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아프리카방문기

사하라 사막 방문기

carmina 2012. 7. 11. 17:57

 

사하라 사막을 찾아서 (2012 6)

 

살다 보니 내 일생에 전혀 생각도 못한 곳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사하라 사막. 아프리카 북반구를 완전히 차지하는 폭이 7000킬로가 넘는 광대한 면적의 사막.

그것도 변두리만 둘러 오는 것이 아니고 사하라 사막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비록 일만 하는 계획이지만 며칠을 지내야 한다.

 

그 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4번이나 타야 가능하고 오는 여정까지

무려 8번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며 시간도 무려 비행기 타는 시간만 왕복 40 시간 정도 걸린다.

정말 긴 여정이고 힘들지만 내가 맡은 업무를 위해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책임자로서 꼭 가야만 했다.

 

인천공항에서 카타르항공을 타고 도하를 거쳐 알제리의 수도 알제까지 간 후

국내선으로 하시 메사우드라는 사막도시로 가서 다시 경비행기로 사막의 한 가운데 있는 현장으로 간다.

 

최근 페루에서 현장 답사를 떠났던 대기업 임직원들의 참사가 있어 경비행기를 타는 것도 살짝 걱정은 되지만

통계적으로 항공사고는 차량사고보다 빈도가 훨씬 낮기에 남들이 걱정해도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처음 도착한 카타르의 도하. 2006년 아시안게임을 성공리에 치루었고

2022년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행사를 유치한 유일한 중동 국가이다.

무슬림 국가로서 그 많은 종교적 제약을 어떻게 감당해 낼지 솔직히 많이 궁금하다. 

 

혈기 왕성한 스포츠맨들의 음주와 금지되어 있는 돼지 고기에 대한 통제 및 성에 대한 탐욕과,

전 세계 관광객들을 위해 노출이 필요한 레크레이션 시설들,

이런 계기로 이슬람 문화가 변질되지 않을까?

 하긴 지금도 바레인은 음주가 허용되어 사우디의 바레인을 잇는 해상 다리에는 주말을 즐기려는 사우디 인들의

차량들로 붐빈다고 한다.

 

이제까지 해외 출장을 많이 가 보았는데

 도하는 퍼스트와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자를 위한 라운지가 별도의 터미널로 되어 있어

같이 간 직원들과는 알제리에 가서야 만날 수 있었다.

 

도하에 도착할 때쯤엔 새벽 먼동이 동쪽 하늘 전체를 붉게 만드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착륙하여

라운지에서 잠시 쉬고 다시 카타르 항공으로 아프리카의 북부에 있는 국가 알제리에 도착하니

금새 후끈한 열풍이 온 몸에 밀려 온다.

사막은 내 젊은 시절 땀을 흘리던 곳이었다. 결혼 전에 사우디 근무를 통해 결혼 자금을 준비했고,

결혼 후에 또 다시 나가서 번 돈으로 집을 준비할 수 있었다.

중동 근무는 내 인생의 기반을 조금 쉽게 해 준 고마운 계기였다

 

공항에서 짐을 기다리는데 여기 저기 금연이라고 써 있는데도

사람들 많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도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하다 못해 공항관리 유니폼을 입은 사람까지 담배를 물고 다니는데

이런 모습을 본 경찰들도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국내선을 갈아 타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후끈한 열기가 밀려 온다.

그래 이 느낌이었어. 1984년 어느 날 사우디 담맘 공항에 새벽 시간에 도착 후 비행기 트랩에서 내렸을 때

숨이 탁 막히게 밀려 오던 열기를 다시 느낀다.

 

허름한 공항. 마중 나온 지점장과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하고 환전을 하고자 했으나

국내선엔 환전소가 전혀 없기에 다시 국제선으로 걸어 가야 했다.

이 곳 알제리에서는 호텔에서도 신용카드를 안 받는다 해서

필요한 액수만큼 달러로 환전해 왔는데 달러나 유로화도 받지 않는다기에

꼭 필요한 액수만큼 현지화인 디나르로 다시 환전했다.

