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송구영신 예배의 유감

carmina 2011. 1. 7. 13:44

 

지난 해 새로 옮긴 교회에서 처음 송구영신예배를 보면서

 

지나온 한해의 반성과 새해의 다짐에 비장한 마음을 가져야 할 시간에

 

예배를 보면서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내 마음은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2010년 12월 31일 밤 11시에 시작된 예배가

 

사회보는 당회장목사의 예정에도 없는 긴 서두의 말씀.

 

나는 성가대로서 찬양전까지 앞에 꼿꼿하게 서 있어야 하는데 점점 허리가 아파진다.

 

평소 주일에도 예배전 15분전부터 서 있기 시작하여 찬양까지 거의 30여분간 서 있어야 하는

 

고통때문에 정말 힘든데 이 날은 길어지는 직립의 시간 때문에 더 심해진다.

 

일부러 다리를 조금씩 구부리며 허리운동을 해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거기다가 더욱 내 마음을 거슬리게 하는 담임목사님의 저주 설교

 

교회다니는 사람이 예배 안나오면 저주 받는 실례들을 나열해가며 반드시 교회 나오라는 설교말씀이

 

왜 그리 거부감을 갖게 되는지..

 

찬양 후에 한 해를 되돌아보며 보여주는 영상, 국내의 여러가지 사건들을 보여 준다.

 

차라리 교회의 1년간의 행사영상들을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어지는 시 한편.

 

어? 그런데 교회에서 이해인수녀의 시를 올려 주네. 물론 타 종교라 해서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타 종교의 대표적인 시인의 시를 올려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말씀 전하는 목사님의 설교는 평소하시던 대로 은혜롭게 그리고 적당한 시간을 채웠지만

 

그래도 누구나 송구영신 예배라면 말씀도중이라도 새해로 넘어가는 그 새로운 시간에 

 

"이제 새해 입니다 여러분 새해인사 합시다" 하는 멘트가 있으면 사람들이 조금 더 기뻐하지 않았을까?

 

 말씀 후에 성만찬을 한단다.

 

그런데 성만찬 전에 사회목사님의 또 즉흥적인 말씀.  예배시작할 때 하신 말씀을 또 몇 십분 되풀이하고 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예배 순서들. 교회를 가득 차도록 많이 참석한 그 뜻있는 예배에 즉흥적인 설교가 필요했을까?

 

지난 해 1년간 열심히 기도 참석하고 성경을 많이 읽은 이들에게 시상하는 시간.

 

모두 다 앞에 나온 것 까지는 좋은데 그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선물을 나누어 주며 이름을 하나 하나 부르며

 

선물과 사람을 매치시켜서 줄 필요가 있을까?

 

이미 이름 불러서 나온 사람들인데.. 

 

성만찬식.

 

성만찬 예식의 순서가 성도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시간보다

 

당회장목사님이 장로님들에게 빵과 포도주가 담긴 그릇을 나누어 주는 과정의 시간이 더 길어 보인다.

 

왜 그래야 하는걸까?

 

빵을 나누다가 어쩌다 보니 빠진 성도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선임장로라는 분이 비교적 나이가 적은 장로님에게 눈을 부라리고 손을 올려가며 힐난하다.

 

아..참으로 참으로 선하지 못한 모습을 성만찬시간에 보는구나.

 

그리고 축복기도..

 

목사님 몇 분이 앞에 서 있고 그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나와서 축복을 받으라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비록 순서는 정해졌지만 우르르 몰려 나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긴 시간.

 

축복기도 후 그냥 집으로 가는지 아니면 자리에 남아 있으라는 것인지도 미리 알려 주지 않아 혼선.

 

제일 나를 아프게 한 것은

 

그 긴 축복기도 시간에  끝없이 부르는 복음송을 위해 쉬지 않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내 딸.

 

어쩌다 보니 딸이 하도 긴 시간을 연주하니 손가락이 아파서 쩔쩔매고 있다.

 

지휘자에게 가서 악기 연주하는 사람들을 쉬게 하는게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그 뿐. 

 

거의 다 끝나니 무려 3시간의 예배를 드린 셈이다. 1시간 반 전부터 와서 성가 연습했으니 무려 4시간 반.

 

나는 그 경건한 시간, 그리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고 올해의 계획들 굳게 다짐하고 기도드려할 시간에

 

저주 받을 생각만 가득했다.  난 저주 받아 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저주가 아내의 입에서 나온다. 나 보고 교만하다고..

 

아내가 남편에게 새해의 첫날 던진 말 한마디 "당신 교만해"

 

올해가 심히 두려워 진다.  심히 두려워 진다.

 

하나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그렇게 맹목적으로 따르는건 더 힘드네요.

 

내가 말해도 바뀌지 않을테니 그냥 도망쳐 버릴까요?

 

2011년 송구영신 시간에는 제가 하나님 창조한 자연에 가서 그 아름다운 창조물을 찬양하고 싶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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