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아프리카방문기

아프리카 수단

carmina 2013. 12. 5. 17:07

 

날아보자 날아보자

새같이 날아서 멀리 멀리 내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 곳, 사막의 나라

중동지방으로…

 

내 업무지역이 아닌데도 어쩌다 보니 아프리카 수단을 갈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갑자기.. 부랴 사랴 비자신청을 하니 그것도 쉽지 않다. 시기가 무슬림국가의 종교기간인 라마단이라 연락도 힘들도 어찌 어찌해서 수단대사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무사히 주일 저녁 늦은 시간에 비행기에 올랐다. 두바이를 거쳐서 이름도 생소한 지역인 수단의 수도 카르툼.


수단 국적인 에미레이트 항공의 비행기에 오르니 첫 눈에 보이는 스튜어디스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혹시 이전에도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한 적이 있느냐기에 없다고 했더니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라 한다. 그럼 잘 아는 사람이려니 생각하고 두바이까지 잘해달라고 부탁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비행하고 서쪽으로 날라가는 여정이라 밤의 연속이다. 도착시간도 새벽 5시. 옆에 앉은 손님은 탑승하자마자 이불 뒤집어 쓰고 잠에 빠져든다. 어차피 잘 시간이니..

 

6시간정도 눈을 붙였나.. 아침식사가 배달된다. 그리고 곧이어 착륙. 두바이는 공항부터 개발중인 모습을 보여준다. 중동에서 가장 급발전하는 나라. 세계최고의 빌딩을 짓고 있고, 야자나무 모양의 인공섬을 몇 개와 세계 지도 모양의 인공섬을 만드는 대규모 건설역사를 만들고 최고급 명품 브랜드와 값비싼 물건으로 국가 전체를 치장하고 있다.

 

공항에 내리자 마자 눈에 펼쳐지는 면세점에 보여지는 수많은 물건들. 지오다노, 지방시, 구찌 등등 화려한 물건들이 각 점포마다 그득하다. 이전에 중동지역의 공항은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이 금으로 만든 장식품뿐이었는데 이곳에선 양주까지 수많은 종류가 팔리고 있다. 양주. 무슬림들이 절대 금하는 술들이 왜 이리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일까? 두바이 입국할 때 술을 사가지고 들어가도 된다는 이야기인가?

 

두바이 공항이 중동의 허브공항으로 발전해서인지 수없이 많은 트랜짓여행객들이 구석 구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많이 보이는 말레이지아, 필리핀인들. 하얀 원피스를 입은 현지남자들.

 

수단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려면 무려 9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마침 나에게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있어 여유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9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힘들다는 것보다 9시간 갇혀 지낸다는 것이 더 힘들게 한다.

 

마음의 여유만 있고 귀국하는 여정이라면 두바이 공항에서 제공하는 시티투어도 하고 싶지만 혼자가 아니라 포기했다.

 

수단으로 가는 에미레이트 항공에 좌석은 일부러 창가를 정했다. 밤에 도착하느라 보지 못한 두바이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탑승하자마자 건네주는 메뉴판에도 와인 및 각종 주류제공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다른 항공사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까?

 

두바이 공항은 여전히 팽창하고 있다. 여기 저기 공항을 확장하고 있고, 조그만 비행기 창문으로 보이는 공항의 모습도 주로 건설현장이고 공항 활주로도 몇 개씩 보유하고 있다.

 

동체가 지상에서 떨어지고 비스듬히 기울어졌을 때 보이는 두바이의 도시 모습. 그 중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버즈 두바이. 삼성건설이 짓고 있는 세게 최고 높이의 빌딩이 저 멀리 희미한 안개 속의 빌딩 숲 속에서도 유난히 높게 보인다. 말레이지아의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도 건설해 실력을 인정받고 이젠 더 높은 건물에 도전해 수많은 기네스북의 기록을 만들고 있다.

 

피곤이 밀려온다. 하얀 쿳션에 머리를 기대고 잠에 빠져들었다. 가끔 눈을 뜰 때마다 보이는 사막들. 카르툼으로 가는 하늘 길은 내가 지내던 곳들을 지난다. 사우디의 다란. 그리고 반대편 지역의 제다 그리고 홍해를 넘어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을 날고 있다.

