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유럽방문기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

carmina 2013. 12. 5. 17:14

 

도르트문트의 크리스마스 마켓 (2008. 12)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특별히 시내 중심부에 공간을 이용해 크리스마스 축제를 벌이게 해주는 도시가 얼마나 있을까?  3주간 열린다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궁금해지는 터에 미팅하던 현지 업체의 한 명이 우리를 저녁에 그곳으로 안내해 준다 한다. 얼씨구나 좋을씨고.. 그 곳에 가면 세계에서 제일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다한다.

 

일찍 어두워진 도르트문트의 거리 밤거리도 썰렁하다. 호텔로 차를 가지고 온 독일인이 내 양복입은 모습을 보고 점퍼하나 빌려주겠느냐며 얘기하기에 안에 두터운 것 입어서 괜찮을거라고 오기를 부리며 얘기는 했지만 뺨에 닿는 밤공기가 쌀쌀함을 느낀다. 같이 미팅한 멕시코인은 그래도 춥지 않게 제법 두터운 외투를 껴 입고 나왔다.

 

밤거리를 달려 커다란 쇼핑센타에 주차하고 어두운 거리를 나오니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다. 이 곳에 무슨 시장이 선다고 그럴까.  그러나 어두컴컴한 빌딩 모서리를 지나자 마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 있다. 찬란한 크리스마스 등들이 임시로 만들었다는 상가를 밝게 비치고 있고, 가설 상가라 하지만 마치 영구적으로 쓸만큼 튼튼한 점포다. 모습도 유럽의 전형적인 지붕 모양을 하고 모두 나름대로 열심히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을 가게의 지붕에 그리고 상가 주위에 장식해 놓았다. 

 

 

사진기를 꺼내들고 얼른 한장 찍는 사이, 같이 가던 일행을 찾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우리를 안내하는 독일인이 키가 커서인지 그 군중속에서 금방 찾을 수 있어 다행이다. 원래 저녁식사를 위한 오늘 저녁 나들이지만 저녁 먹기전에 특별한 곳을 가야한단다. 길을 가다가 땅콩 같은 것을 파는 가게에서 무언가를 한봉지 사서 종이로 밀봉한 채 들고 있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모두 서서 무언가를 마시는 곳에 들어가 겨우 빈 탁자 하나 둘러 서 있다. 탁자가 있어도 모두 서서 마시는 탁자형태로 되어 있다. 사람들이 에워싸서 잘 안 보이지만, 음료수를 파는 곳의 모습도 정말 그럴 듯하다. 말로 설명못하니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이거 마셔 보라고 권하는데..  ?  이게 뭐지?  색깔은 와인 색인데 따뜻하다. 이 것이 그루바인 (Gluhwein) 즉 따뜻한 와인이라 한다. 이곳 사람들은 크리스마때만 이렇게 그루바인을 마신다고 한다. 향이 좋고 무엇을 넣었는지 모르지만 상큼하고 알코올농도는 일반 와인보다 조금 약한 것 같다. 하긴 알코올기가 증발되었겠지.

 

 

 

그리고 아까 땅콩가게에서 산 종이 봉투를 여는데 그 안에 우리네 땅콩범벅처럼 생긴 아몬드를 통째로 가미했는데 이걸 데워서 만들었는지 따뜻하다. 이것도 별미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우리같이 특별하게 무늬가 그려진 잔에 그루바인 혹은 커피를 들 잔을 가지고 삼삼오오 둘러선 채로 이야기를 나눈다. 왜 아이들이 안 보일까?  궁금해서 물어 보니 이 곳은 거의 모두 직장에서 일을 마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이 곳에 모인단다.

 

웃고 떠들고 즐기지만 와인을 마구 마셔대는 사람은 없다. 모두 그저 컵 하나놓고 술을 즐긴다기 보다 이야기를 즐기고 이 아름다운 밤을 즐기는 것 같다.