 

비행기가 저녁쯤에 하시 메사우드라는 사막 도시에 도착하니 호텔에서 차와 기사를 보내 주었다.

우리가 묵는 호텔도 호텔이 아니고 빌딩 건설업자인데 호텔 사업을 한다.

공항 주차장에 현대 승용차들이 보인다. 알제리는 아랍어와 함께 프랑스에게 150년 지배를 받았기에 불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차가 공항을 빠져 나와 인적 없는 사막의 휑한 도로를.

그러나 가끔 노동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막도로에서 태워 달라고 손짓하고 있다.

해가 지고 있다. 끝없는 지평선에 멀리 석유정제공장이 보이고

그 옆으로 하얀 태양이 서서히 사막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굳게 닫힌 커다란 철문을 두 개나 지나 틀어 간 호텔. 손님들에 대한 안전이 철저히 보장되는 곳이다.

수영장이 있고 하루 세끼를 모두 이 곳에서 해결해야 한다.

깨끗한 방. 방에 들어가니 미리 켜 놓은 에어컨 때문에 썰렁하여 에어컨을 끄니 금방 더워지기에 다시 스위치를 넣는다.

 

다음 날 아침 국내 공항으로 가서 출장의 목적지인 사막으로 가기 위해 경비행기를 타는데

보통 짐 무게만 재는데 이 경비행기는 승객의 몸무게까지 잰다.

한국의 지방 공항보다 더 엉성한 비행장에 작은 경비행기들이 몇 대 세워져 있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프로펠러가 양 쪽에 하나씩 달리고 비행기의 문을 열면 그게 트랩이 되는 형태다.

영화에서 수없이 많이 봐 왔지만 내가 그 비행기를 탄다 하니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조종사가 두 명이 타는데 조종석의 계기판이 모두 보인다.

출발 전에 안전 규정을 듣고, 소리가 심하니 의자에 놓여진 큰 이어폰을 차야 한다.

 이 비행기가 과연 이륙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비행기가 이륙했는데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 고도를 낮게 날아 가는데

창으로 보이는 것은 모두 사막뿐이다.

사막이라고 해서 모두 평탄한 사막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사막에도 모래 산이 수없이 많이 보인다.

 가끔 사막 한 가운데로 실 같은 아스팔트 도로가 이어져 있다.

 가끔 유전으로 보이는 웅덩이가 있어 기름 끼가 보이고

가끔 평탄하게 만들어 놓은 곳은 아마 유전이 예정된 장소로 보인다.

아스팔트 도로 옆으로 흰 색의 작은 모래 둔덕이 주욱 이어진다.

같이 간 동료의 설명에 의하면 유정으로부터 나온 가스나 원유를 장거리 파이프를 통해 처리시설까지 끌어 오는데

그 파이프가 매설된 곳이고 모래둔덕에 석고를 뿌려 놓으면 석고가 습기를 머금어 단단해 진다 한다.

그래서 아스팔트로 포장되지 않은 곳은 모두 이렇게 석고로 간이 도로를 만들어 놓았고

그 도로로 차가 다녀도 빠지지 않는다.

또한 아스팔트를 포장할 때도 석고를 미리 덮고 포장해야 도로가 꺼지지 않는다 한다.

그럼 그 많은 석고를 어디서 구하지?

 

사막 위의 간이 활주로에 내려 나무로 허름하게 만들었지만 공항으로 불리는 곳에 내려 짐을 끌고 가는데

사막이라 가방의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 그렇게 끌고 나무탁자의 검색대에 올려 놓으니 대충 보고는 닫으라 한다.

이 곳이 특별히 보안검색이 심한 이유는 알제리가 알카에다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알제리는 어디 가나 늘 보안 검색의 숲을 통과해야 한다.

국제 공항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입국할 때나 출국 때 적어도 10번 정도는 내 몸이나 가방을 검색 당하여야 한다.

