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설악산 새이령

carmina 2013. 10. 21. 23:20

 

설악산 새이령, 2013. 10. 19

 

트레킹을 위해 숲속길을 걸어 보았다 함은

적어도 이 곳을 걸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설악산 새이령.

 

9시 반 경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시작된 숲길은 오후 5시 반에 끝날 때까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숲길을 걷는 환상적인 트레킹을 즐겼다.

 

이 길은 원래 강원도 동해쪽의 고성/간성 지방쪽 사람들의 해산물과

산악지방의 인제/원통 지방의 사람들의 농산물을 물물교환로로 이용하던 길이라

트레킹 지역의 일부 지명도 마장터라 불렀다.

말을 이용하여 짐을 싣고 와서 장을 펼치던 곳.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던 곳이었는데

당시 무장공비들이 많고 유명한 이승복사건도 발단이 되어

이 곳의 사람들을 모두 이주시키고 나무를 심었다 한다.

지금은 겨우 2 사람만이 남아 이 숲을 지키고 있다.

새이령 혹은 샛령란 말은 고성군과 인제군의 사잇길이라 해서 

그렇게 불렀다.

 

이렇게 트레킹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진 길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있었고 숲 속에 살던 주민들이 떠나간 뒤

거의 군사지역으로만 남았으니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백두대간을 즐기는 사람들에 의해 알음 알음 알려진 길.

그러다 보니 이정표도 처음 입구에만 있고 나머지 코스는

사람들이 다녔던 흔적만을 찾아 길을 가야 한다.

 

아침 일찍 당산역에서 버스를 탔는데 가평쯤에서 막히고

휴게소에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버스가 들어 갈 수 없을 정도로

설악산의 단풍을 즐기려는 행락객들이 많다.

여자 화장실이 부족해 급한 여자들은 겸연쩍은 얼굴로

남자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그 이후는 막히지 않고 달리다 보니 어느 덧 창으로 시원한 소양강줄기가 펼쳐진다.

버스가 38 선을 지나고 원통을 지나고 있다.

낮은 산에도 구름이 걸릴만큼 하늘이 흐리다.

마을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가 곧 산 중턱에 걸린 구름과 합쳐져 버렸다. 

풍력발전을 위한 커다란 바람개비가 우뚝 선 곳을 지나고 조금 가다 보니

눈에 익은 미시령으로 가는 용대리 갈림길에 들어 섰다.

황태축제가 열리고 있는 큰 폭포 앞을 지나

멀지 않은 박달나무 쉼터라는 곳에서 시작한 새이령 트레킹.

작은 가게 하나 있는 곳에서 내려 바로 숲길로 들어 선다.

문득 일행 중에 낯이 익은 이가 있어 물어 보니 유명시인이다.

가르침을 받을 만한 좋은 말벗이 있어 산행이 기대된다.

 

오늘 코스는 백두대간의 설악산 시작점인 미시령까지 갔다가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 오는 코스라 자가용을 이용해서 다녀 올 수 도 있다.

 

모두 출발점에서 모여 간단한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약초를 캐러 가는 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개를 데리고 숲으로 들어가는데

담배를 피우며 가고 있다. 자기의 일터니 알아서 하겠다는 뜻인지..

길을 떠나는 데 인근 가게 아저씨가 우리 보고 핸폰을 끄고 올라가라 한다.

어차피 산 속에 들어가면 전화가 안되니 핸폰을 끄면 밧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길을 시작하자 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길을 안내하는 이가 오늘 코스 중 18개의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제일 먼저 물에 빠지는 이가 맥주 사는 것으로 하자고 하더니

처음 계곡부터 물이 많아 건너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조심 조심 신발 조금씩 빠져 가면서 건너 가는데

급기야 한 명이 물에 빠져 버렸다.

물에 빠진다고 해서 계곡물에 휩쓸려 가는 것은 아니고

단지 발이 물에 빠지는 상황에 불과하지만 그 것을 보고

만약 비가 조금이라도 온다면 새이령 트레킹은 불가할 것 같다.

안내자도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 오늘 비가 올까봐 무척 걱정했단다.

 

첫 번 계곡을 넘어가니 그 때부터 하늘이 안 보이는 숲길로 들어선다.

들어서는 입구에 예비군 화생방 훈련장이 있는 작은 공간에

군부대 훈련장이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 하나.

그리고 이 지역은 산양이나 삵 등의 야생동물이 사는 지역이라

통행을 금지시키는 팻말이 붙어 있지만

안내자가 주말은 통제 안하다며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단풍의 붉은 잎들이 시야를 가득 찬다.

