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블랙가스펠

carmina 2013. 11. 18. 10:05

 

 

2013. 11. 17

 

블랙 가스펠.

 

다큐멘타리 스타일의 영화.

넓은 극장에  휴일인데도 영화를 보는 사람이 10명정도나 되는 인기없는 영화에

나는 푹신한 의자에 등도 붙이지 못하고 영화를 볼 정도로

그리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리며

연신 손으로 장단을 맞추어 가며 보아야만 했다.

 

흑인 영가.

오랜 시절 부터 이 합창음악의 장르를 좋아했다.

일부러 내가 불러볼 기회도 없을텐데 흑인영가 악보도 사서 읽어보곤 했다.

흑인영가의 유래도 많이 조사해 보고..

영가의 가사를 읽어 보면 보통 영어와 사뭇 다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늘 부르던 쿰바야 라는 말의 뜻도 알게 되었고..

Kumbaya = Come by here 를 어깨 너머로 들은 것을 뜻도 모르는 흑인들이

따라하여 전래된 것이라는 설이 맞는 것 같다.

 

아메리카에 백인들이 정착하고 아프리카에서 팔려 온 흑인들이 노예시절에

백인들 정장차림으로 교회갈 때 마차꾼으로 따라가서

주인을 기다리며 교회당 밖에서 들었던 찬송가사와 리듬들...

그게 흑인영가의 모태가 되었다.

 

흑인영가는 우리네 단어로 치면 아리랑같은 노동요에 속한다.

평생 가시많은 목화나무의 열매를 따며 부르던 노래.

백인들의 핍박에 슬피 울며 부르던 노래.

강제로 떠나 온 고향에 부족들과 함께 춤추며 부르던 노래들이

예수를 믿으며, 죽으면 올라갈 천국의 소망을 믿으며 부르던 노래들.

우리나라 타령처럼 누군가 선창을 하며 같이 있는 사람들이 후창을 하는 전통적인 노동요가

흑인영가이다. 그래서 흑인영가의 가사는 참 단순하고 주로 반복된다.

그러나 그 간절함은 다른 어느 유명 작곡가의 찬양곡도 따라 올 수 없다.

 

동양인은 신체구조상 흑인들이 하는 재즈 음악을 몸으로 느끼기 힘들다.

어느 학자의 말을 빌면 흑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동물들을 사냥할 때

적합하도록 빨리 달릴 수 있는 엉덩이 구조로 오랜 세월을 거쳐 진화했다고 한다.

그래서 흑인들 걷는 것 보면 조금 다르다.

그들은 그냥 엉덩이를 씰룩 거리며 걷기만 해도 재즈와 힙합의 리듬이 보인다.

내 나름대로 흑인영가를 부를 때 입으로만 부르는 합창은 거짓합창이라 생각한다.

영가의 리듬은 몸이 따라 오지 않으면 절대 맛을 낼 수 없는 음악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전 우리나라 합창음악의 선구자인 시온성합창단의 이동일교수님으로부터

합창을 배울 때 흑인영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백인영가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백인영가의 느낌은 흑인 영가의 느낌에 비하면 차이가 많이 난다.

 

미국의 상징 뉴욕에 흑인들이 주로 사는 할렘이 있다.

오래 전 아내와 미국 여행시 관광버스가 할렘을 보여주겠다며

흑인들이 주로 사는 센트럴파크 북쪽으로 가는데 관광객들이 할렘에서 내려달라고

부탁을 하니 안전에 책임질 수 없다며 마치 사파리관광처럼 그냥 버스로만 구경한 적이 있다.

버스를 타고 차창밖으로 보는 그들의 거리는 지저분해 보였으며

건물들은 그라피티라고 부르는 낙서가 벽에 가득했고

흑인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물론 그 뒤로도 영화를 통해 수없이 많이 할렘을 보았지만

요즘은 그래도 할렘이 많이 변하여 일반 관광객들도 다닌다고 하지만

여전히 할렘이란 지명은 두려움의 상징이다.

 

그 할렘가에 흑인들의 음악인 블랙 가스펠을  배우고자 하는 한국인 배우 몇 명과

이름모를 중창단 그리고 미국의 한인 젊은이들이 모여 한달간 숙식을 같이 하며

여러 전문가들을 찾아 다니고 몸으로 체험한다.

 

그리고 내로라 하는 흑인 음악의 찬양리더들에게 한 수 배우는 다큐먼타리를

영화로 만들었다. 혹자는 TV 프로그램 정도의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을 영화로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흑인음악들을 영화관의 음향과 거대한 화면에 펼쳐지는

흑인들의 찬양에 대한 레슨과정과 마지막 성가대의 찬양을 넋이 빠져 쳐다 보며

이걸 집에서 TV로 봤으면 안타깝겠다는 생각을 했다.

 

입술이 크고 눈이 부리부리한 흑인 여자 선생님에게 한 사람 한 사람

평소 부르던 찬양을 불러 보라 했더니 모두 거짓이라며 피아노를 두들겼다.

그리고 블랙가스펠을 배운지 30일 후 다시 한 사람 한 사람 다시 불러 보게 하는데

아마츄어인 내가 보기에도 그 들의 찬양에 영이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다.

즉흥적으로 반주하는 그 선생님의 피아노가 우리네 반주하고는 차원이 달라

놀랍기만 하다. 아마 내가 아는 피아노치는 사람들 중에 이렇게 반주할 줄 아는

사람은 일생 한 두 명 손 꼽을 것이다.

 

영화 중 배우 겸 학생으로 나온 정준의 흑인 거리 체험

그리고 배우 겸 가수인 양동근의 간절한 찬양 모습.

처음엔 뛰어난 가창만을 보여 주던 어느 여자가 한 달 후에 들려 주던 노래는 소름이 끼쳤고,

몸집이 커다란 애드벌룬 같이 뚱뚱한 흑인 선생님들의 리듬감과 폭발하는 듯한 영가의 외침은

그야말로 음악을 위해 타고난 사람들처럼 보였다.

 

혼자 영화를 보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가 그토록 음악을 좋아한다 해도 저들처럼 좋아할 수 있을까?

찬양을 부르며 거의 마법의 주문처럼 빠져 드는 그들의 기쁨과 행복함.

그건 도무지 나의 합창생활 40년 아니 앞으로 또 40년을 해도 저렇게 Soul이 철철 넘치는

찬양은 볼러 보지 못할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교회 찬양대는 열 번 백번의 연습보다

이 영화를 한 편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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