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아시아방문기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

carmina 2013. 12. 5. 17:08

당초 로마로 가야 할 일이 말레이지아로 갑자기 변경되었다.

아쉬움 반 다행 반..

로마는 다녀온 적이 있으니 새로운 나라에 가보는 것도 좋겠지

그것도 TV에서 수없이 보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말레이지의 초고층 빌딩인 페트로나스 타워에 가야한다니..

그러나 그것도 이젠 3윌로 밀려나야 한다. 삼성건설이 두바이 짓고 있는 버즈두바이가 당분간 제일 높을테니까..

오래 있지 못하는 출장이라 많이 보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쿠알라 룸푸르는 볼 수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다는 동료들의

말에 위안을 갖지만 그래도 여기 저기 구석 구석 돌아다녀보고픈 꿈은 늘 가득하다.

 

한국은 깊은 가을, 오늘 아침 날씨도 쌀쌀하다.

아침 첫 예배에 참석하여 지휘만 하고 얼른 교회를 빠져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썰렁한 공항철도. 그러나 영종대교를 지날 때 밀려 들어오는 물살이 더 거세게 보이는 것은 가을 빛 때문인가?

 

공항에서 우연히 아주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대학 졸업후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만난 내 직속 상관. 그 분으로 인해 내 앞길이 정해지고.. 직장도 옮기기도 하고.. 늘 만나면 반갑던 분. 같이 노래를 좋아해서 더 친하게 지낸 이유도 있지만 성격이 부드럽다는 것이 서로 통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 분도 새로운 직장을 잡고 멀리 뉴칼레도니아로 출장간다고..

 

말레이지아까지 짧은 비행이라 일반석을 타야만 했다. 그러나 좌석에 여유가 있어 편하게 시간을 보냈다. 쌍동이 타워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숀코네리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주연한 앤트랩먼트가 있는데 두 사람 다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배우다. 그런데 기내에서 상영해주는 영화도 캐서린 제타존스가 나오는 사랑의 레서피 (원제 : No Reservation) 며칠간의 피곤이 몰려오는지 졸려서 비몽사몽간에 영화를 봤다.   

 

말레이지아항공은 서비스의 모든 것이 마음에 안든다.

얼굴을 마주쳐도 웃지않는 승무원, 식사라고 내 온 밥이 완전히 말라 비틀어져 포크로 떠 올릴 수 없을 정도.  

식사후 화장실로가 양치좀 할려고 비치된 칫솔과 치약을 보았더니 치약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치약이 말라 가루가 되어 부서진다.

 

그래도 공항에서 후진국같이 시비 안걸어 좋긴 하다. 호텔까지 택시를 타고 삼성모바일 광고가 큼지막하게 세워져 있는 고속도로를 지난다. 좌우에 질서정연하게 심어져 있는 열대 나무들. 비가 오는데 벤츠택시는 시속 150키로를 내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차들도 그렇게 빨리 달리니 별로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나와 시내로 접어드는데 우리나라같이 높은 아파트들이 보인다. 그러나 그리 못생긴 모습은 아니다. 적당히 세워져 있고 적당히 디자인이 보인다.

 

말레이지의 최고명물 쌍둥이 빌딩가까운 곳에 잡은 트레이더스 호텔. 참고로 페트로나스는 말레이지아의 국영석유회사인데 이 빌딩을 세우고 도시에 흩어져 있는 페트로나스 계열회사들이 모두 빌딩으로 이전했더니 시내 70프로의 빌딩들이 빈사무실이 되었단다 어쨋든 높이 452미터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층은 88층까지 있다하고 한쪽 빌딩은 삼성건설이 또 하나는 일본의 건설업체가 지었는데 품질면에서 삼성이 지은 부분이 월등히 낫다고 한다. 내가 삼성직원이라 그런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내가 묵어야 할 호텔의 리셉션을 찾아가니 거의 40층 높이에 리셉션은 32층에 있다. 그런데 일반 호텔의 프론트데스크같지 않고, 무슨 사무실의 비서실같다. 책상 두개 덜렁. 강남의 젊은 제비들같이 헤어무스로 유덕화같이 멋을 낸 미남들이 손님을 맞는다.