그러나 단풍나무가 적은 산중이라 그렇게 전체적으로 붉게 물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디에도 은행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워낙 사람이 별로 안다니는 지역이라

나무가 쓰러져도 오솔길을 가로막아도 그대로 두었고

오래 전에 쓰러져 있는 나무가 죽어 발에 밟혀도 치우는 이가 없다.

계곡물이 유난히 맑고 그 안에 떨어진 것은 낙엽밖에 없다.

몇 개의 계곡을 지나는지 세어 보다가 5개 부터는 세는 것을 멈추었다.

아무렴 어떠랴...전혀 무의미한 숫자들.

 

계곡을 지나는데 어제까지 비가 내려서인지 숲길에 흙길이 질퍽하여

지나가기 불편했지만 그래도 가물어서 퍽퍽하게 먼지가 나는 길보다는

느낌이 더 좋았다.

 

우리만 부지런한 줄 알았는데 벌써 되돌아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솔길이 좁아 마치 1차선도로처럼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오면

잠시 멈추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할 정도로 숲이 우거졌다.

문득 제주도 올레길의 곶자왈 밀림숲이 생각났다.

오솔길은 낙엽이 떨어져 갈색의 나뭇잎카펫 위를 걷는 기분이다.

사람들 별로 안다니는 길이라 부드러운 흙보다는 돌들이 많고

어느 곳 하나 길을 편하게 걷기 위해 사람의 손이 간 곳이 없다.

사람다닌 흔적만 찾아 길을 걷는다.

계곡을 건널 때도 누군가 던져 놓은 바위를 의지해 건너고

산에서 굴러 내려 온 바위도 길에서 잠시 옆으로 비켜 있다.

그래서 이 길에 더욱 매력이 있다.

가끔 금방 잘려진 나무들의 흔적이 보이는데 길을 정리한다기 보다는

땔감으로 쓰기 위해 자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계곡에서 잠시 머물다 가고픈 생각이 굴뚝 같지만

그대로 지나쳐야만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문득 지나치는 어느 사람들이 산더미같이 큰 배낭을 지고 가기에

혹시 백두대간 종주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계곡에서 캠핑하는 무리들인 것을 확인하고 몹시 부러웠다.

 

전체적으로 평탄한 길.

산을 잘 다녀 보지 않은 약골도 충분히 걸을 수 있지만

그래도 뚱뚱한 사람들에게는 힘든 거리인지라

보조를 맞추느라 우리의 걸음도 조금 느려졌다.

그러나 결국은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되어 있다.

쉬는 시간에...그리고 정상에서...

 

걷다 보니 점점 많은 무리들이 마주 걸어 오고 있다.

시간대로 보아 어디 다른 곳에서 넘어 오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우리보다 먼저 도착하여 인근에서 자고

아침 일찍 트레킹을 시작한 사람들 같기도 하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어우러져 황홀한 색깔의 숲길 한 가운데

단풍의 고운 색깔에 질세라 더 알록달록한 등산복들이 수를 놓아

자연은 온통 색으로 물들어 버렸다.

 

오솔길 양 옆에서 흘러 내려 오던 작은 계곡엔

더 이상 흘려 내려 보낼 물이 없는지 낙엽이 줄을 지어 내려 오고 있다.

곧은 낙엽송 숲길을 지나면 제멋대로 휘어진 나무들이 멋스럽게

머리 위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사람 외에는 지나가는 것이 없으니 그런 나무들도 온전히 보존되고 있어 좋다.

 

오솔길이 없는 곳은 물이 얕게 흐르는 계곡 가운데를 걸어야 하는데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어쩔 수 없이 아침가리 계곡처럼 물 속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차라리 그 편이 더 시원할껄...

계곡 양쪽의 비스듬한 언덕에서 지면과 수직으로 자란 나무들이

지나가는 우리들에게 '받들어 총' 사열하는 것처럼 길을 지난다.

 

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오면 자칫 길을 잃을 만한 코스지만

어느 정도 숲길을 걸어 본 사람이라면 오솔길이 작은 계곡으로 인해 끊겨도

어디로 이어질지 감을 잡고 올라 갈 수 있다.

 

이 곳에 오기 위해 미리 가을에 피는 설악산의 야생화에 대해 공부하고 왔는데

이상하게도 오솔길에는 나무 외의 야생화는 거의 보지 못했다.

숲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꽃을 보지 못하는 것도 참 드문 일이다.

 

길을 가다보니 땅이 파헤져져 있는 곳이 있는 것으로 보아

멧돼지가 있는 것 같고

잠시 쉬는 작은 숲속 공터에 두더지가 긴 흔적을 남겨 놓았다.

