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시흥 늠내길 3코스

carmina 2011. 6. 20. 14:13

 

아마 백두대간 종주나 낙동정맥 종주도 이런 식으로 등산이 이루어 질 것이다.

 

매주 토요일이나 시간 있을 때마다 지난 번 끝낸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산행. 이거 미드 보는 기분이네.

 

늠내길 전체 4코스중 1, 2 코스 모두 마치고 3코스를 찾았다.

조금 추울 것이라는 날씨 예보에 점퍼의 내피도 끼우고 장갑도 챙겼다.

 

이곳 늠내길은 집에서 가까와 언제나 쉽게 떠남을 결정할 수 있다.

 

이번 코스는 주로 부천 사는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성주산과 소래산그리고 하우고개 여우고개의 두개의 유명한 곳을 지나가는 여정이다.

 

시작점은 상대야동 삼거리에 있는 꼬꼬상점이라는 작은 구멍가게.

 

그런데 금방 늠내길 표시가 보이지 않아 꼬꼬상점에 들어가 물어보니 나이 든 아저씨가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평소 작업하는 사람들이나 다닐만한 길들을 잘 닦아 놓았다. 잘 닦아 놓았다는 것은 콘크리트로 튼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다니기 편하게 조금 비탈진 길은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았고, 바닥도 걷는 기분이 좋도록 고운 흙과 낙엽으로 잘 덮어 놓았다.

 

여우 고개. 이 전에 여기에 여우가 많이 출현했을까?  비록 가는 길에 나무가 지장을 주는 부분에 일부러 벌목을 하여 인위적인 길을 만들었지만, 어차피 나무도 조금 듬성 듬성 심어 놓아야 성장에 좋은 줄 안다.

 

지난 번 곤파스 태풍 때 쓰러진 수많은 나무들이 길을 막았으나 그것도 모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잘라 놓았다.

 

그러나 어느 지점엔 태풍에 처참하게 쓰러진 나무들이 뿌리만 남긴 채 모두 흉한 모습으로 남아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다시 세워 놓아 억지로 살리느니 차라리 자연의 생존원리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현명하리라

 

오솔길에 나이 든 아저씨 한 분이 앞서 나가는데 마치 산신령같이 사뿐한 모습으로 힘들지 않게 걸어간다. 그 뒤를 따라가다가며 사진을 찍어 본다. 혹시 구름위를 걷는게 아닌가 아니면 꼬리가 달렸나..

 

언덕을 조금 오르니 등에 땀이 찬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인데도 계속 빠른 걸음으로 걸으니 등에도 머리에도 땀이 날만도 하다. 기분좋다.

 

도심지 한가운데 있는 작은 산이라 조금 높이 올라가니 양쪽으로 보이는 건 모두 아파트.. 

 

그래도 아파트 짓기 위해 이 산까지 밀어 붙이지 않는게 다행이다.

 

그렇게 여유고개를 넘어가니 작은 평지가 나오더니 다시 이어지는 하우고개. 이 고개는 조금 높아서 학학 대며 넘었다 해서 하우고개라 한다.

 

늘 자동차로 다니던 하우고개를 이젠 산길로 나있는 하우고개로 올라가며 계단을 오른다. 지도를 보니 이 곳이 성주산이라 한다.

 

계단이 얼마나 높은지 까마득하게 보이지만 스틱을 엉덩이에 대고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올라간다. 그래도 내 걸음이 빠른지 다른 나이든 이들을 추월하며 지나고 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계단숫자를 세어볼껄..

 

언덕위에 올라가니 여러 명의 아줌마군단들이 벤치에 앉아 잠담하고 있다. 잠시 쉬며 산 아래 문명사회를 쳐다보며, 저 콘크리트 속에 살아 숨쉬고 있던 나 자신을 바라본다. 얼마나 더 저런 곳에서 살아야 하나..

 

산 꼭대기에서 바로 이어지는 평탄한 길.

이래서 트래킹이 좋다. 너무 힘들지 않고 끝없이 올라가야만 하는 등산이 아닌 코스들..젊은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찾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 시절에는 그렇게 다녔다.

그러나 나이들어 조금 기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며 니들도 나처럼 이런 편한 길 그러나 지구력이 필요한 길을 찾으리라.

 

이런 산에 오면 부처의 모습만 보았던 어느 기독교인이 심통이 났는지 커다란 바위에 붉은 색으로 십자가를 그려 넣었다. 이 십자가를 그려 넣은 사람은 이 앞에서 간절히 기도했을까?

 

사방으로 이정표가 표시되어 있다. 하우고개, 여우고개, 소래산, 성주산.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오는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서 방황할 것 같다.

 

나는 여우고개를 넘어왔으니 이제 하우고개로 넘어간다. 하우고개로 넘어가는 길에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비탈진 언덕을 나무로 잘 정비해 놓았다.

 

그리고 그 끝에 계곡을 넘어갈 수 있도록 튼튼한 다리로 산책길을 이어 놓았다. 다리를 넘어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제 산의 정상을 향하지 않고 산의 7부능선 허리를 둘러간다. 끝없이 돌아가는 산길.  마주오는 사람들도 많다. 아마 이 길이 산의 정상을 향해 가는 길이리라.

 

어떤 나이든 아저씨, 가슴을 풀어 헤치고 런닝셔츠 바람으로 산을 오르고 있다.  여름에 이 길을 왔으면 신록이 우거진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을텐데 앙상한 나무들이 시야를 더욱 트이게 만든다.

 

산 아래로 이어지는 숲에 꺽어진 나무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놓아 마치 경작지처럼 보인다. 눈이 많이 쌓이면 멋진 스키장이 될 것도 같다.

 

한참을 가다보니 길 아래로 외곽순환도로가 지나가고 있다. 끝없이 달려가는 차량들. 그 길을 넘어 가는데 라면과 막걸리를 파는 작은 간이 주막이 보인다.

 

그런데 주인장이 무척 양심이 있는 사람인지 "일인당 막걸리는 한잔밖에 팔지 않는다"라고 써 있다. 주인을 새삼스레 다시 본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길을 잃어 버렸다. 길은 이리 저리 나누어져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분명 자주 보여야 할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하나. 커다란 철탑이 보이는 곳으로 가도 리본이 없다.

많이 걸었으니 올라가지는 않을 것 같아 내려가기로 햇다.

 

한참을 내려가니 그 곳에 다시 보이는 리본. 그런데 그 리본의 방향이 이상하다. 다시 언덕을 오르라는것인지, 아니면 진행방향으로 가라는 표시인지 애매모호.  가지고 있는 안내도를 보아도 모르겠다.

 

굳이 갈 길을 찾기 싫어 그냥 하산해 버렸다. 나머지는 다음에 반대길로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