 

프론트 옆에는 잔뜩 웃통을 벗어던진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가 열심히 컴퓨터를 하고 있다. 다른 호텔처럼 비지니스룸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고 프론트데스크옆에 마치 다른 책상들같이 편하게 놓여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침 식사를 위한 식탁들.

마치 어느 오피스텔에 온 기분이다.

내가 묵어야 할 방도 후론트데스크가 있는 층의 바로 밑에 층.

모든 것이 개념을 달리한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쌍동이 빌딩과 함께 있는 대형 쇼핑센타를 찾았다. 수리아  KLCC라는 곳. 그 곳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대형 쌍동이 건물. 이렇게 환상적일 수가. 마치 백금을 하늘 높이 쌓아 놓은 것처럼 온통 백금으로 빛나는 건물 두개가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 있다. 그리고 그 빛에서 하늘로 치솟아 마치 안개가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모습.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다. 내 카메라의 후레쉬가 안 좋은 관계로 후레쉬없이 찍었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더 멋있게 보인다.

 

수리아 쇼핑센타 앞에는 라스베가스의 벨라지오 호텔처럼 분수대의 큰 물결들이 치솟고 있고 수많이 관광객들이 주위에 앉아 밤을 즐기고 있다. 형형색색의 말레이지아 히잡을 쓴 전통 복장을 입은 여자들, 그리고 전통 아랍복장을 입은 사람들, 그리고 많은 서양인들..

 

쇼핑센타내부는 더 화려하다. 전세계의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가득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화려하다. 깨끗하고, 럭셔리하고, 분위기 있고, 잘 정돈되어 있고, 우리나라처럼 함부로 물건을 가게 밖에 내 놓은 상점들 없고..

 

여유있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다. 자연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이런 여유로움도 좋아 보인다. 물질 문명의 풍요로움이 가져다 주는 행복.

 

삼성핸드폰을 선전하는 미국 톱가수 비욘세의 광고판이 눈에 뜨이고, 루이비통, 구찌, 롤렉스, 불가리 등 최고 명품들이 빛나는 가게안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내부는 얼마나 넓은지 도무지 휘휘 돌아다녀도 끝이 없다. 5층까지 있는 것 같은데 한국의 보통 백화점같은 규모라면 약 20층 정도에 해당되는 것 같다. 우리같이 복도에도 물건을 쌓아놓고 파는 곳도 없고, 싸구려 물건 파는 곳도 없다. 우리나라 몇개 백화점이 한 장소에서 영업한다고 하면 대충 짐작할 수 있을까?

 

비록 세일을 해도 세일간판을 어지럽게 붙여놓지 않고, 조용히 세일을 알릴 뿐이다. 호들갑스럽지 않은 민족의 정서일까?

 

전통 말레이음식을 먹고팠는데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겠기에 일반 음식점을 찾아 치킨과 시푸드를 먹었는데 테이블을 닦아주는 행주가 지저분하기 짝이 없고 음식도 짜고 맵고...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갈증도 풀겸 맥주나 한잔 마시자 해서 찾아간 바. 다른 곳에서 술을 파는 것을 못봤는데 이곳에선 외국인에 한해 술을 판다고 한다. 생맥주를 시켰는데 병맥주를 내 오며 마개를 딴다. 이거 아니라 했더니 신경질도 안 내고 웃으며 문제 없다며 생맥주로 바꾸어 준다. 이상하게 생맥주가 병맥주보다 비싸다. 기네스로 목을 시원하게 하고  고급호텔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뜨거운 물에 담갔다.

 

다음 날..

업무 전에 잠시 시내를 돌아다녔다.

쿠알라룸푸르에 차가 많이 다니는데 이상하게 횡단보도가 별로 안 보이고 일방 통행로가 많다. 그래서인지 차량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차가 멈추어 서있는 모습이 별로 안 보인다. 이런 것이 대도시 모습일텐데 ...

