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김포 평화누리길 1코스

carmina 2012. 6. 6. 22:16

 

2012년 현충일.

 

아침에 눈을 뜨고 왜 밖이 훤한데 알람이 안 울릴까 하고

자명종시계용으로 사용하는 구형 핸드폰을 보니 꺼져 있기에

깜짝 놀라 핸드폰 전원을 넣어 시간을 보니 6시 50분.

어이쿠 회사 늦었다. 5시 45분에 일어나야 하는데..

이런 일이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하고 허둥지둥 일어날려다 보니 아차...오늘 현충일이지..

 

오늘은 그간 가보지 못한 곳을 계획해 보았다.

자주 찾는 강화나들길가는 길에 있는 김포 평화누리길.

평화누리길은 김포, 고양, 파주 그리고 연천에 각각 나뉘어져 있다.

각 도시마다 3개의 코스가 있고 비록 모두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모두 북녘땅이 가까운 곳으로 디자인을 해 놓아

곳에 따라 북한땅을 바로 지척에 놓고 보기도 한다.

 

오늘따라 왜 이리 버스가 연결이 안되는지..

부천을 벗어나는데 한시간 걸렸다면 너무 허풍이 아닐까?

하지만 정말 한 시간이 걸렸다.

 

초지대교앞의 대명리. 내가 좋아하는 포구 대명리

간장게장을 담그기 위해 꽃게를 사러 소래포구로 가면

장삿군들의 속임수 때문에 산게와 죽은 게를 같이 사야 하는데

이 곳 대명리는 산게만 골라서 살 수 있을 정도로 양심적이라

해산물을 살 때는 주로 대명리로 가는 편이다.

 

평화누리길의 시발점이 대명리부터 시작하여

첫째 코스가 문수산성까지이고 2코스가 애기봉까지 가게 된다.

거리상으로는 첫째 코스가 약 17키로, 2코스가 약 8키로..

잘하면 2코스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트럭을 개조하여 생활잡동사니를 팔고다니는 차량이

특이하게도 항아리까지 맨 위 칸에 놓고 있다.

역시 이런 것들을 볼려면 여행을 떠나야 한다.

 

트레킹화의 끈을 질끈 동여매고 시발점을 찾아 가니

퇴역한 비행기와 장갑차 그리고 군함이 있는 함상공원 바로 옆에

마치 입장료 받고 들어 가야 할 것 같은 평화누리길의 입구가 

그럴 듯하게 간판을 내 걸고 있다.

 

이렇게 군사무기가 있어야 하고

아무나 들어 갈 수 없게 통제되어야 하고

좁은 길을 통해서만 가야하고

철조망으로 막아 놓아야만 

평화가 제대로 지켜지는 걸까?

 

평화는 방종이나 무방비로 절대 지켜질 수 없다.

요즘같이 종복세력이 당당하게 국회의원이 되고

권력있는 사람들이 자유주의를 비난하는 말을 소리높여 외쳐도

이 땅의 자유가 쉽게 무너지지 않은 것은

저런 무기와 철조망이 굳건하게 경계선을 지키고 있고 

피 끓는 젊은 날을 몇 년 동안 철조망앞에서 보내야 하는 군인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열려진 문으로 들어가니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 영화처럼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에

커다란 바위가 금방이라도 옆으로 무너질 것처럼 비스듬하게 자리잡고 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검은 색의 철조망.

그 넘어에 황토색의 염하강이 흐른다.

염하강은 김포와 강화도 사이에 있는 바다지만

오래 전부터 염하강이라 불리웠다.

 

삭막하기만 할 것 같은 철조망 앞에 몇 개의 조각품이 진열되어 있다.

아이들이 만든 '꿈꾸는 염하강'이라는 작품명으로 소망을 적은

조약돌을 달아놓아 작은 미술품으로 만들고

스테인레스로 만든 커다란 혼 옆에 '길은 끝이 없구나..' 라고 써 놓았다.

그래 길은 끝이 없구나.

길에 대한 나의 욕심도 끝이 없어..