 

달콤한 와인에 기분이 좋아 마냥 즐거운데 어느 새 바닥이 보인다. 그러나 더 추가로 더 요청하지는 않고 식사하러 가잔다. 가는 길에 몇 군데 이렇게 그루바인 파는 곳이 보인다.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몰려 다니고 모두 두터운 옷 차림이다. 멋진 모자로 기분을 낸 사람들이 많고, 주로 나이가 든 사람들이 이 곳을 주로 찾는다. 왜 아이들이 안 보이느냐고 했더니 아이들은 이 시간에 부모님과 같이 다니지 않는단다.

 

어느 모퉁이를 돌아가니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앞에 우뚝 서있다. 맨 꼭대기에 천사모습이 보이고.. 화려하지만 소박하게 보인다.

 

 

사람들의 숲을 뚫고 다니다 보니 다시 어두컴컴한 길. 어디로 가는 걸까. 주차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이렇게 걸어가니 이해해 달란다. 제법 큰 오피스건물같은데 전등이 하나도 켜있지 않고 저쪽 끝에 조금 환한 곳이 있다 싶어 따라 들어갔는데 그 안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조명이 밝고 사람들이 가득 모여 앉아 있다.

 

마치 주인공을 위해 사람들이 이동해가며 연극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영화 트루먼쇼 같다고나 할까. 갑자기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들어왔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자리를 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으니 씩씩하게 다가 온 웨이터가 얼른 탁자와 의자 3개를 가져다 준다. 주위엔 직장동료로 보이는 사람들, 부부 모임들, 소곤 소곤 이야기하기도 하고 젊은애들이 모인 테이블에선 웃고 떠들고..

 

 

무슨 맥주를 마시겠느냐기에 무조건 독일 정통 맥주를 달라 했더니 흑맥주를 가져다 준다. 멕시코에서 늘 네그라 모델로 흑맥주를 마셨는데 여기서도 흑맥주. 좋다 맛이 좋다. 하이트나 카스 혹은 생맥주 집에서 파는 거품 많은 생맥주하고는 맛을 비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맛이 있다.

 

식사는? 하고 묻기에 독일 정통 돼지고기 요리를 주문해 달라 했다. . 먹음직스럽게 나온 돼지고기 두 조각이 군침을 돌게 한다. 그리고 탁구공같이 생긴 하얀 볼. 이게 뭐지? 물어보니 감자를 으깨어 다른 맛으로 만들었다. 조금 잘라 먹어보니 이것도 꿀맛이다. 감자 두 개중 한 개를 멕시코 인에게 주며 먹어보라 했더니 맛있다고 감탄한다.

 

돼지고기 두 조각이 나왔는데 멕시코 인이 시킨 돼지고기 요리도 사이드 메뉴만 다를 뿐 비슷한 맛일까봐 주지 않았다.

 

원래 내일 오전에 미팅을 할 지도 모른다 해서 하루 일정을 더 잡아 놓았는데 오늘 미팅 결과가 좋고 아까 독일 회사에서 이미 결정을 내려 버렸기에 내일 미팅은 안해도 된단다. 같이 미팅에 참석한 멕시코인도 내일 미팅이 있으면 귀국스케쥴을 연기할려다가 잘 되었다며 좋아한다.

 

식사를 다 마칠 때쯤 독일인이 계산하러 가는 듯하더니 나무 박스로 만든 선물상자 2개를 들고온다. 이게 뭐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열어보니 이 곳에서 만든 맥주 한 병 그리고 이 곳의 브랜드가 새겨진 유리잔. 너무 고맙네.

 

늦은 시간에 들어와 맥주 두 잔에 알딸딸해 얼른 자 버렸다. 내일 그 곳에 다시 가보기로 하고..

 

다음 날 아침.

오후 2에 이 곳을 떠나면 될 것 같아 체크아웃하고 가방을 호텔에 맡기고 기차를 타러 카메라만 하나 달랑 들고 나왔다. 외투를 안 가져 온 것이 계속 후회되네. 춥다. 옷 몇 개를 껴 입었지만 그래도 남들이 나를 보고 춥지 않느냐며 묻는다.