 

도심속인데도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자라고 있고 특별히 그 나무를 보호조치도 해 놓지 않았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모노레일이 머리위를 날라다니고, 사람들은 휴일의 하루를 즐기고 있다.

 

부킷 방탕 플라자라는 곳에 가니 우리나라 톱배우 권상우가 가게 앞의 큰 브로마이드에서 상품을 선전하고 있다. 이 곳은 도매점물건을 파는 곳인지 낮시간에 상점들이 거의 철시되어 있다. 파는 물건도 조금 조악해 보이고 서민들이 이용하는 곳임이 눈에 보인다.

 

천천히 길을 걷다가 야외카페에서 과일 쥬스를 하나 사 마셨는데 별로 맛이 없다. 두리안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없단다. 이 곳에 오기 전부터 과일의 왕이라는 두리안을 먹고 팠는데 어제 수리아 쇼핑센타내에도 두리안을 찾아 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이유인 즉 냄새가 너무 나서 가져다 놓을 수가 없단다. 얼마나 냄새가 지독하기에 과일의 왕을 가져다 놓지 않았을까?

결국 두리안은 떠날 때까지 먹지 못했다. 그 맛이 처음에는 역겹다가 나중에 거의 미칠지경으로 맛있다 하는데..

두리안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꼭 시도해 볼려던 계획을 이루지 못했다.

 

같이 동행하는 직원이 발맛사지 하는 곳에 가고 싶다 해서 내심 꺼렸지만 그다지 불결하지 않다는 설득에 같이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조명에 일인용 소파들이 길게 늘어 서 있고 생각한 처럼 칸막이같은 것은 없었다. 편안하게 앉아 무릎까지 바지를 올리고 맛사지를 하는데 조금 아프다는 느낌 이외에 시원함은 느끼지 못했다. 오래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자에게는 그렇게 발을 주물러 주는 것도 좋은 피로회복제 이리라.

 

업무차 들른 쌍동이 빌딩 로비.

마침 점심시간이라 많은 이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몰려 나오고 어떤 이들은 도시락을 싸들고 다시 빌딩으로 들어간다. 이 곳에서도 전통 말레이지아 복장의 아름다움에 한참 눈을 돌렸다.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의 옷차림이 세련되었듯이 이 빌딩에 있는 여직원들의 아름다운 전통 옷도 좋은 볼거리이다. 이들에게 히잡은 불편함이 아니라 아름다운 원피스와 멋진 조화를 이루는 장식품으로 보일 뿐이다.

 

업무 후에 배가 고파 수리아 쇼핑센타에 있는 식당가를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제법 많은 마담 콴이란 곳에 들어가 자리를 찾는데 옆에 식탁에서 냄비에 무언가를 끓여가며 같이 먹는다. 다른 음식들이야 모두 비슷하지만 조금 특이하게 보여서 저게 뭐냐 했더니 피시헤드라 한다.

생선머리 요리. 그래.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둘이 먹는 것이니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피시헤드를 주문했다.

앞에 직원이 담배 피는 것도 불편한데 바로 옆에 있는 테이블에 남녀가 거의 줄담배를 피우고 있다.

 

우리나라 신선로요리같이 커다란 냄비밑에 알콜로 열을 가하는 식의 요리가 나왔다. 국자로 생선머리를 들어 보는 순간 기쁨이 감돈다. 이렇게 큰 생선일수가..  생선머리가 거의 참치만큼 크다. 그러니 그 머리에 붙어 있는 생선살만 해도 얼마나 많은지.  네모난 유부가 들어 있고 카레같이 매콤한 국물이 어우러 있는데 국물부터 얼마나 맛있던지 첫 숟갈에 감탄.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 주위에 있는 살들, 그리고 아가미 주변에 있는 생선살...아이고야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하랴. 맛이 점점 깊어갈 수록 나는 양복을 벗고, 넥타이를 풀고