 

길가에 가끔 돌무더기가 보이던데 내 추측으로는 이전에 화전민들의

돌무덤인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작은 고갯마루에는 큰 나무가 있고

돌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당산나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시간 반 정도 길을 걸었던가?

오솔길 옆 언덕에 바위 틈 사이에 작은 샘물이 하나 흐른다.

누군가 파이프를 박아 놓았고 샘물위에 돌을 무더기로 쌓아 놓았다.

졸졸졸졸 흐르는 작은 샘물에 코펠의 작은 그릇하나가 놓여 있다.

마셔도 된다 안된다 하는 안내문도 없고

그냥 힘들게 걸어 온 나그네가 물 모금으로 잠시 갈증을 덜어내면 그 뿐이다.

 

어찌 이런 멋진 길에 바닥의 낙엽만 보고 걸을 수 있을까?

나무들의 모습이 각양 각색이라 모두 어떠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꼭대기를 볼려면 고개가 아플 정도로 직진으로 높이 솟은 낙엽송이 군락을 지어 있고,

커다란 나무가 활처럼 휘어 건너편 계곡으로 넘어갈려고 하는 나무,

오솔길에 아치처럼 반원을 그리고 있는 나무도 있고

덩치 큰 나무 두개가 붙어 있는데 하나는 꼿꼿이 서 있고

그 옆의 나무는 살짝 비틀어 진 채 옆의 나무에 기대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길벗들이 얘기가 마치 남편에게 애교를 부리는 아내 모습같다며 웃는다.

 

무아지경으로 걷다가 문득 숲 속에 작은 통나무집이 한 채 보인다.

이 곳에 살고 있는 2 사람 중 한 사람의 집 같다.

집 옆에 나무들을 쌓아 놓았는데 나무들이 오래된 것 같아

땔감은 아닐 것이다 하고 가까이 가 보니 창고용으로 쓰는 곳간을 만들어 놓아

동물들로 부터 보호할 음식물 등을 보관하는 것 같다.

집 안을 슬쩍 들여다 보니 허리를 숙여야 겨우 들어 갈 수 있는 방에

무언가 이 것 저것 살림살이가 들어차 있다.

전기도 들어 오지 않을텐데 긴 밤은 어찌 지낼까?

 

집 뒤에는 개울을 건너기 위해 통나무 다리를 만들었고

벌통 보관대로 보이는 나무 시렁,

그리고 양철 굴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밖에서 조리할 때 쓰는 작은 화덕도 있다.

 

근처에 다른 집이 숲 속에 하나 더 있는데

그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쇠막대로 입구를 막아 놓아

들어 오지 말라는 말인데 누군가 호기심에 그 집으로 들어가 본다.

 

일행 중에 누군가 이 산지기에게 약초를 살려다가

가격이 안맞는다며 그냥 돌아왔다.

 

길을 떠난다.

숲으로 사라지는 길벗들.

일부러 적막한 숲을 보기 위해 앞서 걷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걸어 본다.

 

약 2시간 반 정도를 걸었나?

배가 출출하여 작은 공간을 찾아 모두가 가져 온 점심을 풀었다.

이런 트레킹에 늘 혼자 떠나기가 미안해 아내에게 도시락을 부탁안했었는데

지난 번에도 도시락없이 와서 얻어 먹었기에 이번엔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염치없지만 아내에게 처음으로 도시락을 준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고민할까봐 반찬메뉴를 내가 지정해 주었다.

반찬없이도 먹을 수 있는 찰밥과,

어린 시절 부잣집 아이들의 도시락 반찬 전유물이었던 소세지와 계란말이.

그런데 여기에서는 내가 가져 온 소세지가 모두에게 가장 인기 있는 반찬이었다.

누군가는 오뎅을 끓이기도 하고 된장국을 즉석에서 끓여 내기도 했다.

편하기 마시기 좋은 칠레산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준비하기도 했고, 커피와

맛있는 밤 고구마를 쪄 오기도 했다. 풍성한 점심을 즐기다가 건너편 계곡을 보니

숲 사이로 진한 원색 텐트들이 보인다.

그룹으로 캠핑을 온 것 같다. 아! 얼마나 좋을까?

다음에는 저런 캠핑의 기회도 만들어 보아야겠다.

젊은 시절 군용 1인용 A텐트와 기타 하나 가지고 혼자 여기 저기 산이나 계곡에 들어가

야영하며 생활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점심을 위하여 모였던 자리에 풀만 남기고 모두 다시 출발.

힘들게 올라가는 언덕들이 없어 비교적 여유있다.

오전에 따라오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이젠 별로 뒤처지지 않고 따라 온다.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을 한참을 걸어 작은 언덕으로 올라가니

길벗들이 얼기설기 쌓아놓은 돌탑옆에 이정표가 나온다.

