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스크랩] 시흥 늠내길 1코스

carmina 2011. 6. 20. 14:08

지난 토요일 걸어본 길입니다.

 

가까운 시흥에 트레킹 코스 늠내길, 이름조차 이쁘다. 안내서에는 '뻗어나가는 땅'이란 의미란다.

 

코스마다 이름을 붙였다.

1코스는 숲길, 2코스는 갯골길, 3코스는 옛길 그리고 4코스는 바람길로 불리운다.

 

오늘 찾아간 길은 1코스 숲길이다.

집앞에서 버스 한번이면 30분만에 바로 시청앞 숲길 입구에 도착한다.

 

약 13키로, 소요시간 5 ~ 6시간.

이 정도면 그다지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봉우리들과, 숲으로 이어지는 긴 길들, 부근에 큰 산이 없다보니 걷는 것도 아기자기 하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바로 평지가 이어지고 조금 편하게 걷다보면 작은 언덕이 나온다. 늠내길을 디지인한 사람이 제법 신경쓴 것 같다.

그리고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 올 수 있다는 편한 점도 있고..

 

그리고 더욱 정감이 가는 것은 이 곳은 바로 부모님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언덕에서 바라보면 바로 언덕 넘어에 부모님의 산소가 있다. 지금도 절기마다 혹은 내가 외로울 때마다 찾아가는 길.

 

평소 그냥 차로 지나치기만 하던 도로 옆의 작은 산들을 걷는 코스다.

 

시청앞에서 출발하여 옥녀봉, 작고개, 군자봉, 만남의 숲, 진덕사, 가래울마을, 수압봉, 선사유적공원을 거쳐서 다시 시청앞.

 

 

옥녀봉까지 올라가는 길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 봉이라기보다 작은 언덕. 그러나 평소 평지를 걷다가 갑자기 언덕을 오르니 좀 힘들긴 하다.

 

지난 번 강화 나들길을 걸을 때보다 이 곳을 걷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 땐 거의 우리 부부만 걷다시피 했는데.. 이 곳은 제법 삼삼오오 걷는 이들이 보인다.

 

산으로 올라가니 지난 곤파스태풍때의 피해가 너무 처참하여 자꾸 발길을 멈추게 된다. 비록 두터운 뿌리를 가졌음에도 그 큰 나무들이 여지없이 뿌리가 뽑혀 있다. 비스듬히 누운 나무들이 얼마나 많은지 자꾸 카메라를 들이댄다.

 

길을 막아 선 나무들은 관리인들이 모두 전자톱으로 동강내어 등반길은 이상이 없다.

 

저 나무들은 이제 어쩐다. 내 걱정은 만약에 쓰러진 나무들이 모두 말라 죽은 채로 있을 때, 어쩌다 산불이 나면 불붙기 참 적당하여 더 피해가 크겠다 하는 우려가 생긴다.

 

 

 

옥녀봉을 내려와 천천히 길을 내려가니 숲길로 들어선다. 기분 좋은 흙길. 아침 태양 빛이 상쾌하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다.

 

타박타박 타박네야

너 어드메니 울고가니

우리엄마 무덤가에

젖먹으러 찾아간다.

 

물이깊어 못간단다.

물깊으면 헤엄치지

산이높아 못간단다.

산높으면 기어가지

 

명태줄까 명태싫다.

가지줄까 가지싫다.

우리엄마 젖을다오

우리엄마 젖을다오

 

우리엄마 무덤가에

기어기어 찾아가니

빛깔좋고 탐스러운

개똥참외 열렸기에

두손으로 받쳐들고

정신없이 먹어보니

우리엄마 살아생전

내게주던 젖맛일세.

 

이 가사가 모두 기억나는 걸 보니

아직 충분히 젊구나 생각했다.

 

 

비록 여느 계절처럼 꽃무리들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 노랗고 작은 꽃들이 보인다. 

 

작고개 삼거리를 지나니 만들어놓은지 얼마 안되 보이는 나무 계단. 원래 가기 힘든 가파른 길에 인공적으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원래 둘레길의 취지가 이러면 안되는데 이 경우는 불가피 했다고 이해하자. 

