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강화도나들길

나들길 17코스 고인돌 탐방길

carmina 2014. 1. 27. 22:33

 

 

나들길 17코스 고인돌 탐방길  (2014 1. 27)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자유의 시간.

제주 올레길을 일주일 다녀온 뒤 입술의 모두 부르터서 일주일을 푹 쉬었다.

그러나 걷기 본능은 주체할 수 없다.

 

당초 또 기차여행을 떠날까 생각했는데 설날을 앞에 두고 있어 내일로기차 패스가

향후 1주일간 사용금지라기에 가까운 강화도로 발을 옮겼다.

 

지난 해 하반기에 4개의 코스를 추가했는데 그 중 2개 코스는 걸어봤지만

나머지 2개 코스는 이미 정기코스나 토요도보에 모두 걸었기에 당분간

그 코스의 단체 걷기는 없을 것 같기에 월요일 아침 홀로 나섰다.

 

나들길 17코스 고인동 탐방길. 역으로 가야 조금 편하다했는데

터미널에서 종착지인 오상리 고인돌 가튼 버스편이 여의차 않아

어쩔 수 없이 정코스를 택했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모두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 나는 그 분들에 비하면 거의 청년뻘 나이다.

 

강화역사박물관의 안내원에게 나들길 17코스를 물으니 잘 모르고 있다.

오늘 월요일은 대체근무라자기에 그러려니 했다.

점골고인돌 가는 길을 물으니 차가 가는 도로를 알려준다.

대부분의 강화사람들은 나들길을 물으면 차가 가는 길을 알려 준다.

하긴 강화사람들이라고 나들길을 실제 걷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큰 길 앞에서 두리번 거리니 길 건너편에 나들길 리본이 팔랑거리고 있다

그러면 그렇지. 길을 건너자마자 조용한 마을길로 들어선다.

마을 사람보다 여기 저기 마당에 묶인 개가 먼저 낯선 길꾼을 반긴다.

서로 다른 집 개들에게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는 듯 집을 지날 때마다

개들이 외침이 끝이 없다.

 

이 추운 날 개울물에서 빨래거리를 잔뜩 가지고 나와 빨래를 헹구는

아줌마에게 오늘 같은 날은 겨울 추위도 아닌 것 같다.

 

이어지는 조용한 마을길을 지나는 끝에 즈음에 숲길로 이어진다.

윗 마을과 아랫마을을 이어주는 작은 길이다.

겨울 낙엽이 두텁게 깔려 걸을 때마다 와삭와삭 거린다.

이런 길이 여름에 걸을 때는 어떤 기분일까?

 

오른 쪽으로 부근리의 황량한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그 끝에 봉천산이

삿갓처럼 들판을 덮고 있다. 이 넓은 평야의 가을을 그려 보니

탄성이 나올 것만 같다.

 

갑자기 차가 다니는 도로가 앞을 막아서는데 이정표가 없다.

버스 정류장에 달린 이정표. 그런데 그 이후로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정자와 느티나무가 있는 골목으로 올라가라는 건가 아니면 어디로?

급기야 길을 잘 아는 토요도보 리더에게 전화해서야 길을 찾았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었을텐데 적어도 나들길은 차도를 걷게 하지 않을 것 같았기에

확실한 발걸음을 할 수 없었다.

 

도로를 따라 가다가 아주 오래된 흙집을 발견했다.

이제껏 나들길 걸으며 본 폐가 중 가장 오래된 폐가같다.

기와의 색깔도 모두 흙색깔이라 마치 보통 기와의 껍데기를 벗겨 놓은 듯한 모습.

저런 집이 저 곳에 오래 버티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강화 역사박물관 앞 부근리 고인돌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큰 점골고인돌이

마치 동물처럼 금방이라도 소리를 내며 앞으로 뛰어나갈 것 같다.

강화의 고인돌은 거의 모두 유네스코에 등록이 되어 있다.

 

도로를 지나 다시 마을길로 들어서는데 이 곳의 집들은 모두 개인 사무실들이다.

도심지 한 복판에 사무실보다 이런 곳의 사무실 생활이 더 편할 것 같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에 굳이 도심지에 사무실을 둘 필요가 없다.

 

추울까봐 한참 껴 입고 왔는데 걸으니 땀이 흐른다.

양지바른 남의 집 계단 앞에 앉아 옷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강화삼거리 고인돌군으로 가는 언덕길.

길 가의 집들마다 모두 케이블TV의 접시 안테나가 걸려 있다.

시골 노인들이 햇빛 좋은 날 양지바른 담밑에 모여 있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모두 저 접시 안테나의 영상에 취해 있을 것이다.

 

고인돌군으로 올라가는 길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아 길이 미끄럽다.

평일이라 사람들이 발길이 뚝 끊겼다.

 

가파른 고갯길의 양쪽 숲속 길가에 크고 작은 고인돌들이 모두

나름대로 번호표에 유네스코 인장을 가졌다.

고인돌의 형태는 보통 알고 있는 테이블형 고인돌보다

그냥 바닥에 뉘어 있는 고인돌이 훨씬 더 많다.

아마 당시는 고인돌의 크기로 신분이나 빈부의 차이를 나타냈을 것이다.

 

사람을 돌 밑에 묻는 선조의 풍습은 아마 시신을 짐승들이나 자연의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이 곳 안내에 의하면 인근에 고인돌을 캐온 채석장의 흔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반 돌로 무덤을 만든것이 아니고 어느 지역의 특별한 돌로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일반 돌인지 고인돌인지 어떻게 알았을까? 모두 밑을 파보았을까?

