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16) 고향의 노래

carmina 2013. 11. 19. 10:58

 

고향의 노래

(김재호 시, 이수인 곡)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뭇 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녁을 날아간다

아 이제는 한적한 빈들에서 보라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달 가고 해가면 별은 멀어도
산골짝 깊은 곳 초가 마을에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 잔치 흥겨우리

아 이제는 손 모아 눈을 감으라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어제 오후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국지적이나마 잠시동안이지만

첫눈 그것도 함박눈이 쏟아졌다.

눈은 사람을 참 포근한 마음을 갖게 한다.

내가 일하는 거대한 사무실 빌딩의 창문에는 스크린이 길게 드리워져 있어

밖의 풍경을 볼 수 없는데 누군가 '눈온다' 한 마디에

모두 창가로 모여 스크린을 올리더니 감탄을 하고

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부지런히 누구에겐가 보내고 있다.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하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사랑의 약속들.

저녁 퇴근 길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오늘 만큼은 많은 커플들이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바람이 되었을 것이다. 

 

이젠 길을 걸을 때 여러가지 색깔로 즐겁게 해주던 들국화들도

첫눈에 그리고 서리에 맞아 져버릴 것이고

차갑게 식어가는 들판에는 눈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그렇게 눈꽃이 피면 기러기는 무리지어 북녘으로 날아가고

온 대지의 푸르름은 창백한 갈색으로 변하겠지..

 

겨울은 그 쓸쓸함을 눈으로 달래주는 계절이다.

올해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약 40분 거리에 있는 주문도와 볼음도에 아내와 같이

걸었을 때 마을 주민이 이 곳 섬주민들은 겨울에 가장 쓸쓸함을 느낀단다.

모든 것이 눈 덮히고 차도 별로 안 다니는 도로에 눈이 녹지 않으니

다니기도 쉽지 않고 배도 출항을 못하는 날들이 많아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니 힘들다고..

 

도심에 사는 우리들은 그런 겨울에 낭만을 생각하는데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겨울에 쓸쓸함을 생각한다.

최백호의 노래 중 '낭만에 대하여' 가사를 보면 참 쓸쓸함을 느낀다.

혼자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그게 낭만이라 생각하는데

아내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쓸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로, 낭만과 쓸쓸함은 동격이다.     

 

눈덮힌 고향의 모습.

어린 시절 시골에 사는 이모님댁에 하루 4번 운행하는 수인선기차를 타고 놀러가면

눈 덮힌 벌판을 지나 가는 마을에 마치 엽서의 그림같은 시골집 소복한 눈지붕이 보였다.

저녁이면 띄엄 띄엄 떨어져 있는 집들의 창호지를 바른 문에서 엷은 불빛이 켜져 있고

어느 집에선 마을 아저씨들 모여 화투놀이를 하고 있었다.

시골의 긴 겨울은 그렇게 사람들은 집 안에 묶어 두었다.

그렇게 움추리다가 봄이 오면 꽃이 피기도 전에 긴 지루함을 떨쳐 내 듯

새벽 여명이 트기가 무섭게 논으로 밭으로 나가 일을 보곤 했다. 

 

작곡가 이수인선생님을 직접 만나본 적이 있다.

이제는 나이들어 손녀와 같이 손을 잡고 나온 선생님은

쪼글쪼글 선한 얼굴에서 시골의 아저씨를 보는 것 같았고

아직도 끊지 못한 담배의 한 모금을 길게 내 쉬며 인사를 받으셨다.

 

어느 겨울 나들길을 걷다가 같이 걷던 길벗이 내게 이 노래를 아느냐고 묻는다.

당근...알지요.. 무척 좋아하는 노래인데..

이 노래에 대한 아픈 사연도 있고..

그 들에게 이 노래를 직접 불러 주었다.

 

 

사진 나들길 1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