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47) 생명의 양식

carmina 2015. 6. 24. 22:10

 

 

생명의 양식 (Panis Angelicus) - S. Frank

 

생명의 양식을 하늘의 만나를

맘이 빈자에게 내리어 주소서

낮고 천한 우리 긍휼히 보시

주여 주여 내리어 주소서

 

주님이 해변서 떡을 떼심같이

하늘의 양식을 내리어 주소서

낮고 천한 우리 긍휼히 보시사

주여 주여 먹이어 주소서

주여 주여 먹어어 주소서

 

 

대한전선에서 만든 흑백  TV가 있던 시절,

AFKN TV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파바로티의 그의 아버지가 듀엣으로 부르는 Panis Angelicus.

그 때 이 노래에 참 매료되었었다.

 

결혼 후 아내와 피아노 앞에서 

이 노래를 같이 부르고는 우리의 영원한 성스러운 듀엣 18번이 되었다.

이 노래를 교회에서 가끔 듀엣으로 부르고

결혼 축가로 몇 번 부르고, 어디 모임가서 부르고..

지난 해는 강화도 나들길을 걷다가

천주교신자인 어느 남성 분이랑 이 노래를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다.

 

아내와는 노래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내가 결혼 후 2달만에 사우디 현장나가서 근무하는 동안

우리는 매일 편지를 주고 받았다.

당시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라 모두

펜으로 편지를 썼으니 이제 생각해 보니 참 많은 노력을 했었다.

1년 조금 넘게 서로 주고 받은 편지가 약 500통?

모두 국제우편으로 보내야 하니

내가 현장 근무할 때 때론 하루에 몇 통씩 밀린 편지가 오곤 했다.

사우디에서 한국으로 발송되는 편지는 우표에 도장을 찍지 않는지

아내는 편지를 받으면 봉투에서 우표를 떼어 내게 다시 보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편지도 마치 노래같이 듀엣으로 보낸 것 같다.

 

어느 때인가. 아내보고 노래를 하나 녹음해서 보내라 했더니

한참 뒤에 성가를 부른 카셋트테이프가 하나 전해졌다.

피아노도 없고 피아노 쳐 줄 사람도 없으니

그걸 포터블 오디오로 틀어 놓고 또 다른 오디오에 공테이프를 걸어

아내가 부르는 노래에 내가 화음을 맞추어 노래하는 것을

녹음하여 한국에 보냈다.

 

그런데 얼마 뒤에 아내 편지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장인어른이 하시는 말씀

"정서방이 사우디에 가서도 여자랑 노래부르네?"

아내와 나는 편지로 한참 웃었다.

 

듀엣을 하는 즐거움.

그 어떤 노래의 즐거움보다 좋은 것 같다.

물론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듀엣은 서로의 감정이

그대로 반영되니,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음악에 몰입할 수 있어 좋다.

 

이 음악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1998년 합창단 친구들과 유럽연주여향을 다닐 때 체코의 프라하를 관광 중
프라하 광장에서 다같이 모여 즉석으로 공연하고 
남들이 다 가는 어느 길을 따라 가다가
우리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프라노의 노래소리에 발길을 멈춘다.

골목이 꺽이는 곳에 있는 문이 닫힌 가게 앞에서
손에는 빨간 꽃과 악보인 듯한 책을 들고
까만 드레스를 입은 나이 든 여자 한명이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자세히 보니 여자의 뒤에는 휠체어가 있어 장애자임을 안다.

 

한국에는 이런 장애자들이 흘러간 옛 노래나 곡조도 맞지 않는 찬송가를 부르며 구걸을 하는데
이곳 유럽의 장애자는 고급 클래식으로 지나는 행인의 동정을 구한다.
하긴 우리가 돌아다닌 곳의 유럽은 어느 곳을 가도
우리나라 같이 바닥을 기어 다니며 구걸을 요청하는 걸인들을 보지 못했다.
모두 악기나 혹은 춤 혹은 코메디로 수준이 높게 행인들을 대한다.

 

우리 모두 서서 듣고 있으니 그 여인은 잠시 숨을 가다듬고 나더니
다음 곡으로 'Panis Angelicus (생명의 양식)'이라는 유명한 노래를 부른다.
이 노래는 돌림노래로 부르게 되어 있고 교회성가로 자주 불리는 노래다.
우리 모두 이 노래를 익히 알기에 여인이 부를 때에 모두 허밍으로 화음을 넣었다.

 

여인은 갑자기 노래를 중단하더니 어쩔 줄 몰라하며 다음 마디를 부르지 못한다.
우리는 계속하라고 청하니 여인은 이어 노래를 하고
우리도 계속 화음을 넣어 노래를 하는데
이미 여인의 노래소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고 목소리에 울음마저 섞여있다.
여인은 결국 울먹이는 목소리로 노래를 제대로 끝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우리는 모두 지갑을 털어 여인 앞에 놓인 빈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사랑을 던졌다.

 

이 음악은 주로 교회 성찬식 때 분병(分餠) 즉 빵을 나눌 때 많이 부른다.

이 노래를 아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로 불러 보기 위해

지난 해는 교회에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부르게 했었다.

카톨릭 성당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는 회중석 앉는 뒷자리의 이층에서

부르는 것을 착안해서 우리도 그렇게 찬양을 뒤에서 들리게 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노래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까?

그날 지휘하면서 참 좋았다.

 

파바로티가 이 노래를 팝가수와 부른 적이 있어

나도 혹시 교회에서 찬양을 팝송식으로 부르는 젊은이가 있으면

같이 해 볼까 하는 욕심이 있지만 아직 실천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