 

 

이 길을 피해 갈 수 있는 우회도로 있긴 하다. 그러나 높아야 얼마나 높을까 그냥 직진해 버린다.

 

 

군자봉정상에 도착. 멀리 마을이 보인다. 아파트가 있는 마을이...

그리고 아파트 옆에는 현대식 건물들. 대학때만 해도 이 곳에 올 때는 시골에 간다 했는데 아직도 시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골의 이미지는 이제 어디까지 시골이라 해야 하나?

 

군자봉 정상에서 여기 저기 휴식을 취하는 몇 명의 무리들이 보인다. 남자들은 막걸리를 즐기고 여자들은 싸가지고 온 점심을 즐기는 듯 하다. 나도 작은 참외하나 먹고 기운을 얻었으니 다시 떠나자.

 

조금 내려가는데 길 옆에 남자 하나가 숲 속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얘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일행이 있다면 한 마디 해줄 용기가 있었건만...난 오늘은 혼자다. 그냥 지나치자.

 

내 생전 담배를 두 가치 피워 보았는데 모두 군대시절.

한 번은 무척 추운 겨울 훈련받고 잠시 쉴 때 졸병들이 담배피면 덜 추울거라고 해서 한대 피우다가 결국 못 피었고, 또 한 번은 높은 고지에 돌격 앞으로 해서 힘들게 올라갔는데, 역시 또 졸병들이 담배 한가치 건네면서 담배 한 대 피면 힘든걸 잊을거라고 하기에 한 대 피워 봤지만 역시 또 심한 기침 끝에 포기.  그래서 난 아직도 담배를 거의 혐오하다시피 한다.

 

그런데 언덕 넘어 저 봉우리 바로 밑에 평생 담배를 물고 사시던 아버님이 잠들고 계신다. 그런데 어릴 때는 한 번도 아버님에게 담배 끊어야 한다고 말을 못해 보았다. 감히 어른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자체가 아들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봉우리를 내려오다가 힘들 때 쯤 되면 작은 쉼터를 하나 마련해 놓았다. 하긴 도시가 가까우니까 이런 쉼터 만들기도 어렵지는 않으리라.

 

 

산을 내려오니 큰 도로가 길을 막는다. 길 건너편에 주유소가 있고 길은 이 도로를 건너야 한다. 일부러 산길 가는 사람들을 위해 보행자가 버튼을 눌러야 신호가 바뀌는 횡단보도를 만들어 놓았다.

 

길을 건너니 진덕사로 가는 평탄한 길. 혼자 길을 가는 중년남자 있기에 다가서니 나보고 많이 다니시는 분같다며 말을 건넨다. 내가 그렇게 보였나?  천천히 걷겠다며 나보고 먼저 가라 한다.

 

절이 있으니 넓은 평탄한 길을 조금 걸으니 바로 진덕사.

낭랑한 불경읽은 소리가 경내에 가득하다.

 

몇 명의 아줌마들이 있는 곳에 테이블이 있어 잠시 쉬는데 커피 한 잔 하시겠느냐기에 "Why Not이죠" 했더니 뜻을 모르는지 갸우뚱..

그렇지 않아도 커피가 마시고 싶어 아까 주유소에서 혹시 커피 팔지 않느냐고 물었었는데..  부처님이 내 마음을 이 아줌마를 통해서 알아주시네?

 

대웅전을 끼고 돌아 다시 가파른 산길을 오르지만 그 가파름에 힘들다 싶으면 여지없이 평지가 이어진다.

 

 

마을이 저기 보이는데 눈 위에는 감나무가 나를 잡는다. 이미 많은 감은 따 버렸는지 남은 감이 별로 없다. 마을이 가깝고 도로가 가까우니 가는 길에 작은 제조업체들이 많이 보인다

 

그 옆에 작은 플랭카드 하나. 늠내길을 걷는 이에게 음식비 10 % 할인해 드린다는 칼국수집 광고. 걷는 중에 혹시 점심을 해결하지 못할까봐 빵 하나 싸왔지만 먹기는 싫었는데 마침 잘 되었네. 시간을 보니 출출할 때다.

 

마음씨 좋게 생긴 칼국수집 아저씨가 6000원짜리 칼국수를 5400원에 할인해 준다.

 

자. 이제 힘을 얻었으니 또 걷자.