소매를 걷어부치고 빠져 들어갔다. 도무지 더 이상은 먹을 수 없을 거라 하면서도 여전히 내 숟가락은 국물속에 빠져 들어간다. 그러다가 때로는 손가락에 국물이 묻으면 그대로 입으로 손가락을 빨아 먹으니 옆테이블에 있던 다른 이가 나를 보고 엄지 손가락을 쳐든다. 하긴 아랍사람들이 보면 더럽다고 생각하는 왼손으로 음식을 먹을 뿐만 아니라 그 손가락을 입으로 쪽쪽 빨고 있으니 그 들이 보기엔 내가 거의 하류동물수준이리라.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출국전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어 다른 사람이 위험하다고 경고한 차이나 타운을 가기로 했다. 대낮인데 어떠랴.

 

인도인이 운전하는 허름한 택시를 타고 지나치는 거리 모습에 하얀 교복에 흰 색깔의 히잡을 쓴 여학생들의 옷차림이 깔끔해 보인다. 남자들 옷차림은 무척 허름해 보인다. 자세히 보니 거의 모두 인도인들, 파키스탄이나 스리랑카인들... 그 들은 이렇게 전세계의 3류인생으로 지낸다.

 

택시를 내리니 바로 앞에 우리의 남대문시장같은 복잡한 시장이 넓은 골목안에 펼쳐져 있다. 같이 출장 간 젊은 직원의 눈이 휘둥그레 진다. 난 명품에 관심이 별로 없어 브랜드이름들을 거의 모르는데 직원은 짝퉁시계들을 보자마자 정말 이전에 보던거랑 똑같다며 감탄한다. 이 곳은 짝퉁의 천국이다. 주로 시계와 선글래스와 핸드백, 가방, 지갑, 벨트 그리고 운동화들.

명품값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어쨋든 거의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판다며 옷깃을 잡아끈다. 모두 인도인으로 보이는데 하나같이 모두 사깃군처럼 보이는건 내 선입견인가?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시장 통로에 진열대를 차려 놓고 물건을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직원은 바쁘다.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면 물건을 집어 보고 흥정하고 처음엔 벨트를 사더니 시계를 샀다. 선글래스를 샀다.. 티셔츠를 샀다. 그러다가 돈이 모자랐다. 인근에 은행에 가서 무인 출납기에서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다시 시장통으로 갔다. 시계를 2개 더 샀다.  난 물건을 보는 것보다 그 직원을 보는게 더 즐거웠다. 롤렉스 시계를 싸게 사 놓고도 더 흥정해서 살껄 하며 후회하기도 하고 다른 집에 가니 더 싸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의 모습을 보는게 어찌나 즐거운지..

 

이 곳도 남대문시장의 장삿군들처럼 도무지 손님이 요구하는 가격에 팔면 안 될 것처럼 하다가도 손님이 그냥 돌아서 나가면 잡아끌면서 그 가격에 판다. 롤렉스 시계하나 3만원하면 싼건가?

 

종일 돌아다니다가 맥도날드에 들러 콜라를 한 잔 마셨다. 어느 나라를 가던 맥도날드의 내부는 깨끗한 편인데 이곳은 차이나 타운이라 그런지 허름한 모습이다.

 

혹시 이 곳에서 두리안을 먹을 수 있지 않나 하고 기웃거렸는데 두리안 말린 것밖에 파는 게 없어 포기. 얼마나 냄새가 고약하기에 그럴까?

 

길을 가다가 골목의 허름한 상가로 들어가고픈데 용기가 나지 않는다. 혼자라면 들어갔을까? 

 

문신을 하는 가게 안에 사람들이 많다. 시장통이라 그런지 이런 저런 먹거리도 많이 보이는데 이미 늦은 오후에 먹은 피시헤드로 배가 많이 불러 도무지 더 들어갈 틈이 없다. 너무 미련한 짓을 했나 보다. 조금씩 여러 종류를 먹을 것을..

 

출국을 위해 공항에 나와 체크인 하고 VIP 라운지로 들어가 샤워를 즐겼다. 모두 씻어 버렸다. 다시 새로운 색깔로 채우기 위해..

 

또 새로운 여행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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