 

사막을 달린다. 양 옆으로 모래 언덕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현장이 있는 곳까지 잘 닦여진 한 줄 외줄기 아스팔트 도로가 구비 구비 이어져 있다.

어느 곳 하나 도로가 보수중인 곳은 없어도

가끔 어느 지역의 도로에는 옆의 모래 언덕에서 모래가 흘러내려 도로를 덮여 버렸다.

또한 약 300미터마다 한 번씩 요철을 지나쳐야 하기에 차는 속도를 내지 못한다.

 

모래사막이 이어진다. 바로 옆을 지나는 모래 언덕에는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모래 벌판에는 가끔 푸른 빛을 가진 낮은 키의 나무 덤불이 보인다.

그렇지만 아주 푸르른 것이 아니고 반 정도는 말라 죽었는지 모래 색깔과 비슷하다.

 

바람이 만든 모래 언덕이 얼마나 아름다운 곡선을 가지고 있는지

매번 지나 칠 때마다 탄성이 나온다.

마치 긴 밧줄일 허공에 던지면 저런 우아한 곡선이 나올 것이다.

모래 산의 언덕은 칼같이 날카로운 선으로 이어져 있다.

손으로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무너질 것 같은 모래 언덕의 사선을 차에서 내려 올라가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멀리 보이는 곳에도 모래 언덕은 끝없이 이어진다.

원래 사막이라 해서 아무 것도 없는 편편한 대지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편편한 곳은 체류하는 동안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내 방으로 주어진 컨테이너 건물 안에 작은 침대 하나, 책상 하나,

냉장고, TV 하나, 작은 세면기, 변기, 그리고 겨우 몸 크기 만한 샤워실이 전부인 방에 들어가니

이미 에어컨을 오래 전부터 틀어 놓았는지 한기가 느껴지기에 에어컨을 껐더니 그 새 후끈함이 느껴진다.

 

점심 식사하는 동안 우리 직원이 숙소 건물 밑의 그늘에 온도계를 놓고 나온 뒤

식사 후에 재보니 거의 40. 그래서 온도계를 다시 햇빛에 놓아 보았더니

 5분도 안되어 온도는 50도로 치닫는 것을 보고 혀를 내 두른다.

내가 사우디 근무할 때도 이렇게까지 뜨겁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현장에서 몇 년 근무하는 외국인에게 물어보니 7~8월에는 늘 55도가 넘고 60도까지 간다 한다.

도대체 이런 곳에서 일을 하나.

그러나 이런 열사의 환경 속에서도 대형 철 구조물이 세워진다.

태양 아래 있는 철 구조물을 늘 대해야 하는 노무자들의 뜨거움을 상상할 수가 없다.

 

한국의 로밍폰 회사에게서 빌려 간 전화도,

내가 가지고 간 스마트폰도, 노트북을 위한 무선인터넷도 잡히지 않는다.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곳에서 3일을 지내야 한다.

아무 곳에도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전화나 문자 올 곳도 없다는 사실이 불안하기보다는 오히려 편한 것은 왜일까?

 

누가 그런 말을 하더라. 사막에는 모래가 많으니 건축할 때 모래는 필요없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건 모르는 얘기다. 건축을 위한 모래는 입자가 굵어야 하는데

이 곳 사막의 모래는 너무 미세하여 건축용 모래로 사용하지 못해서

먼 곳에서 모래를 사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 답사를 위해 모래 사막에 나가 도로 포장이 안 된 곳에 걸어 보니

모래 속으로 발이 빠지는데 그다지 많이 빠지지는 않지만, 빨리 걸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특히 언덕을 내려 갈 때는 자꾸 미끄러져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이러다 혹시 모래 늪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사막에도 계곡이 있다. 어느 곳에서는 언덕의 높이만큼이나 깊은 계곡이 있다.

아마 저 곳에 빠지면 기어 올라오는 것이 무척 힘들지도 모른다.