 

밤이면 보초를 서는 초소가 철조망 옆에 딱 붙어서

절대 안 떨어질 것 같이 튼튼하게 축조되어 있다.

 

철조망 바로 옆으로 걸어가도 되는데 망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좁아 배낭을 메고 통과하기에는 좁을 것같아

어쩔 수 없이 뚝 옆의 길을 걷는다.

지난 번 강화 민통선 안의 철조망을 걸을 때는

뚝이 높아 바다가 보이지 않았는데 이 곳은 뚝이 그다지

높지 않아 바다가 한 눈에 다 보인다.

 

조금 걸으니 덕포진.

오랜 세월 전에 사용했던 포대이지만 잘 정비해 놓았다.

그 덕포진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들이 쉬고 있다.

그리고 어떤 가족은 소나무 숲 공간에 그물형의 텐트를 치고

그 옆 평상에 온갖 먹을 것들을 준비해 제대로 된 소풍을 즐기고 있다.

 

길가에 눈에 뜨이는 묘지 하나

왕의 묘지는 아닌 듯 소박해 보이기에 보니

아름다운 사연이 있는 이의 무덤이다.

 

고려시대 고종이 피난을 가는 중 강화 앞바다를 지나기 위해

그 지역에 있는 선돌이라는 뱃사공을 불렀는데 뱃사공이 자꾸 다른 길로 노를 저어가

물어보니 앞에 급류가 있어 돌아가야 한다며 다른 물길로 가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급한 왕의 일행들은 사공의 농간을 부리는 줄 알고 처형했는데

사공이 자기는 죽어도 물에 바가지 하나를 띄워 놓고 따라가라고 유언하여

사공의 말대로 가다보니 급류를 피할 수 있어 후에 이 선돌에게 공의 직위를 주어

위로하였다는 영화의 이야기같은 전설이 담긴 묘지가 있다.

 

자기가 죽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가 맞다는 것을 지혜롭게 증명하고

또한 인명을 살리기 위해 살길을 가르쳐 주는 정의로운 사람이 여기 누워있다. 

 

철조망을 따라 걷는다.

군데 군데 보초를 서는 콘크리트 초소가 있고 그 초소는 지하로 이어져있다.

그러나 낮이라 그런지 모든 초소는 비어있다.

내가 군시절 산 꼭대기에 저런 콘크리트 초소를 짓기 위해 얼마나 힘든 한 여름을 보냈었던지..

 

덕포진에서 쉬던 엄마와 여자 아이들이 뒤를 따라 온다.

아이들에게 이런 길을 같이 걷자고 하는 엄마들이 자랑스럽다.

 

그들의 재잘거림을 뒤로 하고 걷다보니

숲 길 철조망이 지나고 마을을 끼고 있는 철조망이 나온다.

그리고 봄철 모를 심고 이제 자리 잡은 모들이 질서 정연하게

멀리 보이는 작은 산 밑에까지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평화누리길 가는 곳에 여러가지 갈림길이 나오지만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찾는 데 문제는 없었다.

 

햇빛이 뜨거워진다. 오늘은 거의 여름날씨라 했다.

머리에 땀이 흐르고 목이 탄다.

마침 어느 집 앞에 작은 쉼터가 있어 앉을려하니

어디선가 개 짓는 소리가 들리기에 마당을 보았다.

커다란 콜리 한 마리가 철조망 안에서 내 눈과 한 번 마주치며 으르렁대고는

다시 낮잠으로 빠져든다.

 

평화누리길의 이정표에는 두가지 길이 표시되어 있다.

걷는 길과 MTB 길.

이 곳을 찾는 MTB 동회회들이 많은지

길을 걷다가 몇 번 멋진 유니폼을 입은 MTB 동회회들이

줄을 지어 내 앞을 스쳐 갔다.

한적한 길이다 보니 스쳐 지나갈 때 인사를 하게 되고 모두 정답게 받아 준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텃밭 앞에 노랗고 빨간 색깔의 작은 집 두채가 붙어 있다.

아마 누군가 가끔 바다를 보기 위해 지어 놓은 듯 하다.

저런 작은 집도 괜찮네.

