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50) 비의 나그네

carmina 2015. 6. 30. 19:36

 

 

비의 나그네 (이장희)

 

님이 오시나 보다 밤비 내리는 소리
님 발자욱 소리 밤비 내리는 소리
님이 가시나 보다 밤비 그치는 소리
님 발자욱 소리 밤비 그치는 소리
밤비따라 왔다가  밤비따라 돌아가는
내 님은 비의 나그네

내려라 밤비야 내 님 오시게 내려라
주룩 주룩 끝 없이 내려라


님이 가시나 보다 밤비 그치는 소리
님 발자욱 소리 밤비 그치는 소리
밤비따라 왔다가 밤비따라 돌아가는
내 님은 비의 나그네
내려라 밤비야  내 님 오시게 내려라
주룩 주룩 끝 없이 내려라
님이 가시나 보다 밤비 내리는 소리
님 발자욱 소리 밤비 내리는 소리


 

고등학생 시절.

영어과목 담당이셨던 유일한 여선생님께 학급 반장이 요청해서

영어 수업 대신에 반 친구들이 문을 닫아 걸고 교실 음악회를 열었다.

 

그 때 내가 기타치며 불렀던 노래. 비의 나그네.

그런데 나는 불행하게도 이 노래를 부른 이후

한동안 노래를 별로 잘 부르지 못하는 학생으로 낙인찍혔다.

 

음이 낮은 다단조 (Am)

이 노래를 카포를 사용하지 않고 부르다 보니

베이스톤이 아닌 내가 마이크도 없이 부르기에는 음이 낮아

반 친구들이 듣기에는 "님이 오시"는 들리지 않고 "나보다"만 들렸다.

그 때부터 친구들이 나를 보면 "나보다"라고 놀렸다.

 

당시 기타를 치는 것이 신기하던 때라

어느 친구나 나보고 기타로 애드립을 넣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당시 애드립이 알페지오 핑거링인 줄 알고 대답했다가 또 망신당했다.

 

이 나이에 아직끼지 후회되는 것은 내가 애드립을 배웠다면

기타 실력이 많이 늘었을텐데 나는 그 상태에서 머물고 말았다.

특별히 음감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코드의 진행에 대해서 기본 3화음밖에는 개념이 없었고

머리도 좋지 못하니 조금 변형된 코드 진행은

즉시 즉시 운지가 안되어 멋진 반주를 하지도 못했다.

 

이러한 안좋은 경험은 곧 내가 그냥 부를 수 있는 노래와

음을 높여서 불러야 하는 노래를 구분할 수 있었지만

코드의 진행이 답습상태라 그 이 후 나오는 음악들의

복잡한 코드 변화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나 웬만한 노래들은 거의 장조나 단조 모두 3화음 코드로

진행을 할 수 있어 싱어롱하기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노래부르는 방법도 제대로 부를 줄 몰랐었다.

멜로디의 셈과 여림을 지키지 않았고

가사에 따라 분위기를 잡는 방법을 몰랐는데

군 시절 내 바로 밑에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태권도 유단자인

졸병이 기타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얼마나 감미롭게 부르는지

그 때부터 정말 노래하는 법을 깨달아 신경쓰며 노래를 불렀었다.

 

기타를 너무 좋아하였기에 체계적으로 처음부터 배웠다면

아마 그 길로 나갈 수 도 있었을텐데

집안의 사정상 그리 하기도 어려웠다.

그 대신 기타 비슷한 악기들은 모두 손을 댔다.

 

요즘에야 우클렐레가 보편화되었지만

당시 조그만 우클렐레를 하나 사서 늘 내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고

만돌린도 비록 남의 것이지만 어깨 넘어로 배워

노래하며 만돌린을 칠 수 있을 정도 였으며

코드 키를 누르고 리듬만 맞추는 크로마 하프도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으니 그런 악기들을 들고

여기 저기 노래를 가르치러 다니며 활동하곤 했었다. 

 

당시 샀던 우클렐레가 너무 싸구려라

최근에 소리 좋은 우클렐레를 하나 샀더니

나보다 아내가 더 좋아하며 배우러 다니고 있다.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

오후부터 비가 와 아직 저녁시간도 안되었는데

어두컴컴해진 여의도 빌딩 숲속에서 

업무때문에 늦게까지 야근을 하며 오랜 옛날을 회상해 본다.

 

내 인생은 그저 그렇게 흘러갔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이, 못하는 것도 없이

남이 하는 것들 대충 해보고 해 보았노라고 얘기하고,

남이 가 본 곳들 대충 가고, 가 보았노라고 얘기하고

남이 진지하게 사는 동안,

나는 그냥 일하며 놀며 살은 것 같다.

 

나는 어쩔 수 없는 보헤미안인가 보다.

비처럼 이리 저리 휘날리며 사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