 

호텔 종업원은 기차역이 바로 옆에 있다고 가르쳐 주었는데 기차역이 안 보인다. 길 모퉁이에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었다. Railway Station 이 어디 있느냐 했더니, 저 밑으로 가라 한다. 씩씩하게 내려가다 보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도무지 기차역이 있을 만한 거리가 아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다시 물었다. 기차역을 가르쳐 달라 했더니 역을 가르쳐 주고는 영어를 조금 아는지 나보고 어디서 왔느냐며 영어로 묻는다.

 

기차역은 바로 앞에 있는데 역 건물이 없다. 그래서 못 찾았구나. 길건너 가기 위해 육교를 올라가는데 육교가 마치 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같이 생겼다. 아마 자전거로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 역엔 행인도 별로 없다. 역 이름도 안 보이고.  마침 한 명이 기다리고 있어 티켓을 어디서 사느냐 했더니 저 끝에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라 한다.

 

 

자판기 앞에 섰지만 도대체 까막눈이다. 뭐가 뭔지 도무지 한 글자도 못알아 보겠다. 이걸 어쩌나.  가만히 보니 역 이름이 알파벳 순으로 되어 있고 A, B, C, D 등급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가격도 다를텐데 내가 갈려는 역 이름이 안 보인다. 나보고 어찌하라고.. 

 

한 참을 기다리니 잘 생긴 남자 하나 지나간다.

나 좀 도와줘. 호텔에서 이걸 줬는데 도무지 모르겠어.

친절도 하지. 요금은 얼마이고 자기가 조작해 준다.

오케이 탱큐. 2.2 유로를 집어 넣으니 티켓이 한 장 떨어진다.

이거 그냥 가지고 타면 되나요?

아니, 여기에 넣어 보세요. 주차 계산서의 기둥같이 생긴 곳에 티켓을 넣으니 시간이 찍힌다.

 

기차를 타도 표를 검사하는 이도 없다. 그냥 양심에 맡기는 것일 뿐.

 

기차를 타니 유모차를 가지고 탄 엄마들이 많다. 한국에서는 도무지 보기 힘든 광경. 과연 한국에서 유모차를 가지고 전철타는 엄마들이 있을까? 계단으로만 되어 있는 전철역은 이런 편의를 도무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니 애기가 있으면 집에만 묶여 지내는 불쌍한 한국의 엄마들.

 

모든 사람들의 옷차림이 완전무장이다. 애기도 청년도,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 나 양복입었다. ? 초라하게 보여?  무슨 얘기야..이거 좋은 양복이야.

 

호텔에서 가지고 온 전철 안내서대로 전철 표시판을 보고 내렸다. 사람들의 뒤를 따라 Ausgang (출구) 라는 표시를 따라 지상에 올라오니, 어젯밤 어둠속에선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펼쳐진다. 많은 사람들. 내가 내린 곳이 도심지 한 복판인지 쇼핑센타가 많고, 사람들은 무리지어 다닌다.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돌아다니는 꼬마들, 아이들에겐 호기심도 많다. 만져보고 물어보고, 선생님 얘기보다는 주위에 있는 것들이 더 재미있고..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을씨년스런 날씨, 모든 사람들은 완전무장했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특히 눈을 끄는 것들은 노년의 부부들. 어쩜 그리 둘다 멋있게 아니 전혀 촌티나지 않게 옷을 차려 입고 둘이 꼭 손을 잡고 다니는지..

 

세계 최대 크리스마스 트리를 찾으러 다니는데 내가 가는 길에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것 보이 이 길은 아닌 것 같다. 다시 오던 길을 뒤돌아 아주 천천히 길을 걷는다. 때로는 사람들이 몰려 들어가는 쇼핑센타에 들어가 마치 우리네 용산 전자상가 같은 곳도 돌아다녀 보고, 우리 브랜드를 찾아 보기도 한다.

 

독일엔 아니 이 지역엔 아직 이민족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만 가도 흑인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 곳은 아주 가끔 보일 뿐이다. 그러나 무슬림이 많은 듯 머플러로 머리카락을 가린 여자들이 많이 보인다.

 

 

거리 중간 쯤에 대형 촛불을 세운 조형물이 보이고 사람들이 그 쪽에서 많이 몰려 온다. 저 곳은 뭘까?  제일 좋은 방법은 사람들의 뒤를 따라 다니는게 현명한 방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따라 다니다 보니 어제 밤 그 장소가 나온다. 어제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카메라를 들이대며 자세히 바라본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지는 쏘세지에 침이 꼴깍 넘어가지만..아서라..아침 먹은 지가 언제라고 벌써 껄떡거리냐.