굳이 커다란 집을 지을 필요 없이 한 두명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가끔 찾아와 바다내음을 맡으며 잠을 잘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집으로 가는 길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표시한 듯

긴 나무 막대를 걸쳐 놓았다.

 

사람만 바다로 나가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고

길 옆의 덩쿨도 바다로 나가고 싶어 자꾸 줄기를 뻗고 있다.

 

가끔 보이는 집들이 잘 정비되어 있고

담쟁이 덩쿨이 돌담을 덮어 버린 담 밑에

섬초롱 꽃과 장미와 달맞이 꽃이 내 시선을 끌고 있다.

이쁜 것들...

 

산을 내려와 논길 벌판을 걷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논들.

그리고 한가하게 먹이를 찾고 있는 백로들.

평화는 철조망에 있지 않고 논 벌판에 있구나..

 

요즘은 이앙기로 벼를 심어 벼 사이의 간격이 일정하고

줄도 잘 맞추어 있어 보기 좋지만 가끔 논 입구에나 구석 등

이앙기가 닿지 못하는 곳에는 벼들이 물에 둥둥 떠 있어 안타깝다

조금 부지런한 농부의 논이라면 마무리를 손으로 했을텐데...

 

계속 철조망 옆만 걸을 줄 알았는데

이정표가 산길로 향해 있다.

산길로 향하는 마을의 아주 허름한 집 마당에

신발들이 몇 켤레가 보인다. 이런 집에 사람이 살고 있네..

마당에 묶여 있는 하얀 개가 낯선 이의 등장에도 짓지도 않고

멀뚱 멀뚱 쳐다보고만 있다.

 

지저분한 마당.

이런 모습이 유럽의 농촌과 우리 농촌의 다른 점이다.

유럽은 어느 시골집이건 집 주위가 절대 깨끗하다.

집 주위의 잔디도 잘 다듬어져 있고..

그래서 늘 보기 좋은데, 우리 농촌은 적어도 자기 공간이라면

아무렇게나 어질러 놓아 어느 집이나 지저분해 보인다.

농기구들도 집 옆에 어지럽게 보관하고

사용한 농기계들도 대개 씻지 않은 채 그대로 집 옆에 방치해 둔다.

 

산길을 가는데 문득 앞에 커다란  묘지군이 보인다.

아마 돈 많은 사람이 이 언덕을 통째로 사들여 가족묘를 만드는 듯하다

불도저가 만든 길로 이정표가 표시되어 있어 따라가다가 그만 길이 사라져 버렸다.

 

어디서 실수 했을까?

오던 길로 되돌아 가니 내가 작업하는 차량에 눈길을 주다가 그만 옆으로 가라 하는

리본을 보지 못했다.

 

서서히 언덕이 힘들어 진다.

머리에서 땀이 많이 나는 듯 머리에 동여 맨 손수건이 축축하다.

 

갈증이 나기에 싸가지고 온 한라봉을 하나 먹고 길을 찾는데 이정표가 이상하다

왔던 길과 거의 같은 7시방향으로 가라하네.

어디로 가야 하나 길 중앙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오던 MTB 일행이 7시 방향 길이라며 손짓으로 알려주고는

황급히 스쳐 지나간다.

 

다시 숲길로 이어지는데 여기 숲길은 강화 나들길의 숲길과는 사뭇 다르다.

숲 사이의 길이 모두 차가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넓은 흙길인데 

요즘 비가 뜸해서 그런지 길에서 먼지가 팍팍 일고

어쩌다 트럭한 대 지나가면 먼지가 뽀얗게 구름이 되어 일어 난다.

 

길을 가다 어느 묘지 앞에 잎이 무척 큰 식물을 보았는데

나무는 아닌 것이 마치 나무처럼 튼튼한 녹색 기둥을 가지고 있다.

이게 뭘까? 마치 외계에서 온 식물같다.

 

거의 2시간을 걷고 배도 고픈데 점심을 사 먹을 곳이 없다.

아까 김포에서 버스를 갈아 탈 때 혹시나 해서 정류장 앞 김밥집에서

사둔 김밥 한 줄이 상당히 요긴하게 내 허기를 채워주었다.

