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24) 봄처녀

carmina 2014. 2. 19. 22:48

 

 

봄처녀 (홍난판 작사 작곡)

 


봄처녀 제오시네
새풀옷을 입으셧네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이슬 신으셧네...
꽃다발 가슴에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님찾아 가는길에
내집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 양
나가물어 볼까나.

 

 

지난 겨울은 예년보다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겨울인지라

두터운 옷을 늘 준비했고

올초에는 따뜻한 곳인 제주도 올레길 5개 코스를 걷느라 봄바람에
감기가 심히 들어 기침을 많이 해서인지 가슴에 담이 들 정도였다.
그런 겨울이 가고 입춘이 지났다.


지금 강원도 지방에 폭설이 내려 많은 주민들이 고립되고
경주에는 폭설로 지붕에 쌓인 눈이 큰 사고를 불러
젊은이들의 원대한 꿈을 피지도 못하고 스러졌다.


그런데 그 폭설 내리던 날
강원도의 강릉을 찾아가 경포대로 가는 택시안에서
기사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이...
이 눈은 곧 봄이 온다는 징조다.
남녘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공기와
북쪽에 남아 있는 차가운 공기가 부딪혀
이렇게 눈이 많이 오지만 결국 차가운 공기는
뜨거운 공기에 밀려 올라 갈 것이라고..


봄이 온다.


비록 겨울이 끝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버티겠지만
그래도 강화도의 오래된 집 대문에 창호지에 굵은 붓글씨로 써서
붙여 놓은 '입춘대길'의 기세에 밀려 봄에게 자리를 내 줄 것이다.

봄 처녀가 오고 있다.


말라 버린 길가의 잡풀 사이에도 파릇한 싹이 돋을 것이고
성질급한 아줌마들은 호미를 들고 냉이를 찾아 눈 덮힌 밭둑을
뒤져 볼 것이다.


오늘 아들의 대학원 졸업식으로 대학을 찾아 갔더니
근방의 거리와 대학 캠퍼스는 완전히 꽃으로 덮여 있었다.


봄은 졸업식과 함께 오는구나.
대학 졸업식 끝나면 초.중.고등학교가 졸업식이 이어지고
거리의 사람들 손에는 꽃다발이 넘쳐 날 것이다.


봄이 온다.
봄처녀가 온다.
길을 걸을 때 봄처녀와 같이 걸으면 좋겠다.
두터운 외투를 입고 가긴 해도 걷다 보면 봄기운을 느낄테니
얇은 등산티를 별도로 준비해야겠다.

 

나들길 5코스 곶창굿당으로 올라가는 언덕에
햇빛 따스한 날에는 항상 멀리 바다를 보며 앉아 계시는 할머니가 있다.
그 분을 만나면 늘 얼른 내 배낭에서 초코렛이나 과일들을
꺼내 드리는데 그 분이 아마 우리보다 훨씬 먼저 봄이 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봄이 온다.

 

이번 주는 봄맞으러 강화의 언덕으로 걸어야겠다.

분명히 목련꽃의 꽃몽우리는 막 터져 나오고 있을 것이다.

 

이번 봄에 길벗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불러야겠다.

 

 

 

 

 

길을 걸으면 노래가 흐른다.