 

도착지에 가까워 질수록 보이는 것은 더욱 진한 사막의 색깔 뿐이다. 눈에 뜨이는 나무하나 없이 잡목만 군데 군데 보이고 가끔 경작지인듯 사각으로 보이는 땅의 형태도 보인다. 지난 달 싱가폴에 도착할 때 보이는 풍경과 얼마나 다른지..

 

모든 집들의 색깔이 거의 사막의 색깔과 유사하다. 게딱지처럼 대지에 붙어있는 집들. 높은 건물들이 거의 보이지 않다가 비행기가 착륙할 때 쯤에야 조금 높은 건물들과 아파트가 보인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기체 밖으로 나오니 뜨거운 기운이 확 밀려온다. 지금 기온이 40도.

향수를 느끼게 한다. 1984년 처음 사우디의 다란 공항에 새벽에 도착했을 때 코에 닿던 열기가 지금 다시 느껴진다.

 

거의 시골공항 수준의 수단의 수도인 카르툼 공항에 보기에도 가난해 보이는 군중들이 밀집해 있다. 입국심사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았지만 동료가 하물로 붙인 짐을 찾는데 무려 1시간이상이 걸렸다. 동료가 짐을 찾느라 안절부절하는데 중간에 무슬림들의 기도시간이라고 기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화가 잔뜩 나있다. 여행은 이런 다른 문화도 인정해야 하는데 이번 여행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산에 들어가 명상을 하기 위한 중이 되기 보다는 지구를 돌아다니는 여행객이 되라고 권하고 싶다. 수없이 많은 기다림에 익숙해야 하니까..

 

그 늦은 시간에 대사관에서 운전사를 보내주어 우리를 마중했다. 살라말레이쿰하고 이름이 무엇이냐 물어보니 다니엘이라 한다. 무슬림이냐 했더니 크리스챤이라고..오매 반가운 것. 자기는 수단인이 아니고 에리트리아 인이라 한다. 하긴 무슬림을 기사로 두는 대사관은 없을 것이다. 행동에 눈치를 볼 테니까. .

 

그러나 반갑게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나는 안다. 이런 나라에서 종교얘기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로등하나 없는 어둠속을 달려 찾아간 곳은 대우아파트. 마당에 나와 있던 대사관 직원들이 반겨준다. 넓은 잔디가 있고 어둠속에 흰 3층 건물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대우의 이름은 각별하다. 눈에 보이는 수많은 차가 대우 이름으로 수출된 차니까. 국산 차량 얘기는 나중에 하자.

 

그 화려하던 대우가 어느 순간 풍지박살 나버렸다. 이 곳에 투자했던 기업들도 모두 철수하고, 대우에서 일하다가 현지에 남은 직원들이나, 혹은 선교사 가족들 해서 약 100명정도가 살고 있다고…방 하나를 안내해 주는데 오래된 방인 듯, 화장실에 변기도 작동을 하지 않는다. 샤워기에서 찬물을 틀면 따뜻한 물이 나온다.

 

식당에 가니 한국 YTN이 마치 한국같이 방영되고 있다. 구수한 두부된장국으로 저녁을 때우고 한국교민들과 한 방에 마주 앉았다. 그 들의 애환을 듣기 보다는 업무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그들의 삶 이야기도 들어야 할텐데…시간이 있을려나..

 

담소 중에 나온 음료가 기네스 맥주. 이런 알코올음료를 어찌 들여오나 물었더니 다 들어오는 수가 있단다. 외국인들이 술을 마시는건 제한된 공간에서 마시면 굳이 문제삼지 않는단다. 귀하고 비싼 맥주를 어제 한국에서 떠난 내가 마신다는 것이 아까와 조금만 입에 대었다.

 

다음 날 아침. 아파트에서 대사관까지 가는 길.

드디어 차가 보인다. 사람들이 보인다. 거리가 보이고 집이 보인다.

수없이 많은 한국차가 보이고, 일제 토요타 코롤라. 그리고 어느 나라제인지 모르지만 무척이나 오래된 썩은 차가 씩씩하게 다니고 있다. 이상해.. 무언가 빠졌어. 아…그러고 보니 신호등이 없네, 도로에 차선도 없고, 당나귀가 사람을 태우고 다니고,…차선이 없어도 천천히 요리 조리 잘 빠져 나간다.

 

벽돌 더미가 무너져 쓰러져 가는 집들과 번듯하게 지은 집들이 공존하고 있다. 새로운 것, 변화되어 가고 있는 중간 것, 오래된 것들이 공존하고 있는 신비한 나라. 가진 자가 소리내지 않고 못 가진 자가 떳떳한 나라. 우린 왜 그리 살지 못할까.