 

쇄암리를 지나쳐 가다보니 염하강 건너편에 바로 며칠 전 걸었던 

강화 나들길 6코스 종착지인 광성보가 보인다.

이 곳에서 크게 외치면 저쪽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지금쯤 나들길 길벗들은 아까 내가 시작한 초지대교 건너편의 초지진에서 시작하여

본오리돈대까지 가는 8코스를 나와는 반대의 방향을 향해 가고 있을 것이다.

  

이 곳 평화누리길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금방 만들어 놓은 듯한 벤치들이 너무 깨끗하여 일부러 앉아 보았다.

 

숲길을 내려와 다시 이어지는 철조망 길.

철조망 옆 숲에 팻말이 하나 있기에 들어가 보니

이 작전용 도로를 해병대원들이 만들었다고 청룡대로로 칭한다고..

하긴 공사장비 없이 이렇게 길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삽질이 있었겠다.

이게 대로에 속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큰 일을 했으니 대로라 칭할만 하다.

 

가끔 어디선가 한 방씩 총성이 울리고

가끔 어디선가 소쩍새가 울린다

 

여기까지 걸어 와서야 처음으로 길을 걷는 남녀를 만났다.

그들도 나처럼 뙤약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내가 온 길을 가야 한다.

거리상으로는 거의 반 쯤 온 것 같다.

 

까치들이 철조망위에 집을 지어 살벌한 금속선이 따뜻하게 보인다.

철조망 옆 넓은 공간에 해병대들이 상륙할 때 사용하는 보트와

연육교를 만들 때 사용하는 주홍빛의 구조물이 쌓여 있다.

 

이제부터는 거의 세멘트길을 가야 한다.

비록 아스팔트 길은 아니지만 흙길보다 열기를 더 발산하기에

더욱 더위를 강하게 느낀다.

 

평화누리길의 이정표가 원머리나루터를 알려주어 그 곳에 가면

혹시나 먹을 것이 있을까 했는데 인근의 할머니 매점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도

문이 닫혀 있고 나루터에는 빈 배만 조금 기울어진 채 휴식을 취하고 있고

무언가 요기를 할 수 있는 식당은 하나도 없고 멀리 낚싯군들만 선착장 끝에 모여있고

출항을 위해 그물을 다듬는 아낙네들만 묵묵히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차가 앞에 지나간다.

아하..골프 카트네.. 이 근처 김포CC가 있지.

어부들의 옷모습하고는 전혀 다른 옷차림의 중년들이

작은 카트를 몰고 바다 옆 도로를 지나 다시 골프장으로 들어간다.

 

신발바닥에 열이 많이 나는 것 같아 골프장 앞에 있는 정자에서 잠시 쉬는데

정자 옆에는 누가 버렸는지 온갖 쓰레기들이 잔뜩 널려져 있다.

아무래도 쓰레기들의 성분을 보니 이 곳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나쁜 사람들.. 아주 나쁜 사람들..

 

이제까지 자연 그대로의 숲의 모습을 보면서 오다가

갑자기 너무도 잘 다듬어진 잔디와 소나무들을 보니 다른 세상에 온듯하다.

 

좀 전에는 허름한 옷차림의 어부들이 그물 작업을 하며 '끌어 끌어'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젠 골프장에서 원색의 골프복을 입은 사람들이 "브라보, 굿샷"하는 외침이 들린다.

 

가끔 골프카트가 지나가는 골프장을 끼고 돌아 문수산성가는 언덕길로 올라가다가

마주오는 남녀를 보니 남자의 손에 연기나는 담배가 들려 있다.

남자가 모자를 벗고 인사를 하는데 대머리네..

얼굴은 젊어 보이는데 머리칼을 밀은건가?

애기봉에서부터 걸어왔단다.

그럼 앞으로 갈 길이 한참인데 걱정되네

잘 가라고 응원하며 가다가 등 뒤에서 '길가면서 담배 피지 맙시다'하고 외치니

미안한지 담배불을 끈다. 기특한 사람들.

