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박네야 (구전민요 서유석 노래)
타박 타박 타박네야 / 너어드메 울고가니
우리엄마 무덤가에 / 젖먹으러 찾아간다
물이 깊어서 못간단다 / 물 깊으면 헤엄치지
산이 높아서 못간단다 / 산 높으면 기어가지
명태줄까 명태싫다 / 가지줄까 가지싫다
우리엄마 젖을 다오 / 우리엄마 젖을 다오
우리엄마 무덤가에 / 기어기어 와서보니
빛갈곱고 탐스러운 / 개똥참외 열렸길래
두손으로 받쳐들고 / 정신없이 먹어보니
우리엄마 살아생전 / 내게주던 젖맛일세-
어린 시절 이 노래를 YMCA 노래단체에서 배우고 집에 와서 흥얼거리니
어머니가 그 노래를 어찌 아느냐며 신기해 하신다.
아마 어머니도 어린 시절 입에서 입으로 내려온 노래를 아시나 보다.
참 구성지고 슬픈 노래다.
엄마의 젖을 먹고 싶어 무덤을 찾아가는 아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무슨 전설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검색을 해 보니 이런 슬픈 사연.
함경도 어느 지방에 무당엄마와 그 딸 옥이가 있었는데
무당엄마 때문에 옥이가 친구들에게 늘 따돌림받고 놀림받는 것이 챙피해서
엄마에게 늘 투정거려 엄마는 속이 상해 그만 시름 시름 앓다가 죽었다.
옥이도 나이가 들어 건너 마을에 시집을 갔지만
조금만 잘 못하면 사람들이 '너는 무당딸이라는 그렇다'며 구박을 했다.
그렇게 타박(요즘도 우린 구박하는 것을 타박한다라고 말한다)을 받다가 미쳐서 시집에서 쫒겨나고
옥이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미친 옥이에게
늘 타박만 받던 여자라고 타박네라고 부르고
돌을 던지며 타박네야 너 어디 가느냐고 물어보면
옥이는 자기 때문에 죽은 엄마 생각을 하며
엄마 젖먹으로 간다고 얘기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고 보니 나 어릴 때 인천의 우리 윗집에 무당이 살았고
나와 동갑인 그 집 딸 이름이 옥자였네.
참 신기한 것이 그 무당이 살던 집에 풍도에서 온 부부가
나보다 형뻘인 외독자를 데리고 세들어 살았고 그 형이
고등학교 때 당시 5학년인 나를 처음 교회의 여름성경학교에 데리고 갔기에
내가 어린 시절에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나중에 그 분이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전도사님이 되어 강화에서 목회를 하실 때
당시 청년이던 내가 그 분을 위해 강화에 아이들에게 노래도 가르치고 교사를 하기 위해
기타를 메고 볼음면 어디교회를 매 주 다녔던 기억이 있다.
발걸음에 따라 저절로 흐르는 노래.
길을 걸을 때 앞사람의 뒷꿈치를 보고 걸으며 주로 이 노래를 부른다.
서유석의 걸죽한 목소리가 어울리는 노래다.
어머니도 내가 본 적이 없는 할머니를 생각하며 흥얼거리셨을거고
나도 어머니를 생각하며 흥얼거린다.
어릴 때는 개똥참외가 있었다.
보통 개구리 참외라고도 하는데 색깔이 개구리 색이고 줄무늬가 있었다.
일반 노란 참외에 비해 맛이 덜한 것 같은 기억이 있는데
요즘도 강화를 드라이브하다 보면 개구리참외라고 팔고 있지만
사 먹어 보지는 않았다.
봄에 나들길을 걷다 보면 무덤가에 할미꽃이 피어 있어 눈길을 끈다.
무심코 지나치다가도 시골에서 자란 분들이 얼른 꽃을 발견하며 알려준다.
할미꽃의 전설은 더 쓸쓸하다.
딸 셋을 둔 할머니가 딸들을 모두 돈들여서 시집보내고 난 뒤
홀로 살다가 생활이 어려워 큰 딸 집에 갔더니 문전에서 구박만 당하고
둘째 딸 집에 갔더니 둘째 딸도 언니집에 가지 왜 자기 집에 왔느냐며 내 쫒기에
셋째 딸에 집에 간다고 얘기하고 길을 떠났는데 그만 한 겨울에 길에서 얼어 죽었다.
엄마를 기다리던 셋째딸은 엄마가 왜 안오시는지 궁금해 하다가 길을 찾아 나서
길에서 얼어 죽은 엄마를 발견하고 엄마를 겨울에 내 보낸 언니들을 원망하고
엄마를 양지바른 언덕에 묻어 드렸는데 그 뒤로 봄이면 무덤가에 허리를 구부린
꽃이 피어 할미꽃이라고 했다 한다.
어제 길을 걷다가 비가 내려 나뭇잎이 거리에 떨어져 칙칙해 지고
그 거리를 보퉁이를 든 꼬부랑 할머니가 지팡이를 하나 집고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며
내 노후의 인생이 어떨까 하는 걱정도 해 보았다.
그래도...
내겐 노래가 있으니 행복하리라..
적어도 울며 부르는 노래는 하지 않으리라..
길을 걸으면 노래가 흐른다.
아래 할미꽃 사진은 길벗 사진을 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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