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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콘서트 - 산티아고 까미노 파라다이스

carmina 2017. 1. 20. 19:03



2017. 1. 18


강의하는 내내 미소를 띈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 여자분은

강의 끝내고 단체 애프터 모임에서 내게 이야기했다.

이미 내 책을 읽어 보았고

내가 야고보의 그 길을 직접 체험하고자 어떤 도움 없이

혼자서 길을 걸었다 하니, 2000년전 야고보가 걸었을 때의

어려움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란다.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은 생기가 있었고

나 또한 그 들과 눈을 마주쳤다.


지난 해 10월 말 출판사에서 주관한 상해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같이 갔던 어느 작가분이 내게 혹시 기회되면 전주에 와서

산티아고 강의를 해 줄 수 있느냐기에 선선히 승락했더니

올 초에 연락이 왔다.


전주에 독서클럽 멤버들을 위해 강의를 해 달라고 정식요청이 오고

타이틀을 알려 달라기에 내 책 제목을 따서 '까미노에서 찾은 천국'이라는

알려 주고는 열심히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마 신티아고 가기 전에 공부를 했던 것만큼이나 다시 한 번

많은 자료들과 내 여정들에 대한 기록을 공부를 해야했다.


그러나 지난 출판기념회때 간략히 만들었던 자료를 다시 보강하면서

문득 내 자료가 너무 직장다닐 때 업무적으로 만들던 때의 자료와 비슷하고

또한 내가 강의가 너무 딱딱하지 않을까 해서 어느 날

카톡에 올라 온 강사들의 단체 카톡 내용 중에 적당한 것을 하나 골라

무작위로 참가비를 내고 참석을 하고 직접 듣고 나서는 깨달은 것이 많아

자료작성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잡아 다시 만들어야만 했다.


무려 1시간 반을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라 모든 내용들이 조금 더 구체적이어야 했고

지루하지 않게 가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만한 자료나 이야기도 필요했다.


시나리오를 만들고 필요한 자료들 중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사진들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보충했다.


전주에 조금 일찍 도착해 우선 참가자들에게 제공할 내 책 100권을

모두 저자 사인을 해 놓고 인근의 콩나물국밥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는

사람들이 한 두명씩 오기 시작하기에 우선 기다리는 동안

내가 만든 산티아고 사진을 모아 만든 동영상을 화면에 띄웠다.


오늘 강연하는 장소는 전주 중화산동의 전북은행 빌딩 3층에 있는

여행사 투어컴의 강당인데 제법 넓다.

이 곳에서 늘 독서클럽들이 모이는지 벽에는 책들이 즐비하고

북콘서트도 자주하는지 커다란 프랭카드도 붙어 있다.


시간이 되어 무대에 오르니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가득찼다.

이렇게 앞에 나서는 기회는 직장다닐 때도 많지 않았는데

조금 높은 단상에 올라가니 200여개의 눈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의 대답을 바라는 스크린도 준비하고

내용과는 동떨어진 것 같지만 산티아고와 연관되는 장면들을 준비하니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파올로 코엘료의 책 '순례자'에서 나온 내용을 읽어주고

산티아고의 유래와 역사부터 시작하여

통계 데이타들은 얼른 얼른 지나치고

산티아고를 걸을 때의 생활들과,

산티아고를 준비하는 과정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소품들을

보여 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그 중에 2 ~ 3 명 정도는 내 눈에 보일 정도로 고개가 기운 채

졸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내 이야기에 경청하고 있음을 느꼈다.


모두 내가 힘든 길이라고 강조를 하니 걱정을 하는 것 같아

산티아고가 힘들긴 하지만 여러가지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는

방법들이 많으니 너무 두려워하지 않길 바랬다.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어느 덧 예정된 한 시간 반.

미리 자료를 보며 시간을 리허설해 본 것이 아닌데

거의 정확하게 약속된 시간에 강의를 끝냈다.


질문을 받으니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질문들이다.

비용과, 어떤 이는 곧 4월에 떠난다는데 생장까지 가기는 것이

어려워 여행사에 부탁했다한다.


강의가 끝나니 제일 먼저 환한 웃음으로 꽃다발을 들고 다가오는 아가씨.

까미노 걸을 때 늘 같이 걸었던 청년들 그룹의 한 명이다.

전주에 산다해서 연락했더니 직장 끝나고 달려 왔다. 


강연 후 몇 명이 모여서 차 한 잔을 같이 하면서

내 강의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모두 만족해 하고 강연만으로도 마치 산티아고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라 해서

책을 읽으며 그런 느낌이 더 들것이라고 얘기했다.


참 공들여 만든 자료니 더 많은 곳에 강의할 기회가 있길 바랄 뿐이다.


내게 전주 막걸리를 대접하고 싶다는 이가 있어

서둘러 어느 골목을 찾았는데 늦은 시간이라 이미 문을 닫아

근처 맥주집에서 간단히 대화를 나눈 후 미리 잡아 놓았다는

근처 한옥모텔에 들어가니 인테리어를 한옥의 방같이 만들어 놓아

참 아늑한 밤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