사처럼 콩도 심고 팥도 심고 고구마도 심고 싶었을 뿐..

 

젊은 시절 내 일기책에는 그런 말이 써 있었다. 

내가 죽어서도 땅을 갖기는 싫으니

내가 죽으면 화장해서 수목장을 하거나

바다에 고기들의 먹이라도 되게 수장시켜 달라고..

오랜 세월 지났지만 그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 장묘문화에 대해서 젊은시절부터 거부감이 있었다.

왜 죽어서까지 저렇게 넓은 땅을 가질려 욕심을 부릴까?

외국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늘 그 들의 장묘문화가 부러웠다.

공원같이 만든 깨끗한 공동묘지.

딱 살아있는 몸의 4분의 1정도의 공간만으로 평생 후손들이 추억하게 한다.

아마 우리나라에는 내가 잘되고 못되는 것은 조상탓이라는

유교사상이 깊이 남아 있어서일 것이다.

 

트레킹을 많이 하다 보니 산속, 숲속에 있는 묘지들을 관심있게 본다.

자자 손손 잘 가꾼 듯 보이는 가족묘도 있고

거의 묘봉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사라지는 묘들이 있다.

그것을 보면 늘 자손의 화목함을 유추할 수 있다.

 

나 죽으면 내 가족들이 나의 묘지는 어떻게 만들까?

 

땅이 갖고 싶다.

노래가사처럼 머슴살이 하더라도 땅이 갖고 싶은 총각처럼..

내가 땀 흘리며 경작할 부드러운 흙이 있는 땅을...

그 곳에서 상추, 고추, 깻잎을 심고 자라나는 생명의 신비를 보고 싶다.

 

아파트에 살며 재산세와 토지세 따로 따로 내고 있지만

내 소유 같지도 않은 것에 세금을 꼬박 꼬박 내는 것이 안타깝다.

 

오래 전 80년대 말에 한돌씨를 만나 본 적이 있다.

합창단에서 음반을 만드는데 곡 중 한돌씨 곡인 '개똥벌레'가 있어

저작권 승인을 받고자 만나 인사를 드렸다.

수수하고 넉넉한 인상을 가진 분이라

이런 노래도 나오나 보다.

 

한돌씨 곡중에 개똥벌레 외에도 좋아하는 곡들이 많다.

터, 홀로 아리랑, 여울목, 그리고

나가수에서 김동욱이 맨발로 부른 노래 '조율'까지...

 

(친구가 편곡한 개똥벌레. 우리 합창단이 즐겨부르는 합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