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제주도올레길

올레길 16코스

carmina 2014. 1. 23. 09:16

 

 

올레길 16코스 (2014. 1. 15)

 

16코스 출발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제 밤 하루 묵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그냥 아침에 여기서부터 출발해도 될 것을 그저 코스 완주라는 욕심때문에

일부러 먼 곳 까지 가서 긴 시간 땀흘리고 걸어서 제자리로 왔다.

 

조영한 고내포구. 비록 떠밀려온 쓰레기가 해변에 출렁거리지만

바닷물은 바닥이 보일정도로 투명하다.

 

고내포구 해변을 따라 비탈진 차도로 걷다가 보니 길 옆에 망고쥬스와

커피를 파는 예쁜 카페가 있다.

그냥 지나칠려 하다가 메뉴 중에 뱅쇼가 보여 무조건 들어갔다.

겨울에만 마시는 따뜻한 와인을 프랑스에서는 뱅쇼라 하고

독일에서는 그뤼바인이라 한다. 몸에 감기기운도 있어 이런 차가 간절했는데

카페가 예쁜서인지 안에 아가씨들이 잔뜩 모여 커피를 즐기고 있다.

아가씨들 4명이 렌터카 한대로 제주여행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뱅쇼를 머그컵에 마셔야 좋은데 테이크아웃용 비닐팩에 주지만

그래도 따뜻한 와인을 파란 바다를 보면서 마시니 잠간의 행복을 느낀다.

 

언덕길을 올라가 절벽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망망대해에 이태리의 바다처럼 그림같은 배들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 전망이 좋아서 이 곳에 오니 사람들 구경을 할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는 높은 언덕에 각종 기념비와 특색있는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보았던 장면을 재현할 수 있는 뱃머리에 젊은 연인들이 몰릴 것 같다.

수평선에 섬하나 없이 보이는 깨끗한 바다. 마치 평면 티브이를 선전하는 모광고처럼

선이 날렵하기 그지없다.

 

구비 구비 이어지는 해안절벽만 봐도 절경이라 사람들은 차를 타고 가다가 수시로

빈 공터에 차를 세우고 가족들끼리 우르르 차에서 내려 감탄하며 바다를 본다.

또는 낚싯꾼들이 절벽 아래 가까이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삼매에 빠져 있다.

 

길을 가다 문득 화장실이 가고파 군 초소가 있기에 부탁하니 초병이 안에 보고를 마친 후

이름과 연락처를 적고 부대안에 들어가 일을 보게 한다. 핑계김에 군 내부 화장실을 보니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었다.

 

언덕위에 포장마차가 있어 문득 라면이 먹고 싶어 더 가면 맛있는 것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점심은 라면으로 대신했다.

 

언덕 아래는 아마 재선충 걸린 나무들을 잘라서 모아 놓은 듯 산더미같이 많은 나무들이

어디론가 보낼려는지 쌓아 놓고 있다.

 

길을 가면서 바닷가에 여기 저기 돌담으로 울타리를 쳐 놓은 곳이 있던데

설명을 읽어보니 마을의 공동어장으로 관리한다. 그 안에서 소라 전복등을

보관하는 것 같다.

 

또한 바닷가의 평평한 바위를 이용하여 소금을 생산했는데 그런 장소를 소금빌레라

부른다. 그런 장소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비록 대규모는 아니지만 소금을 구매해서

쓰지 않을 정도의 양은 되는 것 같았다. 바닷가 횟집은 해녀복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

직접 고기를 잡아 판매하는 듯 벗어 놓은 해녀복을 말리고 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제주도는 하나의 커다란 동물원같다. 수없이 기기묘묘한 용암바위들이

각종 동물 모양을 하고 있어 조금 이상하게 생긴 돌은 이 각도 저 각도로 달리 보면

두꺼비, 코끼리, 거북이, 공룡 등의 모양이 보이곤 한다.

 

어느 절벽에서는 고래를 볼 수 있다는 전망대가 있어 한 참을 움직이지 않고

먼 바다를 응시했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잔잔한 수면 밖에 없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언젠가 내가 묵었던 동양콘도가 나오고 그 앞 거리도

그간 많이 변화된 것이 보인다.

 

여기에서 바닷가를 벗어나 내륙 마을로 들어간다. 어촌은 어촌대로 농촌은 농촌대로

누구나 삶이 바쁘고 농촌 구석 구석에도 농부위 수확물들이 널려 있다.

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유쾌한 팝송이 흘러 나온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어느 비닐

하우스에 일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일을 하고 있다.

