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국내여행기

[삼척여행] 초곡항 용굴 촛대바위길

carmina 2022. 8. 21. 19:35

2022. 8

바다를 지키는 것은 바위다.

만약 바위가 바다의 파도와 끝없는 전쟁을 치루다가 패배하면

인간의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

그 전쟁의 처절한 현장을 가 보았는가?

바닷가 바위는 파도와 싸우는 것 만이 아니다.

때론 육지의 흙들이 돌들과 함께 밀려 내려와 뒤로도 싸워야 한다.

 

그렇게 처참하게 싸우면서 만신창이 된 몸이라고 권투선수처럼 흰 타월을 던져 포기하거나

혹은 후퇴하거나 은퇴하지 못하는 것이 바닷가 바위의 삶이다.

서해안의 굽은 지형은 동해의 파도들을 온몸으로 막기 위해 그렇게 

허리가 크게 구부려졌을 것이다.

그 굽은 허리 중의 한곳을 찾아보았다.

동해의 허리 중 가운데 부분 삼척 그리고 그중에서도 

해안가에 작은 토끼 꼬리처럼 튀어나와 더 많은 파도를 맞았고 

그 파도에 처절하게 저항한 초곡항의 해변가 바위들.

해변에서 싸우다 떨어져 나간 작은 바위들이 모암(母巖)의 곁을 떠나지 못한 채

바닷가에 머물며 끊임없이 파도를 맞으며 견디는 곳에

자기 살을 다 깎아 내주고 촛대처럼 서 있는 바위가 있다.

 

그 바위를 위로하고 전 국민들의 응원을 받게 하기 위해 일행들과 같이 길을 떠났다.

초곡항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해안가로 나무데크나 혹은 강판 유리로 길게 길을 만들어 놓아

바위들의 울퉁불퉁한 느낌을 바로 느끼며 걸을 수 있다.

용굴 촛대 바윗길의 입구와 거리 (1.3km)를 알리는 조형물을 지나 

해안가로 들어가면 바로 밝은 청색의 바다와 만난다. 

비교전 튼튼하게 자리를 지켜 낸 우람한 바위 위까지 나무데크 계단으로 올라 서면 

바다를 향해 크게 호령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바위 꼭대기에는 혹시나 위험한 일이 생길 것을 우려해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상시 관리되고 있다.

데크 길을 따라 걸었다.

바위벽의 생김새를 따라 휘어지고 오르고 내려온다.

걷다가 벽 위를 바라다보면, 굵은 소나무들이 아슬 아슬하게 바위에 의지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수억 년 동안 용암이 흘러내리다가 파도와 심각한 싸움을 벌인 끝에

그 자리에 머물러 식어버린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바위 틈에 

나무들이 간신히 뿌리를 박고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해안가들은 당초 거의 전 지역에 침투해 오는 간첩들을 막고자

철조망으로 막아 버려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광학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카메라가 초병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많은 지역에 철조망을 걷어 내고 관광객의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

이곳에도 해안가를 끼고돌며 촛대바위까지 접근이 편하도록

다리를 만들어 놓고, 강판의 일부는 유리 판으로 만들어 

다리 아래로 파도가 치는 것을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촛대바위길의 입구에는 커다란 원형굴레를 세워 놓아 그 안에서 

고기들이 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수십 년간 감추어왔던 자연의 기암괴석이 이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치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서 꽃에게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내게 깊은 의미를 가지는 거처럼 

동물 모양의 바위와 각종 형상을 한 바위들에게 이름이 주어지고 사랑을 받고 있다.

아무에게도 깊은 곳을 보여주지 않던 바위들이 꽃단장을 하게 되고,

사람들의 눈길을 받고 있으며 관광객 나름대로 자신만의 이름이 붙여지고 있다. 

추암 촛대바위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한때 애국가의 배경 화면으로도 인기였으며 지금도 역시 그곳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초곡마을의 촛대바위는 추암의 촛대바위보다 더 형상 미가 있다.

촛대바위 양쪽에 듬직한 바위들이 버티고 있다.

그중 오른쪽 바위에는 거북바위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바위를 타고 오르는 거북이의 모습이 보인다. 

거북이는 귀하게 여기는 영물이다.

아마 이곳에 오래전 철조망이 사라졌다면 

마을 사람들이 거북이를 위한 제사도 지냈을 것 같다. 

문득 무언가 부족해 보였다.

뭐가 다를까 한참 바라보다가 부족한 것을 찾았다.

갈매기가 보이지 않았다. 

왜 이곳에는 갈매기의 흔적이 없을까?

바로 옆에 초곡항이 있으니 먹을거리가 많아 갈매기들의 좋은 쉼터가 될 텐데

주위를 둘러봐도 갈매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3개의 바위에도 갈매기가 배설한 흔적이 없다.

대개 오랜 세월 동안 갈매기들이 바위에서 집단 서식을 하기에 

어느 바위나 배설물의 흔적으로 바위의 상단부분이 희게 변해 있는데...

길이 계속 이어졌다. 

혹시 낙석의 위험이 있는 구간에는 위에 가림막을 해 놓아 더 멀리 갈 수 있게 만들었다.

낙석 뒤에 굴이 있는 것일까? 그곳이 용굴인가?

저절로 무너진 절벽 바위 근처에 때 하나 묻지 않은 건강한 소나무들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 

문득 그 숲속에서 잠자고 있는 사자 한 마리를 찾았다.

앞에서 올 때는 보이지 않았는데 뒤돌아가다 보니

바위의 모습이 코가 길고 눈을 감은 채 입도 굳게 닫은 측면의 모습이 완전 

사자의 모습이다. 

거북바위와 잠든 사자의 기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촛대바위의 정기가 서린 곳이 

초곡용굴 촛대바위 길이다.

 

2019년 여름에 조성된 이곳은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바다 풍경이 수려하고 접근이 편하며 주변의 먹거리도 많아 동해의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인근에 황영조 공원을 찾아 볼 수 있다. 

초곡마을 촛대바위 찾아가기

주소 : 강원 삼척시 근덕면 초곡길 236-19

이용시간 : 아침 9시 ~ 오후 6시

주의 사항 : 태풍이 부는 날 입장 금지

(이 글은 삼척시로부터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