자기 사는 동네에 불우한 시설이나 장애인 복지시설들이 들어오면 집값 떨어진다고 철수해 달라고 요구하는 우리나라야말로 정말 희귀한 나라가 아닐까?

 

대사님을 만나 업무 협조를 부탁하니 이 조그만 나라에 찾아와 준 우리에게 고맙다며 도와줄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는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것이 동포애인가.

 

이 곳에 와서 다시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데 비행기 좌석을 예약하지 못하고 왔다. 떠나는 날까지 확인을 못했기에 어쩌면 위험한 여행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를 초청한 측에서 현지 비행편을 예약해 줘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 이 사람들은 누구나 만나면 반갑게 인사한다. 그것도 아주 환한 얼굴로.. 전혀 경계의 몸짓이 없다. 원래 중동사람들이 서로 끌어안고 인사를 나누는 이유는 상대방이 몸에 칼을 감추지 않았나 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남자들끼리 인사해도 꼭 서로 끌어안았다고 하는데 이유야 어쨋건 지금은 그 모습이 보기 좋다.

 

공항으로 가는 차를 타기 위해 대사관 마당에 잠시 기다리는데 생명들이 움직인다. 이름 모를 이쁜 새가 수도 꼭지에 앉아 방울 방울 떨어지는 물로 목을 축이고 있고, 수풀 사이로 도마뱀이 휘익 지나가며, 담위에는 독수리로 보이는 새가 여유롭게 앉아 쉬다가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옥상으로 올라간다. 마치 우산은 접은 듯 나뭇잎이 아래로 자라는 나무 2그루가 높이 솟아 있고, 나무 기둥이 하얀 오래된 나무가 마당에서 하늘로 치솟고 있다.

 

6시 출발이라 하는데 4시까지 공항에 도착하여야 한다 해서 일찍 출발했다. 많은 수단인들이 산더미 같은 짐을 가지고 수속을 밟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같이 간 직원은 라마단 기간인 줄 모르고 무심코 담배를 밖에 나가서 피고 왔다. 나도 무심코 콜라를 하나 사서 마셨다. 나에게 콜라를 팔았다는 것은 마셔도 된다는 의미인가? 라마단 기간 중에는 해가 지기 전까지 아무도 먹고 마시면 안된다. 물론 예외는 있다. 환자라던가, 어린이라던가..

 

티켓을 가지고 보딩패스를 받기 위해 카운터로 찾아가니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데도 수속비를 내야한다. 약 만원 정도. 내 앞에서 기다리는 3명의 유럽인들 틈으로 현지인이 새치기를 하려 한다. 유럽인 일행 중 여자 한 명이 현지인을 몸으로 막아선다. 새치기 하지 말라고..  그 덕에 나도 밀리지 않고 티켓을 내밀고 보딩패스를 받는데 좌석 번호가 없다. 이건 완전히 버스나 지하철이다. 그냥 아무 곳이나 앉으란 말이다.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녔지만 이처럼 무좌석권을 처음 받는 것 같다.

 

공항으로 들어와 기다리며 다른 사람들의 행동들을 유심히 바라본다. 색깔있는 옷으로 몸을 감싼 수단인의 손가락 끝에 까맣게 물들어 있다. 그것도 줄을 내서 멋을 부렸고…어떤 여자들은 손 등에 나뭇잎 무늬의 문신을 해놓았다. 이런 모습은 오래 전 사우디에서 많이 본 모습이다. 엄격한 무슬림 법안에서 남에게 자신을 보여 줄 수 있는 곳이 겨우 손등에 불과하니 손등에 이쁜 문신을 해 넣고 싶은 여자의 마음들..

 

화장실을 찾아갔다. 이걸 알아야 한다. 중동지방을 여행할 때는 절대 화장지를 미리 챙겨라. 그렇지 않으면 네 손에 네 몸에서 나온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을 묻혀야 한다.

 

시간이 6시가 거의 가까워 오는데도 내 눈에 보이는 짐들이 공항을 떠나지 않는다. 아직 비행기가 도착하지 않았던가. 아까 무슨 말인가 아랍말로 방송이 있긴 했는데.. 가끔 공항에 전기가 모두 나가버린다. 열기가 갑자기 밀려든다.

