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18) 마지막 잎새

carmina 2013. 12. 3. 10:33

 

마지막 잎새

(정경석 작사, 작곡)

 

무성하던 나뭇잎은

가을바람에 떨어지고

마지막 남은 잎만이

홀로 바르르 떨고 있네

저 잎이 언제 떨어질까

두근거리는 내 마음

바람아 부지마라

저 잎 떨어지면

차디찬 겨울 오나니

가난한 내 마음

얼어버릴까 겁난다

 

1975년 대학시절 캠퍼스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문득 창가에 보이는 나무에 나뭇잎 하나가

바람에 달랑 거리는 모습을 보고

즉시 노트를 열어 끄적거려 보았다.

 

시나 문학을 공부해 본 적도 없는 공대생 나.

이 글의 문학적인 가치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릴 적부터 교사가 꿈이었지만 가족의 강요에 의해 공대 입학했지만

만화책을 시작으로 동화, 탐정소설, 순정소설, 청춘소설, 고전, 현대소설 등의 단계를 거치며

책 읽기를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으니까..

나는 오래 전 부터 무언가 끊임없이 쓰고 쓰고 또 썼다.

 

이 가사를 가지고 작곡을 하고 싶었는데

도무지 몇 날 며칠 기타를 퉁겨 보아도

마땅한 멜로디가 떠 오르지 않았다.

이러다 가을 그냥 지나가겠구나...하는 조바심도 생기고..

 

어느 날 기타를 하나 들고

서울대 뒷편의 관악산에 혼자 올랐다.

그리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숲 속에 앉아

기타를 퉁기니 그간 전혀 생각하지 않던 멜로디가 이어졌다.

즉시 가지고 간 오선지에 악보를 그리고 작사 작곡에 내 이름을 붙였다.  

그렇다고 어느 곳에 발표한 것은 아니다

혼자 있을 때 즐겨 부른다. 그러니까 나만의 노래다.

특히 이런 가을날 나들길 숲속을 걸으면

늘 혼자 중얼거리며 이 노래를 부른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의 슬픔이 가사에 있지만

소설같은 반전은 없다.

젊은 시절 니힐리즘에 빠져 늘 모든 일에 고민하던 한 젊은이의 생각을

마이너 선율의 노래로 그려 보았을 뿐이다.

 

이 노래 말고도 대학시절 작곡을 몇 곡 더 만들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내 노래를 불러 준 적은 없다.

그냥 내가 좋아서 내가 만들어 부른 노래들이다.

어머니를 위해 만든 노래를 어머니 앞에서 부르다가

공부안하고 기타만 친다고 혼나고..

 

군시절 긴 긴 야간 보초 시간에 혼자 조용히 흥얼거리며

머리 속에 작곡을 많이 해 두었지만 근무 교대후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멜로디를

다 잊어 버리는 아둔한 머리의 소유자다.

요즘같이 스마트폰이라도 있으면 즉시 멜로디라도 그려 놓았을터인데..

 

지난 주 철도청의 O-Train 을 타고 태백 골짜기 분천마을에 내려

경북 봉화군의 낙동강 트레일을 걸으며  은행나무를 보았더니

은행잎이 모두 떨어진 뒤라 더욱 쓸쓸한 시간을 가졌다.

그 곳은 이미 가을이 지나간 뒤였고 눈이 서서히 벌판에 덮히고 있었다.

 

가을이 간다.

내 인생은 지금 초가을인가?

푸르렀던 청춘도 히끗해지는 머리 같이 변해 버렸으니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히끗한 머리는 가끔 염색을 해 주어야 하고

거리를 걸어도 얼굴 보이기가 싫어 가능한 얼굴 숙이고

바바리의 깃으로 가리며 다닌다.

올 겨울에는 산에 갈 때 외에는 생전 입지않던 겨울 내의를 입어야 할까 보다.

 

2013년도 12월

이제 달력도 마지막 잎새같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어제 보험 아줌마가 내게 새로운 탁상달력을 전해 주고 갔다.

내년을 준비하라고...

 

내게 내년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마지막 잎새가 바람에 떨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고

병상에서 일어나 희망을 찾은 작은 소녀의 모습일까?

아니면 마지막 잎새를 그리고 추위에 생명을 다한 화가의 모습일까?

 

한 해의 마지막이라 하니 생각들이 많아 진다.

 

길을 걸으면 노래가 흐른다.

 

(친구의 블로그에서 사진 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