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강화도나들길

강화나들길 18코스 왕골공예마을 가는길

carmina 2014. 1. 10. 14:43



2014. 1. 7 (화요일)

이제껏 나들길은 토요일만 다니다가 지난 달 말로 직장생활을 마치고

올해 초부터 가진 것이 시간밖에 없는 신세인지라 나들길 화요도보를 나섰다.


마침 이번 코스는 최근 새로 개발한 나들길 18코스.
왕골마을 가는 길. 강화도의 특산품 죽의 하나인 화문석은 왕골로 만든다.

강화도 풍물시장의 한 켠에는 왕골제품 만을 판매하는 것도 별로도 구역을 할애해 

특산품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주말에는 강화도 들어가는 버스에 배낭을 멘 사람들이 가득 차 

종점인 터미널까지 들어가는 손님들이 많은데 오늘은 종점까지 듥어가는 사람이 겨우 3명. 
터미널내에도 여행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출발지인 강화역사박물관은 17코스와 18코스의 출발점이다. 

강화도를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한 번도 와보지 못한 

하점면 부근리 고인돌 유적지에 있는 역사박물관은 강화도에서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이다.
넓은 잔디에 놓여진 고인돌과 큰 규모의 역사 박물관은 

외형적으로 보기에도 충분히 가치있는 교육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러가지 체험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부근리 고인돌 안내센타에서 나들길 전 코스가 표시된 새로나온  나들길 여권에 

스탬프를 찍고 역사박물관쪽으로 내려오니  

평일인데도 화요정기도보는 사람들이 많아 오늘 출발인원도 무려 24명. 

떠나기 전에 리딩하는 분의 오늘 코스를 소개받고 넓은 광장을 지나 마을길을 지난다.

이 곳은 강화도의 내륙이라 외지 사람들이 이 곳의 마을가지 들어오지는 않은 듯 

주변의 환경이 도시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 좋람들이 별로 안다닌 길이라 그늘 진 곳에서는 며칠 전에 쌓인 눈이 

남아 있어 보기 좋다.

이 길은 단지 마을사람들이 살고 생활하고 생업을 위한 길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걷는 즐거움이 있다.
무공해 친환경의 음식을 먹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아직 이 곳은 외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 아니라 걷는 사람도 없다.

길 옆의 개울물이 꽁꽁 얼었는지 확인하느라 길벗이 커다란 돌을 얼음위로 던졌는데 깨지지 않았다. 

겨울이 깊었네. 

도로 밑으로 만든 터널을 지나 조금 가니 어느 집 마당에 이상한 열매가 가득 달려있다.


누군가가 고염이라고 하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가니 나무 밑에 떨어진 열매도 가득하여 마침

마당에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이름을 먹어도 되느냐고 묻고 과일 이름을 물어보니 꽃사과라 하신다.

조그만 꽃사과를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는지 나무에 열린 채로 말라버려 

이렇게 대추같이 변해 버렸다.떨어진 열매를 하나 입에 넣어보니 사과맛이 나긴 하는 것 같다.

 

이 길에는 유난히 시골냄새가 가득한 집들이 많다.

다 쓰러져 가는 인적 없는 집들에 강아지들만 집을 키지고 있고, 작은 교회당, 낮은 언덕에 무덤들..

작은 텃밭에 파는 얼어 붙어 버렸고 축사는 비어 있어 썰렁하다.

그러나 이런 조용한 곳에 주말이면 와서 있고 싶은 사람들이 곳곳에 별장을 집단으로 지어 놓았다.

 

대개 새로운 주거단지는 기존 주택을 모두 철거해버리고 신개념의 주택을 짓는데 강화 이 곳은

두개가 공존한다. 허름한 농가주택과 말끔히 지어진 신주택들의 부조화

같이 걷는 강화주민 이야기를 빌면 도시에서 온 외지인 새로운 주택을 지으면 가능한 기존 주택과

거리를 둔다 한다. 원주민과 부딪히기 원하지 않은 심리이리라. 어차피 같이 융화되기 힘든

사람들이니 그럴 만도 하다.

 

오층석탑으로 향하는 평탄한 아스팔트 길을 걷는다.

18코스는 유난히 아스팔트 옆을 걷는 것이 부분이 많다.

아스팔트 끝에 그다지 공들이지 않은 듯한 오층석탑이 하나 서 있다.

대개 이런 석탑은 바위를 이어붙이지 않는데 이 곳은 바위를 두개를 겹치게 쌓아 놓은 부분이 있다.

층과 층을 연결해주는 바위는 석공이 오랜 시간을 들여 바위를 다듬은 흔적이 보이고

그 중 일부 귀퉁이가 잘려나간 것이 보인다.

 

5층석탑 앞에서 잠시 쉬고 원래는 석탑뒤에 있는 봉천산을 올라가야 하는데

지난 번 이 길을 걸을 때 무척 힘들었다 하여 오늘은 봉천산 등반을 생략했다.