 

 

우선은 한기가 느껴지니까 뜨거운 와인 마시러 가야지. 어제의 장소를 찾아 가니 어젯밤처럼 사람은 많이 없어도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삼삼 오오 몰려 있다.

 

 

 

그루와인을 한 잔 시키며 가격을 물었더니 4유로인데 잔을 돌려 주면 2유로를 돌려준단다. 주문 받으며 무얼 무얼 넣어줄거냐고 물어보기에 그냥 대충 달라했다. 물어보는 종류가 모두 술이다. 아마 위스키로 칵테일하는 것 같다. 뜨거운 그루와인의 김이 코에 확 들어온다.

 

 

가만히 입대어 맛보니 그래 이 맛이야. 컵도 제대로 만든 컵이다. 해마다 늘 새로 만드는지 2008년 축제라고 써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지만 내부에만 있는 종업원들의 눈길이 모두 손님에게 집중되어 있어 주문이 밀리는 경우가 없다.

 

 

와인잔을 앞에 놓고 옆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아가씨들에게 사진 한 장 찍어달라 부탁했다. 어떤 아가씨들 무리지어 마신 잔을 반납하는데 모두 더치페이인지 각각 2유로씩 받아 간다. 누군가 그랬다. 음식은 더치페이를 해야 맛있다고. 그래 음식은 남 눈치 안 보고 내 돈 내고 떳떳하게 먹어야 맛있는 법.     

 

그 모습을 사진 찍었다고 자기들 사진 찍었다고 마구 웃는다. 귀여운 것들.

 

바닥에 빨간 물기가 안 보일 때까지 잔을 비우고는 다시 천천히 걸어 나왔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봐야지.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건데.  그런데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으니 왜 그럴까? 지난 가는 젊은이에게 길을 물었다. 영어를 모르는 듯. 그러나 자신있게 설명한다.

레프트 앤드 레프트.

오케이.

이런 짧은 영어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가르쳐 준대로 빌딩을 돌아가니 어제 밤에 본 대형 트리. 건물 사이에 숨어 있다. 대형 촛불 모형이 있고 높은 곳에 천사가 하늘로 날아 갈 듯 보인다. 낮시간이라 반짝이는 모습은 없지만 궁금한 것이 저기 나무들이 진짜 나무인가 할까 하는 생각. 그런데 아무리 봐도 촛불 외엔 나머지는 모두 진짜 나무로 보인다. 비록 여러 개의 나뭇가지를 조합해 놓긴 했지만 분명히 프라스틱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곳에서 크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오히려 우스워 보인다. 차라리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트리라면 모를까.

 

 

가게들의 유형들을 보니, 크리스마스 장식물을 파는 곳이 많고, 음식, 각종 양초들, 나무 조형들, 귀금속 같은 선물용품들 등 모두 크리스마스에 필요한 것들로 상품들을 제한한 것이 보인다. 그래도 한 두 군데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간이 놀이터도 준비되어 있어 모든 것들이 오래 전부터 이어 온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인근의 대형 쇼핑센타도 가득한데 크리스마스 특별 세일을 하는지 사람들이 밖에도 안에도 가득하다. 우리 나라 백화점 같으면 세일이라는 표시들이 눈에 어지럽도록 여기 저기 붙여 놓았을터인데 이곳은 거의 그런 것들이 안 보인다. 몇 프로 세일이라고 써 놓긴 했어도 그다지 크지 않게 써 놓았고, 가까이 가서 금액표를 봐야만 알 정도로 호소력이 약하다.

 

그러고 보니 유럽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느껴지는게 있는데 모든 심볼들의 사이즈가 작다. 열차 안의 좌석 번호표도 가까이 가야 겨우 알 정도, 대형 입간판도 별로 없고, 길 가의 유명 쇼핑센터도 어느 곳 하나 어지럽게 유리 창에 덕지 덕지 세일 구호를 붙여 놓은 것은 보지 못했다.