 

문수산성으로 가는 길이라 해서 계속 언덕으로 이어질 줄 알았는데

다행히 골프장입구쪽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배가 많이 고파서 혹시 골프장내 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구차해 보일 것 같아 골프장 앞 벤치에서 잠시 쉬고 내려가는데

잘 다듬어진 아스팔트길 저편에 여자아이 세명과 엄마인 듯한 아줌마가

등산복이 아닌 편한 복장으로 올라온다.

 

아줌마는 나에게 대명항에서부터 오느냐고 말을 하고

'산길로 가지 않고 철조망길로 가면 빠르다'고 알려주기에

'일부러 산길로 걷는 재미도 있다'고 답학고 애들에게 말을 거니

애들은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는 표정이다.

 

오는 도중에 혹시 식당 있느냐 물어보니 장어집밖에 없단다.

애들과 헤어지며 가는 뒤에서 '얘들아 힘들어도 즐겁게 걸어라' 하고 크게 외쳐 주었다.

그리고 저렇게 애들을 데리고 혼자 힘든 길을 다니는 엄마가 무척 부러워 보였다.

  

골프장 입구 길이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길이 7시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다.

왼편에 넓은 논이 있고 오른 쪽엔 넓은 수로가 흐른다.

이쪽에 유난히 백로가 많이 날고 농로는 곧게 뻗어 있다. 

  

수로에 남자어린이 세명이 아빠랑 낚시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 찰칵.

카메라 소리를 들었는지 아이가 쳐다본다.

인사를 해 주고 고기 좀 잡았느냐고 물어보니 한 마리도 못잡았다고 하지만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이제 거의 길이 끝난다.

곧은 수로 저편에 목적지가 있는 듯하다.

이정표를 1.5키로. 뭐..이 정도야.. 뛰어서도 가겠다.

그러나 햇빛 피할 곳 없는 곳을 많이 걸어 왔기에 너무 지쳐 있다.

배도 고프고..

 

멀리 도로에 음식점 간판이 보이니 눈이 확 뜨인다.

대형 글씨로 써 있는 간판. 장어와 소머리 국밥.

혼자 논뚝길에서 크게 외치며 걸었다.

소머리국밥 먹고 싶어..

소머리국밥 먹고 싶어..

 

시간을 보니 3시가 다 되어가네

12시경에 김밥 한 줄 먹고 3시간 걸었으니 배가 고플만도 하지  

1코스 예정시간인 4시간 반을 걸었다.

대개 안내서에 표시되어 있는 소요시간보다 실제로는 적게 소요되는데

왜 이리 내가 늦었을까?  많이 쉬지도 않았는데..

 

1코스의 끝은 강화대교 밑을 지나자 마자 문수산성으로 가는 입구가

종점이 나겠지만 어차피 도로로 다시 올라와야 하니 여기서 오늘은 끝내자

날씨만 덥지 않았으면 2코스까지 걸어보고자 했건만 오늘은

길도 세멘트길이라 다리가 불편했고 너무 허기져 더 걷기가 힘들다.

 

다음에 날씨가 선선해 지면 2코스와 3코스를 하루에 걸어야겠다.

1코스는 예상과는 길이 너무 단순했다.

강화대교 밑에서 애기봉까지 가는 2코스는 혹시 내가 좋아하는 숲길이 아닐까?

 

도로로 올라와 소머리국밥 간판을 찾았는데 조금 멀리 가는 것 같아

인근에 있는  가마솥 곰탕집에 가서 식사를 하는데

시장이 반찬일까?  진한 곰탕도 맛있었고 깍두기와 김치도 너무 맛있었다.

 

길에 나와 보니 내가 늘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강화대교가 바로 눈 앞에 있다.

 

내 다시 와서 여기서부터 2코스를 걸을련다.

그리고 계속해서 고양 평화누리길, 파주 평화누리길, 연천 평화누리길로 이어가야지

 

뿌듯한 하루..

비록 혼자 간다고 아내에게 구박먹었지만 나에겐 이것처럼 즐거운 시간이 없다.

(접대성 및 아부성 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