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단체 걷기 행사 - 늠내길 (갯골길)

carmina 2011. 7. 24. 22:52

 

2011년 7월 23일 토요일

 

이제까지 한 번도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룹으로 걸어본 적이 없었는데...아니다 한 번 있었다...

인천대교걷기행사에 그 들과 함께 걸었으나 대화도 없었고..

중간에 내가 아는 교회 사람들을 만나 헤어진 적이 있다.

 

걷기 동호회 카페에 가입하여 가끔 글도 올리고 남의 글도 읽어보다가

어쩌다 주말에 가까운 곳에서 행사가 있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어느 회원이 딸과 함께 차를 가지고 간다해서 모임 장소에 가기도 편했다.

휴일이라 길이 막히지 않아 일찍 도착하였더니 우리가 1착인지 아무도 안보인다.

 

경기도 시흥이 땅이 넓으니 그 이점을 톡톡히 살려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중국에서 처음 연꽃씨를 가져다 심은 뜻깊은 장소인 관곡지 옆 넓은 벌판에

수없이 많은 연꽃을 심어 이제 막 개화기라 아침부터 많은 사진기자들이 모여

거의 대포같은 렌즈를 장착한 최고급 카메라를 막 피기 시작하는 연꽃 봉우리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큰 연못에 노란 품종의 연꽃으로 거대한 대한민국 전도를 만들기도 하고

각종 품종의 연꽃들 밭이 있어 사람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일행들이 모두 도착하니 나까지 포함해서 모두 14명. 남자가 4, 여자가 10명. 부부도 포함된 듯 하다.

남자분들은 나보다 나이가 모두 조금 많은 듯. 여자분들도 대개 중년층이고 몇 분은 한 30대? 

여자분들 몇 분은 내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까미노 길도 다녀 오셨다 한다.

 

내가 지난 번에 갔던 늠내길중 갯골길코스이긴 한데 접근방법이 다르다.

나는 안내표시만  보고 갔는데 리더하시는 남자분은 이 곳 지리를 거의 꿰뚫고 다니신다.

 

원래 지정된 갯골길 출발전인 시흥시청앞에서 떠나는 것보다 약 2키로 정도 더 걷는다 하니 많이 걸어 본 경험이다.

 

갯골길을 따라 만든 사이클전용도로.

정말 많은 사이클 매니아들이 줄을 지어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시원하게 뻗은 길을 달려가고 있다. 

사이클 복장을 잘 차려입고 멋진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사람도 많지만 평범한 자전거와 편하게 입은 아저씨와

어린이 자전거들도 이 곳에선 한 몫을 하고 있다.

 

우리 모두 한 줄로 늘어서서 사이클이 오는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가끔 우리의 행진을 걱정하는 듯 사이클 선수들이 호루라기를 불고, 큰소리치며 지나가지만 그래도 그리 걱정할 바는 못되었다.

 

사이클 전용로 옆에 갯골에는 많은 이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지만 왜 그런 모습이 처량해 보이는지.. 

어쩌다 낚아올린 수확물은 손가락정의 작은 물고기. 

그런 것들을 바라고 저렇게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까?

 

그들은 우리보고 그렇게 말하겠지. 더운도 뭐하러 저렇게 힘들게 걷는지 모르겠다고..

 

다행히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아직은 견딜만하다.

 

좌우편으로 펼쳐지는 넓은 벌판에 벼가 익어간다.

그토록 장마로 인해 오래기간 동안 비를 맞았지만 다행히 거센 바람이 없어 쓰러진 벼는 없는 것 같다.

 

아직 충분히 젊어서 어떤 풍파도 견뎌 낼 수 있지만 곡식이 익고 벼에 이삭이 가득할 무렵에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쉽게 쓰러질 것이다.

나도 그럴 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그렇게 쉽게 쓰러질까?

 

노래가 절로 나온다.

 

저기 산이 온다 산이 간다

들이 온다  들이 간다

우리 모두 맘껏 달리자

저기 강이 온다 강이 간다

바다 온다 바다 간다

우리 모두 맘껏 달리자

 

길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엔

모두 즐거운 마음들

동그라미 두개가 달려가는

멋진 자전거 하이킹.

 

비록 자전거 하이킹은 아니지만 두발로 천천히 걷는 트레킹은 여유가 있어 더 즐겁다. 