 

우리가 그런 것에 익숙해서인지 오히려 그렇게 안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정도로 우린 나름대로의 전통을 만들어 갔다.  자기 것을 소리쳐 주장하지 않으면 피해를 보는 우리네 사고방식이 거리를 어지럽게 만들고 시끄럽게 만들고, 복잡하게 만들고, 예절을 잃어버리며 사는 것 같다.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이름 붙여질 때만 해도 한국은 욕심이 없는 선비의 나라였는데 이제는 감히 예의라는 단어를 앞에 내세울 만큼 우리는 조용하지 않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 백화점을 들어가 누구에게 묻지 않고 화장실을 찾았는데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분명 1층에는 없더라도 2층이나 3층에 있을텐데 왜 안 보일까. 안되겠다 싶어 점원에게 물어보니, 4층에 있다 하네. 거참 신기해라 왜 화장실을 그렇게 만들어 놓지 않았지? 이유를 추측할 수가 없다.

 

의류들은 우리보다 많이 비싼 것 같고 유로화로 표시된 다른 제품들도 가격이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한 참 높다.

 

종업원들의 표정도 그다지 의도적으로 친절하진 않지만 눈을 마주치면 꼭 웃어주어 기분좋게 한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대부분의 부부들로 옷차림이 비슷하다. 두터운 점퍼, 넥타이 맨 사람들 거의 없고, 모자로 멋을 냈다. 부부가 같이 비슷한 중절모를 썼는데 얼마나 보기 좋던지.. 조금 전 백화점에서도 이런 모자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나왔다. 어디가서 튀는 모습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아내의 등살에 모자를 산다해도 장식품이 될 것만 같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휠체어가 많다 함은 휠체어가 돌아다니는데 도로 사정이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겠지.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외모가 별로 추해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한국에 이런 행사가 있어 아줌마 부대를 모이면 너무 하나같이 라면 머리, 구부정한 허리, 그리고 대개 부부의 모습이 아닌 여자들만의 모습 혹은 나이든 아저씨들만의 모습.

 

우리도 어른들을 위한 팻션쇼 같은 것을 기획해서 나이들어도 멋있게 옷을 입고 우아하게 생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회운동 하나 만들면 어떨까,

 

이젠 먹어야지. 한국에도 장터 음식이 맛있으니 이 곳도 맛있을거야. 점심때가 되어서인지 음식을 파는 곳 주변에는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 선 채로 무언가를 먹고 있다. 그런데 그 들의 먹는 것은 거의 다 빵과 소시지를 넣은 것이 전부다. 간혹 스테이크 같은 것도 있지만 그것도 우리네 호떡같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어디에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은 없고 식탁이 있어도 모두 선 채로 먹어야 하는 키가 높은 식탁이다.

 

 

먹거리도 그런 것만 제한해 놓은 건지 아니면 이들의 먹거리는 늘 이런 것만 먹는지 종류가 많지 않다 보니 돌아다니는 쓰레기도 별로 없다. 특히 어디에도 비닐쪼가리가 돌아다니는 것이 안 보이고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가도 도로는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다. 사람들은 먹고난 음식의 포장물들 함부로 아무곳에나 버리지 않는다. 우리네 상식으로는 분명 이런 장터 구석 구석에는 누군가 땅에 버려진 무더기 쓰레기들이 보여야 하는데 왜 안 보일까? 

 

그러고 보니 누구도 음료수를 들고 다니면 마시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빈 병을 버리는 사람이 없고, 그런 음료수를 파는 곳도 거의 없다. 소방수같이 차려 입은 남자 두 명이 조그만 양동이 하나를 들고 씩씩하게 길을 걷다가 바닥에 휴지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을 보더니 집게로 그것을 집어 통에 넣는다. 아하.. 그렇구나.. 함부로 버리지도 않을 뿐더러 버린 것들이 바닥에 돌아다니지 않도록 얼른 와서 처리한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의 복장이나 얼굴 모습도 별로 구차해 보이지 않고, 어디에도 구차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없다. 쇼핑센터 거리에 한 명의 거지를 보았다. 노숙자일터인데 얼굴이 야위어서 거의 광대뼈 밖에 안 보일 정도로 추운지 두터운 모포를 몸을 감쌌지만 그 노숙자의 손에는 휴대용 대형 카셋트를 가지고 음악을 듣고 있다. 놀라운 노숙자의 모습.