 

여기저기 고인돌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이 곳이 무덤 지역이었을까?

아니면 고인돌이 서양 사람들의 동네 공동묘지처럼 마을 옆에 있지 않았을까?

이 곳엔 선조들의 고인돌도 현대인들의 묘지도 같이 보인다.

 

고인돌을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고 고인돌 속에 들어 온 것 같다.

그냥 숲 속길의 작은 돌계단도 고인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삼거리 고인돌이라 해서 평지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 길은 강화에서 봄 철쭉으로 유명한 고려산 가는 길이라 산이 가파르다.

나들길에선 이렇게 힘든 길이 없었는데 오늘 혼자서 제대로 고생하고 있다.

 

그러나 올라갈수록 산 아래로 보이는 경치와 산 위로 보이는 숲속의 아름다움에 취해 버린다.

고려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과 적석사로 향하는 길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고려산을 올라가볼까? 그런데 내가 오늘 점심을 언제 먹을지 모른다.

11시경에 시작된 나들길 걷기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고천리 고인돌과 적석사로 향하는 길에 넓은 산책길에 부드러운 흙과 낙엽이 좋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며칠 전 내린 눈들이 낙엽속에서 녹아 잘못 밟으면

넘어져 진흙속에 엉덩이를 쳐 박을 것 같다.

 

비스듬한 경사길 저편에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절룩거리며 영화의 실루엣처럼 올라오고 있다.

오늘 처음보는 길 걷는 사람이다. 고천리 고인돌이 어떤 모습인지 내게 묻는다.

실망스럽겠지만 그다지 큰 고인돌은 아니라 해 주었다.

 

이 숲길이 좋다. 사람들이 많이 다닐 수 있도록 넓은 숲길과 부드러운 낙엽과 흙길이 좋다.

나무들 다듬지않고 그대로 만든 벤치들이 좋고, 나무의 밑을 잘라 등까지 자연스럽게 만든

작은 일인용 쉼터들이 좋다.

 

선조들이 전장터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을 사열하듯 서 있는 키 큰 나무들이 좋고

그 뒤로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들이 좋다.

바위를 밟아도 조심스럽게 밟고 길 옆에 있는 바위들에서도 선조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바위들이 들고 일어날 것 같다.

 

나들길은 어떻게 이 길을 찾아냈을까?

곳곳에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공간들이 있어 좋다.

파란 하늘 밑에 보이는 강화의 여기 저기 사방으로 보이는 산들이

내 시야에 같은 높이에 있어 좋다.

 

산등선에 있는 평평한 길을 가다가 다시 사방으로 갈라지는 이정표에서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나들길 이정표가 사라졌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마침 반대편에서 오는 이가 있어 한참을 서서 강화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김포사는데 강화가 아름다워서 자주 찾는다고..

한가지 불편한 점이라면 교통편이 자주 있지 않아 등산이나 걷기 후

집에 가기가 힘들다 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지도에 나와있는대로 낙조대로 향했다.

평소 5코스를 걸을 때 높게만 보였던 적석사 낙조대가 이제 내 발 아래 있다.

그 낙조대 저편으로 성광수도원 뒷 모습 그리고

희미하게 내가 저수지와 서해와 석모도가 보인다.

과연 이 곳은 서해의 낙조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다.

 

그 곳에서 늘 낙조를 바라보는 불상이 낙조를 바라보고 호들갑떠는 인간의

모습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낙조대를 내려 오니 보이는 적석사에는

커다란 황금색 종과 대웅전 마당에 새해의 소원을 적는 등이 있는데

수없이 많은 소원들이 빼곡하게 빈틈없이  적혀 있다.

내게 소원은 무엇일까?

 

평소 낙조대를 보면서 저 곳에서 낙조를 보고 내려올 때 어두워서 힘들지

않을까 했던 것은 기우였다. 차가 바로 적석사 앞마당까지 가니 낙조를 보고

차로 내려오면 그 뿐이다.

 

적석사 주차장에서 다시 길을 헷갈렸다. 주차장에서 다시 나들길 이정표가 있는데

내가 내려온 길 반대편으로 언덕길로 이어진다. 혹시 차가 올라오는 길이 아니고

숲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을까 해서 올라가 보다가 그게 아닌 것 같아

도로 내려와 버렸다.

 

적석사로 올라가는 길은 너무 가파른 세멘트 길이라

나들길로 걸어 올라오기에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 같다.

걸어 내려가는 길이 다리가 풀려서인지 무척 힘들다. 

눈이나 비가 내려도 힘들 것 같고..

 

조심스럽게 내려와 5코스와 만나는 지점부터 낯익은 길이라

룰루랄라 걷다가 오상리 고인돌에서 완주스탬프를 찍었다.

 

여기서 버스를 탈려면 내가면까지 가야 하는데 그 길도 먼길이다.

아침 8시에 라면하나 먹고 현재 시간 오후 2시 반이다. 족히 3시간 반을 걸었다.

이 상태로 내가면까지 걸어가는 어려울 것 같아

내가 저수지 앞에서 지나가는 공무용 차에게 부탁해 외포리까지 태워달라 했다.

 

마침 혼자 걷는 길이라 외포리에 있는 초등학교 친구가 운영하는 외포리꽃게탕 집에 들러

맛있는 간장게장과 어린 시절의 동심가득한 이야기에 폭 빠져 시간 보내다가

늦은 시간 집으로 오며 오늘 나들길 17코스를 혼자 걷기를 무척 잘했다고 자위해 본다.

 

이제 남은 한 코스도 하루 빨리 걸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