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암 완치 판정

carmina 2017. 1. 23. 23:34

2017. 1. 23 14:00


"깨끗합니다"

"신장도, 폐도, 간도, 비뇨기관도 모두 깨끗합니다."

"수술한지 5년이 되었지요? 이젠 잠정적으로 암 완치판정을 내립니다."

"이제는 1년에 한번씩 혈액검사와 폐검사만 해서 지속적으로 관찰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낮에 5년전 내게 암이 있다는 것을 선포하고

내 몸에 손을 집어 넣어 암덩어리가 자라고 있는 신장하나를 꺼내고

5년간 지속적으로 내 건강을 체크한 강북삼성병원의 담당의사께서

내게 웃으며 하신 말씀이다.

그 때의 사진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큰 수술인지 알것이다.

배꼽위를 마치 생선처럼 주욱 찢어 손을 넣고 주먹보다 더 큰

신장하나를 빼내고 그 자리를 호치키스처럼 철컥 철컥 쇠로 꿰매 놓았다.









아직 내 복부에 희미하게 몇 군데 수술의 흔적이 남아 있으나

꿰맨 흔적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제 남은 작은 흔적마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아니 어쩌면 영영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암수술하고 친구들 3가족이 모여 감사를 찬양으로

불우한 사람들에게 나누며 다녔다.

그 것이 첫번째 내 감사표현이었고

두번째는 그간 내가 걸었던 트레킹 코스들의 여행기를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는 표제로

책으로 펴내어 내 버킷리스트 중 첫번 숙제를 해결했다.



물론 다른 이들처럼 암으로 고생하지는 않았다.

그저 초기에 암을 발견하여 암조직이 자라고 있는 것 떼어내는 간단한 수술뿐이었더.

그리고 다른 암환자들처럼 항암제 한번 맞지 않고 약 한 번 먹지 않았다.


또 다른 암이 다른 모습으로 내게 올지도 모른다.

큰 형님은 암으로 10년전에 일찍 돌아가셨고,

다른 형님들이 모두 암으로 고생하시고 있다.

암이 우리 집안의 피할 수 없는 내력인 것 같다.

감기가 오더라도 약하게 오기만을 바라는 것처럼

내게 암이 오더라도 작은 찰과상만 내고 스쳐가기를 바라기도 했다.


암이라는 것이 오래 전에는 우리 어머니 표현을 빌면

그저 지랄병으로 불리었다.

아니 때론 지병이라는 말이 더 적당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위암밖에 모르던 세상이 이젠 신체의 모든 부분에 암이 발생해

왜 그랬는지 이유를 따지지도 않는다.

의학이 발전해 이젠 약 60~70프로 정도가 완치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30~40프로의 환자가 생명을 잃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치다.

나이 들면 대개 당연히 암에 걸리는 줄 알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내 주위에서 사라지고 있다. 


가끔 호스피스 봉사를 가면 나는 마음이 섬뜩함을 느낀다.

만약 내가 그 시기에 암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말기가 되기까지 겉으로 별로 통증이 드러나지 않는 기관인 신장이기에

암이라는 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어쩌면 나도 그곳에 누워있는 분들처럼 그 곳에서

조용히 하늘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런 것이 국내 최대의 대기업에서 다니는 특혜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일만 열심히 해라. 건강은 회사에서 지켜주마.

그런 모토로 나이든 직원들에게 5년마다 전신암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내 신장암.

만약 그런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나는 늘 정기검진때 하는 위 내시경이나

어쩌다 크게 생각해서 하는 대장내시경만으로만 내 건강을 확인하고

다른 부분은 거의 무시했을 것이다.

이래서 대기업에 취업할려고 애를 쓰는 것인가?

다른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검사는 임원아니면 해주지 않는단다.

내 인생이 그 곳에서 그렇게 바뀌었다.


그간 줄기차게 보험회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나이도 있으니 암보험 하나 들어 두어야 한다는 권고도

이미 암에 걸렸기 때문에 안되고 아직 5년이 안되었다고 하면 두말않고 끊었다.

아마 또 그런 전화를 받고 내가 상황을 얘기하면 

그들은 내게 공격적인 영업을 할 것이다.


지난 5년간 덤으로 주어진 삶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았다.

만약 침대에 누워 있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들을 나는 열심히 찾아 다녔다.

밤새워 일을 하고, 책을 쓰고, 출장을 다니고, 여행을 다니고, 길을 걷고

노래를 하러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봉사하고 그리고 은퇴하자마자

죽기전에 정말 하고 싶었던 산티아고 800km 걷기도 마치고

그 감사를 글로 써 책으로 표현했다.

언제라도 내가 다른 일로 금방 하늘나라에 갈 만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 전까지 후회없이 잘 살았노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나는 더 많은 꿈을 꾸며 산다.

더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싶다.

이제는 시간도 많으니 내 인생을 나의 정서 보기에 좋게 살고 싶다.


여행을 가면 버스 차창에 비치는 내 모습이 나를 보고 웃을 때가 있다.

너 좋으니?

나도 좋다.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