 

간혹 건물 모퉁이 돌아 갈 때 마다 거리의 악사들이 보인다. 흑인 한 명이 기타를 치며 악을 쓰고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그 노래도 내가 듣는 한 무척 수준 급이다. 기타 치는 솜씨도 그렇고 이 추운 날 기타치면 손이 시려서 제대로 포지션 잡기도 힘들텐데 그 노래가 끊이지 않는다.

 

 

어코디언을 치는 사람도 노래는 안하지만 흥겨운 라틴 음악을 연주한다. 이것도 수준급이다.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에 구걸을 바라는 사람이 당연히 있겠지만 이 곳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안보여 이상할 정도.

 

먹거리 이야기하다가 주제가 다른 곳으로 새 버렸다.

하나를 많이 먹지 말아야지. 제일 먹고 싶은 것이 쏘시지. 먹음직스럽게 숯불로 굽는 쏘시지의 크기도 장난이 아니다. 길이가 거의 어른 팔 길이만큼 길고 굵기도 만만치 않다. 저걸 어떻게 먹는가 보았더니 거의 모두다 빵을 가운데 잘라 그 사이에 긴 쏘시지를 두 개 토막으로 잘라 넣고 그 위에 겨자나 캐첩을 뿌려 먹는다. 그러니 당연히 빵 길이보다 쏘시지길이가 길어 우선 쏘시지부터 먹어가다가 빵과 함께 먹는다.

 

 

 

빵을 같이 먹으면 너무 배가 불러 다른 것들을 먹지 못할까봐 눈치만 보다가 어떤 이가 쏘시지를 잘라 소스를 부운 것을 사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똑 같은 달라 하면서 이름이 무엇이냐 했더니 커리 쏘시지가 한다. 인도 커리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먹어보자. 양도 별로 많지 않고 쏘시지위에 부은 소스도 달콤하다. 또 위에 뿌려진 커리가루도 조금 매콤하긴 하지만 매콤함 속에 달콤함이 숨어 있다. 그래 이 맛도 좋다.

 

그러나 본격 쏘시지를 먹고 싶어 다른 곳으로 기웃거리다가 중간 정도의 잘 익은 쏘시지를 하나 달라 하고 빵은 필요없다 했다. 겨자 소스병이 있기에 손을 집었더니 그거말고 앞에 매달린 것을 이용하란다. 점포 양 옆에 유명한 하인즈상표의 겨자와 케찹을 커다란 통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마치 치약처럼 짜서 쏘시지위에 뿌린다. 그러니 겨자나오는 부분의 끝이 지저분하지 않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서서 식사해도 포장지를 별로 안쓰고 손으로 빵을 먹으니 남는 것이 없고 소스가 뿌려진 음식을 먹을 때도 먹는 곳 바로 앞에 커다란 통이 있고 그 통위에 조그만 구멍 하나만을 뚫어 먹고 남은 것을 버리게 되어 있어 흩날리는 쓰레기들이 없다. 그리고 그 쓰레기통이 넘쳐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런 것을 볼 때 참으로 놀란 축제의 기획력이 보인다.

 

 

부슬 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라도 왔으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비 올 것을 별로 예상하지 못한 듯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내가 다시 기차를 타고 올 때 쯤에는 제법 빗방울이 굵어졌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비를 맞고 다녔다.