 

석탑 아래 로 내려와 이번엔 숲길로 들어 선다.

길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숲길을 지나가는데 이 또한 별미다.

사람들이 별로 다닌 흔적이 없는 와삭거리는 낙엽 길을 이정표에 의지해 걷는다.

그다지 높지 않은 길이라 여유롭게 흥얼거리며 걷는다.

낙엽길을 걸으니 낙엽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겨울의 기나긴밤 어머님 정을..

군데 군데 눈이 쌓여 있고 강화나들길 중 흔치 않은 낙엽길을 걸으니 기분이 좋다.

그렇게 낙엽길 걸은 끝 지점에는 작은 사당이 하나 뎅그마니 세워져 있다.

사당안에 세워져 있는 석가여래 입상.

인중이 짧은 석가모니의 모습이 커다란 바위위에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바위밑을 보니 석가모니의 발이 발레하는 사람처럼 양 옆으로 조각되어 있는 것도

여느 석가여래입상에서 보지 못한 모습이다.

 

이 곳을 지나 다시 조용한 마을길을 지나가는데 볼수록 탐이 나는 주택들이

마을의 오래된 집들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듯 보인다.

날씨를 착각한 목련꽃이 봉우리를 틀고 있고, 보기에도 무척 비싼 듯한 소나무들이

잘 지어진 주택 옆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게 새 집을 지으면서 다행인 것이 마을의 오래된 것들을 파괴하지 않은 듯 하다.

이상한 모습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나무도 그대로 두었고, 허름한 집들의 마당도 그래도 두었다.

 

길을 내려와 차가 다니는 큰 길을 지나가게 되어 있는 코스에 다행히 사람들과 자전거가 다닐 수 있도록

도로가 분리되어 있어 안전은 하지만 그래도 차가 달리는 도로 옆을 다니는 부분이 조금 마음에 거슬렸다.

멀리 벌판이 보이고 인적없는 마을 집들이 조용하기만 하다.

이상하게 생긴 농기구가 있어 이 곳 사는 이에게 물어 보니 논이나 밭을 서래질 하는 도구라 한다.

이젠 농사도 거의 기계에 의존한다. 예전처럼 봄에 줄을 서서 허리구부리고 모도 심지 않으며

가을에 낫을 들고 벼를 베지도 않는다. 나이들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요즘 농사인 것 같다.

도시에서 살다가 귀농한 길벗이 강화가 살기 좋다며 열심히 지역칭찬을 하고 있다.

하긴 나도 강화에 살고 싶기도 하다.


커다란 군부대를 지나며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에게 손을 들어 인사해 주었더니 병사도 내게

손 흔들어 화답한다. 


다시 숲길로 들어가 잠시 리더도 길을 헷갈릴 정도로 이정표가 안되어 있어 시급히

안내 리본이나 이정표 설치가 필요함을 실감하고 길을 가는데 멀리 양오저수지가 보이는 길이

비록 아스팔트 도로이지만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 풍경이 좋아 걷는 기분이 무척 좋다.

누군가 길에서 커다란 수세미 열매를 하나 따서 배낭에 챙겨 넣는다.


반쯤 얼어버린 저수지의 얼음 위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조금 위태로워 보인다.

저수지가 전체 다 얼었으면 안전할테지만 아직 얼지 않은 부분이 있어 혹시 갑자기라도 

얼음을 딛고  있는 부분이 발의 체온으로 녹아 위험할 것같은 생각이 든다.


낚싯꾼들이 있는 곳은 여지없이 쓰레기가 나 뒹군다. 여기 저기 막걸리병, 소주병, 

무언가 담겨있는 검은 비닐 봉투들, 등등...우리 나라도 낚시는 면허체를 도입시킴이

바람직하다.


코스가 저수지 부근으로 내려가도록 되어 있는데 이 곳에는 조금이라도 비가 많이 오면

걷기 힘들어 버리니 아무래도 저수지로 내려오기 전에 우회코스를 안내해야 할 것 같다.


저수지의 끝에서 잠시 쉬며 새해 첫 화요도보이고 리더의 생일이라고 케익을 준비한 길벗들의

마음 씀씀이가 참 아름답다.


다시 큰길로 나와 걷다가 도착한 화문석 마을. 이 곳의 마을회관에서 오늘 점심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 곳의 풍경이 낯이 익어 가만히 보니 2년전 인천시에서 주관한 철책선 걷기 중

점심을 준비한 곳이다. 그 땐 몇 백명의 식사를 비빔밥으로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점심은

젓국갈비란다. 생소한 이름의 메뉴. 갈비탕의 국물을 새우젓으로 간을 했다.

야채가 많이 들어갔기에 젓국갈비라기보다 젓국갈비전골이라 이름 붙이는 것이 좋겠다.