 

공항직원인듯한 심부름꾼들이 대기중인 손님들에게 물과 주스 그리고 빵 도시락을 하나씩 놓고 간다. 비행기가 너무 늦으니 식사를 제공하는가 보다. 동행한 직원이 한국에서 가지고 온 즉석 죽을 내민다. 죽도 먹고, 제공된 도시락도 즐긴다. 잘 먹어야 한다. 무엇이던지..그게 여행을 즐겁게 하는 절대적인 조건이다.

 

대기실 안에 눈이 익은 외국인이 우리 옆에 와 앉아 말을 건다. 자기는 영국인 의사인데 포트 수단에 9년을 살았단다. 지금은 가끔 이렇게 찾아가 진료를 하기도 하고..  내가 먹다가 남긴 도시락 내용물중에 손도 안댄 빵이 있는 것을 보고 자기가 먹어도 되느냐기에 얼른 주었다. 그러한 마음의 자세가 좋다. 남이 사용하던 것이라도 쓸만하면 써도 된다는 자세. 우리네 경우를 볼 때는 전혀 용납되지 못하는 행동이다.

 

한 때는 포트수단까지 버스를 타고 간 적이 있었는데 22시간 걸렸단다. 중간에 사람이 너무 많이 타서 거의 압사해 죽을 뻔 했다고..대충 어떤 모습인지 짐작이 간다.

 

이렇게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2시간이나 지연되어 겨우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어찌나 전력난이 심한지 비행기내에서도 정전이 된다. 아마 기체가 움직이기 전까지는 공항에서 전원을 받는가 보다. 심한 더위가 밀려 오고 기내 안전교육을 위해 만들어 놓은 코팅된 안내서가 모두 부채로 변해 버렸다.

 

피곤했던가. 그냥 잠이 들어 버리고 말았다. 비행기가 도착할 무렵쯤 하늘에서 내려다본 포트 수단은 도심지에서 바라본  하늘의 별과 같았다. 그만큼  문명의 혜택이 없어 불 빛이 적다는 표현이다.

 

포트 수단은 항구다. 공항밖으로 나오니 뜨거운 습기가 온 몸을 휘감는다. 그 늦은 시간에도 우리를 마중나와 준 현지인이 있다. 전통적인 아랍복장을 하고 반갑게 명함을 들어 보인다. 메일을 몇 번 교환한 것에 불과한데 오래 아는 친구같이 반갑게 맞아 준다.

 

차가 어둠 속을 달린다. 가로등도 없다. 차선도 없다. 그냥 모두 모두 알아서 달릴 뿐이다. 텅빈 도로라 무려 120키로를 놓고 달린다. 두렵다. 이런 곳에서 갑자기 달려드는 동물이나 차는 없는지..

 

호텔을 향해 가는 데 바닷가에 많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둘러 앉아 있다. 지금이 라마단 기간중이라 낮에는 먹지도 않고 지내다가 밤만 되면 이렇게 바닷가로 나와 담소하며 지낸다. 우리처럼 먹을 것을 싸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이야기하는 것뿐.. 이들의 생활이 늘 이렇다.

 

라마단기간중에 금식을 하는데 오히려 라마단 기간중에 음식비용이 더 든다고 한다. 낮에 먹지 못한 것을 저녁에 보충할려다 보니 자연히 외식이 많아지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한다.

 

한 밤중에 호텔주변에서도 사람들이 무척 많다 무슨 위락시설이 있을까 했는데 다음 날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낮에 못돌아다녀서 밤에 돌아다닌 것 뿐.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도 일일이 검문쇠막대를 올려준다. 첵크인 하는데 가져다주는 시원한 쥬스. 영화를 보면  고급휴양지에서 이런 서비스가 있다. 호텔은 고급인데 시설은 무척 열악하다. 레스토랑도 그리고 여느 호텔이나 모두 있는 로비의 선물가게도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치안문제때문에 엄두도 못냈다. 창으로 바라다 보는 옆 건물에 비둘기떼가 가득 덮여 있다가 어느 순간 무리지어 가창오리떼같이 하늘로 날아간다.

 

현장에서 미팅 중에 먹을 것을 준비해 놓았다. 자기들은 낮시간에 먹으면 안된다며, 우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해 놓았단다. 화장실을 가니 이런 소변기의 높이가 장난이 아니다. 내가 그다지 작은 키도 아닌데 손안대고 소변을 누지 못할 정도네. 부끄러워라. 몇 군데 화장실을 가보았지만 대체로 이렇게 소변기 높이가 장난이 아니다.

