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6) 그리운 금강산

carmina 2013. 9. 9. 13:36

 

그리운 금강산

 

누구의 주재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 이천 봉 말은 없어도
이제야 자유 만민 옷깃 여미며
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수수 만 년 아름다운 산 떠나간 지 얼마나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 금강산은 부른다

비로봉 그 봉우리 짓밟힌 자리
흰 구름 솔바람도 무심히 가나
발 아래 산해 만리 보이지 마라
우리 다 맺힌 원한 풀릴 때까지
수수 만 년 아름다운 산 떠나간 지 얼마나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 금강산은 부른다

 

누구의 탓일까?

전 세계의 국가중에 이념으로 인하여 한민족끼리 이런 분단의 아픈 현실을 가진 나라가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이 노래를 작곡한 최영섭씨는 이 노래가 하루빨리 추억의 곡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했을 것이지만 아직도 이 노래는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물론 남북합의로 일반인이 관광을 목적으로 금강산을 오고 간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뿐. 허가를 받아야만 갈 수 있었고, 이젠 그 허가도 불가능한 곳. 금강산.

 

2000년도 김대중 대통령시절,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초청해 서울에서 평화 음악회를 갖는데 

잠실 종합운동장에 모여 있는 청중과 같이 부르는 합창을 이 노래로 선택했다.

정명훈씨가 지휘하고 서울시향이 연주하고 파바로티와 서울시합창단과

내가 속해 있는 부부합창단이 합동으로 공연하기로 되어 있어

우리는 비록 잘 아는 노래지만 이 노래를 몇 주 연습했다.

 

그런데 공연 하루 전 상황이 바뀌었다.

대중 앞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악가가 이 노래를 부르면

남한이 북한을 침략하여 금강산을 가지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하여

합창곡의 제목이 나의 살던 고향으로 바뀌는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 겨울, 강화 성곽길을 길벗들과 같이 걸으며

눈 덮힌 북장대에 올라 길벗들의 요청으로

이 노래를 북한땅을 바라보며 결연한 목소리로 힘차게 불렀다.

노래를 부르면서 들으니 몇 몇 사람들이 이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고 있었고..

 

이북이 고향인 사람들, 특히 625전에 금강산에 다녀 온 세대들은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이구동성으로 칭찬한다.

홍길동도 금강산에 들어가 무술을 연마했고,

김삿갓의 이야기에도 금강산이 등장한다.

금강산의 12천봉은 어떤 모습일까?

그 비경은 과연 전설 속의 영웅들이 몸을 숨기고 싶을 정도로

비밀에 쌓여 있는 곳일까?

 

금강산은 철따라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엔 풍악산, 겨울엔 설봉산

기암절벽과 단풍이 어우러져 풍악소리가 들릴 것 같은

가을에 금강산의 모습을 보고 싶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나는 남들처럼 북한에서 허가를 받고 들어가는

금강산 관광을 반대하는 편이다. 관광수익이 그 들의 전쟁비용으로

쓰여진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내 마음에 맞지 않는다.

 

나들길은 여러 코스에서 북한을 바라보면서 걷게 되어 있다.

특히 교동도는 북한과 가까워 가끔 북한 주민이 맨몸으로 탈출해서

이 곳으로 찾아 오기도 한다.

 

연미정에서 보면 북한을 더 또렷이 볼 수 있고

맑은 날에는 건너편 황해도 개풍군의 건축물까지 보일 정도로 지척에 있다.

또한 강화의 평화전망대를 가면 바로 바다 넘어 지척에 보이는 북한의 모습을

대형 망원경으로 볼 수 있고 안내원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전망대안에 한국전쟁에 대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고

전시물이지만 녹슨 철모에 파란 풀잎이 돋아 철모를 뚫고 나와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 지기도 한다.

 

언제나 금강산을 설악산처럼 갈 수 있을까나?

혹시 금강산 구석 구석 빨간 글씨로 이상한 구호 큼지막하게 써 있지 않을까?

혹시 그 곳에 625 전쟁의 흔적이 가득하고 위험하지는 않을까?

혹시 내 생애 그 땅을 밟아 볼 수 있을까나?

노래 가사처럼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 라고 소리치며

등산배낭메고 떠나는 날이 있을까나?

그 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북한땅이 보이는 곳에 서면 늘

혼자 '그리운 금강산'을 소리쳐 부른다.

 

 

 

강화나들길 1코스 연미정에서 바라본 북한의 황해도 개풍군 (2013.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