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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여행가와의 만남

carmina 2016. 12. 19. 21:52


2016. 12. 19


나 어린 시절 전세계를 여행하는 '김찬삼'이라는 여행가가 있었다.

해외라는 것을 꿈도 못 꾸던 시절

내게 해외라는 모습은 러시아, 네델란드 등의 유럽 동화속에서

가끔 보이는 삽화에 있는 등장인물들의 옷차림이 좀 다르다라는

생각 뿐이었는데 김찬삼씨라는 분이 가끔 사진으로 보여주는

흑백 TV속의 이국풍경은 그야말로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느낌이 있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대학 졸업 후 해외업무를 주로 하는 직장을 다니며

해외를 다니게 되었고 여행이라는 개념은 그저 주마간산식으로

돌아다니는 것으로만 알았다.


80년대 중반에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에 사우디에서 근무하던

총각사원들이 정기휴가를 한국의 집으로 가지않고 휴가비를 받아

유럽 배낭여행을 하는 것을 보고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그러나 곧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그런 여행은 잊혀지다가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면서 젊은이들이 배낭을 메고 해외로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90년대 중반, 나도 처음으로 아내와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배낭을 메고 미국 동부여행을 했다. 내 여행은 단지 유명하다는 

뉴욕, 워싱턴, 나이아가라를 주마간산격으로 둘러 보는 것 뿐이었지만

그 때부터 해외 여행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날 책방에서 우연히 집어 든 여행서적 하나

한비야가 쓴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그 책 하나로 내 인생이 바뀌었다.

그래 여행은 이렇게 하는 것이야.

관광지를 둘러 보는 소극적인 여행보다 직접 주민과 교류하고

같이 지내보는 것이 참다운 여행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그 때 부터 내 서가에는 그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쓴 책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현지에서 눌러 앉아 민박집을 하는 아가씨

은퇴후 터키에서 실크로드를 걸어서 간 나이든 프랑스 기자

어느 젊은 미국인 부부의 해외여행 등등


그러나 그런 것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내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제대로 현역에서 은퇴를 하고 올 봄에 떠난 산티아고 까미노의 긴 여정은

여행의 참 맛을 알기에 충분했고 그런 여행에 관심을 가졌다.


어느 날 문득 페이스 북에서 본 한국의 여행가 한 명.

46만 키로를 운행하여 거의 폐차 직전의 마을 버스를 구입해

남미를 시작으로 세계 일주를 다니는 동키호테같은 임택씨가

남미를 돌아다니며 쓴 짧은 글들에 눈이 꽂혔다.

그 뒤로 나는 날마다 그 글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남미여행이 끝나고 2차로 유럽을 일주하고 3차로 유라시아와 아시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여행하면서 때론 어려운 난관을 처해 있다는 글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를 위해 기도했고, 제대로 이겨냈는지 아침이면

제일 먼저 페이스북을 열어 그의 안녕을 확인하는 날이 많았다.

그가 차 강도를 당해 모든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내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안타까워 했다.


산티아고를 여행하다가 마지막날에 숙소에서 길을 걷다가 만난

한국여자분과 한국인 숙소에서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임택씨 이야기가 나왔고 그 분이 잘 아는 분이라기에 반가왔다.


한국에 돌아와 종로의 어느 호프집에서 열린 세계일주 환영회에서 만난 임택씨.

그 날은 너무 바빠 인사만 나누었다.  

잠시 손을 잡고는 그가 '다음에 따로 만나자'고 하기에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산티아고에서 만난 분이 주선을 하여 오늘 그의 부인과 함께

점심과 커피를 같이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해 보이고 웃는 표정이 좋은 얼굴을 가진 부인의 모습을 보며

꿈을 찾아 다니는 남편을 이해하는 멋진 분이라 생각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지난 몇 달 책을 쓰기 위해 꼼짝않고 글을 썼다는 

그는 눈이 빛나고 있었다. 나도 그랬기에 충분히 공감했다.

그 책을 쓴 수익금을 어느 곳에 기부한다는 말을 할 때

천사가 따로 없구나 라고 생각을 했고

또 다른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 그 자리에 나도 같이 낄 수 있나 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믿음이 좋아 그가 하는 말에는 확실한 신념이 있었고

지나 온 여행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도 그는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며 강하게 말했다.


여행은 그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찰랑거리는 작은 파도를 보고 배를 타기 주저하지만

배를 타고 언덕을 떠나야 세상이 보이는 법이다.

여행을 다니며 겪는 어려움을 미리 생각하고 주저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여행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나는 늘 현지인과 같은 생활을 하는 해외여행을 꿈꾼다.

TV 여행 프로그램 '걸어서 세계속으로'처럼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임택, 그는 남다른 여행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다.

내년 초로 출판이 예정된 그의 여행기가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