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캡틴 필립스

carmina 2013. 10. 31. 09:33

 

캡틴 필립스

 

 

2년 전 우리에게도 익숙한 소말리아 해상의 삼호 주얼리호 상선납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UDT가 출동하여 선원을 구출하는 작전을 한 것 같은 상황의 미국판 현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당시 석선장도 캡틴으로서의 기지를 발휘하여 무사히 해적들을 진압한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2009년 같은 앨러바마 상선이 소말리아 해협을 지날 때

소말리아 해적범들에게 납치를 당하였으나 미국 해군이 진압한 사건이 있었다 한다.

 

캐스트 어웨이, 포레스트 검프, 터미널 등 유명 영화의 유일한 주인공 톰 행크스

늘 선한 얼굴로 톰 행크스가 악역을 담당한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옆집 아저씨같은 푸근함, 마주 보고 있으면 좋은 말을 할 것 같은 인자함.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해 줄 것 같은 모습의 톰 행크스는 참 복 받은 사람이다.

나이 들어도 이런 모습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 출발하여 케냐 방향으로 향하는 루트의 컨테이너쉽의 선장으로서

배를 타면서부터 습관적으로 안전을 먼저 챙긴다.

그리고 선장의 모든 임무를 매뉴얼대로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위험에 대처하는 모습과 선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까지..

그리고 위험이 닥쳤을 때의 기지와 용감한 행동까지도..

참으로 본 받을 만한 리더의 행동을 보여준다.

 

내가 결혼 후 1986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작은 현장의 소장으로 근무했을 때

큰 위험에 처한 적이 있었다.

당시 맡은 1년 간의 업무를 무사히 마치는 마지막 날

직원들이 해외업무를 끝내고 집에 돌아간다는 기쁨에

한 밤중에 이 나라에서는 금지되는 술을 먹고 평소 감정있는 직원끼리 싸움을 하다가

급기야는 한 사람이 칼에 찔려 생명을 위협받는 큰 상황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우선 피신해 있으라 하고 어쩔 수 없이 현지 병원에 치료하러 갔으나

의사가 경찰에 신고하여 환자와 나, 음주하지 않은 직원 2명 그리고 통역하는 현지인이

모두 경찰서에 끌려 갔다.

 

그 때부터 경찰이 우리 모두를 심문할 때

경찰의 아랍어 질문을 현지인이 내게 영어로 전달하고

내가 직원에게 한국말로 통역해야 하는 상황이고

답변도 역순으로 진행되기에 가해자 없이 혼자 술먹다가

주방에서 미끄러져 칼에 다친 것처럼 만들어진

모든 가상 상황을 내가 머리속으로 만들어 무사히 취조를 넘어갔다.

 

취조 후 현장 검증을 가자는 경찰의 요구에 당시 직원들의 임시 숙소에는 전화가 없어

연락이 안되는 상황이라 내 거짓 증언이 모두 들통나겠구나 하고 당황했다.

 

그러나 현장 가기 전에 상해자의 음주상태를 혈액으로 측정해야 하니

병원에 먼저 가야 한다고 해서 따라 갔는데...

세상에...이런 정말 기막힌 일이...

 

그 병원은 모두 한국인 간호원이 근무하는 병원이었다.

사우디의 병원에서는 병원마다 간호원들의 인종을 단일화해서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어떤 병원의 간호원은 거의 필리핀, 어떤 병원은 한국 간호원 등 등..

 

평소 교회 예배에 나오던 간호원을 발견하여

환자가 혈액 채취하는 동안 급히 우리 현장에 사람을 보내서

주방을 청소해 놓고 증거품도 멀리 다른 곳에 치우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간호원과 현지 교민의 도움으로 현장 검증도 무사히 마치고

경찰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현장에서 한국 고유의 선물도 주어

내가 의도했던 대로 가해자 없는 사건으로 종결지을 수 있었었다.

 

만약 나의 위증이 밝혀 졌다면 아마 나도 외국에서 재판을 받고 감옥 생활을 했을지도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당시 내가 잠을 못잘 정도로 힘들었던 생각을 하면

자신이 선장으로 있는 배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을 때

리더의 심정과 어떻게 내 직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캡틴 필립스의 순간적인 기지로 직원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배안에서 납치범에 끌려 다니면서도 기지로 납치범을 어렵게 만들고

납치범을 인간적인 면으로 대하여 마음을 움직여 어려운 순간을 넘기고

납치 신호를 받은 해군이 올 수 있도록 가능한 시간을 지체케 하는 행동이

마치 같은 상황에서 연료에 물을 붓고 지그재그로 운전하여 납치범들의

수중에 들어간 배를 지체케 하는 우리의 석선장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적으로 이 소말리아 해협에서 외국 상선납치가 자주 있고

납치범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선원들이 풀려 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범죄를 국가적으로 묵인해 주는 나쁜 나라의 표본 소말리아.

아프리카 등 후진국을 출장 다니면서 그런 모습들을 자주 본다.

 

세상은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중 어느 것이 더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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