 

이제 배는 고프지 않을 정도로 요기는 했지만 무언가 색다른 것을 찾는 배불뚝이 나는 욕심이 한이 없다. 무엇을 먹어볼까. 어느 곳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뭘까?  . 이것도 괜찮다. 보통 양식 먹을 때 사이드 메뉴로 나오는 통감자를 십자로 잘라 그 안에 버터를 넣고 먹는 기막힌 맛이 좋은데 이 곳에서도 양식당에서 나오는 감자보다 더 큰 감자를 잘라 그 안에 손님이 원하는 소스를 얹어 준다. 아이스크림 같고 마요네즈나 혹은 샐러드 같은 얹어 준다. 올커니 저걸 먹어 보자.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내 뒤에 서 있는 나이 든 아저씨가 코트도 없이 어찌 돌아다니며 묻고는 나보고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코리아라 했더니 무척 반가와 한다. 자기는 음악기획자인데 얼마 전 이 곳에서 한국 피아니스트를 위해 콘서트를 마련했단다. 한국사람의 이름을 물으니 잘 기억못하는 것으로 보아 이름이 어려웠거나 별로 유명하지 않은 연주자인 듯.

 

이 감자 집 앞의 식탁에는 사람들이 많아 옆에 그루바인을 파는 곳의 탁자로 내 감자를 가지고 갔는데 이 사람도 일부러 다른 사람들을 비집고 내 옆으로 와서 선다. 감자도 맛있지만 이 사람과의 이야기도 즐겁다.

 

이 곳에 음악을 전공하는 한국학생들이 많다 한다. 나도 내 가족들이 모두 음악 전공한다 했더니 별로 놀라지 않는다. 아마 영어를 잘 모르는 듯..

 

파삭파삭한 맛있는 감자를 먹다가 너무 배가 불러 밑에 조금 남기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이고. 이젠 더 못 먹겠다.

 

먼 곳에서 온 듯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따라 나온 아이들 무리들은 마냥 신나기만 하다. 먹는 것도 즐겁고, 물건 가게 기웃거리며 보며 깔깔거리길 좋아한다. 동화의 주인공들을 모델로 만들어 놓은 간이 전시장에 모여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어린 아이들은 선생님 설명보다는 낯선 이들의 기웃거림이 더 신기해 보이는지 나를 보고 웃는다.

 

축제.. 이런 것이 축제야.

 

오늘 낮에는 어제 밤처럼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반해 어제 밤에 보이지 않던 애들과 젊은 애들이 많아 좋다.

 

이제 갈 시간. 크리스마스 시즌에 출장 나온 것도 큰 행운이고 이 전에 도르트문트를 와 본 직원이 이 곳은 아무 것도 볼게 없다고 투덜거렸는데 나에게 이런 기회가 생기니 얼마나 행운인지..

 

아마 이런 종류의 크리스마스축제가 이 곳 도르트문트에서만 열리는 것은 아니리라. 유럽 어느 곳을 가도 이와 비슷한 장터가 생기는 것 같다. 우리네 생활 풍습으로는 거리 곳곳에 이런 축제가 있다고 광고를 하는 편인데 이 곳 뿐만 아니고 모든 곳에서도 그런 알림 플랑카드나 벽보는 없을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이런 축제는 항상 같은 시기에 열려지는 당연한 전통이니 굳이 크게 알리지 않아도 모두 모여 즐기는 일상의 일일 것이다.

 

유럽의 겨울날은 여행하기에 적당한 계절이 아니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니까.. 그래서인지 이번 출장기간 중에는 공항 이외에는 거의 한국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아니 이번 크리스마스 축제기간 동안에는 거의 외국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런 것은 관광꺼리가 안되는 것인지..  그 들의 일상을 보는 것이 진정 바람직한 여행이 아닐까?

 

유럽은 확실히 동방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그들의 문화와 풍습과 멋스러움..

여행은 즐겁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우리가 보기에는 이상하지만 그들에게는 평범한 것들. 다른 문화, 다른 모습. 다른 먹거리, 다른 생활 양식들

 

Thank You, My Curiosity, My Diligency, My Appetite, My Familiarity, My Challengy, My poor English, My Health, My Chance, My Serendipity, My Fortune, My Company, and so on.

 

 

 

 

 

 

 

 

 

 

 

 

 

 

 

 

 

 

 

 

 

 

 

 

 

 

 

 

 

 

 

 

 

 

 

 

 

 

 

'해외여행기 > 유럽방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터키 이스탄불  (0) 2013.12.05
독일 방문  (0) 2013.12.05
로마 2008년  (0) 2013.12.05
유럽음악여행  (0) 2013.12.05
로마  (0) 201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