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아프리카방문기

알제리 출장 2013년 2월과 3월

carmina 2013. 3. 18. 22:25

 

 

2013년 2월

 

알제리로 가는 밤비행기를 타기 위해 늦은 시간에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니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한다.

몇 시간 전 부터 조금씩 내리더니 집을 나설 때 쯤엔 승용차 운전이 조금 힘들 정도로

눈이 쏟아지고 금방 도착한 버스도 조심스레 정차하고 천천히 출발한다.

계양동을 지날 때 쯤엔 그래도 버스가 다닐 만 하더니

공항고속도로로 들어갈 때 쯤엔 어디가 도로인지 보도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쌓여 버렸다.

다행히 공항고속도로는 사정이 조금 나아 늦지 않게 공항도착하여

체크인 하고 비지니스 라운지에서 편히 쉬는 시간.

아시아나 라운지를 이용하는데 이 곳에는 피아노가 있다.

아마 사람들 많은 시간에는 피아노 연주도 있을 것이다.

난 이 곳에서 늘 피아노 옆 자리에 앉아 쉬다 간다.

 

이번 알제리출장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얼마 전 알제리에서 알카에다가 정유시설을 습격하여

외국인을 많이 납치한 후 폭탄재킷을 걸치게 하여 저항하다가 그만

알제리 정부군이 테러리스트들과는 협상 하지 않는다며

알카에다와 인질들을 헬기로 포격하여 무려 40명이나 희생자가 났다.

이런 시점에 미팅을 가야 하는 상황인지라

각별히 신경을 써서 출장계획을 짰다.

 

자정이 넘어 비행기를 타고 창 밖을 보니 눈이 퍼 붓는다.

슬슬 걱정이 된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

창밖에서 비행기를 승객하물을 싣고 온 차가 하물을 보니 비행기에 실은 뒤에

눈이 쌓여 움직이지 못해 다른 차를 불러 움직이게 한 뒤에야 다른 곳으로 이동 할 수 있었다.

 

출발 시간이 조금 지나니 비행기가 조금씩 움직이는데 조금 이상하다

대개 선착장에서 비행기가 떠나면 일단 항공기 견인차가 비행기를 뒤로 밀고 난 뒤에

자기 동력으로 움직이는데 비행기가 곧바로 뒤로 가지 않고

마치 좁은 주차공간에서 차를 빼듯이 이리 저리 비스듬하게 움직여야 가능하듯이

비행기가 그런 식으로 뒤로 후진하고 있다.

안내방송이 비행기 뒤에 눈이 많이 쌓여서 직후진이 안된단다.

겨우 겨우 눈더미를 빠져 나와 한적한 곳에서 스팀으로 기체 위에 쌓인 눈을 녹여 제거하고

천천히 활주로 앞에 서 있기에 이제 출발하나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창 밖을 보니 이 늦은 밤에 공항직원들이 제설작업하느라 바삐 움직인다.

 

그러다 결국 활주로에 눈이 많이 쌓여 출발을 포기하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창밖으로 억수로 퍼 붓는 눈을 보며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니 3시간이 지나고

원래 카타르 도하에 도착해 2시간 뒤에 알제리 가는 비행기로

트랜짓하는 것은 이미 포기해 버렸다. 에라..어찌 되겠지.

 

무려 5시간이나 기다려서야 활주로의 눈을 제거하고 출발.

도하에 도착하여 라운지 빌딩으로 가니 한국인 카타르 항공사 승무원이

우리 일행을 찾으며 이미 연결편을 놓쳤으니 이 곳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갈 수 있도록 다 준비해 놓았다며 표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건 돌방상황이다. 미팅이 내일 아침부터 있는데

내일 비행기를 타면 이미 오전 미팅은 불참해야 하니 미팅 책임자인 내가 불안하여

이미 알제리에 도착되어 있는 일행들과 협의하여 힘들지만 로마로 가서 다시 알제리로 가는

루트를 이용하여 가기로 했다.

 

핑계김에 로마가게 생겼네.

로마에 도착하여 기내 문을 나서자 마자 이태리 항공사 승무원이 '알제리'라고 쓴 종이를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수속을 대행해 준다.

 

알제리로 도착하니 한 밤중.

일행들에게  업무 이외의 시간은 모두 호텔 내에서만 체류하는 것으로 당부했다.

차가 호텔로 들어가는 것도 검문이 철저하다.

호텔앞에 수동으로 내려오고 올라오는 철 구조물이 있어

검문에 응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다.

 

밤에 누군가 창문을 심하게 두드린다.

피곤해서 푹 잠이 들었을텐데도 그 소리에 잠을 깨어 창문을 보니

빗줄기가 강하게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가만히 보니 우박은 아닌 것 같다.

 

아침 이른 시간에 일행을 태운 버스가 출근을 하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도로를 지나가는데 하늘엔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이 둥실 떠 있고

그 어둠 저 편에 가로수인 야자나무들이 나뭇가지들이 꽁꽁 묶인 채  

 

넓은 고속도로가 출근 차량으로 콱 막혀 있다. 버스가 고속도로 옆 길로 해서

어느 낮은 상가가 줄지어 있는 좁은 길로 들어선다.