먹으면 먹을수록 입에 감칠 맛이 돈다. 거의 이 곳에서 재배된 재료로만 만들었고

밥도 강화쌀로 지은 듯 평소 다른 곳에서 먹던 밥맛과 다르다. 

안타깝게도 이런 마을회관에서 마련해 주는 식당은 많은 인원이 아니면 식사 제공이 어렵다.


식사 후 다시 차도를 따라 길을 간다. 넓은 벌판을 보며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이 곳 지역은 민간통제선 구역이라 오가는 차도 많지 않고 가끔 청둥오리 무리들이 벌판을 가로질러

휘 휘 날라가며 곡선을 그린 뒤 다시 벌판속으로 사라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길가의 어느 집앞에 나무를 이용해서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 문득 그 나무를 다시 보게 되고 미소 짓게 한다.

특히 차를 타고 지나간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려고 다시 돌아와서 보는 듯 하다.


화문석 공예 전시관으로 가는 길에 폐교를 전시관으로 이용하여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룡 모형의 전시관도 있어 가족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이들의 성화에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길가의 멋진 건물에 잘 지어진 화문석 전시관. 강화도민은 무료관람이고 외지인은 1000원이란다.

이 곳을 볼것이냐 말것이냐 논의하기에 내가 슬쩍 외지인들의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모두 무료로 보는 것처럼 전시관으로 들어갔다.


왕골을 이용한 돗자리는 물론이거니와 병풍, 인테리어 제품들, 악세사리들이 아기자기하게 마련되어 있고

어떤 이가 전시관 한 쪽에서 소품들을 만들고 있어 아이들 교육용으로도 좋다.

카펫트만한 크기의 그림이 있는 왕골돗자리는 몇 백만원을 홋가한다고 하지만 이제 이 제품도

만드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강화에서도 왕골을 재배하는 곳도 많지 않아 사양길인 것 같다.


길을 걸으며 멀리 모양이 특이한 소나무가 있어 눈길을 끈다.

마치 TV에서 등산 프로그램을 방영할 때 붓으로 한문의 산(山)을 쓴 것 같은 모양의 소나무가

멋있었는데 마침 우리 코스가 그 곳 앞을 지나게 되어 있었다.

일부러 그렇게 다듬어 놓은 듯하여 신기했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 주위에 온통 농사 쓰레기들이

있어 진주를 돼지우리에 집어 넣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벌판 사이를 걷는다.

낮은 둑이 있는 밑을 걸어가는데 혹시 둑 위로 걸을 수 있을까 해서 올라가 보니

둑 위는 콘크리트 수로가 되어 있어 걷지 못함이 아쉬웠다. 

한적한 들판의 덤불사이에 비둘기 한마리가 고양이에게 잡혀 먹은 듯 앙상하게 날개만 남아 있고

벌판 사이에 흐르는 커다란 수로는 꽝꽝 얼어서 썰매를 타도 될 것 같다.


벌판 끝에 갑자기 오른 쪽 숲사이로 들어가는 길.

이정표가 제대로 없어 리딩하는 이가 없으면 그냥 지나칠 것 같다.

그때부터 내 입에선 탄성이 터진다.

나무들 사이에 잔뜩 덮힌 낙엽들. 

와삭 와삭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기분이 마치 고급 양탄자 위를 걷는 기분이다.


그늘 진 곳에서는 눈이 남아 있어 보기 좋고 인적이 없는 곳인지라 

눈썰미가 좋은 길벗은 나무 밑에 커다란 영지버섯도 발견하여 스틱으로 헤치고 있다.


끝없는 숲속의 낙엽길을 걷는 즐거움을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을까?

오솔길 옆에 자주 고인돌이 보이는데 모두 관리목적인지 낮은 보호대와 번호를 표시해 놓았다.

약 40분간을 낙엽위로만 걷고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오니 오늘의 종착지인 역사 박물관.


일행 중 한 명이 우연히 큰 벌집을 주워 들고 있다.

거의 핸드볼만한 크기의 하얀 색 벌집은 마침 일부가 깨져 있어 

벌집 내부를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가까이 보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누군가 잔디를 재배하여 판매 하는 듯 넓은 공간에 잔디보호 목적으로 커다란 망을 덮어 놓았다.

망이 없었으면 참 보기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오전에 황량하던 고인돌 공원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데이트하는 사람들,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들...


이제 새로운 코스를 계절을 나누어 걸어 보아야겠다.

낙엽길의 여름은 어떨까?

넓은 벌판사이로 걷는 길은 가을에 무조건 걸어보아야겠고

봄 가을엔 오층석탑 위의 봉천산에도 올라가 보아야겠다.


이제 2코스만 더 걸으면 나들길을 모두 발 디뎌 보는 것이긴 하지만

제대로 걸을려면 나들길의 전 코스를 4계절로 나누어 걸어보아야만 

걸어 보았다고 자신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나들길을 그리워 한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