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지리산둘레길 안내견 진돗개 이야기

carmina 2015. 11. 30. 10:22

 

2015. 11. 28

 

친구들과 지리산둘레길 10코스인 위태마을에서 하동호까지 걷는 중 중간지점인

궁항마을에서 잠시 쉬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길을 걷는데 문득

마을 길을 걸을 때 하얀 개가 앞서서 걷기에 그 동네개일테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 개가 마을을 지나서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앞장 서 걷고 있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귀가 삼각형이고 꼬리를 들어 올린 것으로 보아 진돗개 종류 같다.

 

마을을 한참 벗어나서도 개가 계속 앞장 서길래

아무래도 개를 돌려 보내야 할 것 같아 우리가 걸음을 멈추고 있으니

옆에 오기에 집으로 돌아가라고 큰 소리 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움직이면 먼저 앞장 서서 걷다가 문득 개가 어느 지점에

앉아 있기에 가까이 가니 그 곳에서 걷는 방향이 꺾어야 하는 이정표가 있었다.

어? 이 개가 신기하네. 어찌 우리가 갈 길을 알까?

 

 

혹시나 해서 우리 일행은 다음 갈림길에서 일부러 다른 길로 접어 들어가 보았다.

그랬더니 앞서 가던 개가 조금 이따 우리 일행주위로 와서는 앞서가지 않고 맴돌고 있다.

우리가 제대로 된 코스를 걸으니 그때서야 다시 앞장서서 걸었다.

 

 

점점 마을을 벗어나 개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 우리 일행은 아무리 개를

보내려 큰소리 쳐도 되돌아가지 않기에 관심을 끊고 계속 걸었더니

우리가 쉴 때는 인근 산의 언덕에 잠시 올라가 뛰어 놀고는

걷기 시작하면 다시 앞장 서기를 반복했다.

 

개에게 무언가 먹을 것을 주고 싶었으나 우리 배낭에 개가 먹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아쉬웠다.

 

어느 길목에서 개가 쪼그리고 앉아 숲길가에서 무엇엔가 집중을 하더니

순간 하늘로 뛰어 올라 숲속에서 움직이는 작은 들쥐를 입으로 물고 나왔다.

그러나 들쥐를 먹지는 않고 우리가 길을 가니 들쥐를 놓고

다시 계곡 밑으로 달려가며 길 안내를 했다.

 

 

갈림길에서는 여지없이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더니

양이터재를 지나  큰 숲길을 개는 큰 길을 앞장 서 걷고

내가 마침 발견한 이정표가 큰 길 옆 작은 숲길로 가라고 하기에 

방향을 바꾸었더니 개가 얼른 따라왔다.

그것을 보고 우리 일행이 생각하길 아마 저 큰 길이

개의 주인과 같이 걷는 길이 아닐까 생각했다.

 

결국 그 개는 우리의 목적지인 하동호까지 따라왔다.

하동호로 가는 아스팔트 길에서 개가 지나가는 차에 치일까 걱정했는데

다행하게도 한산한 길이고 차들이 조심하여

개와 함깨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목적지 식당앞에서 감을 깎던 마을 주민이 개를 보고

'이 녀석이 또 왔네' 하며 아는 체를 한다.

내가 깜짝 놀라 '이 개를 아세요?'하고 물었더니

지리산둘레길 안내견 같이 늘 길걷는 사람을 따라서 여기까지 왔다가

다시 궁항마을로 돌아간단다.

 

참 신기한 개일세. 진돗개가 역시 똑똑하네.

우리가 버스타는 모습을 버스옆에 쪼그리고 앉아

우리를 보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는 농담으로 개 목줄에 돈이라도 달아 놓을까 하며 웃었다.

 

혹시나 해서 서울로 오는 버스에서 인터넷으로 '궁항마을 하얀 개'를 검색해보니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도 그 개 이야기가 써 있었다.

 

만약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무슨 위험한 일이 생기면 개가 다른 사람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하거나 직접 도와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 귀한 경험을 했다. 고맙다 지리산둘레길 안내견아..

이름이라도 붙여 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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