마치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올라가면 다시 떨어져야 하는 고행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사막을 차를 타고 달리니 가끔 혹이 하나인 낙타들이 보인다.

그러나 어느 낙타도 목을 구부려 풀을 뜯어 먹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단지 모두 긴 목을 세워 먼 곳을 바라보고 천천히 걷고 있다.

우리 직원 한 명이 밤에 잠시 밖에 나왔다가 낙타 100여 마리가 입으로 큰 소리를 내며

한꺼번에 이동하는 것을 보고 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한다.

 

차를 타고 가다가 사막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을 한 명 보았다.

그 사람은 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냈다.

 

사막의 밤 별이 그리웠다. 긴 비행 여정 때문에 저녁이 되자 바로 잠에 빠져 버렸는데

새벽 3시반 경에 눈이 떠져 얼른 밖으로 나가 보아 하늘을 보았더니

분명 하늘에는 별이 가득한데 캠프 주위 철조망 담에 있는 경계용 밝은 불빛 때문에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안되겠다 싶어서 불꺼진 막사 사이로 들어 오니 드디어 하늘의 별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무수히 많은 별들. W모양의 뚜렷한 카시오페아좌가 바로 머리 위에 떠 있고

멀리 희미하게 북두칠성이 보인다.

이토록 많은 별들이 하늘에 있건만 우리의 도시 생활에선 별을 잃어 버린 지 오래다.

별을 잃어 버린 슬픔. 깊은 병을 앓는 사람이 감각이 무디어 지듯,

우리의 감성도 무디어 지고 있다. 아마 스마트폰이 가능했다면

별자리 어플을 받아 하늘의 온 별들의 이름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으리라.

고개가 아프도록 별 자리를 구경하는데 새벽 4시가 넘으니

아랍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막사 주위에 한 둘 보이기에 별자리의 감동을 가지고 돌아와 억지로 잠을 청했다.

 

현장에서 이틀 동안 다니며 업무를 보는데 현장에 화장실이 없다.

사막에서 일할 때는 땀으로 몸안의 노폐물이 배출되니 화장실 볼 일이 많지 않아

일부러 화장실 설치를 하지 않는다.

그런 황량한 곳에서 이틀 밤을 자고 다시 아침에 출발하는 경비행기로 사막도시로 돌아왔다.

 

사막도시로 오는 경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의 몸무게와 가방 무게를 재고, 탑승하니 조종사 석이

내 좌석에서 훤히 보인다. 각종 계기들이 무수히 많고 작은 핸들이 앙증맞게 보인다.

조종사 두명이 이륙준비를 위해 서로 헤드셋트를 끼고 서로 단계를 복창하며 준비를 하는데

이상하게 한쪽 프로펠러가 돌다가 말아 버린다.

그러더니 조종사 한 명이 비행기의 조종 매뉴얼북을 꺼내 펼쳐 보는 것을 보고는 순간 겁이 났다.

조종사가 이 비행기를 매뉴얼을 보고 조종해?  

그렇게 몇 번 시도하다가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출발.

혹시라도 사막에 불시착 해도 밑에는 모두 모래 사막이고 평탄한 지형이 많아

부딪혀 떨어져 폭파할 위험은 없을 것 같다

 

사막도시로 돌아 오는 일정이 확실치 않아 사막을 떠나기 전에 호텔로 전화를 해 공항 픽업을 부탁하려 했지만

도무지 통화가 되지 않아 이메일을 남기고 페이스북을 통해서 본사 직원에게 사막도시 공항도착시간을 호텔에 알려달라고 부탁했건만,

공항에 도착하니 아무도 마중 나온 이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공항에 택시도 없다.

비행기가 아주 드문 드문 도착하니 공항에 오가는 사람도 없다. 호텔에 전화해도 받는 이가 없다.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후 호텔 드라이버의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낭패 당할 뻔 했네.

 

오후에 호텔에 부탁해 차를 빌려 도시의 인프라를 보기 위해 시내를 나가 보았다.