 

내륙으로 더 들어가니 수산봉을 오른다. 평평한 길로 가다가 갑자기 급한

나무 계단을 만나 허위 허위 올라가니 넓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운동시설들을

이용하고 있다. 수산봉 꼭대기에서 잠시 쉰 후 내려가는 호젓한 길에서 이상한

나무를 보았다. 소나무를 휘감고 올라가는 등나무의 밑을 잘라 버렸다.

 

아..맞다. 요즘 산에서 등나무들이 소나무들을 휘감고 올라가 고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렇게 밑둥을 잘라 버리면 문제 해결이 되는구나. 이 방법을 다른 곳에도 알려 줘야지.

여기도 안타깝지만 무수히 많은 병든 나무들이 밑둥부터 잘려져 있다.

이게 자연 스스로의 치유법인가. 생존의 법인가? 적자생존의 법칙.

 

맞은 편에서 나처럼 혼자 걷는 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오늘 저녁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난 밤 묵었다는데 평판이 안 좋아서

급히 다른 곳으로 바꾸었다. 하긴 그 곳을 가는 교통편도 나빴다.

 

언덕을 내려와 큰 길가에 아주 거대한 나무한 그루가 뻗어 나간 가지들이 무거워

버팀목들에 의지해 간신히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눈이 내리면 나무가 곰같이 생겼다 해서

곰솔이라고 이름붙인 수산리 천연기념물인 이 나무는 수령이 약 400년.

 

조용한 도로를 휘 돌아가니 넓은 수산 저수지에 오리들이 평온하게 물결처럼 흘러가고 있다.

둑 위에 셀카 하나 찍고 나도 오리처럼 둑 잔디에 누워 한없는 평화를 누려본다.

 

둑을 지나 오른편 마을로 가는 길에 마주오는 올레꾼 한 명을 만났는데 얼굴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어느 모퉁이를 돌아가다가 말 목장의 둘레에서 풀을 뜯는 말의 커다란

눈과 마주쳤다. 말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말 목장에는 커다란 무우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왜 당근은 없는 것일까?

 

마을길을 벗어나니 갑자기 큰 도로가 나타나는데 막 도로 공사중인데 아무리 봐도

주위에 올레길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분면 어딘가 있을거야 하고 찾는데

길 저편 숲길에서 배낭을 맨 사람들이 걸어 오고 있다.

 

유수암리 라는 곳은 농촌휴양마을과 제주 항몽유적지로 가는 길은 주요관광지라 그런지

도로도 산책길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주변 숲도 울창하고 숲 사이로 흐르는 깊은 계곡 물도 좋았다.

 

제주항몽유적지는 몽고의 침략에 저항한 삼별초군이 강화도에서 항쟁하다가

배를타고 전라도 진도에 내려와 항거하고 그 이 후 제주도로 건너와 최후의 항쟁을

한 곳이다.

 

강화도 외포리의 망양돈대 앞을 가면 진도개상과 돌하르방이 세워져 있는데

삼별초가 그 곳에서 배를 타고 떠났기에 후에 진도와 제주도에서 상징물을 보내

주었다 한다.

 

이 곳에서도 각종 토목공사가 진행되어 올레길 이정표가 사라져서 애를 먹었다.

포크레인이 나무들을 이동하여 올레길을 막아 놓아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빙 둘러 가기도 했다.

 

16코스의 종착점인 광령1리까지 약 3키로. 천천히 마을 한 가운데로 걸어간다.

어느 집 앞에서 쉬고 있는데 마주오던 차의 운전수가 내게 손을 들어 반갑게 웃는다.

내가 자기 집 앞에 쉬고 있다며 반가워하는 것 같다.

 

특색없는 숲길들을 지나는데 숲 끝 길에 어느 회사의 사무실같은데 개인주택같이

지어 놓았다. 요즘은 벤처기업들이 저렇게 사무실을 편하게 짓는다 하는데

저런 곳에서 일하면 기분도 좋고 창의성도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주택가에서 멀리 않은 곳에 양림사라는 절이 있는데 보통 절에서 보는

각종 입상들을 집의 담에 붙여 놓았다.

 

이제 16코스를 끝냈다. 이 지점에 올레꾼을 위한 안내소와 작은 휴게소가 있다.

들어가 보니 사람은 없고 빈 공간에 잠시 쉬고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도구가 준비되어 있다.

 

예약된 게스트하우스로 가기위해선 버스를 타고 제주 시내로 가야 하는데

버스 시간이 한참 남았기에 인근 은행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쉬고 있으니

은행영업시간이 지나 문을 닫고서도 나를 나가라 하지 않고 커피도 뽑아 주며

친절를 베풀어 준다.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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