 

밖에 나오니 땀이 저절로 흐른다. 낮 기온이 거의 45도 정도이니 그럴만도 하지. 승용차의 가방안에 두었던 카메라의 손잡이 부분에 있는 고무판이 녹아서 떨어져 버렸다.

 

이 곳도 역시 시내에 차선이 없다. 당연히 신호등도 없다. 아무곳이나 다니는 길이 차선이고 사거리에선 서로 조심해 다니면 된다. 아득히 산이 보이긴 하지만 나무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얼마나 삭막할까. 나무없는 산이라. 대신 바다하나는 끝내준다. 홍해 바다의 그 투명함. 우리네처럼 쓰레기가 밀려다니지 않는다. 배가 많이 접안하지만 기름도 그다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다 쓰러져가는 건물들. 어느 건물이고 색이 없고, 특징도 없다. 그냥 집이라는 것 그 하나로 족하다. 상점도 별로 눈에 안보이고, 사는 것으로 만족한 사람들. 살아 있기에 감사한 사람들. 잘 살기 위해 노력은 하겠지만, 도무지 아무 것도 잘 될만 한게 없다. 출세라는 것, 돈을 저축한다는 것을 생각이나 할까?

누구나 지저분해 보이는 발에 지저분한 슬리퍼를 신었다. 간혹 칫솔대용으로 쓰는 나무뿌리를 이빨에 물고 문지르며 다니는 이들도 보이고, 인근에 아무 주택이나 시설도 없는데 터덕 터덕 먼길을 걸어가는 사람도 보인다.

 

시간이 있으면 비록 허름한 상점이나마 들어가보고 무슨 물건들을 파는지 보고 싶었지만 라마단 기간이라 그것도 여의치 않다. 이번 여행기간중에 제일 아쉬웠던것이 개인 시간이 너무 없었고 혹 시간이 있었어도 다닐만한 환경이 아니라 여행다운 여행을 했다고 볼 수 가 없다.

 

왜 그리 수단은 모든 것에 걱정부터 되던지..워낙 치안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섣불리 용기를 내지 못했다.

 

저녁에 우리를 초청한 측에서 자기들 부서 회식이 있는데 저녁 식사같이하자는 요청이 있어 얼른 승락했다. 같이 간 직원은 내켜하지 않았지만 이런 기회도 흔치 않았다.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인근의 다른 호텔에서 해가 진 후에 디너파티가 있었는데 이미 호텔에는 많은 수단사람들이 깨끗한 흰 옷을 입고 호텔 마당이나 룸에서 식사중이었다. 룸으로 들어가니 부페타입이다. 낮에 평상복으로 입었던 직원들이 모두 현지의 전통복장인 흰 로브를 입고 머리엔 흰터빈을 두르고 있다. 메뉴는 이미 한차례 거쳤는지 별로 먹을 거리가 없다. 그 중 눈에 보이는 것이 양고기. 큰 콩 익힌 것도 양고기 그리고 약간의 과일을 들고 그 들고 마주 앉아 중동지방 이야기를 하며 즐기는데 갑자기 나에게 양해를 구한다. 기도하러 가야 한단다. 나도 당신들 전통을 다 아니 다녀 오라고 하니 일순간에 모두 나가 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왔기에 물었다. 이런 파티에 대개 어떤 절차로 진행하느냐 했더니 그냥 먹고 헤어진단다.

 

놀이라는 것은 무슬림의 전통에 위배된다. 그러니 당연히 없다. 라마단이 아니라면 무슬림의 전통 밴드가 나와서 음악을 연주하긴 하는데 몸을 흔들거나 춤을 추진 않는다.

 

저녁을 같이 먹고 호텔이 가까우니 우린 걸어가겠다 했다. 바닷가도 산책할 겸..  바닷가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무리지어 나온 사람들은 없고 산책나온 사람들에게 차를 끓여 파는 장삿군들만 군데 군데 포진해 있다. 그런데 차를 끓이는 것이 모두 지저분한 주전자에 나무를 불태우거나 숯을 이용하는 것 같다. 바닷가에는 지저분해 보이는 양탄자가 돗자리 같은 것이 있어 차를 파는 사람들이 그곳에 손님들을 앉게 하는 것 같다. 이런 걸보니 조금 돈이 있는 사람은 이런 곳에 오지 않는 것 같았다.