그런데 양 옆의 도로들이 그야말로 우리 나라 시골길 처럼 상가들도 허름하다.

여자들은 모두 히잡을 쓰고 있지만 다른 중동처럼 거무튀튀한 색깔은 아니고

옷 색깔과 어울리는 다양한 색깔의 히잡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나이 든 여자들은 뚱뚱하고, 젊은 여자들은 날씬한 편이다.

성인남자들의 옷차림은 조금 누추해 보이고 어느 곳에서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데

차가 워낙 막히는 김에 도로를 자세히 보니 국기가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무슨 관공서같이 보인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관공서 앞에서 옹기 종기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상가중에는 일본 브랜드도 보이고 한국의 전자제품 브랜드, 또 가끔 기아나 현대의 로고도 보인다.

세계 어디를 가나 보이는 우리 나라 대기업들의 로고가 자랑스럽다.

 

종일 닫힌 공간에서 회의하고 저녁에는 호텔에서 식사. 그 뿐.

 

그냥 오고가는 즐거움에 만족할 뿐이다.

 

귀국하기 전날 지사장이 저녁을 같이 하자 해서 찾아 간 어느 한국 식당.

그런데 그만 운전수가 착각해 음침한 골목에 있는 다른 한국식당으로 찾아갔다.

얼마나 음침한지 도로도 포장되어 있지 않고, 만약 골목에서 누가 튀어 나와

길을 막고 흉기를 들이 댄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제대로 찾아간 한국식당은 게스트하우스를 겸업하는데 식사를 하면서 보니

일본 사람들도 투숙을 하는 것 같다.

그 곳에서 먹는 한국 음식은 역시...그다지 맛은 없다.

나는 왜 직원들이 해외 나가면 한국음식을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재료도 한국에서 수확된 제품이 아니라 제 맛이 안나고,

곁들여 나오는 반찬도 부실한데..

어쩔 수 없지..그게 최고의 대접인 줄 알고 있으니..

 

출국을 위해 출입국 심사대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 심사대에서 심사를 받고 있는 사람의 뒤통수가 눈에 익다.

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뒤통수와 걸음걸이로 판단하는 편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학 졸업후 첫 직장의 상관이며 두 번째 직장의 상관이다.

서로 다른 심사대에서 얼굴을 마주치고 허허 웃어 버렸다.

이런 자리에서 만날 줄이야..

내 인생의 그 분에 의해서 바뀌었고, 지금도 역시 그 길을 가고 있다.

얼마나 반갑던지..

한국 설계회사의 알제리 지점에서 근무하다가 명절 휴일이라

이태리로 잠시 놀러 나간단다. 서로 비행기가 달라 잠시 이야기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2013년 3월

 

다시 한 번 알제리 출장이 생겼다.

 

금요일 밤에 출발하여 토요일 일요일 미팅.

주말을 꼬박 미팅에 시달리게 생겼다.

 

1달 전에 같은 항공편으로 가게 되니 기내 영화는 볼게 없을 것 같아

미드 '글리'를 챙겼다. 음악이 있는 미드. 난 요즘 이 미드에 빠져 있다.

뮤지컬 미드인 '글리'는 고등학교 합창단원들이 엮어가는 반드라마 반뮤지컬이다.

 

언제 잠이 들었던가?

비몽 사몽간에 카타르의 도하에서 잠시 쉬고 다시 알제로의 긴 여행.

 

호텔 투숙. 그 곳에서 미팅.

3끼를 호텔 내 부페 레스토랑에서 먹어야 하는 지루함

 

미팅을 오전에 마무리 짓고 호텔에서 보이는 지중해 변으로

혼자 카메라들고 나갔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내가 날라갈 것 만 같다.

지중해는 파도가 없는 바다인데 바람이 워낙 심하게 불어 파도가 친다

 

가끔 호텔에서 이 곳을 바라보면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이 천천히 말을 타고 간다.

걷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그러나 그 곳에 직접 와 보니 바닷가에는 온통 쓰레기뿐이다.

이 곳을 휴양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쓰레기를 그대로 두겠지.

지중해 저편의 이태리에서는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이 파란 바다를 즐기고 있을텐데..

이 바다에는 멀리 화물선과 건너편 언덕에는 다닥 다닥 붙은 집들만 가득하다.

 

저녁에 이 곳에서 지난 번 만난 전 직장 상관을 만나 같이 하기로 했는데

그 분이 사정 때문에 차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호텔 부페 레스토랑에서 해결했다.

어느 새 이 분도 와인매니아가 되어 식사 때 시킨 알제리 와인을 오픈 후

보관이 잘 못되어 와인 맛이 상했다고 바꿔 달라는 부탁도 서슴치 않는다.

한국에서는 대개 그렇게 못하는데...이 곳은 외국이라 가능하다.

 

오랜동안 이야기하고..

또 인연있으면 만나겠지..

 

알제리는 또 올 수 있을까?

 

인연있다면 또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