힘차게 발을 내 딛는데 갑자기 발 밑에 무언가 밟으면 안 될 것 같은 것이 있어 급히 발을 다른 곳에 딛고 보니 몸체가 아주 이쁜 거미 한 마리. 이쁘게 생겼으니 독거미인가? 근접촬영했는데 사진이 흔들렸다.

 

 

 

 

길 옆의 거의 모든 나무들이 칙칙하게 죽어 있는데 그 중 작은 나무 열매 하나 마치 불량식품같은 색깔로 시선을 끈다. 이게 뭐지?

 

산을 다니면 모든 것이 신기하다. 내가 모르는 자연들. 아니 인간이 신경안쓰는 자연들이 아직 살아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멀리 언덕 밑에 유럽풍의 작은 집 하나가 보인다. 눈 길을 그 곳에 두고 계속 걷는데 어? 길이 막혀 있다.  길은 분명 하나 뿐이었는데..  둘레에 늠내길 표시를 알리는 리본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보니 내 뒤를 따라 오던 다른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왔던 길을 다시 가다 보니 내가 예쁜 집에 한 눈 팔던 그 곳에 언덕으로 올라가는 표시가 보였다.

 

다시 언덕을 오르는데 길 옆에 새로 만들고 있는 듯한 굵은 동아줄로 등산을 편하게 만든 것이 보인다. 아마 겨울에 찾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하는가 보다.

 

 

 

사람들이 잠시 쉴만한 곳이면 여지 없지 비닐로 코팅되어 있는 시 한편들이 나무에 걸려있다. 잠시 쉬면서 시 한 편읽어 보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지..

 

 

 

언덕을 올라가는데 길을 가로막는 나무 하나. 그 위로 MTB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무리가 큰일 날 뻔 했다며 모두들 자전거를 손으로 옮기고 있다. 그리고는 다시 언덕길을 자전거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무척 부럽다.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이 너무 자주 보여 안타까움이 더한다. 어떤 나무들은 높은 나무에 걸쳐 있어 그냥 밑둥만 잘라내 버린 채 공중에 떠 있는 것도 있다.

 

 

여기 저기 산길을 찾는 이들을 위한 편의 시설들이 자주 보인다. 자연을 그대로 살린 평상. 이제 막 만든 듯 평상에는 나무의 결이 하나도 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망이 좋은 곳에 작은 정자 하나를 만들고 있다.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일일히 수고한다는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숲속을 따라 걷는 길

안타까운 것들이 이 곳도 가시박이 풀들이 온 산하를 덮고 있고, 산성비로 인하여 땅에 떨어져도 썩지 않는 솔잎들. 낙엽들.

 

선사유적지공원으로 가는 길이 끝나는 곳 쯤, 어디선가 시끄러운 마이크 소리가 온 산을 흔들고 있다. 가을 운동회를 하는 듯. 그런데 너무 시끄럽다.

 

길이 끝나는 곳에 작은 마을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커다란 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다.

 

아마 아파트 공사하다가 발견된 선사유적지를 그대로 보존한 듯하나 유적지라고 만든 것이 너무 조악하고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은 곳에서 쓰레기들이 뒹군다.

 

유적지를 내려오니 큰 도로가 나오고 길표시가 끝어졌다. 내가 만약 늠내길을 디자인한 사람이라면 분명 큰 도로를 따라가 걷게 만들지는 않았으리라. 길가에 일을 하는 이에게 물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 뒤로 해서 뚝방길을 따라 가란다.

 

그런데 뚝방길로 향하는 길은 아파트 공사를 위해 터를 닦아 놓은 듯 황량한 벌판. 세상에..이런 길도 걸어 보네.

 

그래도 그 끝에 갈대에 묶어 놓은 작은 이정표가 너무 귀엽다. 그리고 그 넘어에 오늘 여정의 종착지인 시청사가 보인다.

 

 

13키로라는 짧지도 않은 길인데 그다지 힘들지 않게 오늘의 길을 마쳤다.  다음에 기회되면 나머지 길도 걸어보아야겠다.

 

오늘 하루도 건강함을 주신 이께 감사. 감사.

출처 : 서울싱잉커플즈
글쓴이 : 관리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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