 

호객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벤치에 모여있던 아이들 중 조그만 아이가  우리를 따라오며 구걸을 요청한다. 그러나 주면 안된다. 너도 나도 따라올테니까..

 

콜라 한 병 살려고 불이 켜 있는 인근 상점에 들어가니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 거스름돈이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물과 콜라를 하나씩 더 샀다.

 

다음 날 바닷가에 업무차 나가보았다. 세상에나..이럴 수가..

바닷가에 임시로 설치된 거지 소굴같은 판잣집.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지저분하게 판자를 붙여 집을 만들었을까?

 

그 곳에 최근에 사람들이 거주한 흔적이 보인다. 달빛을 별빛을 피할 곳만 있어도 행복을 아는 사람들일까?

 

바닷가의 큰 화물선에서 끝없이 중고차들이 내리는데 모두 한국차들같이 보인다. 부두에 정박해 있는 차들. 어찌 그리 한국에서 들여온 차들이 많은지....중형차에 써있는 선명한 한글 상호 모모모 유치원..대형버스의 모모 여행사, 조그만 승용차의 모모족발 등등...

 

다른 바닷가로 가보았다.  차가 다니는 길고 먼 길을 노새 두마리가 터덜 터덜 걸어가고 있다. 주인도 없이.. 길을 제대로 찾아가는 걸까? 마치 술취한 촌부처럼 길을 가는 노새가 참으로 한적한 시골모습이다.

 

홍해는 맑은데 바다의 시설을 보여주는 이가 들려주는 말이..

어떤 외국인들은 바다물 맑다고 그냥 들어갔다가 독이있는 물고기인 라이언 휘시에 물려서 생명의 위협을 당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고기사진을 보여주는데 지난 달 호주 수족관에서 본 라이언 휘시.  혹시나 목 근처에 물리면 그냥 즉사라 한다.

 

커다란 석유관련 시설물을 지키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한가하다. 시간되니 쌀라를 하고 쌀라가 끝나니 여유롭게 벽에 기대어 또 시간을 때운다. 시간이 남아도는 이들. 그리고 그 시간의 가치를 모르는 이들. 그냥 살다 죽으면 되는거지. 천천히 길을 걷는 노새처럼..

 

라마단이 오늘 끝나면 내일부터 5일간의 긴 휴가를 지내는 이들에게 휴가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무 것도 즐길 것이 없는 이 곳. 아니 그건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적용되는 단어일 뿐이겠지.

 

오후 비행기를 타고 다시 수단의 수도인 카르툼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나와 공항세를 내기 위해 어느 사무실로 갔는데 공항 관리, 손님인 내가 옆에 있는 데도 책상에 있는 두 개의 핸드폰으로 낄낄 거리며 농담에 바쁘다. 한심한 공무원의 자세들. 좌석도 정해지지 않은 보딩패스를 받은 후 구석자리에 비어 있어 앉았는데..잠간 동안 주위에 여자들에게 둘어 쌓여 버렸다. 아차. 이런 공중장소에서 구석의자는 여자들 차지구나. 그러나 어찌하랴 그냥 모른체하고 기다렸다.

 

비행기 2대를 동시에 탑승절차를 밟는데 도무지 질서란 없다. 좁은 문으로 먼저 나가기 위해 아우성치는 이들을 보면서 문명 후진국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스럽다. 비행기이니 늦게 간다고 서서 갈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서두르는지..

 

비행기가 한참 비행하다가 해가 꼬빡 서산으로 넘어가니 음식을 내 온다. 해가 떠있는 동안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는 철저한 종교인의 자세.  그러다보니 비행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식사하느라 무척 바쁘다. 스튜어디스의 모습이 마치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나오는 강한 여전사의 모습이다.

 

내려다보는 수단의 산은 완전한 벌거숭이 산이다. 산에는 나무가 있어야 하는걸까? 산이란 원래 저런 것이 산인가? 첩첩산중의 산맥이 이어지는데 어찌 저리도 나무한 그루 풀한포기 없을까? 얼마나 수많은 세월동안 비한방울 내리지 않고, 얼마나 태양이 뜨거웠기에 저렇게 민둥산이 되었을까?

 

내일이면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아침에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무슨 소리일까? 희미하게 멀리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그리고 처절하게 들리는 소리들 "알라후 아끄바르" "알라는 위대하다" 그런데 이렇게 아우성치는 소리를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다.

