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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 제 2탄 "산티아고 까미노 파라다이스" 출판 기념회 단상

carmina 2016. 12. 4. 20:45



2016. 12. 3


4년전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는

신장암 수술을 받고 회복되면서

어쩌면 내가 큰 병에 걸려 내가 생각했던 삶보다

더 일찍 하늘나라로 갈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 것들을 빨리 해결해야만 했다.

그 중 제일 첫번째 '내 책 발간하기'



부랴사랴 그간 써 두었던 트레킹 후기들을 모아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라는 표제로 책을 펴냈다.

나는 이 표제를 상당히 좋아한다.

길을 걸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늘 스스로를 반성하고

미래를 생각해 보기도 하니 길 속에는 늘 내 마음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해외 여행가들이 쓴 책이 모두 글을 위주로

작성된 것만 읽어왔기에 그런 형식을 빌려 글만을 앞에 놓고 사진을 뒷 부분에만 몰아서

편집을 했더니 많은 이들이 글 중에 사진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 주었었기에

새로 책을 내면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올해 2016년 환갑의 나이.

직장을 은퇴하고 제일 먼저 실행에 옮겼던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 '산티아고 까미노'.

그 길을 떠나기 전에 이미 책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길을 걸으며 어떻게 글을 매일 쓰고

어떻게 사진을 찍어 오느냐가 문제였다.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카메라가 있어야 하는데

노트북이나 카메라의 무게를 도저히 긴 여행 동안 감당해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글을 못 쓰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여행의 느낌을 간직하기 위해

매일 매일 메모에 충실했고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여행 후 돌아와 여행의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두문불출하고

한달 전의 기억을 메모와 사진만으로 글로 풀어냈다.

그러느라고 2달을 칩거했더니 한달동안 힘들게 걸으며 6kg이나 빠졌던 체중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글은 다 써 놓고 출판사를 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이전 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디자인 감각이 부족한 것 같아

한 달을 고민하고 마침 주위에 언론사를 운영하는 분이 있어

출판사 소개를 부탁했는데 한 달 뒤에나 소개받은 작은 출판사.


그런데 이 출판사가 무척 적극적이다.

그냥 단순한 개인 플레이가 아니라 그 출판사에서 책을 낸 작가들이 한 팀을 이루어 행동한다.

출판사 대표는 매일 본인의 회사를 통해 발간한 책을 요약해 카톡으로

자신의 지인에게 보내며 홍보하고 있다.

하루에 몇 백명의 사람들에게 보낸단다. 그런데 그 내용이 참 재미있다.

책에 있는 내용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저자에 대한 이야기.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책으로 인해 변한 인생이야기들이 매일 아침 6시에서 7시사이에

카톡으로 날아온다. 그러니 매일 아침 눈뜨면 제일 먼저보는 것이 작가들의 글과 이야기다.


그리고 지난 해는 출판사에서 주관하여 작가들에 필리핀의 세부에서 세미나를 가졌다며

올해는 중국의 상해에서 가질 예정이니 같이 가자 해서 합류했다.

그 여행에서 처음 나를 이 출판사를 소개한 분을 알 수 있었다.


권한도 없는 대통령의 지인이 연설 원고를 마음대로 수정하면서 벌어진 사건의 발단.

그로 인해 그녀는 기고만장하게 보이지 않는 막강의 권력을 휘두르고

이권사업에도 크게 간여하고 그로 인해 결국 대통령의 자리까지 위태로워졌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대통령들의 글쓰기는 어땠었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했고

그런 제목으로 과거 정권의 대통령들의 글쓰기를 담당했던 이가 3년전에 책을 펴낸 책이

새삼 세간에 오르내리고 책이 한주에 무려 10만부나 팔리는 공전의 대히트를 친 작가.

그가 나를 그 출판사에 소개한 분이었다.


어찌되었건, 출판사의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내 인생은 시작되었다.

어디가던지 작가라는 호칭을 얻고 글쓰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2달동안 쓴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더니 원고량이 많다고 대폭 축소해야만 했다.

그러고보니 매일 같은 길을 걸어가면서 느낀 중복된 글들은 독자들을 지루하게 할 터이니

삭제하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도 선명한 것들만 골라 보내 전문가가 보기에

적당한 사진을 골라 넣게 했다. 조판 또한 줄 간격을 조금 넓게 해 읽기 편하게 해 두었다.


제목은 내가 길을 걸을 때 부터 생각해 두었던 표제를 제시했더니

출판사에서 다른 의견을 내긴 했지만 이미 그런 제목의 책은 시중에 나와 있는 것들이라

내가 정한 제목으로 정했다.