누구 하나 억지로 나온 이도 없으니 표정도 밝다.

마음껏 공기 속에 포함된 신선한 산소를 폐속 깊숙히 들여 마시고  

도심지 생활 속으로 가득차 있던 이산화탄소와 마음에 노폐물까지 모두 내 뱉어 버리면

저 푸른 초원들이 모두 그것들을 들이 마시고 있다.

 

생각같아선 논 사이 작은 길을 걸어가고픈 마음뿐이다.

 

어떤 아저씨가 홀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월곶 가는 길을 묻는다. 안내를 받고 한참 가더니 다시 돌아오며 하는 말...

전방이 진흙탕이라고..  자전거가 갈 수 없는 길을 우리는 갈 수 있다.

 

그렇게 1시간 남짓 걸었을 때 이전에도 보았던 갯골 생태공원,

각종 야생화로 정원을 만들고 가운데 튼튼하게 정자 하나 지어 놓았다.

비록 이른 시간이지만 우린 모두 가져 온 점심을 풀어 놓는다.

나도 이런 트레킹할 때 처음으로 아내가 싸준 김밥을 풀어 놓으니 김밥을 이렇게 싸온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모두 갖가지 먹거리를 싸 들고 그것들을 풀어 놓으니 풍성한 먹거리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하다못해 도무지 포장이 안 될 것 같은 반찬들,

예를 들면, 김치찌개,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물 미역국, 어리굴젓, 등등에다가 주먹밥까지..

 

아하..여럿이 같이 다니면 이런 즐거움도 있구나.

 

아내의 까다로운 음식취향때문에 여행을 가면 가능한 여럿이 갈려고 애쓰는 이유하나가 바로 먹거리 때문이다.

 

거기에 깔판도 가지고 다니는 우산포를 펼치니 멋진 깔판이 된다. 저런건 배워야겠다.

 

한참 식사할 때 쯤 사이클을 타던 일행들도 몇 명이 올라 오더니

점심을 먹으려는 듯 넓은 매트를 까는데 음식은 하나도 꺼내지 않는다.

그러더니 어딘가 전화를 하는데 인근 중국음식점.

아하.. 또 한 번 놀랐다. 저렇게 점심을 즐기는 방법도 있구나. 

 

우리 일행이 얼른 전단지에 적힌 중국집 전화번호를 사진으로 찍어 놓는다.

 

평소 보온병이나 캔 커피를 늘 준비했는데 오늘 따라 왜 준비를 안했는지...

커피 한 잔이 그리웠지만 아무도 준비해 온 이가 없으니 그대로 출발.

 

아직 여기 저기 공사중이지만 걷고 싶은 오솔길하나

그 끝에 왼편에는 몇 개의 소금 창고가 새로 건축되고 있고 염전도 재 정비를 하고 있다.

내가 이제까지 살면서 보아 온 소금창고는 오랜 세월동안 견디어 온 검은 널판지로 만들어진 허름한 창고모습이었는데

이제는 튼튼한 나무재질로 다시 만들어 지고 있다.

 

소금창고를 볼 때마다 허름한 옷차림의 일꾼들이 영세한 모습으로 천천히 염전에서 가래질을 하는 모습을 연상했는데

지금 저 새로 지어지는 소금창고를 보니 아미 이젠 하이테크 기술로 소금이 생산될 것 같은 미래가 보인다. 

 

오른 편에는 갯골의 게들과 철새들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모두 애들 같은 즐거움에 가득 차 있다.

 

내가 평소 보지 못했던 종류의 작은 게들의 열심이 갯구멍을 드나들고 있다. 지난 겨울에 왔을 때 보지 못했었는데...

 

저렇게 빨간 게와 이상한 모양의 게도 있었던가?

 

전망대를 지나 넓은 벌판에 한가운데 뻗어 있는 외줄기 길.

까미노를 다녀온 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까미노에는 이런 길을 며칠 동안 가야 한단다.

그래..좋다... 미리 기분이라도 내 보자.

 

그 넓은 길에 가끔 벤치가 가끔 보이지만 아무래도 위치가 잘 못된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벤치를 만들어 놓은 것만으로도 시흥시가 배려한 정성에 고마울 따름이다.

 

그 넓은 길 끝에 원래 늠내길은 왼편에 나 있는 아카시아 길로 가게되어 있지만 리더는 돌아가는 길보다 지름길을 택한다.

