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8) 망향

carmina 2013. 9. 26. 13:50

 

망  향  노래 : 홍민 (샹송 번안곡)

 

 

볼음도에서...

 

하늘에 흐르는 구름이 내 마음이라면
두둥실 날아서 다녀나 오리라만
내 고향 물 맑고 산 높은 곳
끝없이 넓은 들에 뛰놀던 어린 시절
돌아가고 싶어라 풀잎을 벼개 삼아
밤 새워 별을 헤며 내 꿈을 키우던 곳
언제나 나 다시 갈까

하늘에 흐르는 구름이 내 마음이라면
두둥실 날아서 다녀나 오리라만
내 고향 지금쯤 내 생각에 등잔불 밝히운 채
홀로 앉아계실 어머니 보고 싶어라
산나물 부쳐 놓고 오롯이 둘러 앉아
재밌게 살자시던 어머니 보고파라

 

울적한 날이면 혼자 훌쩍 부모님 산소에 다녀 오곤한다.

올해 추석은 유난히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찾아 간 부모님 산소

산뜻하게 단장한 부모님 산소의 풍경은 더 깨끗해 보였다.

형제들 많지만 여력이 있는 한  산소 벌초는 내가 담당하겠다고 한 지 벌써 몇 년.

 

군 시절에 매일 고된 훈련의 연속 속에서 전우들이 잠시 담배를 피는 시간이면

나는 누워서 어머니가 그리워 이 노래를 혼자 조용히 불렀었다.

지금도 나들길을 걷다가 잠시 쉬며 맑은 하늘을 보면 이 노래를 혼자 흥얼거린다.

 

70년대 굵직한 저음의 포크송 가수 홍민이 프랑스 샹송을 번안해 부른 '망향'은

그다지 유행한 곡은 아니지만 가사가 너무 아름다워 자주 불렀다.

 

이번 추석은 생전 처음으로 형제들, 사촌 형제들 및 그 자손의 가족까지 모두 

가평의 펜션을 얻어 1박 2일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대학 시절 내가 작곡한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를 형제들 앞에서 부르기 위해

기타를 가지고 갔다가 혹시라도 이 노래로 여흥의 기분이 깨질 것 같아 그냥 포기했다.

 

비록 내 고향은 물맑고 산 높은 곳은 아닐지라도

끝없이 넓은 들은 아닐지라도

어머님 혼자 등잔불 밝히시는 환경은 아닐지라도

이 노래를 부르며 어머니를 그리워 했다.

 

내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을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책을 좋아해서 학교를 계속 다니면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단연 국어 과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고

내겐 이과보다 문과가 적성에 맞았지만

부모님과 형들이 알고 있는 세상은 이 다음에 커서 공장에 다니며

돈 버는 것 밖에 모르던 환경이라 부모님 뜻에 의해 고 2때 이과를 선택하게 되었고

공과대학에 진학했지만 화학, 물리 등 내 적성에 맞지 않는 과목들을 배우니

늘 공부는 딴전이었고, 기타치고 노래 부르러 다니는 것에 열중했다.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당시 남들 안하는 어학 공부에 치중해

대학 졸업하기도 전에 이 분야에서는 남들이 알아 주는 직장에 입사하였다.

 

그 곳에서 맡은 업무도 감성적인 영업일을 많이 하게 되어 지난 30년 넘게

몇 번 직장을 옮기기는 했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을 다녔고

이제 그 곳에서 정년을 넘기고 무난히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있다.

좋은 직장에 오래 다닌 덕에 내가 좋아하는 해외여행을 마음껏 할 수 있었고

가는 곳 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책으로 접하던 모든 것들을

실제 눈으로 만나며 호기심을 충족시켜 왔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고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 쓰기를 좋아한다.

 

내가 결혼해서 먹고 살만한 시절엔 그토록 모시고 싶었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셔 안 계시고

아버님 또한 모친 돌아가신 뒤 2년 뒤에 따라 가셨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가끔 아내가 연로하신 장모님을 우리집으로 모시고 오면

난 우리 어머님도 오래 사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부러워 한다.

그래서 요즘 같은 시절에 주홍빛 감을 보면 고시 한 편이 생각난다.

 

내게 망향은 남들처럼 시골의 향토색 짙은 곳이 아니고

인천의 달동네에 어린 추억들로 가득 차 있다.

도심지 구석 동네 초가집에서 아들 여섯 딸 하나 태어났지만

도시화로 인해 우리 집터의 반을 소방도로 건설에 할애해야 했고

당시에 동네에 파격적으로 새로 지은 2층 집은 멀리 동네끝까지 보일만큼

경관이 좋았지만 이제 형제들까지 모두 떠나 남에게 팔아 버린 집은

새 주인이 그 경관을 볼 수 있는 장소까지 모두 벽돌로 막아 버리고

집의 앞 뒤도 모두 다른 건물들이 가로 막고 있다.

 

망향. 고향을 잃어 버렸다.

얼마 전 내가 살던 집에 아내와 같이 갔다가

그 집으로 들어 가는 어느 분이 있어 여기서 태어나고 살았다고 하며

혹시 집 안이라도 들여다 볼 요량으로 인사를 했지만

뒤도 안돌아 보고 들어가며 문을 닫아 버려 아쉬워 해야만 했다.

 

내 고향은 이제 그냥 가슴속에나 품어야겠다.

 

내가 이런 환경이니 내 아이들은 더욱 고향이란 개념이 없겠지.

 

그런 현실이 참 쓸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