이 곳을 대간령 (새이령, 샛령)이라 부르며 직진하면 속초로 가는 도원리

그리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마산봉이라는 약 1,050 미터의 고지가 있다.

이 곳이 백두대간의 설악산 출발점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저기 리본들이 달려 있는데

XX 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XX 산악회 2회 백두대간 종주, 10 회 백두대간 종주등등..

무시 무시한 구호들이 여기 저기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마산봉이 비록 높이는 1,000 미터 이상 되지만 이미 대간령이 700 미터 고지라

그다지 높지 않을 것 같다.

 

올라가는 데 약 25분 내려오는데 15분 정도 걸린다는 안내자의 설명에

산이 가파르게 보이니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기다리고

올라 갈 수 있는 사람들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가파른 산행.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아무리 높아도 지난 주에 걸었던 지리산 둘레길보다 높으랴..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 작은 소나무 하나가 밑둥에서부터 가지가 시작되는 곳까지

모두 껍질이 벗겨진 채로 서 있다. 누가 일부러 벗겼나? 아니면 병든 것인가?

많은 나무들이 바람결 따라  비스듬하게 옆으로 누워 있다.

비스듬한 나무가 가르키는 방향을 보니 멀리 속초 앞바다가 보인다.

오늘 걷기 시작한지 처음으로 본 인공적인 안전밧줄을 잡고 정상에 올라 팔을 벌리니

가슴이 탁 트이고 설악산의 온 봉우리와 동해 앞바다의 기운이 내게로 다 안겨든다.

  

겹겹이 누워 있는 설악산 줄기들,

구름마저 힘들게 산을 넘어가다가 산 중턱에서 쉬고 있고

주위에 이 산 보다 높은 산은 보이지 않는다.

산들이 켜켜이 쌓인 곳에 아스라히 먼 곳에 호수도 보이고

시야가 닿는 끝에는 속초 바다와 희미한 건물들이 이불처럼 펼쳐져 있다.

 

오래 머물고 송창식의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노래를 크게 외쳐 부르고

'굽이쳐 흰 띠 두른 능선길 따라...' 하는 설악가를 흥얼거리며 내려 왔다.

 

우리 일행이 아닌 중년 남녀가 대간령에서 쉬고 있다가

우리와 같이 길을 내려 온다.

그런데 여자의 체구가 양 옆으로 많이 퍼져 무척 걷기 힘들어 한다.

그래도 남자는 묵묵히 길을 같이 가고 있다.

이런 몸집의 여자를 이 곳에 데리고 오기 위해 많이 설득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같이 걷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나중에 물이 많아 징검다리를 건너기 힘든 계곡에서는 이 뚱뚱한 여자를 위해

우리 일행이 도움을 주어야만 했다.

 

이 늦은 시간에 오솔길에서 마주 오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하나같이 산더미같은 배낭을 메고 산으로 산으로 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작은 공간에도 이미 여러 개의 텐트가 들어서 있고

올라 갈 때 보다 더 많은 텐트가 계곡 저편에 세워졌다.

여기 새이령은 밤에도 소수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가을 하늘 구름이 산을 넘어 솟구치고 있다.

이끼가 서서히 나무 밑둥부터 감아 올라가고 있다.

억새가 멀리 산을 향해 호수의 물결처럼 흔들리고 있다.

오솔길 옆 계곡의 물이 스틱으로 톡 건드리면 깨지는 투명한 유리같다.

숲 속에 우뚝 솟은 바위 하나도 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 하늘을 몰래 엿보는 것 같다.

계곡물에 서서히 어둠이 깔린다.

숲 속은 점점 희미해 지고 우리가 계곡에서 발 담그고 놀 때 쯤엔

숲이 문을 닫은 것 처럼 컴컴한 어둠만이 그 곳에 있었다.

계곡 물에 발을 담갔더니 금방 얼어 붙는다.

 

황태축제가 열리는 곳의 식당에서 맛있는 황태국과 황태찜으로 저녁을 즐겼다.

오늘 우연히 버스에서 만나 종일 같이 걸은 유명 시인 용혜원님이 식사를 하신 후

밤 하늘아래에서 나와 대화 중 오늘 걸으며 느낀 마음을 금방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로 표현하며 조용히 읊조린다. 

 

트레킹을 시작한 이래 참 많은 지역의 코스들을 걸어 보았지만

여기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숲 속을 걸어 본 것은 처음이다.

일부러 홍보하지 않는 천연의 유기농같은 숲길.

조금 비많이 오는 날에는 접근하지 못하는 희소성과

비록 오솔길에 돌들이 많아 발바닥이 아프긴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 몇 명이 모여 또 오고 싶은 길이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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