지름길이라야 불과 10미터도 안되는 길이지만..

 

다시 끝없이 이어지는 벌판. 멀리 공중에 모터행글라이더를 즐기는 모터소리만이 빈 하늘을 울리고 있다.

 

끝없는 길. 모두 조금씩 힘들어 하고 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쉴곳도 없고 그늘하나 보이지 않는다. 

 

멀리 갯골을 가로 지르는 다리위 도로. 다리 앞에 막걸리를 파는 허름한 가게가 있어 구미가 당기지만

이 모임에선 그런 것에 관심없다는 얘기를 사전에 들었기에 내색도 하지 않는다.

 

다리고 올라가는 철계단 위에 서니 도로위를 부는 시원한 바람에 찰나의 기쁨을 즐긴다. 이제 꼭 절반을 걸었다.

 

다리 건너편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 걷다가

아무래도 너무 무리하게 걸으면 무리가 될 것 같아 리더가 작은 그늘을 찾아 앉게 한다.

 

모두 힘들고 덥다고 얘기하지만 그 모습엔 모두 웃음이 가득하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지..

 

가지고 온 과일과 초코렛들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쉬다가 다시 출발.

 

끝없이 걸어간다. 가끔 사이클들이 지나가고...걷는 이들은 우리 밖에 보이지 않는다.

 

솟대로 만들어진 늠내길의 이정표인 기러기가 지루한 길대신 갈대 숲으로 안내한다.

겨우 사람 한 명 다닌 흔적만 있는 곳.

 

아직은 푸르디 푸른 갈대를 헤치며 지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을 겨울에 이 갈대가 모두 갈색으로 변하면 이 곳의 풍경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가끔 장난삼아 길 양옆의 풀을 매 놓아 뒤 따라 오는 이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고 싶었는데 갈대가 너무 억세어 포기.

 

반바지를 입고 온 사람들이 풀이 너무 억세어 걷기 불편하다며 큰 길로 다시 나와 다름 갈대 숲으로 들어갈 때 갈대숲을 거부한다.

 

그러나 두번째 갈대 숲은 차 한대 정도의 폭으로 갈대 숲을 잘 정리해 놓고 길도 작은 돌들 깔아 놓아 걷기에 아주 편했다.

지난 번 이곳에 왔을 때 공사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제 공사가 다 끝난 것 같다. 

가끔 작은 정자가 있어 나그네가 걸터앉아 쉴 곳도 마련해 놓았다.   

 

그렇게 길고 긴 길을 걸어 다시 점심 먹었던 정자가 보이는 갯골길 건너편에 도착하니 모두 더위 때문에 기진 맥진.

 

사이클타던 이들이 잠시 쉬는 다리 밑에 있는 간이 매점에 도착해 모두에게 마실 것을 선물했다.

 

쉬는 곳 멀리 보이는 산에 백로들이 무리가 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 곳에 갯벌들과 넓은 벌판이 있어 먹을 것이 풍부하니 저렇게 백로들의 서식지가 형성되었다.

 

다시 사이클전용도로. 사이클 선수들이 불편해 할 까봐 건너편 길로 걷는데 그 곳에 보이는 많은 낚싯군들. 

그리고 군데 군데 모여 있는 쓰레기 더미들.  도대체...이런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돌고 돌아서 다시 원점. 관곡지. 오전처럼 사진 찍는 사람들은 많지 않고 대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다.

 

우리같은 사람들이 쉴 곳이 없고 모두 시원한 팥빙수 생각이 간절하다 하여

각자 타고 온 승용차로 시흥시청 근방의 제과점에 들러 시원한 팥빙수를 나누어 먹고

같이 다닌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헤어지고 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같이 다니는 것도 좋구나.

일정만 맞으면, 침묵의 보행보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힘들고 어려움도 같이 하는게 좋아 보인다.

 

가끔 이렇게도 떠나보아야겠다.

 

앞으로 가고 싶은 나들길 몇 코스도 이런 단체 트레킹을 생각해 보며 오늘도 내 인생의 즐거운 일 끝.

 

 

P.S. 다음 주 하순에 휴가를 이용하여 강원도 바우길과 

그 다음 주 초에 새로 개발된 지리산 둘레길을 나누어 걸을 예정인데 더위가 어느 정도 될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