썰렁한 도시. 호텔을 나와 사막을 도시 쪽으로 가는데

멀리 보이는 곳에 가스전이 여기 저기 불타고 있다.

도로 옆에는 커다란 삼각형의 모래 탑이 계속 보이는데 이상하게 그 꼭대기에 커다란 바위가 올려 있는 듯하다.

가만히 보니 그 모습이 마치 나이 든 아주머니의 젖꼭지 같아 혼자 웃었다.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군인이 형식적인 검문을 한다.

그 뒤에 제법 집들이 많아 마을다운 모습이 보이고 여기 저기 파손된 도로를 조심스럽게 차가 지나간다.

가끔 호텔이라고 붙어 있는 간판이 보이는데 외관으로 보기에도 너무 허름해 보인다.

 

이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어떠한지 확인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대형 마트를 가 보는 것이다.

물자가 얼마나 풍족한지, 상품이 어느 정도 많은지, 사람들은 얼마나 북적이는지, 사람들의 옷차림은 어떠한지 

 

그런데 도시가 조용하다. 기사 말이 지금 점심시간이 문을 모두 닫는다 한다.

자동차의 구매 시세를 알기 위해 들른 현대자동차 판매점도 닫혀 있고 여기 저기 돌아 다니다가

일제 마즈다 트럭을 파는 곳에 들러 잠시 시세를 알아 보고,

큰 문방구에 들러 사무용품이 어느 정도 비치되어 있는지 보고 시간이 남아 시내 카페를 들어갔다.

한 낮의 카페에는 남자들 몇 명만 차를 마시고 있다가 낯선 이방인들이 들어오니 신기해 한다.

 

직원들이 아메리카노 커피를 시키고 나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는데

이 곳에선 아메리카노 커피는 없고 모두 에스프레소 커피만 있다 한다. 

어쩔 수 없니 나는 에스프레소 그리고 직원들은 청량 음료수로 대신했다.

 

이 곳에 하나 뿐인 대형 마트가 문을 연 시간을 기다려 들어가니

물건들이 모두 조악하고 전자제품들도 다양하지 않다.

그러나 그 중 LG 브랜드가 유난히 화려하게 보이고 스마트 TV, LCD TV, 냉장고, 세탁기 등 전자제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다른 제품들은 구석에서 싼 가격에 팔고 있어 한 눈에 봐도 LG 제품을 사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니 정말 대단한 한국의 전자제품의 위상이다.

식료품 가게도 그다지 크지 않아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돌아 오는 길에 모래가 뭉쳐서 저절로 장미의 형태나

혹은 선인장의 모습이 된 장미석을 노천에서 파는 곳이 있어 갖가지 모양의 장미석들을 한 웅큼 사왔다.

 

호텔의 저녁 메뉴는 마침 주말이라 그런지 바비큐를 준비했는데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가 숯불에서 익어간다.

직원들이 양고기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처음엔 꺼리다가 하나를 먹어 보더니

너무 맛있다며 종업원들이 자꾸 가져 간다고 눈치를 주는 걸 무릅쓰고 배 터지게 먹었다.

 

다음 날 아침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나오니 공항 주차장으로 들어갈 때

두 번의 검색을 당한다. 공항 빌딩에 들어갈 때 또 한 번 검색. 짐 부치면서 검색,

보딩 패스를 보여 주며 게이트로 갈 때 검색, 게이트에서 시간이 되어

비행기가 있는 활주로 쪽으로 갈 때 티켓 검사,

비행기 앞에 승객들 짐이 바닥에 놓여 있는데 거기서 내 짐을 찾아 커다란 카트에 올려 놓을 때 검사,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또 한 번 몸 수색. 세상에왜 이리 검문이 많아.

 

비행기에 오르니 좌석구분이 없이 마구 앉으니 아이들 몇 명을 데리고 탄 어느 부인은

식구들이 같이 앉을 자리가 없어 쩔쩔 매고 있다. 기내에서 나누어 주는 아침 식사도 부실하고..