하긴 산티아고 주제로 펴낸 여행기들이 상당히 많다.

누구나 산티아고를 걷고 나면 인생의 큰 일을 했다는 생각에

책을 펴내기를 원하는 것 같다.

누구는 여행 에세이로,

누구는 시로,

누구는 사진으로,

누구는 신앙의 간증으로

누구는 치유의 동기로 주제를 삼았다. 

 

출판사 사정으로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드디어 나도 마음에 들고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마음에 들어하는 책이 발간되었다.

 

내 책이 나오기 며칠 전 다른 분의 출판기념회에 참석차

교보문고 기념회 장소를 찾았는데 좁은 공간에 사람들 앉을 자리도 없는데

대형 화분들이 가득하고 시간도 쫒기는 것 같이 진행하기에

진즉 그런 자리는 고려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다니는 교회에 좋은 공간이 있어

출판기념회를 기념예배로 형식을 바꾸었다.

날짜를 아내와 교회 사정으로 급히 잡아 불과 3일전에

지인들에게 통보를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지만

나로서는 큰 행사보다는 소규모로 치루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형제와 친척들이나 교회 분들 그리고 잘 아는 몇 분들만 오기를 바랬다.


교회 내에 카페를 겸한 세미나실에서 예배를 보고,

내가 산티아고 까미노에 대한 소개를 하고

사인회를 개최하는 동안 까미노 사진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준비했다.

산티아고 걸을 때 쓰던 배낭을 꺼내어 그 안에 생수통으로

실제 메고다니던 무게를 재서 집어 넣고, 완주증과 크레덴샬

그리고 산티아고 상징인 가리비를 보여주었다. 


동생의 딸들이 악기 연주로 분위기를 따뜻하게 해 주었고

그다지 많이 팔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상당히 많은 분량의 책들이 판매되어 내가 발간 초기에 받은 책들을

거의 소진할 수 있었다.


그런 출판기념회에 처음 찾아 온 사람들이 흐뭇해 했고

나 또한 비록 처음은 아니지만 아주 즐거운 일에만 꺼내 쓰는

고가의 몽블랑펜으로 사인해 주며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작가들은 모두 자비로 출간을 한다.

몇 천권을 팔아도 이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누구처럼 어떤 계기로 몇 만권이 팔리면 주머니가 두둑해 질지 모르지만

비록 책이 잘 팔려 몇 쇄를 출판해도 그냥 몇 푼 더 건지니 기분만 좋을 뿐이다.


그러나 내 책이 있는 것처럼 소중한 선물이 없다.

일생을 살면서 과연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대형문고를 가면 수없이 많은 책들이 있지만

실제 작가로 유명한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 여기 저기 내 글을 요청해 온 곳들도 많았다.

주로 여행기만을 주로 쓰다보니 지방자치단체나 여행사들이

내 글을 자신들이 발간하는 책이나 홈페이지에 정기적으로 게재하기도 했다.

회사 사보에는 내 글이 자주 들어갔으며,

내가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순간들은 글로 남겨 내 블로그에 올렸고 

동호회원들의 카페에도 올린 내 글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다.


고래로 글을 쓰는 작가들은 늘 가난했다.

나도 글을 써 돈을 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전문적으로 배워서 쓰는 글도 아니고 전문작가가 보기에는 어리숙하겠지만

단지 내 글을 읽고 동감하고 감동을 느끼고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면

나 스스로 만족할 뿐이다.


마음을 잡고 술술 풀어 쓴 글이 제대로 표현된 내 마음과 느낌이라고 생각되기에

솔직히 책을 내는 글 외에는 글을 써 놓고 교정조차 보지 않는 편이다.


글만큼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없다.

내가 세월이 지나 잊혀져 가는 것들을 글은 간직하고 있고

내 글을 다시 읽으며 또 다른 희망을 늘 꿈꾸기 때문이다.


책을 펴냈다 하니 많은 친구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다.

모두 공통적으로 내가 세상 멋있게 살고 있다며..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것 만은 틀림없다.

한 줄 짜리 글이 인생을 망치기도 하지만

한 줄 짜리 글이 죽이는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한 페이지의 글이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일생을 지배하기도 한다.


내가 쓴 책이 한 사람에게 산티아고를 꿈꾸게 한다면

책을 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는 셈이다.

열 사람이 산티아고에 간다면

나는 책에 투자한 시간과 돈을 아까워 하지 않을 것이고

중년의 나이들이 나같은 생각으로 길을 떠난다면

나는 인생을 제대로 살았다고 만족해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