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12) 삼포가는 길

carmina 2013. 10. 22. 10:04

 

삼포 가는 길 (노래 강은철)

 

바람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길 있겠지
구비구비 산길 걷다보면 한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님 소식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저산마루 쉬어가는 길손아 내사연 전해 듣겠소
정든고향 떠난지 오래고 내님은 소식도 몰라요
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님 소식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가사에서 나오는 삼포라는 이름의 고향.

황석영씨의 소설 중에 '삼포 가는 길'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고향이 삼포인 주인공이 역시 객지에 나와 일하는 다른 떠돌이와

몸을 팔며 하루 하루 사는 술집 작부를 만나

객지에서 고생했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꿈들을 이야기한다.

 

고향은 그런 곳이다.

그 곳이 어떻게 변했던간에 고향가면 세상 편할 것이라는 꿈.

그래서 혹 자는 이야기한다.

이 노래의 삼포라는 곳은 실제 지명이 아니고

파라다이스, 샹그릴라, 무릉도원, 엘도라도 등 각 나라마다 달리 표현하는

낙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삼포는 아마 한자로 쓰면 三浦 가 아니고 森浦 라고 표기될 것이다.

숲이 우거지고 배가 닿는 곳.

내 고향은 그런 곳이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봄이면 꽃이 피고, 뒷동산에 가서 놀고

여름에 개울에 나가 물장구치고, 밤이면 과수원에서 놀고 

가을이면 산에 밤이나 감 따먹으러 다니고 

겨울이면 뜨거운 화롯불에 둘러 앉아 고구마 구워 먹는 추억..

내가 강화도에 살면 이렇게 살 것만 같다.

 

내가 좋아하는 나들길이 있는 강화도가 꼭 이 모습이다.

숲이 우거지고 포구가 많다.

마니산같이 높은 산도, 고려산, 화개산, 남산 등의 오르기 적당한 낮은 산이 있고

강화 어디든 대나무 낚싯대들고 나가면 망둥어를 잡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내 고향 인천은 바다가 지척에 있지만 숲은 없었다.

새우젓 냄새가 물씬 나던 내 고향.

멀리 고기 잡으러 나갔던 배들이 정박하는 부두에는

늘 생선썩은 냄새가 났다.

아주 가끔 동네 뱃사람들이 배타고 나갔다가 납북되었다는 소리도 듣고..

 

강화나들길을 나디면서 내 어릴 적 고향이 여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들길 8코스를 걸으면 계속 포구를 만나게 된다.

그 포구에 배가 한적하게 갯벌에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찌 그리 편해 보이는지..

그래서 난 그런 배를 보면 꼭 카메라를 들이 댄다.

 

시골에서 올라와 복잡한 도시 생활하면서 남들과 싸워서 이길려고 아둥 바둥 살고

이것 저것 사업에 부딪히며 업치락 뒤치락 사기당하고 쓰러지다가

아니면 도시의 멋진 애인을 만나 미래를 꿈꾸다가 자신의 이상과는 거리가 먼

상대방을 보며 실패했을 때

제일 생각나는 것이 고향의 모습일 것이다.

낮은 담너머로 장난을 걸던 이웃집 첫사랑이 생각나고

어머니가 아궁이에서 산에서 해온 나뭇가지를 때워 무쇠솥으로 해주시던 하얀 쌀밥

장터에 나가셨던 아버님이 막걸리 한 잔 하시고  저녁에 고갯길을 비틀거리며 넘어오시며

들고 오신 고등어 한 마리  

 

세상의 가장 편한 곳은 삼포가 아닐까?

고향이라는 삼포.

 

길을 걸으면 이 노래가 흥얼거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