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22) 오솔길

carmina 2014. 1. 28. 23:05

 

 

오솔길 (쉐그린)

 

고요하게 밝아오는 아침 호숫가에서

이젠 일어나면 어떻겠냐고

서리맺힌 오솔길로 쟁기메고 나가는

목동들의 피리소리 그리워

아침해가 언덕너머 붉게 떠오고

둥실둥실 뭉게구름 피어오르면

서리 맺힌 오솔길로 쟁기 메고 나가는

목동들의 피리소리 그리워

 

7080세대에 조금은 장난스럽게 노래했던 쉐그린이 부른 이런 노래가 있었다.

가수 이태원과 전언수 두사람의 남성듀오 쉐그린은 우리 세대에

하청일 서수남과 같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성 듀오였다.

 

어제 나들길 17코스를 걸어가면서

그 추운 날 아침에 빨래감을 들고 시냇물로 나가 빨래를 헹구는

시골 아주머니를 보고 이 노래가 생각났다.

 

아무리 추워도 농부는 일을 하고

겨울엔 봄, 봄이면 여름을

여름엔 가을을, 가을엔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농부의 손길들을

길을 걸으면서 늘 볼 수가 있다.

그 때마다 난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비록 노래처럼 우리나라 시골풍경이 목가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침에 논에 밭에 나와 일하는 풍경을 종종 본다.

 

여행을 다니면 낯선 곳에서 아침 바다를 거닐면

그 아침에 바닷가에 나와 어슬렁걸리는 어부들

논에나 밭에 나와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의

모습은 밀레의 그림보다 더 경건함을 느낀다.

 

그 들은 평생 삶의 터전에서 아침 인사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

밤사이 바다는 이상이 없는지

밤사이 곡식들은 조금 더 자랐는지

뱃일 나가는데 지장은 없는지, 곡식이 냉해를 입지 않았는지...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 국민들이 동남아나 다른 국가 보다

경제적으로 앞선 이유가 우리 나라에는 4계절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다음 계절을 준비하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던 우리 나라의 특징은

사람들을 근면하게 만들었다.

 

생전 부지런하셨던 시골농부 출신의 아버님덕에

나도 늘 부지런하고 무엇이던지 일하기 좋아하여

지금껏 무사히 직장생활한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 절대 밥을 굶는 사람 없다.

서리 맺힌 오솔길로 쟁기를 메고 나가는 농부는 가을에 울지 않는다.

그 들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길을 걸으면 노래가 흐른다.

 

(사진 : 주문도에서 이른 아침 갯벌로 나가는 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