 

비행기가 사막위를 날아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 도착하는데 기내의 창으로 보이는 투명한 바다 지중해.

! 아름답다. 바다 속의 바위들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맑고

그 투명한 바다가 저 멀리 유럽까지 퍼져 있는 것 같이 보이고 백사장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백사장에는 질서 정연하게 파라솔이 있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 모습은 별로 없다.

 

짐을 공항에서 찾는데 짐 찾는 곳은 두 군데 인데 한 군데 전혀 움직이지 않고

한 곳으로만 몇 개의 비행기에서 내린 짐들이 나오니 얼마나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지

멀찌감치 서서 기다리는데 그 많은 사람들 틈에 여지없이 담배를 피는 못된 남자들 때문에 눈이 흘겨진다.

짐 찾는 곳 위에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엔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의 편명도 기록되지 않는 엉성한 공항이 후진국의 낙후함을 보여 준다.

 

마침 지점의 현지인이 마중 나와 있었다. 이 곳에서 5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니

지점에서 잠시 쉬며 라면이나 하나 끓여 먹고 가라는 지점장의 배려가 있었다.

차를 타고 지점이 있는 곳으로 구비 구비 도로를 따라 가는데

과연 이 곳도 한 나라의 수도라 그런지 커다란 빌딩과 아파트가 가득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거의 모든 아파트가 작은 옷부터 커다란 모포까지

모두 베란다에 널어 말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지점이 있는 건물에는 보랏빛 꽃이 나무의 기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수하게 피어 있는 커다란 나무가 장관이다. 이름을 가르쳐 주었는데 잊었다.

 

같이 출장 온 직원들이 며칠 동안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못 먹어 그런지

라면도 충분히 끓이고, 찬 밥도 잔뜩 말아 먹으며 행복해 한다.

 

공항으로 다시 나와 체크인을 하는데 직원 두 명이 짐을 부치기 전에

공항 바닥에 놓고 가방을 펼쳐 놓고 정리하다가

그 모습을 이상하게 본 보안요원이 둘을 데리고 가더니 짐을 샅샅이 검사했다.

이 곳은 특히 외환관리가 심해 조금이라도 많은 금액을 가지고 나가면 큰 문제가 된다.

 

다시 기내에 오르기까지 심한 검색의 절차를 밟는다.

도대체 몇 번이나 체크하는 거야. 빌딩의 코너를 한 번 돌고 문을 한 번 지날 때마다 티켓 검색을 한다.

보고 또 보고, 뒤지고 또 뒤지고

국내선엔 8번 정도 검문했는데 국제선은 거의 10번 정도를 검색한다.

 

나는 남아 있는 현지화로 공항에서 중동에서 자주 먹던 대추 열매를 사는데 다 소진했는데

다른 직원들은 남은 현지화를 공항 면세점에서 사용하려 했으나 달러나 유로화밖에 안 된다 해서 쓰지도 못하고

그대로 가지고 와야만 했다. 참으로 신기한 나라네.

공항에서 자국화를 받지 않는다니..

 

세상은 참으로 넓다. 아니 사막이 넓구나. 유목민의 생활을 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고,

사막을 돌아다니고 싶었으나 나는 비즈니스맨에 불과했고, 현지인들하고 여러 얘기를 하고 싶었으나

그 들은 영어를 못하고 나는 불어를 하지 못했다.

 

쌩 떽쥐베리가 사막에서 이상한 모습의 어린 왕자를 보고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듯이

나도 그 들이 이상했고, 그 들도 나를 이상하게 보았으리라.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너무 거부감을 가지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결국 쌩 떽쥐베리는 어린 왕자를 가슴에 안으며 사막을 떠났다. 우리도 결국은 서로 안아 주어야 할 처지가 아닌가? 

 

그 어느 날 이 모든 것들과 모든 민족이 하나가 되는 날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