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13) 이별의 노래

carmina 2013. 10. 29. 10:15

 

이별의  노래

 

박목월 시 /김성태 곡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서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 낮이 기울며는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우리라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이 노래를 들으면 왜 가을은 이별해야 하는가 의구심을 갖는다.

철새가 떠나서? 아니면 지난 여름의 추억이 아쉬워서?

애써 지은 농산물들을 모두 떠나 보내야 해서?

내 안에 있던 것들 혹은 내 소유로 있던 것들이 모두 떠나고 있다.

 

가을엔 유독 결혼이 많다.

지금도 내 책상엔 청첩장이 몇 개가 쌓여 있다.

그런 것을 보면 가을은 이별하는 계절임에 틀림없다.

평생 살던 가족과 이별하기 좋은 계절

여행떠나기 좋은 계절

나무도 봄부터 여름까지 가지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을

가을이면 살기 위해 모두 떨쳐 버려야 한다.

 

가을, 강화의 나들길을 걸을 때는 하늘을 보아야 한다.

기러기들과 오리들이 무리지어 V자형으로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계절이 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기러기가 하늘을 나는 것을 보면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한다.'

기러기가 그렇게 먼 길을 날아서 갈 수 있는 것은

날개짓으로 서로를 의지하기 때문이라 하고

리더가 힘이 들면 다른 기러기가 대신 그 자리를 지킨다.

 

길을 걸으면서 리더의 중요성을 늘 깨닫는다.

그냥 무심코 가는 길도 어느 순간 다른 길로 가게 될 때

늘 리더는 미리 주의를 주고

걸으면서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려 준다.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 하는 것이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내 인생도 이젠 가을에 접어 든 것 같다.

흰 머리가 많아져 염색안하면 보기 흉할 정도고

시력이 점점 나빠지며, 몸에 조금씩 병이 생기고

직장에서도 이미 정년을 넘긴 상태라 언제든지 그만 둘 마음 자세를 가지며

친구들 모이면 맛있는 음식보다 옛날 이야기들이 더 좋은 안주가 되고 

그 토록 좋아하던 등산도 이젠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을 걷는 것이 좋다.

 

품에 있던 아이들은 이제 하나 둘 씩 떠나고 있다.

딸은 이번 가을에 외국으로 훌쩍 유학을 떠났고

아들은 이번에 임용고시만 합격하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새 가정을 가져야 한다.

 

유학가 있는 딸이 며칠 전 카톡으로

'우리 가족이 이제 다시 모두 같이 사는 날이 있을까?' 라며 섭섭해 한다.

그러고 보니 이젠 그럴 날이 없을 것 같다.

카톡 글을 보고 눈시울이 시큰해 졌다.

 

가을은 이별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나들길을 걷다가 길벗들이 노래를 청하면 이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가을은 만나는 계절이다.

낙엽이 흙과 만나고,

기러기들이 다른 곳의 친구들과 만나고

여름내 내리던 비대신 겨울의 눈을 기다리고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만나고,

빨간 단풍처럼 멋있는 인생의 황혼을 만나고

쓸쓸한 사람들은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이성을 만난다.

 

길을 걸으면 노래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