 

나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난 아파트 관리인이 망원경을 꺼내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본다. 오늘부터 라마단이 끝나는 이드 할리데이 이기에 성묘를 나왔단다. 건물 벽에 붙어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다. 조금 위험해 보였지만 먼저 관리인이 올라가는 것을 보니 나도 괜찮을 것 같다.

 

옥상에 올라가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멀리에 있는 공동묘지에 모인 사람의 모습은 물론이고, 바로 아파트 옆에 사는 사람들끼리..

 

바로 옆에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수단인들이 있다. 저렇게 자는구나. 지저분한 모포하나 걸치고 바닥에 나무 판대기 하나 깔고 자고 있다 그것도 몇 명이... 그 옆에 소와 노새가 있는 우리가 있고 그 들 또한 천천히 마당을 거닌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굳이 생활이 다를 바 없다는건가? 

 

반대편에 나일강이 흐른다. 문명이 시작된 곳에 강물은 흘러 흘러 다른 곳에 문명을 전해 주고 이 곳은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았다. 아름답고 찬란했던 문명은 나일강물에 모두 쓸려 내려가 버리고 남아 있는 것은... 남아 있는 것은 종교밖에 없다.

 

마당으로 나와 공동묘지를 찾아갔다. 묘지들이 우리같이 원형 이 아닌 사각 봉문이지만 흙만 덮여 있고 비석만 세워져 있다.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찾아와 무덤에 손을 얹고 슬픈 표정을 짓고는 일어서서 두 팔을 들고 간절히 무슬림의 주문을 외운다.

 

오전에 현지 업체와 미팅이 있어 아파트 옆에 있는 호텔로 걸어서 찾아갔다. 태양이 뜨겁다. 땀이 저절로 흐른다. 호텔로 들어가는 입구에 메뚜기가 너무 많아 발에 밟힌다. 이 메뚜기들이 어느 순간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해 온갖 것을 먹어 치운다. 때로는 홍해를 넘어 사우디까지 날아오기도 한다.

 

이곳 수단에 한국교민이 약 100여명 살고 있다. 그리고 선교사및 가족들이 약 30명정도 살고 있는데 제대로 된 예배를 보지 않는다 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예배를 보긴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면 설교를 하고 나머지 주일은 영상설교로 대체한다고..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금요일 오후 비행기라 낮에 예배를 볼 수 도 있겠다 하고 내심 기다렸는데 조금 섭섭했다.

 

오후에 떠나기 위해 마당에 나가 있는데 몇 명의 가족들이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 이드휴가이니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같다. 그 들이 떠난 나중에서야 그들이 선교사 가족들인 것을 알았다.

 

이 곳은 휴가를 보낼 마땅한 장소가 없어 그냥 벌판에 드라이브 다녀오는 것 뿐이라 한다. 조금 여유있는 사람들은 외국으로 나가기도 하고, 홀로 생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방에서 몇 날 며칠씩 지낸다 한다. 이런 곳에 현장을 세우면 얼마나 직원들이 힘들어할까 하는 생각에 참으로 내 임무가 막중해 진다.

 

주방 아줌마가 끓여주는 라면 한그릇 뚝딱 먹고 공항으로 나갔다. 국제 공항이라 깨끗하긴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어수선하다. 내 앞에 새치기하는 현지인이 있어 내가 눈을 부릅뜨고 내가 먼저라 했더니 나를 쳐다 보지도 않는다. 마침 공항직원이 지나가기에 사정을 설명했더니 그 사람은 수속이 잘못되어 다시 온거라 한다. 인샬라.

 

두바이가 반갑다. 마치 유럽을 온 것처럼.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마치 서울의 대형마트같다. 중동이 두바이때문에 변할까? 사우디도 이런 프로젝트를 계획중이라 하는데 이렇게 변하면 종교도 변해야 하는 법. 중동지방에 관광객이 별로 없는데 두바이때문에 중동관광객이 늘고 있다. 하다못해 집사람도 두바이를 오고 싶어하니까..

 

폐쇄된 나라가 열리고 있다.

이번 긴 여행에 두터운 책을 하나 끼고 다녔다.

세계는 평평하다.

세계가 평평해 지고 있다.

지역과 시간의 구분이 없어지고, 인종과 종교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우린 커다란 변화의 시대에 하늘을 날고 있다.

 

나 또한 그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열심히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고 있고..

 

세계는 이렇게 다니는 자들에 의해 변하고 있다.

 

마 살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